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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에 이르는 길

왕국에 이르는 길 제226화『반드레아 전쟁④ 이변』

226화『반드레아 전쟁④ 이변』

 

반드레아 인민 연방 중부  반드레아 군

 

또 땅이 흔들리잖아.” “이번엔 꽤 심한데…….”

 

오늘 벌써 몇 번이나 땅이 흔들렸다.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평소보다 커다란 진동에 병사들은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말 중에서도 겁이 많은 몇 마리는 히힝거리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사육사가 달래주었다.

 

 

 

땅이 흔들리는 걸 신경 쓸 때란 말이냐…….”

 

베이첵은 이미 너덜너덜해진 엄지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그 옆에선 마찬가지로 심각해 보이는 표정의 카사노도 지도와 글을 보며 눈싸움을 하는 중이다.

 

역시 본국의 원군은 없는 겁니까?”

거기서 끝이면 다행이지. 지금 장소에서 더 후퇴라도 했다간 탈주병으로 다루겠다고 말하더군.”

 

국경에서 패배한 시점에서 베이첵 일행에게 이미 승리란 존재하지 않았다.

이들은 최대한 할 수 있는 저항, 소규모로 부대를 풀어두면서 천천히 후퇴하는 전술을 택해 일방적으로 압도당하면서도 전멸하지 않게끔 전선을 유지하는 게 최선이었다.

 

서쪽에선 알테일 놈들의 총공격이 시작됐다고 들었습니다. 본국에 여유가 없는 게 당연하지요.”

……분명 리버티스 쥐새끼 놈들 짓일 거다. 그 새끼들은 평화주의라는 둥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면서 뒤에서 개짓거리를 하는 게 특기인 놈들이니까 말이야.”

 

베이첵은 쾅, 하고 책상 위에 명령서를 올려두고 주먹을 내리쳤다.

여기서 아무리 본다 한들 새로운 글자가 생기는 건 아니다.

 

마을 경비대부터 자경단까지 전부 다 긁어모았습니다만……숫자는 간신히 1 5천명으로 복구한 수준, 질은 끔찍한 수준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면에서 하드릿 군과 충돌하는 건 자살행위입니다.”

 

카사노의 말에 알고 있다고 손짓으로 답한 베이첵은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천막을 나왔다.

그리고는 남쪽을 가리켰다.

 

보게……다드 산이 이렇게 가까워지다니. 이런 곳까지 밀렸다는 뜻이다.”

 

베이첵의 손끝에 우뚝 서 있는 산, 대산맥 정도의 높이는 아니지만 그렇다 해도 다른 사물이 희미해질 정도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보이는 커다란 산이다.

알테일과 반드레아의 경계에 우뚝 솟아 있는 그 산은 전략적으로도 요충지이며 기슭 같은 곳에서는 알테일/반드레아 두 군대가 사투를 펼치고 있으리라.

 

여기서 멈췄다간 정말 끝장이다. 놈들은 수도 반드라까지 쳐들어가게 될 테지.”

……동지 베이첵. 당신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습니까?”

 

카사노와 베이첵 모두 자신들이 국가에서 버림받은 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사실은 압도적 열세 상황에서 침공을 명령받은 그 시점에서 눈치는 채고 있었다.

 

여기서 도망친다 한들 조국 입장에서 우리를 쫓을 여력은 없습니다.”

그럴 테지.”

 

베이첵은 북쪽에 퍼져있는 검은 깃발과 남쪽에 펼쳐진 평원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버림받았다고는 해도 조국이다. 저항하지 않고 도망칠 수는 없는 법이지.”

그러다 목숨을 잃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까?”

 

하드릿 군이 얼마나 강력한지, 또한 얼마나 무자비한지는 잘 알고 있다.

다음번에 싸우면 분명 목숨이 남아나지 않으리라.

 

그렇게 살아남는다 한들 국가와 가족을 버리고 도망쳤다며 평생 비겁하게 살아야 하는 인생이다. 나는 그릇이 작아서 말이지……그 정도의 배짱은 없군.”

그렇습니까…….”

 

카사노가 무언가를 말하려던 그때였다.

