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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에 이르는 길

왕국에 이르는 길 제231화『드래곤 헌터① 시작의 포효』

231화『드래곤 헌터① 시작의 포효』

 

아침해가 얼굴에 내리쬐는 걸 느끼고 눈을 떴다.

이런, 벌써 해가 떠버렸잖아.

 

앙…….” “아으…….”

 

침대 위에서 상반신을 일으키니 팔과 가슴에 올라타 있던 레티시아 샤론 자매가 신음소리를 터트렸다.

 

이곳은 레티시아가 살고 있는 집 겸 가게로 내가 그녀에게 준 집이다.

어젯밤엔 맛있는 음식을 잔뜩 받게 된 답례로 손가락 정도로는 세기 힘들 정도의 절정을 맛보게 해주었다.

레티시아와 샤론을 한꺼번에 안아 두 사람이 기절한 뒤에도 더 박았는데…….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늦겠군.”

 

두 사람은 아직 잠이 덜 깬 두 사람에 키스를 해주고서 자리에 일어나 재빠르게 옷을 입었다.

 

레티시아가 먼저 일어나 어젯밤 혹사당한 허리를 부들부들거리면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주었다.

 

바쁜 와중에도 온정을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언제든지 안으러 와 주세요.”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끌어안고 남자 취향의 두꺼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 샤론도 일어나서 배웅해야지. 누워만 있으면 실례되잖니!”

, 응……그럴 생각이긴 한데 엉덩이를 너무 따먹혀서……사저……아니, 분수가 멈추질 않아.”

 

어젯밤엔 샤론도 격렬하게 사랑해 줬으니까 말이지.

 

그대로 있어도 돼. 귀여운 녀석.”

 

샤론한테 다가간 뒤 입술을 훔쳤다.

갑자기 이불이 치솟았지만 신경 쓸 건 없다.

 

성교의 여운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얼굴을 붉힌 두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떠났다.

남자가 된 몸으로 이보다 더 자랑스러운 일은 없다.

 

누나. , 역시 잘라낼래……이제 하드릿 님의 여자가 되는 것 말고 아무 생각도 못하겠어.”

다음에 오셨을 때 한 번 여쭤보자. 분명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실 거야.”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못 들은 걸로 해야지.

 

◇◇◇◇◇◇◇◇◇◇◇◇◇◇◇◇◇◇◇◇◇◇◇◇◇◇◇◇◇◇◇◇◇◇◇◇◇

사흘 후 린트브룸

 

드워프들이 있는 곳으로 갈 뿐이야. 안 따라와도 됐는데.”

 

린트브룸에 도착한 나는 세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이번엔 시찰이니 뭐니 하는 복잡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바르바노한테 무기를 버려버렸다는 얘기와 함께 사과를 하러 가고 다른 무기를 만들어 줄 수 없겠냐고 물어보러 가는 게 전부다.

 

따라서 동행인도 최소한, 호위대도 기드와 크롤과 크리스토프만 데려갈 생각이었다.

참고로 세리아는 항상 옆에 있기 때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어머, 우연히 저희도 도시가 순조롭게 잘 돌아가고 있는지 시찰을 하러 갈 예정이었거든요. 기왕 가실 거라면 같이 가는 게 좋겠다 싶어서……안 됐나요?”

 

지금 동행한 건 클레어와 롤리, 그리고 그 아래 있는 부하들이었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내가 여행 채비를 하는 걸 보자마자 허둥지둥 따라온 느낌이었는데.”

기분 탓이랍니다.”

부하들이 전부 여자……심지어 에이길 님 취향의 몸매군요.”

기분 탓이랍니다.”

 

나와 세리아의 말에 클레어, 롤리가 각자 답했다.

주변에 여자가 늘어나는 건 기쁜 일이지만 뻔히 다 보이는 뒷꿍꿍이가 있는 모양이다.

 

에이길 님, 여자한테 낚여서 이상한 약속을 하셨다간 안 됩니다!”

 

세리아가 클레어를 한 번 노려보면서 말했다.

반면 간이 큰 여상인은 자신을 노려보는 세리아를 향해 싱글싱글 미소 지을 뿐이었다.

 

……세상살이를 하다보면 사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있지. 최선은 다할 테지만 과연 대항할 수 있을지 어떨지…….”

미인계는 그렇게까지 큰일이 아닙니다!”

 

세리아는 레아를 내 무릎 위에 올려태웠다.

