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5화『음모의 소용돌이』
도시 국가 아트로아
도시 국가 아트로아의 한 축, 궁전에 가까운 부유층이 거주 중인 구획에 있는 한 저택……막시밀리앙이 거금을 들여 사들인 그 집은 정통 마그라드의 실질적인 거점으로 쓰이는 중이다.
수장의 힘이 강력한 아트로아에서 외부인이 이러한 위치에 거점을 만들어두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와 그의 조직이 실질적인 뒷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뭐라고? 퀘튼에서 우리 정통 마그라드의 이름으로 시행된 암살 사건이 벌어졌다고?”
호화롭게 장식된 왕좌 같은 의자에 앉아있는 막시밀리앙이 부하의 보고를 듣고서 의아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예! 그 밖에도 라스리스와 바르드에에서도 지난번 우리에 대한 협력을 거절한 권력자들이 암살당했다 합니다.”
“어이없군.”
막시밀리앙은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고 컵에 담긴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나는 그런 지시는 내린 적 없어. 그냥 놈들의 내부 항쟁이든지 강도가 한 짓이겠지.”
“하지만 암살당한 자들은 고급 군인부터 입김이 센 고리대금업자까지 정확한 공통점이 없고, 오로지 단 하나. 전부 우리 쪽에 협력을 거절했던 자들입니다. 이미 각 폴리스에서 우리에게 항의와 사태의 진상을 확인해 달라며 사자가…….”
이쯤 되니 막시밀리앙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잘못된 정보다. 우리가 아니다」 라고 말한 뒤 적당히 얼버무려 둬! 그동안 확인을 할 테니.”
막시밀리앙이 직접 지시를 내린 적이 없는 이상,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은 각 지역으로 흩어진 잔당들의 폭주다.
주동자로서 그들을 통솔하고 있다고는 해도 거리가 있는 소수 집단을 전부 관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젠장……어떤 멍청이가 쓸데없는 짓거리를 해버렸군.”
아트로아의 수장과는 우호 관계를 유지 중이지만 주변 폴리스에서 압력이 없을 거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그렇게 되기 전에 어서 실행범을 포박하고 정통 마그라드와는 관계없는 악당들의 소행이라며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다.
“그 정도로 많은 인원을 암살한 거라면 놈들의 숫자도 상당할 거다. 주변에서 내 지시없이 움직일 법한 집단을 골라내다 보면 바로 알아낼 수 있겠지.”
잔당들은 주로 옜 마그라드와 고르도니아 본국에 흩어져 있다.
공격할 의미가 없는 도시 국가군에 있는 자들은 많지 않다.
“바로 조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부하는 빠른 걸음으로 방을 빠져나갔다.
“하여튼, 지도자라는 것도 편한 게 없다니까.”
부하 앞에선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는 얘기지만 막시밀리앙은 사실 마그라드를 다시 부흥시킬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라는 멸망했고 왕가는 사라졌다.
이제 와서 잔해를 다시 긁어모아봤자 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고르도니아와 남부 국가는 반드시 충돌을 일으키겠지. 그때 내가 고르도니아 전역에 뿌려둔 촉수에 대체 얼마나 많은 가치가 생길는지.”
암살도, 파괴 공작도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실적에 불과하다.
“잔당놈들은 복수에 들끓고 있는 모양이지만……나는 그걸 이용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후버라는 놈은 나를 이용하려 했던 모양이지만 말이야.”
막시밀리앙이 입가를 슬쩍 치켜올리고 비웃듯이 웃었다.
“애초에 그런 조잡한 계획으로 왕권을 뒤집을 수 있을 리가 없지. 마그라드 전쟁 때 혼자서 고전했던 둔재였던만큼 어리석기 짝이 없는 놈이었어.”
그가 컵에 다 떨어진 술을 다시 채우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밖으로 나갔던 부하가 안으로 뛰쳐들어왔다.
“각하! 큰일입니다!”
“무슨 일이냐, 조사는 어떻게 됐지?”
“그럴 때가 아닙니다! 방금 전에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우리 정통 마그라드를 가장한 집단이 굴디아 폴리스 평의회를 습격, 평의원 몇 명을 살해하고 의장에 불을 질렀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아무리 폭주했다 한들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일 놈들이 아군 진영에 있을 거라고는 믿기 힘든 사실이었다.