 

흔들림이다! 또 규모가 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수준의 흔들림이 20초가량 이어졌다.

두 사람은 책상에 손을 짚고 몸을 움츠리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모처럼 폼잡으면서 말했는데 대지의 신이 방해를 하는군.”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말라는 것 같습니다. 신께서도 전쟁을 바라는 듯하군요……그리고 동지, 조국은 신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어중이떠중이 부대는 대열을 정렬하고 아마 마지막이 될 전투의 준비를 시작했다.

 

◇◇◇◇◇◇◇◇◇◇◇◇◇◇◇◇◇◇◇◇◇◇◇◇◇◇◇◇◇◇◇◇◇◇◇◇◇

고르도니아 쪽

 

적의 본대가 결국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레오폴트는 적이 방어 준비 태세에 들어간 걸 확인했고 우리도 합전 준비를 시작했다.

 

도시, 요새, 아무것도 없는 여기서 멈췄단 말이지. 뭔가 함정이 있는 건……물어볼 필요도 없었나.”

 

그런 가능성이 있을 경우엔 레오폴트는 아무 말 하지 않더라도 그에 맞춘 준비를 해뒀을 것이다.

 

적의 동향은 척후병이 항상 감시 중입니다. 수상쩍은 움직인음 없습니다. 이 평원에서는 지형을 이용한 무언가를 활용할 방법도 없을 겁니다.”

그럼 이 지역에서 갑자기 결전을 펼칠 각오가 섰다는 뜻인ㄱ나?”

정치적인 이유 아닐까?”

 

억지로 끌려온 트리스탄이 책을 읽으면서 말했다.

세리아가 당장이라도 책을 떼어놓으려 하는 듯 보였으나 이야기가 진행되질 않을 것 같아 그대로 놔두었다.

 

애초에 저 군대가 정상적인 상태였으면 국경에서 예상 밖의 공성전이 펼쳐졌을 때부터 일단 후퇴하거나 증원을 기다리거나 공성 병기를 준비했을 거거든. 그런 것도 전혀 없고 무작정 돌격. 병법에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덧붙이자면 알테일의 본격적인 침공 영향으로 이쪽에 배분할 전력이 없다는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저쪽도 저쪽 나름대로 고생하고 있는 모양이다.

 

적은 발걸음을 멈추고 결전에 임했다. 그렇다면 정면에서 박살내주면 그만 아니겠어?”

 

반드레아의 수도 반드라까지는 거리가 있지만 여기서 적을 격파하면 우리를 막는 건 아무것도 없다.

정전을 한다 한들 우리 쪽은 얼마든지 조건을 내걸 수 있으리라.

 

준비는 됐나?”

 

 

만사 문제없습니다.”

 

마이라가 각 잡은 자세를 만들며 답했다.

 

족장님에게 승리를.”

 

루나도 문제없는 모양이다.

 

호위대, 준비 문제없습니다!”

 

세리아도 귀엽게 등골을 쭉 폈다.

세리아를 전장에 내보내면서 좋아진 점은 군인 방식에 익숙해져서 자세가 좋아졌다는 걸 꼽을 수 있겠군.

쭉 뻗은 등골에 탄력 있는 가슴, 부드럽고 탄탄미가 돋보이는 색기와 늠름함이 공존하는 중이다.

좋은 여자야.

 

, 저기…….”

, 미안하다.”

 

나도 모르게 등과 허리를 음란한 손놀림으로 매만지고 있었다.

흥분하는 건 전투가 끝난 다음에 해야겠군.

 

이긴 거나 진배없군!!”

 

이리지나의 커다란 목소리는 아주 잘 들린다.

다드 산까지 닿을 것만 같다.

 

 

……음.”

절호조입니다.”

이번엔 안 진다고.”

 

맥이랑 기드, 크리스토프도 만전인 듯하다.

 

소인의 칼날에 일절의 망설임 없도다.”

 

크롤도 자기가 만족한다면 문제없지.

 

, 전투 시작이다.

 

꺄악!” “우왓!” “으음…….”

 

또다시 땅이 흔들린다.

오늘 대체 몇 번째인지, 하지만 설령 땅이 흔들린다 한들 우리의 우위는 흔들리지 않는다.

