제34화『남부 출격』
「남부 귀족 반란」 「알노드 변경백 모반」
이 충격적인 소식은 순식간에 왕도 내로 퍼졌고 평민 귀족 구분 없이 모두 그에 대한 화제로 떠들썩해져 있었다.
궁정 안에 있던 사람들도 예외는 아닌지라 관료와 대신들까지도 우스울 정도로 허둥대며 이리저리 달려가는 중이었다.
“지금부터 긴급히 어전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의제는…….”
“쓸데없는 소리 말라! 반란을 진압하는 것 외에 무슨 방안이 있겠느냐!”
왕의 일갈에 모든 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본디 회의도 필요 없는 것이니라. 반동 분자가 병사를 일으켰고 우리는 그것을 진압하는 것. 그게 전부가 아니더냐!”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라며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왕을 대신들이 붙잡았다.
“하오나 폐하, 진압이라 말씀하셔도 변경백은 이미 수천에 가까운 병력을 그러모았사옵니다. 국경 지대에서도 병사를 모집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국경 경비 쪽에 문제가…….”
“저들은 왕권 전복을 꾀하고 있는 것이 아니옵니다. 폐하의, 그, 강렬한 통보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신들의 태도는 석연찮았다.
“그대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나더러 반란 분자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하라고 하는 것이냐?”
“하오나, 현재 저들을 탄압할 수단이 우리나라 안에 존재하지 않사옵니다. 게다가 고착 상태가 길어지면 아크랜드가 빈틈을 찔러 쳐들어올 가능성도 있사옵니다!”
어리석은 대신놈들, 그 아크랜드를 이만큼 키워준 것은 네놈들의 무능함 때문이 아니더냐!
“걱정할 것 없노라. 이럴 때를 위해 중앙군을 준비한 것이니.”
“하오나……그러한 급조 “이보게!”
공공연한 장소에서 왕이 직접 세운 군단을 부정하는 것은 금기다. 우유부단한 대신들한테 자신들의 의견을 강경히 주장할만한 배짱은 없었다.
“일단은 중앙군을 내보내 진압을 시도하겠노라. 군이 패배하면 그때 다시 양보를 하건 무엇을 하건 다시 생각하면 될 일. 회의는 여기서 끝이니라! 내가 직접 출격 명령을 내리겠다.”
왕은 더 이상 할 말은 없다는 듯이 방을 뛰쳐나가버렸다.
“나 원, 손쓰기 힘든 분이로고…….”
“스스로도 반란을 통해 왕위에 즉위한 모양새일 터인데.”
“뭐, 그토록 자랑하고 싶어하는 장난감이 망가지면 조금은 현실을 직시하게 되실 테지요.”
결성된 지 이제 2달밖에 되지 않은 군단을 적지로 내보낸다 한들, 승리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최소한 전쟁 구색이라도 갖춰서 이후 왕권과 그 밑에 있는 자신들의 권력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대신들은 한숨을 내쉬면서 전투 이후에 있을 강화 조건을 떠올리며 머리를 쥐어싸매기 시작했다.
◇◇◇◇◇◇◇◇◇◇◇◇◇◇◇◇◇◇◇◇◇◇◇◇
“라드할데……아니, 에이리히. 드디어 첫 전투이니라.”
“예. 폐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사옵니다.”
대신들에게 보여주었던 격분한 표정은 한 치도 느껴지지 않는 냉정한 말투로 왕이 이야기했다.
격분하던 그 모습도 전부 연기,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쯤은 알고 있던 것이다.
“이번 출진의 목적은 오로지 승리 하나뿐. 신속하면서도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도다. 반역자뿐 아니라 왕국 안에 있는 모든 귀족 놈들을 벌벌 떨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니라.”
“명심하고 있사옵니다.”
“그대에게만 털어놓는 얘기로 국내 정세가 정리되면 나는 아크랜드를 공격할 심산이니라. 그러니 이러한 작은 소동, 반란 따위에 시간을 들일 수는 없노라.”
“아크랜드입니까."
“귀족 놈들을 완벽하게 탄압하라. 두 번 다시 나에게 거스를 생각 따위 추호도 할 수 없게 말이니라.”
에이리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봐줄 필요는 없다. 오로지 필요한 것은 충격과 공포다.
◇◇◇◇◇◇◇◇◇◇◇◇◇◇◇◇◇◇◇◇◇◇◇◇
“출격――――!!”
군단장 에이리히가 선두에 서서 검을 뽑아들며 구호를 외쳤다.