하지만 막시밀리앙의 호통 소리에도 부하는 신경 쓰지 않고 단숨에 상황을 설명했다.
“실행범은 10명 이상, 그 자리에서 전원 살해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끄으응…….”
굴디아는 공화제 폴리스, 평의회란 왕권과 다를 바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손을 댔다는 뜻은 더 이상 모르쇠로 일관할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이제는 이런 곳에서 회의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상세 내용에 관해 차례대로 보고해라, 나는 수장과 협의를 나누고 오도록 하지.”
그가 준비를 시작하자마자 집앞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려퍼졌다.
“막시밀리앙 공! 수장으로부터 긴급 호출입니다! 긴급 사항입니다!”
테이블을 박살내는 소리가 방 안을 뒤흔들었다.
◇◇◇◇◇◇◇◇◇◇◇◇◇◇◇◇◇◇◇◇◇◇◇◇◇◇◇◇◇◇◇◇◇◇◇◇◇
라펜
“계획이 잘 진행됐다는 보고가 들어왔던데요.”
“그렇군”
트리스탄은 그렇게 한 마디만 남기고서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대답하는 레오폴트도 일하는 데에 지장이 없다면야 딱히 뭐라하진 않는다.
“그렇다 해도 참 악랄한 수법이야. 당신은 무조건 지옥에 떨어질걸.”
책을 읽으면서 적당히 얘기하는 듯한 목소리.
“계획에 필요한 인원을 준비한 건 왕도의 정보관, 계획 초안은 네가 직접 만든 것 아니었나?”
“나는 강도나 폭행 사건으로 끝내자고 제안했단 말이야. 그걸 살인으로 바꾼 건 당신이잖아. 그러니까 나는 천국행 마차를 탈 수 있단 말씀이지.”
흥, 하고 레오폴트는 코웃음을 쳤다.
“지금까지 놈들이 했던 방식을 생각해 봤을 때 그런 식으로 어중간하게 했다간 반대로 의심을 살 거다.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다면야 시민 10명, 20명 정도 죽는 것쯤 별 거 아니지.”
어휴, 무서워라 하고 트리스탄은 몸서리를 쳤지만 진심으로 말하는 것 같진 않았다.
“이제 끝난 일이지만 말이야. 굴디아 회의당 습격이 마지막이었나?”
“그래. 한 번 크게 터뜨린 후에 질질 사건을 끄는 건 부자연스럽지. 이 책략은 이걸로 끝났다고 봐도 좋겠지.”
“잘 굴러가려나?”
“굴러간다. 굴디아는 크기도 크고 주변 일대를 주름잡는 폴리스니까. 이번 사건은 주변 모든 폴리스에 영향을 끼칠 거다.”
“굴디아는 정통 마그라드에 비판적이었으니까 말이지. 공격을 받더라도 이상할 건 없나…….”
레오폴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마냥 매일 하던 업무를 해치웠다.
“정통 마그라드와 거점을 빌려주고 있는 아트로아는 굴디아를 중심으로 주변 폴리스로부터 책임을 묻게 될 거다. 그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막시밀리앙이라는 놈을 내쫓는 게 최선의 결과라 할 수 있지.”
“등껍질을 잃은 달팽이를 도와줄 사람은 없다는 거구만. 그래도 애초에 아트로아는 왜 마그라드 잔당을 받아들인 걸까? 약간 돈을 갖고 있다 해도 고르도니아랑 적대하는 게 훨씬 더 수지타산이 안 맞는데.”
도시 국가와 고르도니아의 관계는 간접적인 무역을 제외하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자면 딱히 원망을 살 일도 없기에 일부러 이쪽의 적대 세력을 도와줘야 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아직 우리가 모르는 요소가 있을지도 몰라. 일단……. 차선책도 준비해 두는 게 좋지 않을까?”
레오폴트는 그 의견에 동의한 건지 고개를 끄덕였으나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았다.
트리스탄은 오랜만에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내가 하는 거구나. 언제쯤 나는 책만 읽으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될까?”