 

와앗, 세리아 짱, 깜짝 놀랐잖아~.”

 

클레어가 동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세리아는 저택에서 가장 사이가 좋은 레아를 데리고 온 것이다.

 

저 혼자서는 에이길 님을 막아낼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분명 에이길 님은 저 상인이 있는 곳에 가서 여자를 마구마구 안으실 테니까요.”

힘낼게.”

 

레아는 세리아가 억지로 끌려온 모양새이긴 하지만 불만은 없는 듯했다.

기쁘다는 듯이 내 팔에 달라붙고는 가슴팍을 문지르는 중이다.

 

멀리 나갈 때는 같이 나갈 기회가 별로 없으니까 이번엔 기뻐.”

 

애교를 부리는 레아를 쓰다듬으면서 전신을 관찰했다.

 

세리아보다 키가 약간 더 작다.

몸집은 전체적으로 둥근 느낌이고 단련도 하지 않고 있다보니 근육은 거의 없다.

 

앙…….”

 

주물러보니 가슴은 세리아보다 상당히 크군.

잘 먹어서 그런지 점점 엉덩이랑 가슴이 자라는 중이다.

 

좀 더 가슴 만져 줘. 주인님이 만지면 행복한 기분이 들거든~.”

 

몸에서만 느껴지는 게 아니고 레아는 분위기도 부드럽다.

그러면서 밤기술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고 구멍 안쪽은 마치 다른 생물처럼 꿈틀대는 명기이기 때문에 끝내준다.

 

좀 더 많이 데려가 줬으면 좋겠어. 출정 때는 맨날 두고 가니까.”

 

레아는 세라아랑 다르게 궂은 일에 익숙한 것도 아니고 민첩한 편도 아니다 보니 위험한 곳으로 데려가고 싶진 않거든.

린트브룸은 자주 짐을 옮기기도 하다보니 길거리에 여관이 있거나 길도 잘 정비되어 있는 편이라 이제 괜찮겠다 싶어서 데리고 왔다.

 

안전한 곳이라면 그렇게 할게. , 일단 바르바노를 만나러 가야지.”

새로운 무기를 다시 잘 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세리아가 또다시 조금 침울해하는 게 눈에 보였다.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잖아.”

 

세리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문득 옆에 있는 레아의 머리도 쓰다듬어 주었다.

 

레아는 얼마 전 세리아 키랑 비슷한 느낌인걸. 쓰다듬기에 딱 좋아.”

 

그렇게 말한 뒤에 실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리아가 풀썩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아무래도 내가 세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건 그녀 안에서 중요한 일이었던 모양이다.

 

미안미안, 너도 안 까먹고 쓰다듬어 줄게.”

하으으……머리로 해 주세요.”

 

세리아의 얼굴을 주무르면서 드워프들이 사는 곳으로 향했다.

 

 

◇◇◇◇◇◇◇◇◇◇◇◇◇◇◇◇◇◇◇◇◇◇◇◇◇◇◇◇◇◇◇◇◇◇◇◇◇

드워프의 거처  산 안 갱도

 

그 창을 잃은 건가.”

 

바르바노와 내가 일대일로 마주 보았다.

세리아가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난 여자가 변명하게 놔두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옆 방에 두고 왔다.

 

바르바노의 체형은 여전히 압축된 느낌, 키는 160cm 정도에 근육이 부풀어오르고 다리는 굉장히 짧다.

얼굴엔 수염이 잔뜩 나 있고 팔과 다리에도 털이 무성하다.

 

그래, 일부러 날 위해 만들어 준 물건이긴 하지만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해서 말이지.”

 

여자랑 목숨을 위해서다. 미안하다고 생각하긴 해도 부끄러워할 건 아무것도 없다.

 

바르바노는 눈을 감고서 술을 크게 들이켰다.

 

상관없다. 그건 잘 만든 무기였지만 벗을 잃는 것과 비교할 정도는 안 되지. 잘 살아 돌아왔다.”

 

수염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날 단단히 끌어안았다.

남자에게 안겨서 기뻐하는 취미는 없지만 지금 정도는 괜찮겠지.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있어서 말이지. 아직 죽을 수는 없거든.”

 

루시를 만나서 한 번 더 그녀를 한고 싶다.

나는 숲을 떠나고서 수많은 여자를 안고 경험도 풍부해졌다.

성기도 몸도 훨씬 더 커다래졌다.