곧장 각 부대장들이 복창하듯이 구호를 외치자 중앙군이 종대로 서서 행군을 시작했다.
5000명으로 늘어난 병사 무리가 질서 정연하게 행군하는 아름다운 모습에 왕도 주민들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길거리에 모여들었다.
“아고르, 너무 긴장하지 마라. 출격 명령이 나온 이상 대장은 나다. 너는 나를 보좌하는 데에 전력을 다하면 돼.”
“예! 큰일이군요, 우리 중대의 약점만 계속 떠올라서 걱정됩니다.”
“너도 실전은 오랜만인가?”
“예, 젊었을 적에 제국과 벌인 대전에 참가한 적은 있었습니다만 그때는 일반병이었습니다. 통솔하는 입장에서 실전을 경험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도 전장의 분위기를 느껴본 적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귀중한 거다. 지휘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면 망설임 없이 말해라.”
아고르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다른 기병대와 속도를 맞추듯이 지시를 내렸다.
현재 중앙군에는 3개의 기병 중대가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도 중장기병 180기가 포함되어 있고 뛰어난 숙련도를 자랑하는 나의 부대가 가장 주력 부대임이라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명령을 내릴 타이밍에 따라 전체 국면이 좌우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그나저나 졸리군.
어제 출격 대기 명령이 나오고 나서 한동안 만나지 못하게 될 여자들, 특히 카라와 논나가 몇 번이나 몸을 섞어달라고 하길래 거의 잠을 자질 못했다.
나도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열심히 그녀들을 사랑해 주었고 그 탓에 두 사람 모두 엄청난 상태로 실신해 버렸다. 그 후엔 두 사람의 몸을 닦아달라고 미티와 알마한테 부탁했는데 나이가 어린 알마는 남녀의 행위와 그 결과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언니, 이 끈적끈적한 거 뭐야?”
“이, 이건 있지……남자의 사랑이라고나 할까……씨앗이라고나 할까…….”
“냄새 이상해.”
“안 돼 알마! 이거 만지면 아기가 생긴다구!”
“엥―?”
그 광경을 떠올렸더니 웃음이 슬금슬금 기어 올라왔다.
내가 아이한테 직접 손을 대지는 않는다곤 해도 썩 아이 교육에 좋은 환경은 아니로군.
“에이길 님. 왜 그러십니까?”
세리아가 어느새 내 옆에 따라와 있었다.
기병대에는 대형 군마도 보급되어 있기 때문에 슈바르츠 옆을 따라와도 예전처럼 크게 높이 차이가 나진 않는다.
세리아는 어제 침대 구석에서 잔 덕분에 그리 졸린 것 같진 않군.
“어제 너무 힘을 쓴 것 때문에 조금 잠이 부족해서 말이야.”
세리아의 표정이 단숨에 붉게 물들었다.
“그, 그래서 어제는 자중하라고 말씀을 드렸던 겁니다만……아니, 그 두 분이 그렇게 계속 졸라대서 그런 겁니다! 아무리 가족들 사이에 있다고는 해도 마치 짐승처럼 비명을 지르면서 정신을 잃다니!”
“그런 말 하지 말거라. 내가 너무 힘을 써서 그렇게 된 거니까. 침대 위에선 대개 남자가 잘못한 거다.”
“으으, 그리고 그 두 사람 말입니다만, 요즘에 그 약을 쓰지 않는 것 같던데 알고 계십니까?”
세리아는 눈썰미가 좋군. 행위를 하기 전과 끝마치고 난 이후의 행동까지 확실히 관찰하고 있던 모양이다.
“그래, 알고 있어. 그 녀석들 둘 다 아이를 갖고 싶어하길래 말이야. 집도 샀겠다 상관없겠다 싶었거든. 합의한 뒤에 한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세리아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래서 그 두 사람이 그렇게……저도 조금 더 자라기만 한다면…….”
“임신하면 집에서 대기하게 될 텐데 괜찮겠느냐?”
“그건 싫습니다.”
슈바르츠는 적당히 좀 하라는 듯이 울부짖었다.
그 소리에 주변 기병들의 말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대형 군마가 모여있는 제1기병대 안에서도 슈바르츠의 크기는 확연히 눈에 띌 정도였다.
여자를 좋아하는 성격도 여전해서 부대 소속인 말 관리인도 제대로 만질 수가 없다 보니 한동안 세리아가 돌봐주었다. 지금은 전속 여자 사육원이 녀석을 돌봐주는 중이다.
