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탈주』
“에이길! 주인님께서 부르신다! 어서 나와!”
시합을 끝마치고 몸에 묻은 피를 물로 씻어내고 있던 나한테 감시역이 명령했다.
원래는 시합이 끝나고 피를 닦아내자마자 손과 발에 족쇄가 차이는 법인데, 그 시간도 없는 모양이다.
‘이곳’에서 돼지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시행해야만 한다.
좀 더 시합을 길게 끌라고 명령할 셈인 걸까?
내 시합은 짧다. 대부분의 경우엔 일격, 기껏해야 두 세 번 검을 휘두르면 그걸로 끝나버린다.
이걸로 벌어먹는 입장에선 좀 더 관객을 호응시킬 수 있는 뜨거운 시합을 바랄 것이다.
그런 불평을 내게 늘어놓는 경우는 흔했다.
“에이길을 데려왔습니다!”
“들어와라.”
돼지의 방과 연결되어 있는 기다란 계단을 타고 올라가자, 기분 나쁜 장식이 달린 문앞에서 감시역이 소리쳤다.
대답이 상당히 빠른 걸로 봐서, 돼지 주인도 급하단 게 느껴졌다.
문 반대편에 있던 건 두 사람.
낯익은 돼지 주인과 호화로운 의상을 입고 있는 30대 중반의 여성이다.
강한 향수 냄새와 화려한 스커트는 도저히 ‘이곳’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에이길! 이쪽은 메디레 남작 부인이시다! 인사해라!”
감시역은 문 옆으로 물러났다.
감시역조차 허락이 없으면 대화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신분이 높은 여성인 것이리라.
혹시 오늘 시합에 돼지가 동석했던 이유는 대부분이 여성 때문인 건가?
“에이길입니다.”
“우후후, 방금 전 시합을 봤단다. 아직 어린아이인데 상당히 강하구나.”
부인은 언뜻 보기엔 기품이 넘쳐 보이는, 하지만 사실은 색기 넘치는 표정으로 내 가슴팍과 복부 부분에 손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현재 나는 평소 복장, 그러니까 허리 부근을 가린 천 외엔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후훗, 어린아이인데 정말 근육이 굉장한걸.”
“영광입니다, 부인.”
이런 사람 상대로는 계속 이런 식으로 말하면 된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나는 그 사실을 배웠다.
“부히히, 실례되는 말입니다만 메디레 님, 이 녀석을 가지고 노시기 전에 일단 가격 책정부터…….”
돼지가 아주 서투르게, 천박한 미소를 지으며 부인을 불렀다.
부인은 살짝 얼굴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금화 2닢, 내도록 하죠.”
“부힛! 그걸로는 조금 부족하군요, 에이길은 우리 시합장에서 가장 인기 많은 녀석, 시합이 끝난 후엔 원래 쉬어야 합니다만 특별히 부인을 위해 불러들인 것이니까 말입죠.”
시합이 끝난 다음에 원래는 쉬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데.
마음속에서 비웃음을 흘렸다. 쉽게 말해 이 여자는 나를 안고 싶다는 소리다.
그것도 살육전이 끝난 직후, 피가 묻은 남자한테 안기고 싶다는 변태 같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온 것이리라.
“금화 두 닢이면 도시에 있는 고급 남창을 갈 수 있는 금액이에요! 그걸 이런 더러운…….”
“부히힛, 메디레 님께서 말씀하신 대로입니다만, 도시의 남창 중에 이 녀석만큼 거친 남자는 없을 겝니다.”
금화 은화라는 말은 자주 듣는 단어긴 한데, 대체 어느 정도의 가치인 걸까?
나는 ‘이곳’밖에 모르기 때문에 당연히 금화가 어느 정도의 가치인지도 모른다.
금화 두 닢이 고작 빵 하나 살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라면 기분이 상하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아직도 교섭이 끝나지 않은 건지, 돼지가 에이길한테 명령했다.
“에이길, 옷을 다 벗어라! 그리고 너는 밑으로 가서 이 녀석이 사용했던 검을 가지고 와! 피가 잔뜩 묻은 그걸로 말이야!”
아무래도 이 여자는 사나운 남자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나는 불평 한 마디 없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천을 벗었다. 애초에 전라를 보여주고 부끄러워한다는 인식조차 없다.
천을 벗고 알몸이 되자, 부인의 눈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부히힛, 어떠십니까 메디레 님. 이 녀석은 아직 다 크진 않았습니다만 상당한 크기 아니렵니까?”