투덜거리면서 트리스탄은 왕도에 있는 레베카에게 보낼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저, 저녁까지 조금 자고 오겠습니다.”
나와 사랑의 특훈을 끝마친 세리아가 휘청거리며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오늘도 열심히 단련에 힘썼군. 세리아는 이미 상당히 체형이 돌아왔지만 야한 운동이 버릇 들어서 멈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생각했더니 다시 흥분감이 느껴져 옆에 대기 중이던 젊은 메이드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앙, 영주님……영광이에요.”
“시간 되십니까, 하드릿 경.”
행복한 순간을 아돌프가 방해했다.
메이드는 가볍게 혀를 차고서 자리를 비켜주었다.
“……왜 제가 이런 시선을 받아야 하는 겁니까?”
“하하하, 그래서 무슨 일이지?”
“지난번에 말씀하신 저택 신설과……수영장 견적이 나왔습니다.”
아돌프가 내 앞에 내민 서류 뭉치, 세세한 부분은 볼 생각이 없기 때문에 마지막 부분만 살펴보았다.
한 번 본 다음 눈을 문지르고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액수가 엄청나잖아.”
“맞습니다. 참고로 남부 쪽 개발비는 3만닢이니 참고로 해 주세요.”
종이에는 금화 6만닢이라 적혀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하잖아.”
“사모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만들면 이 정도 듭니다. ……뭐, 이건 최대 견적이고 실제로는 인력 문제도 있어서 조금씩 만들어가는 느낌이긴 합니다만.”
그러고 보니 논나가 맨날 아돌프를 불러서 이것저것 말하긴 했었지.
“하지만 새 저택도 필요하기는 해.”
“예, 원래 쓰던 라펜 저택은 아크랜드 변경 영주가 세웠던 거니까요.”
토지와 인력은 충분해서 그랬는지 크기 자체는 넓었으나 클레어에게 의견을 물어본 결과 지금 저택은 변경백이 쓰기엔 살짝 격이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한다.
“나는 커다란 침대랑 목욕탕만 있으면 충분한데 말이야.”
저택 방은 이미 대부분 여자들이 차지한 상황이라 객실도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많은 여자가 생활 중인 별관도 증축을 되풀이하다보니 살짝 보기에 민망하다.
“일단 저도 필요하다 생각이 들어 진지하게 비용을 계산해 본 겁니다. 그래서……정말로 건설하실 겁니까?”
“지난번 습격 사건도 있었잖아. 일단 중심 건물이라도 먼저 지어두자고. 지금 저택을 별채로 쓰면 크기는 충분히 넓을 거야. 문제는 수영장이지.”
“그럴 줄 알고 중심 건물 쪽은 이미 계획을 실행 중이죠. ……수영장도 지으시는 겁니까?”
내 사랑하는 논나가 다른 건 조만간 다 잊을 테지만 수영장만큼은 고집을 부리는 중이거든.
매일같이 “이 아이가 태어나면 제가 수영을 가르쳐 줄 거예요.” 라며 기쁘게 말하고 있단 말이야.
“돈은 들겠지만 이 저택에 비하면 오차 수준…….”
“금화 2만닢입니다.”
“뭐?”
왜 논나가 망상한 사치품 잔뜩 망상 저택이 6만이고 수영장이 2만인 건데.
“수영장 같은 건 적당히 땅을 파고서 돌로 막아버리면…….”
“땅에 만들 경우엔 그렇죠. 하지만 경치 좋은 곳에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논나는 그렇게 해달라고 했지.
아돌프는 쾅 하고 도면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화난 모양이다. 미안하다, 내 아내 때문에.
“가장 큰 문제는 물 확보입니다. 우물 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요.”
그렇겠지.
“여기가 도시에 물을 퍼올리는 기존 수로입니다. 하지만 이 물은 도시 밖에서도 사용 중인 물이죠. 사모님께서 화내실 겁니다.”
“그야 민중이 계속 썼던 물 안에서 헤엄치는 건 나도 싫거든.”
“게다가 높이도 있으니……이 호수, 여기서 물을 길어올 겁니다.”
아돌프는 어느 호수를 가리켰다.