“세리아, 이번엔 전쟁이다.”
“네! 열심히 활약해 보겠습니다.”
“그건 좋다만…….”
너무 공적에 집착하다 죽어선 안 된다.
“네가 어른이 되면 내 아이를 낳게 할 거다. 그러니까 죽지 말거라.”
“흐엣! 여, 영광입니다아!”
반란군의 본거지 알노드 변경백 영지까진 일반적인 행군 속도로 7일 정도 걸린다.
하지만 변경백의 영지는 넓기 때문에 영지 안에 들어간다 한들 도시까지 도착하려면 또다시 이틀 정도 걸린다.
상대방은 완전히 영지 내의 지리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쪽 지형에 무지한 아군은 훨씬 더 삼엄한 경계 태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그 전까진 세리아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면서 느긋하게 행군이나 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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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후 알노드 변경백 영지 에이리히 본대
“야전에 맞설 줄은 몰랐습니다. 분명 도시 안에 틀어박혀 공성전에 나설 줄 알았습니다만.”
변경백의 군대는 영지 내 입구 근처, 살짝 높은 언덕을 중심으로 진을 치고 있었다.
“전쟁 때문에 도시가 불타는 걸 피하고 싶었나보군. 우리한테는 잘 됐어.”
지금 보건대 변경백의 군대는 보병이 대부분이 기병은 얼마 안 된다.
도시 공격까지도 예상 범주 안이었는데 역시 야전에서 더 유리하게 싸울 수 있을 것이다.
“곧바로 진형을 짜라. 놈들 쪽이 더 위치가 높으니 화살이 우리 쪽에 먼저 닿는다는 점에 주의하면서 말이야. 방패를 가진 기병을 앞쪽에 배치해라.”
훈련의 성과 덕분인지 군기 잡힌 모습으로 진형이 짜맞춰지기 시작했다.
만들어진 지 고작 2달밖에 안 된 군단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반대로 변경백 쪽 군대는 숫자만 보면 비슷한 수준이지만 동작도 굼뜬 것이 별다른 진 없이 단순히 뭉쳐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 쪽이 진형을 짜고서 행진을 시작한 모습을 보고서야 허둥지둥 대열을 고치려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속도도 너무 느리고 짜맞춰지기 시작하는 대열도 잘 보면 삐뚤빼뚤한 선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다 해도 언덕 위에 진을 친 이상 어쨌든 저쪽이 더 유리하다. 적들 근처로 다가가자 보병대 쪽 방향으로 화살이 우수수 쏟아져내렸고 방패로 제대로 막지 못한 병사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산 위에서 발사되는 화살은 사정거리도 늘어나고 고도 차이로 인해 위력도 늘어나기 때문에 평범한 보병이 장비하고 있는 가죽 방어구 정도는 간단히 꿰뚫을 수 있다.
한동안 아군 쪽 전위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긴 했으나 행군 속도를 낮추는 일 없이 전진하여 아군 궁수 부대도 적을 사정거리 안에 들이는 데에 성공했다.
“연속 사격, 마구 쏴대라!”
아군 궁병 부대도 활을 발사하기 시작하여 두 군대의 궁병들이 서로 대응 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변경백 군대의 화살이 넓은 범위로 이리저리 쏟아져내리는 것에 비해 사격 타이밍과 목표 지점을 지정한 아군 궁병의 화살은 한 군데에 집중적으로 꽂히기 시작했다.
보병과 달리 방패로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게 불가능한 궁병은 들이닥치는 공격을 상대로 무방비하다.
효과적인 집중 사격 덕분에 변경백 군대 측 궁병은 차례차례 쓰러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날아오는 적들의 화살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결국 적의 궁병 부대가 뒤쪽으로 후퇴했다.
뒤쪽에 있던 대방패 뒤로 숨은 게 분명하다. 정석대로라면 여기서 뛰어난 방어력을 자랑하는 장창 부대가 나올 것이다.
“지금이다, 제1기병 중대대한테 적 중앙을 향해 돌격하라고 명령해라. 최대 속도로 돌격해라!”
명령은 곧장 수신호로 전다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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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님, 돌격 명령입니다.”
아고르가 등을 쭉 펴고서 보고했다.
“전 부대 쐐기 진형으로 돌격! 내 뒤를 따르라!”
“저, 저도!”
돌격을 최우선 사항으로 훈련해온만큼 돌격 전용 진형이라는 별명을 가진 쐐기 진형의 전개 속도는 확실히 빠르군.