지금이라면 그녀를 정면에서 쓰러트리고 내 육봉에 신음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계라고 호소하는 루시를 더욱 몰아세우고 목덜미를 깨문 뒤 가슴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움켜쥔다.

그럼에도 그녀는 풍만한 허벅지를 내 허리에 두르고 육봉을 조이기 시작한다…….

 

어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망상이 너무 과했던 나머지 성기가 커지고 말았다.

딱 달라붙어 있던 바르바노가 휙 뒤로 물러섰다.

오해라고.

 

그래서 너는 사과를 하러 일부러 찾아온 건가?”

 

바르바노가 자리에 앉았다.

방금 전보다 아주 약간 나와의 거리가 멀다.

 

그것도 있지……하지만 부탁할 것도 있어서 말이야.”

대신 쓸 창 말이군.”

 

역시 바로 눈치 채는군.

좀 더 가까이 와도 되는데. 왜 뒤로 물러나는 거지?

 

그래, 이번엔 내가 직접 부탁하는 거니까 답례도 반드시 하겠어.”

 

드워프들은 돈에 관심이 없는 족속들이지만 술과 고기를 주면 보수가 될 것이다.

애초에 이들은 우리가 마시는 술을 맛있는 물이라며 마시고 있는 모양이다.

 

으음…….”

 

하지만 바르바노는 턱수염을 문지르면서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다.

 

답례는 만족할만큼 줄 생각이야.”

 

바르바노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너랑 나는 벗이다. 답례의 양으로 그런 걸 잴 사이는 아니지. 단지 재료가 없는 게 문제군.”

 

그 창의 재료는 상당히 귀중한 거라고 말하긴 했었지.

 

최고로 좋은 물건이 아니어도 좋아. 싸우다 부러지지만 않으면 충분해.”

대포니 뭐니 하는 것 때문에 좋은 재료는 대부분 다 떨어진 상황이다. 수중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도 너희의 대장장이보다는 더 좋은 걸 만들 수야 있긴 할 테지만 그 정도의 물건을 벗한테 줄 수야 없지.”

 

정말로 적당히 줘도 되는데.

어디다 장식해 둘 물건은 아니니까 말이야.

 

만약 싸우다 창이 부러져 벗이 죽으면 나는 평생을 후회할 거다. 어중간한 물건은 절대로 못 줘!”

 

바르바노는 겉모습 그대로 고집이 세다.

괜히 끈질기게 굴어봤자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 같진 않군.

 

재료 조달 방법은 있는 건가?”

요즘 네 동료들이 이상할 정도로 땅을 파는 데에 집착하는 중이라 그런지 젊은 녀석들이 새 갱도를 파는 중이다. 조만간 재료도 모이긴 하겠지.”

 

으음……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군.

 

 

그 전까지 린트브룸의 대장간에 부탁이라도 할까 고민하던 찰나, 복부를 뒤흔드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동시에 발밑이 흔들리더니 천장에서 흙먼지가 떨어졌다.

 

, 또 땅이 흔들리는 겁니까!?”

 

세리아가 허둥지둥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니, 이건 반드레아에서 체험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깝고 시간도 짧다.

 

낙반인가!? 휘말린 사람은 없는 거냐!”

 

바르바노는 곧바로 흔들림의 진상을 깨닫고 술을 내던진 뒤 방을 뛰쳐나갔다.

 

봄바랑 드곤이 파던 땅에서 들린 거야!”

놈들을 찾아내, 파묻혔을지도 모르니까. 삽이랑 곡괭이를 챙겨가고!”

 

주변 드워프들도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얘기는 나중에 해야겠군. 나도 가봐야겠다.”

나도 따라가지.”

 

우선 방 안에 장식용으로 놔둔 망치를 들고 갔다.

커다란 돌이 길을 막았을 경우 박살낼 용도로도 쓸 수 있으리라.

 

저희도 가겠습니다.”

 

세리아랑 기드, 크리스토프도 같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빠르게 갱도를 달려나가면서 바르바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낙반은 종종 있는 일인 건가?”

 

철광산에선 생각보다 자주 발생해서 피해도 나오는 중이라고 소식을 듣긴 했었는데.

 

그럴 리가. 우리는 산에서 살아가는 드워프다. 그런 실수는 어지간해선 저지르지 않지. ……그래서 더더욱 걱정되는 중이다. 뚫렸을 가능성도 있으니 말이야.”