“이런 소년한테, 이 정도로 흉악한 물건이…….”
“부힛―! 단지, 시합이 끝난 직후이다 보니, 조금 거칠어지거나 강제로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만 부디 무례를 용서해 주시길, 부힛!”
“거칠게, 강제로, 말이군요…….”
부인은 내게 다가와 물건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이 여자는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피가 뭉쳐있는 곳에 자극이 들어오자 불타오르는 본능 탓에 물건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손 안에서 단단해진 그것을, 메디레라는 이름의 여자가 열기 띈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것이 자신의 안을 휘젓고다니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금화 10닢은 너무 비싸단 말이죠…….”
아무래도 주인은 금화 10닢까지 가격을 올렸던 모양이다.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내 물건을 매만지는 손은 멈추지 않는다.
슬슬 멈추지 않으면 정액이 나올 텐데.
그때, 문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감시역 한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방금 전 시합에서 내가 사용한, 두 남자의 피와 내장이 듬뿍 묻은 대검을 짊어지고서.
“명령하신 대로 가지고 왔습니다.”
“부힛, 좋아 에이길. 그 검을 들어라! 부인한테 네 몸을 보여주듯이 말이다!”
방금 전 부인의 모습을 보고 좀만 더 밀어붙이면 되겠다고 생각한 건지, 변태적인 욕정을 자극시키기 위해 내게 명령하는 돼지.
하지만 감시역은 내게 검을 건네주는 걸 망설였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손과 발, 어느 곳에도 족쇄를 차고 있지 않으니까 말이지.
이건 꽤 재밌어질지도 모르겠어.
“부힛! 뭘 하고 있느냐! 굼벵이! 쓰레기! 메디레 님을 기다리게 만들 셈이냐!”
주인이 노성을 내지른다.
위험하지만 감시역은 두 사람 모두 가죽 갑옷을 입고 있고, 창도 손에 쥐고 있다.
말 그대로 알몸 상태인 에이길이 반항할 수도 없을 테고, 더 이상 주인의 화를 샀다간 봉급에 영향이 생긴다.
그들의 비밀스러운 즐거움, 소녀를 미리 맛보는 행위에도 문제가 생기리라.
“예, 죄송합니다. 에이길, 들어라!!”
감시역 중 한 명이 에이길한테 검을 건네주고 뒤로 물러나려 했던 그 찰나의 순간.
피분수가 터져나온다.
그는 당혹스러운 표정 그대로, 바닥에 목을 떨어트렸다.
피슉
소리를 글로 표현하자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사람의 목숨이 사라지는 소리 치고는 생각보다 가벼운 소리였다.
“어?” “부힛?” “으극.”
세 사람이 동시에 중얼거린 건 아마 무의식 속에서 일어난 일이리라.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제대로 알고 있는 건 오직 나 하나뿐이다.
세 사람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하기 전에 상황이 움직인다.
대검을 위로 베어올려 한 사람의 머리를 잘라내버린 나는, 되돌리는 기세로 또 한 사람의 감시역을 어깻죽지부터 비스듬하게 양단했다.
가죽 갑옷 따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부홋! 너, 너! 부히힛!”
“꺄……꺄아아윽!!”
드디어 상황 파악을 끝마친 돼지 주인이 웅얼거리면서 무언가를 말한다.
부인이 비명을 내지르려고 했지만, 내 검이 부인의 가슴에 파고들어 비명 소리를 멈추게 만들었다.
부인의 몸은 그 기세 그대로 푹 하고 깊게 검 쪽으로 쓰러졌고, 내가 검을 뽑아내자 이번엔 피거품을 물면서 앞으로 쓰러졌다.
이제 위협은 전부 사라졌다.
당연한 얘기다. 저항하지 않는 꼬맹이를 희롱하는 것 말고 재주가 없는 감시역과 매일같이 사선을 넘나들던 나. 두 사람이 동등한 조건으로 무기를 들면 내가 질 리 없다.
“너……부힛! ……어째서! ……대체 왜……부횻! ……말도 안……!!”
나는 천천히 검을 다시 쥐어들고 돼지 주인 쪽으로 다가갔다.
“왜냐! 왜 이런 짓을 하는 것이냐! 나를 원망하고 있었던 게냐!”
돼지 입에서 튀어나오는 거품을 피하면서 에이길은 이야기했다.