적과 아군 사이의 거리는 아주 조금, 전력질주로 달려가면 문제없을 것이다.
슈바르츠는 속도가 빠른 말들을 모은 중대 안에서도 한층 더 두각을 드러내며 점점 더 가속해 나가기 시작했다.
전방에 전개해 있던 아군 보병과 궁병이 허둥지둥 길을 텄고, 그 길을 빠져나가듯이 200기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보아라! 적은 아직 궁병 부대와 창병 부대를 교대하지 못했다. 이대로 돌진한다, 속도를 줄이지 마라!”
변경백 군단의 전위는 도망치는 궁병과 앞으로 나오려는 장창병끼리 서로 부딪쳐서 제대로 된 대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점차 다가오는 육중한 기병에 겁을 먹은 궁병이 명령에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활을 쏘기 시작한 탓에 더더욱 혼란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가끔씩 화살이 날아오긴 하지만 문제되지 않는다.
거리로 보면 50m, 적들이 코앞까지 다가온 순간 중대가 일제히 소리쳤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 목소리는 적군 입장에선 마치 악마의 절규처럼 들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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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귀족 진영
“이런 얘기는 못 들었다고!”
창을 손에 쥐면서 우리는 제각각 소리쳤다.
마을에 징병을 하러 온 귀족님이 창만 들고 있으면 되고 그러면 밥까지 주겠다고 얘기했단 말이야.
임금님 쪽 군대가 밀려왔을 때도 그냥 노려보기만 하고 방심만 안 하면 괜찮다고 지껄였으면서!
맨 처음 궁병끼리 서로 싸웠을 때 나는 방패 뒤에 숨어서 살았지만 아군 궁병들은 허수아비마냥 쓰러졌다.
나도 사냥할 때 활을 써 본 경험이 있어서 아는데 분명 높은 곳에서 쏘는 쪽이 무조건 유리한데도 이쪽이 밀렸단 말이다!
궁병이 도망치자 앞으로 나와 창을 쥐고 서 있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허둥지둥 앞으로 나가긴 했지만 도망치는 궁병 놈들 때문에 방해돼서 제대로 창을 쥘 수가 없잖아!
그러고 있는 사이 적측 기병이 돌진까지 해왔다.
마치 기사처럼 다들 두꺼운 갑옷을 입은 놈들이 일직선으로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오는 중이다.
제기랄! 좌우로 조금씩 틀어지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궁병 놈들이 허둥지둥 활을 쏘았으나 전혀 효과가 없었다. 심지어 가만히 서서 활을 쏴대는 놈들이 방해돼서 우리가 들고 있는 장창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얼른 비켜! 방해된다고!” “밀지 마!” “이미 코앞까지 왔다고!”
놈들이 괴성을 내지르자 주변 아군들도 전부 쫄아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거 큰일났네.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놈들 중에서도 한층 더 커다란 검은 말 위에 올라탄 놈이 선두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길을 막으려던 놈이 말에 짓밟혀 짓뭉개진 벌레 같은 비명소리를 내질렀다.
불쌍하게도 저래서야 즉사했겠구만.
내 동향 친구들이 놈의 주변을 둘러싸서 창으로 찌르려 했는데 도끼처럼 생긴 창에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모모스랑 타일러……좋은 녀석들이었는데.
“놈이 지휘관이다! 발사끄엑!”
귀족님이 검을 뽑아들고 뭔가 말하려다 창에 찔려 죽어버렸다.
다른 기병들도 차례차례 밀려들어오더니 순식간에 동료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걸 어떻게 이겨!
나는 무기와 무거운 갑옷들까지 전부 다 버린 다음 쏜살같이 도망쳤다.
이런 곳에서 죽는 건 싫어! 마을에는 내 마누라랑 아들도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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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히 본진
“군단장님! 제1기병 중대가 적 중앙을 완전히 돌파, 적들이 붕괴하고 있습니다!”
“숙련도에서 차이가 나왔군. 재빠르게 장창병을 이용해 진을 쳤다면 이렇게 쉽게 풀리진 않았을 거다.”
그렇다 해도 굉장하다.
단 한 번의 전투로 적의 진형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중이다.
특히 선두로 돌진한 에이길 주변에서 사람과 그것의 일부가 나뭇잎처럼 공중을 맴도는 중이다.
현장에선 끔찍한 비명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을 게 틀림없다.
녀석의 전투 방식은 적의 마음을 꺾는다.