나락인가…….”

 

지하 심부에는 마물이 엄청나게 많이 모여있는 [나락]이라 불리는 장소가 있으며 갱도를 파다 보면 가끔씩 나락으로 이어지는 균열이 열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구멍을 막기 전까진 지하의 마물이 끊임없이 솟아나온다.

 

지난번에 만난 커다란 거미는 사양이군. 창도 없고 말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갱도 안쪽에 도착하자 아니나 다를까 천장이 무너져 있었다.

박살이 난 돌과 흙 밑에 깔린 두 명의 드워프가 버둥대는 중이다.

 

바닥에 깔렸군! 바닥을 파내라!”

 

동료들이 필사적으로 땅을 파내는 와중에 나와 바르바노는 안쪽 벽을 확인했다.

 

균열이 있군.”

 

그곳에는 내가 쉽사리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균열이 있었다.

안을 들여다봐도 새까매서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설마 아닐 거라 믿고 싶지만 나락과 연결된 건 아니겠지?

 

비켜 봐라, 확인해 보지.”

 

바르바노는 불을 붙인 항아리처럼 생긴 것……횃불처럼 쓰던 그것을 균열 안으로 던졌다.

몇 초 후, 항아리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새까만 공간에 화염이 번졌다.

그걸 보고 드워프는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나락은 아닌 모양이군. 만약 그럴 경우엔 바닥이 없을 거다.”

 

하지만 바르바노는 곧장 표정을 다시 딱딱하게 굳혔다.

 

상당히 커다란 동굴이군. 나락과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 조사해야겠다.”

 

확실히 항아리를 던진 뒤에 몇 초 지나서야 떨어진 걸 생각해 보면 깊고 넓은 구멍인 게 틀림없다.

나도 적이 나왔을 때를 대비해서 망치를 확인했다.

 

검도 있습니다!”

 

세리아가 듀얼 크레이터를 갖고 와준 모양이다.

착한 녀석, 나중에 질질 쌀 때까지 성기를 핥아 줘야지.

 

바르바노는 동료 드워프한테서 튼튼해보이는 금속으로 제작된 밧줄을 받고는 끝부분을 땅바닥에 꽂아두고서 눈앞에 있는 균열을 향해 던졌다.

이걸 타고 내려가려는 모양이다.

 

내가 먼저 가마. 너도 뒤따라 와다오.”

여기까지 온 이상 따라가야지.”

 

바르바노가 선두, 그 뒤에 나, 그리고 세리아. 함께 금속 밧줄을 타고서 내려갔다.

살짝 움직임을 멈추니 세리아의 엉덩이가 얼굴에 맞닿아 부드럽다.

 

장난치지 마십시오!”

 

혼나고 말았다.

배를 비우고 다시 가야겠군.

 

멍청한 것! 머리 위에서 방귀를 뀌면 어쩌나!”

 

미안, 마음을 다잡았더니 나왔거든.

 

 

 

바닥에 도착한 우리는 우선 불타는 광석에 불을 붙이고서 주변으로 던졌다.

나락과 연결된 구멍이 없는지 확인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쪽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여기도 멀쩡합니다. 구멍이나 균열은 없습니다.”

어둠 속에서 진리를 보게 될지니…….”

우와아아아앗!! ……아니, 그냥 버섯이었어.”

 

다른 사람들 쪽은 괜찮은 모양이다.

바르바노도 바닥을 구르듯이 달리면서 벽을 확인 중이지만 문제없는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커다란 공간이군……높이는 50m가 한참 넘고 반경은 100m 넘게 있는 것 같다.

대개 이런 동굴은 이질적인 형태를 갖고 있는 게 보통인데 이곳은 깔끔한 원형……거대한 건축물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발밑도 고르게 평평하군.”

 

바위가 튀어나오거나 패인 부분도 없다.

마치 누군가가 잘 다듬은 듯한…….

 

뭐야 이거.”

 

깔끔한 원형이었던 벽이 갑자기 일그러져 있었다.

불을 비춰보니 크게 앞으로 툭 튀어나와 있다.

조각상 같은 건가?

 

여기만 색깔이 다르잖아.”

 

손에 쥐고 있던 망치로 두드려 보았으나 텅, 하는 금속음과 함께 손이 저렸다.

이상하게 단단하다.

 

통증에 얼굴을 찌푸리고서 고개를 드니 두 개의 빛나는 구슬이 보였다.