“아니, 당신을 원망한 적은 없어.”
“그럼! 어째서냐! 대체 왜!!”
“한 번 해보고 싶었거든.”
한 순간, 정적이 생겼다.
“뭐……라고……?”
“손이랑 발 둘 다 안 묶여있으면, 나는 여기 있는 놈들을 전부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돼지 주인은 말문이 턱 막힌 듯했다.
“지금, 검을 손에 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 지금이라면 이 녀석들을 죽이고 밖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말도 안 되는 소릴! 어차피 밖에는 무장한 부하가 몇 명이나 있단 말이다! 들키면 바로 죽을 게 뻔한 소릴!”
돼지의 절규를 들을 때마다 내 마음은 점차 냉정하게 가라앉았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몰라.”
웃음이 흘러나온다.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쁜 건지, 아니면 지금부터 일어날 살육전이 기대되는 건지, 나도 알 수 없었다.
“평소엔 싸워서 이겨도 똑같은 일상이 반복될 뿐이었지만.”
돼지 주인과 눈이 맞았다.
“히익!!”
“이번 전투에서 이기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 같은데.”
돼지 주인은 비명을 내질렀다.
분명 나는 엄청나게 사나운 미소를 짓고 있었겠지.
그저 기대됐다.
잘만 하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밖에는 뭔가 더 재밌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지면 죽게 될 테지만, 그런 건 평소랑 똑같은 이야기.
나는 돼지 주인한테서 등을 돌리고 머리가 떨어진 감시역의 갑옷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나는 아래쪽에 천을 두르고 그 갑옷으로 갈아입었다.
웬만하면 조금이라도 더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올려두고 싶으니까.
키가 다른 탓에 제대로 맞진 않았지만, 소매를 찢어서 억지로 사이즈를 맞췄다.
처음 입어보는 가죽 갑옷의 구조 때문에 한동안 고생하면서도 어찌저찌 입어나갔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무엇보다 문은 놈의 반대편에 있었고, 큰 소리를 내질러서 사람을 부르면 나는 순식간에 죽을 게 뻔하다.
무방비하게 등을 내비치곤 있지만, 살이 찐 내가 저 녀석을 상대로 기습해 봤자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나는 여기에 있는 소녀를 범할 때조차 묶어두질 않으면 불안해지는 사람이다.
게다가 희망적인 관측도 남아있다.
이 녀석은 가장 깊은 원한을 느끼고 있을 나를 죽이지 않았다.
아예 관계가 없던 메디레 부인조차 죽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좋아, 다 입었다! 좀 귀찮구만, 사이즈도 다르고.”
놈은 어렸을 적부터 여기 있었으니 상식 같은 건 전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 부분을 잘 이용해 보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몰라.
놈은 갑옷을 다 입고서 대검을 오른손에, 감시역이 쓰고 있던 창을 왼손에 쥐고서 준비를 끝마쳤다는 듯이 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뭐냐, 바깥 세상을 보고 싶다는 네 심정도 이해가 간다. 나한테 원망스러운 부분도 있을 텐데, 너는 날 죽이지 않았지. 어느 정도는 주인으로써 인정해 줬다는 얘기일 테니, 나도 네 마음에 부응해 주는 게 좋겠구나.”
귀족 상대로 단련된 비굴한 영업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나는 말했다.
“이대로 그냥 나가만 준다면, 나는 한동안 여기서 얌전히 있어주마. 그러면 너도 도망치기 쉬워질 게야.”
하지만 그런 기대는 순식간에 배신당했다.
“원한? 뭔 착각을 하고 있는 거야?”
무언가 근본적이고 치명적인 착각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당신한테 원한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는데? 내 주인으로 인정한 적도 없고.”
“부힛! 그럼 대체 왜 나 하나만을 살려둔 건지…….”
소년은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눈을 본 순간, 나는 죽음을 확신했다.
“그야 당신이 제일 약하잖아. 그러니까 제일 나중으로 미뤄도 되겠다 싶었을 뿐이야.”
그저 그것뿐.
가장 약한 상대이기 때문에 끝까지 처리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뿐이다.
푸슉
이 소리와 함께, 풍경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바닥에 쓰러지기 전에 의식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두 손에 무기를 쥔 채 문을 박차고 계단을 내려갔다.
문을 열고 나서 가장 먼저 시야 속으로 들어온 남자한테 대검을 휘두르고, 절규하면서 쓰러지는 남자를 발로 차서 계단 밑으로 넘어트린다.