“장비 상태로 보아 징병, 혹은 모병된 농민인 것 같습니다. 저 적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도망치는 것도 어쩔 수 없을 테죠.”
참모가 감탄한 것처럼 말했다.
“그래. 나도 저런 게 튀어나오면 도망칠 거다. 죽고 싶지 않으니까.”
적의 진형은 기병이 관통한 중앙 쪽이 푹 꺼진 것마냥 무너져 있었다.
무너진 중앙을 원호하기 위해 좌익과 우익 부대의 방향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이군. 보병 부대 전진, 적을 밀어붙여라.”
“이제 별다른 책략도 필요 없겠습니다. 적은 완전히 우왕좌왕하는 중입니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이길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전군에 총공격 명령이다! 마무리 단계로 들어가 보자고.”
보병 부대가 전진을 시작했을 때, 이미 내 제1기병 중대는 적의 진형을 완전히 파괴한 뒤 그 뒤쪽으로 빠져나와 있었다.
“적을 완전히 돌파했습니다! 방향을 바꿔서 한 번 더 돌격하시죠!”
엄청난 성과에 세리아가 흥분한 듯이 얘기했다.
“아니, 우리는 이대로 후방 쪽으로 빠진다.”
“어째서입니까? 적은 무방비하게 등을 내주고 있는데…….”
“우리가 다시 돌격해서 난전이 발생하면 활을 사용할 수도 없어지고 아군 오사 가능성이 발생하는 탓에 보병 부대가 생각처럼 움직일 수 없게 될 거다. 우리는 여기 있기만 해도 돼. 뒤쪽에 적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놈들한테는 아주 충분한 위협이 될 거야.”
아고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술 상 올바른 방법인 것이리라.
하지만 그냥 넋 놓고 있는 것도 시시하다.
“전원, 적 본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후방에 있는 치중대를 박살내라!”
대세가 기울어져 적들이 도망치기 전에 물자를 빼앗아 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물자 운송을 맡고 있는 치중대에는 호위병이 붙어있긴 했지만 고작 그 정도 병력으로 중장비 기병을 막아낼 순 없다.
속도가 느린 마차 때문에 도망치지 못한 마부와 호위병들은 피바다 속에 잠들었고, 대량의 식량은 우리 손에 넘어왔다.
치중대를 괴멸시키고 대열을 다시 재정비했을 즈음 언덕 위에서 적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중앙군 본진 때문에 밀리기 시작했는지 패주한 것인지 후퇴한 것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밀리는 중이다.
아예 알게 쉽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겠어.
“이제 다시 시작해도 되겠군. 아고르, 한 번 더 간다. 마무리를 짓자고.”
이미 본격적인 난전 상태에 빠졌으니 활도 사용하기 힘들 것이다.
분위기에 휩쓸려 아군 몇 명이 같이 썰려나갈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빠르게 승부를 내면 결과적으로 손해는 줄어들게 된다.
“전원, 횡진을 짜라. 적을 닥치는대로 베어내라.”
사기가 고양된 병사들이 무기를 위로 치켜들고 노성을 지르더니 횡렬 일대로 서서 돌격하기 시작했다.
기병이 중앙을 돌파하고 직후 보병 부대의 총공격을 받아 패주 중이었던 변경백 군대는 등 뒤에서 다시 한번 찔러 들어온 기병대의 돌격을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붕괴했다.
중앙군의 모든 병력을 쏟아부어 맹추격한 결과 변경백군5000명의 병사들 중 약 2000명가량이 사망하는 참패의 결과를 맞이했다.
총대장인 알노드 변경백의 장남 도도리아 자작을 포함하여 수많은 귀족들도 전사했다.
고작 단 한 번의 싸움으로 남부 귀족 연합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 것이었다.
중앙군의 전진은 멈추지 않는다.
길은 단 하나, 중앙군은 알노드 변경백이 자리잡고 있는 남부 도시 자르를 향해 진군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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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에이길 하드릿 19살 초여름
지위: 고르도니아 왕국 기사작 왕국군 제1기병 중대장
연봉 금화 80닢
재산: 금화 257닢(은화 이하 제외)
무기: 듀얼 크레이터(대검) 대형 버디슈(창)
방어구: 고품질 강철 플레이트 아머 검은 망토 (저주받음)
동료: 세리아 논나 엘렉트라 멜리사 마리아 카라
하인: 미티 알마 크롤
부하: 아고르(부관) 크리스토프 칼 슈바르츠(말)
경험 인수: 2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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