 

?”

 

횃불을 비춰보니 이상할 건 없었다.

살짝 커다랄 뿐이다.

 

눈이잖아.”

 

나는 한숨을 내쉬고서 등을 돌렸고 빠른 걸음으로 밧줄을 향해 걸어갔다.

 

에이길 님, 무언가 이상한 점은……으읍!”

 

도중에 내게 달려오던 세리아의 입을 틀어막고 짊어지듯이 데리고 갔다.

바르바노와 다른 일행한테도 말없이 손짓으로 신호를 보낸 뒤 최대한 전력 질주에 가까운 속도로 도망쳤다.

 

아니……대체 뭐가…….”

 

크리스토프가 뒤쪽을 돌아보고 굳어버렸다.

소리치지 말라고 몸짓으로 알렸으나 저 멍청이한테 그 정도의 용기는 없었던 모양이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악――――!!!!”

 

동굴 안에 울려퍼지는 크리스토프의 절규 소리. 동시에 머리가 쪼개지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포효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소리만으로도 기드는 뒤집어졌고 바르바노와 나도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버렸다.

가장 가까이 있던 크리스토프는 뒤로 떠밀려서 실신했다.

크롤은 눈을 감고서 두 손을 벌렸고 세리아는 한심한 목소리로 신음했다.

 

 

그것은 포효한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다가온다고 해도 고작 두 세 걸음이지만 거리는 충분히 좁혀졌다.

 

……이제 등을 돌리고 밧줄을 올라타는 건 힘들어 보이는군.”

설마 실존할 줄이야…….”

 

나와 바르바노는 뒤를 돌아보고 무기를 손에 쥐었다.

 

, , 린트브룸!”

 

결코 겁이 많은 편이 아닌 기드가 허리 힘이 풀린 채 기어가고 있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허세를 부리는 세리아를 뒤쪽으로 보냈다.

바지가 젖어있는 건 신경 쓰지 마라. 아무한테도 말 안 할 테니.

 

또 커다란 게 나왔군. 거미 쪽이 백 배는 더 낫겠어.”

 

그렇게 말하면서 횃불을 눈앞에 있는 적한테 던지고 주변을 밝혔다.

 

몇십m는 되어보이는 거대한 몸통, 마찬가지로 거대한 얼굴과 커다랗게 벌어진 입, 그리고 빛나는 눈.

거목 같은 손발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기다란 꼬리, 앞발에는 내 키 정도 되어 보이는 손톱이 뻗어나와 있다.

등에는 몸 길이와 똑같은 크기의 날개가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온몸엔 딱 보기에도 단단한……방금 전 때린 경험을 통해 얘기해 보면 분명히 단단한 수많은 비늘이 뒤덮여 있었다.

 

딱히 뭐 설명할 것도 없이 드래곤이군.”

 

온몸을 흠뻑 적시는 식은땀을 감추면서 말해 보았다.

최대한 농담하듯이 말한 거였으나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이건 좀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

백도 공방전③ 총공격

 

공격 개시, 요새 상부에 공격을 집중해라. 아군이 약간 휘말리더라도 상관없다.”

 

세크리트의 명령으로 단숨에 백도까지 접근한 전투선이 하나둘씩 포격을 시작했다.

백도 측도 이번엔 곧장 반격을 시작해 함대에 포탄이 쏟아졌다.

 

세넬레스 격침.” “아그룰 대파.”

 

피해 보고에도 세크리트는 반응하지 않는다.

함대 피해는 계속해서 확대됐으나 성벽 측에도 수많은 포탄이 날아가 포와 병사가 날아가는 게 보였다.

 

상륙 부대가 돌격을 시작했습니다.”

 

제국 육상 부대가 연기가 피어오르는 성벽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한다.

 

반격 중인 장소를 중점적으로 노려라.”

 

제국군은 성벽까지 밀고 들어간 뒤 화살과 포탄을 답례로 받고서 혼란에 빠져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장 함대가 반격한 부분을 공격한다.

 

그것을 몇 번 정도 되풀이하자 성벽 앞에는 제국병의 시체로 가득 찼으나 반격도 확실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상륙병으로부터 연기 신호가 피어올랐습니다!”

사격 중지.”

 

신호로 쓰인 붉은 연기가 피어오름과 동시에 세크리트는 포격을 중지시켰다.