그대로 계단을 달려 내려가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위를 올려다보는 남자의 미간에 창을 꽂아넣는다.
경련하면서 쓰러지는 남자한테서 억지로 창을 뽑아낸 후, 기다란 복도를 그저 쭉 내달린다.
출구는 알고 있다. 새로운 아이가 이곳으로 올 때마다
항상 입구가 열리고, 거기서 빛이 새어나오기 때문이다.
“어이! 너 대체……이 자식! 무슨 짓을!”
가죽 갑옷을 보고 한순간 경비병과 착각했던 걸로 보이던 남자가 허둥지둥 나한테 창을 겨눴지만, 나는 그 사내의 배를 향해 창을 꽂아넣고서 그대로 벽쪽으로 밀어버렸다.
그 남자의 검을 빼앗은 채 또다시 내달린다.
“너!! 부탁이다, 살려줘! 여기서 나가게 해달라고!”
달려나가는 복도 쪽에 인접해 있던 감옥 쪽 녀석들이 다같이 소리를 질렀다.
나처럼 철도 들기 전부터 이곳에 살던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바깥 세상을 아는 자들. 그런 자들은 필사적으로 여기서 풀어달라며 애원했다.
나는 그들을 도와주기 위해 힘을 쓸 생각 따윈 없었다.
살아남고 싶다면, 무언가를 원한다면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법.
하지만 내가 도망치는 데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검을 휘둘러 격자를 자물쇠와 함께 통째로 박살냈다.
통로 양쪽에 있던 격자가 마치 종이처럼 부서지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아이들이 뛰쳐나오더니, 입구 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내가 지나가는 길에 없던 방에서는 원망과 애원하는 절규 소리가 울려퍼진다.
내 알 바 아니다.
어느새 숨어있던 감시역들까지 전부 바깥으로 몰려나와 반항하는 놈들을 밀어넣으려 하는 중이다.
창 손잡이로 얻어맞고 그 자리에 쓰러지는 자, 혹은 저항한 끝에 꼬챙이처럼 무기에 꿰여 절규하고 있는 아이.
지하 속 감옥은 지금까지와는 또다른 의미로 지옥이 되어있었다.
그 지옥에서 한층 더 처절함을 강조하는 것이 내가 휘두르는 검이었다.
“이야아압!”
고함 소리와 함께 사람이 흩어진다. 말 그대로, 살점이 되어 흩어진다.
검은 사람을 해체하는 정육칼, 창은 꼬챙이처럼 꿰멘 사람을 그대로 휘두르는 인간 망치.
내가 만들어 낸 죽음의 폭풍이 열 명의 감시역을 분쇄했을 때 즈음, 빛이 새어나오는 두터운 나무문에 도착했다.
빗장이 걸려있는 나무 문도 몇 초만에 박살내자, 나를 선두로 아이들은 빛 아래로 뛰쳐나왔다.
“이게, 바깥인가…….”
잠시 동안 움직임을 멈췄다.
지하에서도 창문을 통해 햇빛을 느끼는 건 가능했다.
하지만 부드러운 바람과 한쪽 면에 내리쬐는 태양, 그리고 전력으로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공간, 모두 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것들이었다.
아이들도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는 중이다. 옆에 있는 녀석이 어떻게 도망칠 건지, 신경 쓸 여유는 없는 것이리라.
뒤쪽에서 누군가 쫓아오는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이미 다 죽여버린 걸지도 모른다.
“저거 뭐야!?” “사, 살인자!!”
출구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피투성이가 된 집단이 뛰쳐나오는 걸 보고 소동을 피운다.
이 시설은 생각보다 인기 있는 곳에 지어진 모양이다.
그래서 투기장 같은 게 그렇게 인기 있었던 거였나?
“경비병! 경비병을 불러!”
그걸 들은 아이들이 곧바로 달려나가고, 나도 뭐가 뭔지 몰랐지만 일단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달려서 도망쳤다.
“무사히 도박에 이겨서 탈출을 하긴 했는데, 대체 뭘 하면 좋으려나?”
나는 탈출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바깥 세상에서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는 건 아니었다.
단순히 곧바로 떠오른 발상과 함께 바깥 세상으로 뛰쳐나온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조만간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되겠지.
길을 따라서 걸어가다 보면 뭔가 재밌는 일이라도 생기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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