나도 거기는 알고 있지만.
“힘들걸, 라펜이랑 이어져 있는 길목에 상당히 높은 언덕이 있거든. 수로를 만드는 건 불가능해.”
물은 조금이라도 경사가 있는 곳은 올라오지 못하고 주변 고도도 엉망진창이라 물을 끌고 오긴 힘들어 보인다.
“그래서 이걸 준비했습니다.”
아돌프가 꺼낸 건 거대한 석재 건물이 그려진 설계도였다.
“이건……다리인가?”
“네, 하지만 옮기는 건 사람이 아니라 물이죠. 이걸로 직접 라펜까지 깨끗한 물을 옮겨올 겁니다.”
또 무슨 무지막지한……너, 이게 논나의 수영장이란 걸 잊은 거 아니냐?
그렇게 미친듯이 물을 길어올 필요는 없다고.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일을 벌릴 거라면 다른 목적도 같이 해치우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라펜은 원래 소수 인원을 전제로 건설된 도시이다보니 여러 기반 시설이 빈약하거든요. 인구 2만이 넘는 도시가 수원 한 개랑 우물 물만 가지고 모든 걸 해결하는 건 위험합니다.”
“으음……요즘 물도 나빠지는 것 같긴 하던데.”
라펜은 작은 냇길과 이어진 수원 한 개를 사용 중이다.
그 물을 도시 안에서 몇 개로 나누어 활용하는 게 현 상황이다.
다시 말해 상류에서 사용한 물이 그대로 하류 쪽으로 넘어간다.
“아무리 그래도 분뇨를 그대로 넘겨버리는 사람은 없습니다만 상류에서 빨래나 식기를 씻은 물이 하류로 넘어가 그걸 마시는 사람도 있죠. 이건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그래서 수로를 하나 더 뚫자는 얘기군.”
“예, 인력도 비용도 상당히 많이 필요하지만 미래를 생각해 보면 지금이 바로…….”
뭐, 상관없나.
논나도 수영장만 생기면 문제없을 것이다.
“좋아, 새 저택 중심 건물이랑 그 다리처럼 생긴 거……수교라고 하는 건가? 마음대로 해.”
허가를 내리자 아돌프가 펄쩍 뛰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후세까지 남을만한 훌륭한 건축물을 만들도록 하죠.”
아돌프가 안심하는 이 표정은 오랜만에 보는군.
“그리고 좋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번에 보내주신 학생들을 농지 쪽으로 보내 조사 중인데 말이죠.”
보고서를 슥 내미는 아돌프.
“남부 지역에서 새롭게 개척한 농지가 밀 수확 시기에 아슬아슬하게 맞춘 모양입니다. 여름 기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수확량 이 대폭 상승할 것 같더군요.”
“그거 잘 됐네. 역시 돈은 쓰면 들어오는 법이구만.”
“그건 내정 쪽 사람이 할 말은 아니군요. ……사실은 너무 곡물이 많은 것도 좋지 않습니다만 또 음험한 분위기가 돌기 시작했으니까 말이죠. 식량을 현물로 갖고 있는 게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하고 아돌프가 나를 날카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레텔 아가씨의 보고서 말입니다만……마지막에 반드시 「멍」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데 짐작 가시는 부분은?”
모르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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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집안 소동 때는 지난 겨울 연방 지방 도시 알벤스
“…….”
“…….”
거실에는 말로도르 후작 자신과 다른 여타 귀족들이 안절부절하는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기묘한 긴장감이 나도는 와중, 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노신사가 조용히 후작 앞으로 걸어왔다.
“출산이 시작됐습니다.”
“올 게 온 건가.”
후작은 눈을 감고서 기도하듯이 고개를 숙였다.
백도에서 돌아온 정실 클라우디아의 출산, 원래 같으면 제발 무사히 태어나 달라고 비는 게 정상이리라.
“제발 태어나지 마라…….”
무심결에 일족 중 한 명이 내뱉은 진심, 하지만 후작은 그 말을 꾸짖지 않았다.
그도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으나 같은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클라우디아가 커다란 배를 끌고서 알벤스로 돌아온 이후, 일족은 대혼란 상태에 빠졌다.