소모품 병사 정도는 아군 사격을 맞고 사라져도 상관없지만 중요한 상황에 오사를 했다간 큰일이었다.

수많은 제국병 사이에 섞여 소수의 부대가 성벽으로 다가갔다.

 

잘 될 것 같습니까?”

양을 아끼지 않고 퍼부으면 말이지.”

 

작전 성공을 의미하는 푸른 연기 신호가 피어올랐다.

동시에 성벽 일부가 포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다란 폭발을 일으키며 무너졌다.

 

벽 안쪽과 바닥에 직접 대량의 화약을 쏟아붓고서 폭발시키는 작전이라…….”

이런 방법으로 가능했던 거라면 대체 왜 지금까지는…….”

 

무능한 부하들의 모습에 세크리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튼튼한 성벽을 상대로 저런 억지스러운 공격이 통할 리 없다.

이미 성벽에 구멍이 잔뜩 뚫려 화약을 밀어넣기만 해도 해결할 수 있기에 가능했던 작전이다.

방어 설비가 제대로 기능하는 중에는 벽에 찔끔찔끔 구멍을 낼 수 있는 상황이 나올 리가 없다.

 

하지만 그걸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귀찮았던 모양이다.

세크리트는 명령만 얘기했다.

 

성벽은 파괴됐다. 이후엔 상륙 부대가 할 일이니 우리는 적 함대를 경계한다.”

 

성벽이 파괴됐다 해도 극히 일부분. 더 이상의 시야는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 포격 지원은 불가능했다.

 

이제 남은 건 다프네스의 실력뿐이군……잘 하면 좋겠다만.”

 

 

 

제국군 상륙 부대는 첫 번째 성벽에 크게 뚫린 구멍을 통해 차례차례 들어가기 시작했다.

대량의 폭약으로 인해 뚫린 구멍은 그 크기도 굉장해서 대규모 부대가 그대로 침입할 수 있을 수준의 크기였다.

 

단숨에 도시까지 쳐들어가자!” “적이 태세를 가다듬기 전에 다음 성벽도 깨부숴라!” “눈에 닥치는대로 전부 박살내버려!”

 

힘차게 돌격한 제국병이었으나 그들의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박살난 성벽 밖으로 도망치는 병사도 허둥지둥 이동시키려 하는 대포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병사들이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그때, 눈앞을 가로막는 다음 벽, 두 번째 문이 일제히 열렸다.

 

야만인 놈들을 내쫓는다. 전 연대, 돌격!”

 

하얀 갑옷을 장비한 연방병이 제국병을 기습했다.

동시에 두 번째 벽에서 수많은 대포와 궁병이 고개를 내밀고 맹렬한 사격을 개시했다.

 

성벽 안에 파고든 제국병한테는 아무런 구원병도 없다.

심지어 분위기에 휩쓸려 난잡하게 전개되어 있던 제국병과 달리 연방병은 깔끔한 대열을 짠 채로 돌진했다.

처음부터 성벽을 뚫고서 침입해 올 적을 기다리던 것이다.

 

격돌과 동시에 일방적으로 기습당한 제국군은 순식간에 붕괴했고 결사의 각오로 뚫은 첫 번째 벽의 구멍 밖으로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 멍청이들이. 다 부서진 성벽에 계속 진을 치고 있을 리가 있겠나.”

 

연방의 지휘관이 말한 것처럼 첫 번째 성벽에서 방어하는 건 한계라고 판단한 방위 사령부는 주요 병력과 포를 두 번째 성벽으로 이동시켜두고 있었다.

 

함대 지원과 함께 남쪽 성벽이 박살날 것이라 예측하고서 방위 병력 대부분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두 번째 성벽에서 싸우면 적 함대의 포격은 닿지 않습니다.”

그래. 적은 원호 사격도 없이 정통으로 부딪히는 수밖에 없지. 지옥을 보여주마.”

 

백도는 아직 함락되지 않는다.

연방병의 눈에서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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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에이길 하드릿   23살 늦가을

지위: 고르도니아 왕국 변경백, 동부 대영주 산의 왕 드워프의 친구 아레스 왕의 친구

 

영주민 172000  중심 도시 라펜 24000 린트브룸 5000 반드레아 특별 도시 9000

 

 

세리아(지림) 기드(공황) 크리스토프(실신)

 

재산: 금화 2440 레티시아 자매 용돈(10)

경험 인수: 234명 자식: 54+555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