총명한 말로도르 후작은 상속자가 급사했을 경우 3번째 인원까지 미리 단단히 정해두고 후계자 쟁탈전이 일어나지 않게끔 일족을 정리해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들이닥친 정실 클라우디아의 임신 소식.
결혼하고서 20년 가까이 임신하지 않았던 여자의 갑작스러운 임신 소식에 당연히 의심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행위 자체는 했기 때문에 근거가 아예 없는 건 또 아니었다.
미리 집안 사정을 다 정해놨다 한들 정실인 클라우디아가 아들을 갖게 되면 전부 다 뒤집힌다.
다 포기하고 있었던 그녀의 친가 쪽도 갑자기 되살아나 입김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일족 중에는 사고인 척 그녀를 죽이든지 아예 유산시키자며 강경론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었으나, 그걸 눈치 챈 그녀의 친가가 「가족을 돌보기 위해」라는 명목 아래 메이드와 하인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클라우디아의 친가 또한 상당한 수준의 권력가, 음모가 들통나면 백도 한가운데서 커다란 소동이 벌어질 게 분명하다.
이렇게 된 이상 초산치고는 굉장히 늦은, 37살이라는 클라우디아의 나이에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걱정 마십시오, 아기가 꼭 남자일 거라 단정 지을 순 없으니까요. 게다가 남자아이라 해도 뭔가 이유를 둘러대서 후계를…….”
일족 중 한 명이 후작에게 소근댄 그때였다.
“흐아아아아아아악!”
엄청난 고함소리가 울려퍼졌다.
육중한 문을 뚫고서 들리는 클라우디아의 고함 소리다.
“클라우디아……너는 대체 왜 그렇게 된 것이냐.”
젊었을 적엔 아름다웠는데, 하고 눈물을 흘리는 후작.
허겁지겁 복도를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태어나셨습니다!”
“남자인가!?” “건강한 건가!?”
일족 사람들이 명백히 그와 반대되는 기대심을 품고서 소리를 질렀다.
“건강한……남자 아이입니다!”
하인의 말과 동시에 활짝 열린 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호――――호호호호! 해냈어요! 해냈다구요, 사랑하는 분!”
“사모님, 아직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태어났어요! 제가 그 분의 아기를 낳은 거예요! 오호호호호호호호―――!”
“사모님, 아직 피가 나오고 계십니다! 침대 위에서 뛰시면 안 됩니다!”
“으캬캬캬캬캬캬캬!”
풀썩 어깨를 떨구는 일족들.
후작은 아버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클라우디아 곁으로 다가갔다.
“여보, 태어났어요.”
“그, 그래…….”
용모에선 클라우디아의 흔적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후작과는 닮지 않았다.
“상당히……그곳이 크군.”
“아버지를 닮은 거예요.”
“음, 나도 조금 자신은 있다만 이 아이는 한결 더 크군.”
출산 때문에 지친 건지 무표정한 클라우디아 앞에서 아기를 만졌다.
응애 응애 하고 힘차게 울면서 아기는 후작의 손가락을 붙잡았다.
“으, 으음…….”
사실 그도 원래 박정한 사람은 아니다.
아이도 좋아하고 여자한테도 상냥하다.
클라우디아도 예전에 진심으로 사랑했었다.
무자비한 행실은 전부 다 집안 사정을 고려해서 벌인 짓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은 뒤룩뒤룩 살쪄버렸지만 예전의 모습이 남아있는 아기가 귀엽지 않을 리가 없다.
“귀엽구나.”
“말로도르 가문의 후계인 걸요.”
그런 짓을 벌였다간 필연적으로 집안 소동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품 속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아기, 후작의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
주인공: 에이길 하드릿 23살 봄
지위: 고르도니아 왕국 변경백, 동부 대영주 산의 왕 드워프의 친구
영주민 158000 중심 도시 라펜 23000 린트브룸 4000
사군: 7000명
보병: 4000 기병: 1000 궁병: 1000 궁기병: 1000
대포: 15문
예비역: 3000명
재산: 12300닢 새 저택, 중심 건물만(30000) 수교(20000)
경험 인수: 198명 자식: 4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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