 

 

 

적은 우리 쪽을 상대로 좌우로 크게 벌린 진형을 취하고 있었다.

정면에 5000, 좌우 양익에도 얼추 같은 숫자다.

숫자만 보면 가는 도중 다시 모은 건지 우리와 호각인 듯 보이지만 멀리서 보기에도 장비 질이 한참 모자란 병사가 눈에 많이 띄었다.

 

기병의 우회 및 포위망을 경계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정면이 약해 전열에 내세운 장창병만 돌파하면 손쉽게 분단할 수 있습니다.”

 

레오폴트는 순식간에 진형의 목적과 약점을 파악해 냈다.

 

궁기병의 기동력을 살리면 양익보다 더욱 바깥쪽으로 진을 치는 것도 가능합니다만?”

 

루나의 제안은 이해가 가지만 부정했다.

적은 우회를 최우선사항으로 경계하는 중이다.

경계당하고 있는 전술을 억지로 한다 한들 좋을 게 없다.

 

그래, 그거야. 전쟁은 상대방이 싫어하는 짓만 계속 하다보면 대개 이길 수 있단 말이지.”

에이길 님께는 존댓말을 쓰십시오!!”

 

세리아와 트리스탄이 투닥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레오폴트를 바라봤다.

놈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총원 명령을 내렸다.

 

사격은 정면, 궁기병은 집중 사격으로 전면을 붕괴시켜라. 적에게 기병은 남아있지 않을 테지만 혹여 나올 경우엔 최우선 목표로 삼아라. 원호를 받으면서 보병대가 전면을 공격한다.”

 

단순하긴 하지만 난이도는 높은 편이다. 뒤쪽에서 궁병이 화살을 쏘는 와중에 보병을 전진시키는 행위이니 숙련도가 떨어지면 자칫 잘못해서 아군이 맞을 가능성이 생긴다.

그런 짓이 벌어졌다간 앞을 걸어가는 보병은 등 뒤쪽이 따가워서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리라.

 

활을 쏴서 적진에만 정확하게 표적을 맞추는 궁병의 숙련도와 아군을 믿고서 등 뒤를 신경 쓰지 않고 적과 싸우는 보병의 용기가 필요해진다.

 

그리고 내 군에는 그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있었다.

 

 

돌격!!”

 

우선은 궁기병이 적진의 정면을 향해 돌진한다.

흙먼지와 함께 돌격하는 4000명의 궁기병에겐 적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효과도 있을 듯하다.

 

방어해라! 대기병진을 짜라!”

 

적군은 당연히 돌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장창을 내세워 수비 태세를 선보였다.

적도 확실히 정면에는 우수한 부대를 모아둔 건지 병사들의 장비는 금속 갑옷에 움직임도 훈련받은 티가 엿보였다.

 

전 부대 정지, 사격 3연발!”

 

궁기병은 급정지한 뒤 엄청난 속도로 활을 3연발로 쏘았다.

장창대가 갖고 있는 창은 그 이름대로 길고 무겁기 때문에 방패를 손에 쥐는 건 불가능하다.

일단 간이 대방패을 땅바닥에 꽂아 이들을 지키고는 있었으나 어렸을 적부터 활을 가지고 놀던 산의 민족 입장에서 방패 밖으로 삐져나온 몸을 노리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끄악!!” “끄억!!”

정밀도가 높은 놈들이다! 방패 뒤로 숨어라!!”

 

수많은 적이 순식간에 쓰러지기 시작했고 남은 자들도 어찌저찌 방패 뒤쪽으로 몸을 감추려고 움직이다보니 진형이 점점 망가지고 말았다.

 

여기서 기병 돌격을 하는 것도 괜찮은데 말이지.”

좌우익 진이 없을 경우엔 그것도 괜찮긴 합니다만.”

 

알고 있다고 레오폴트한테 말한 뒤에 지시를 내렸다.

 

동시에 보병대가 고함소리를 내지르며 돌격을 시작했고 궁기병은 수평으로 쏘아대던 활을 곡사형으로 바꾼 뒤 적진에 마치 비처럼 활을 마구 쏘기 시작했다.

 

보병대는 적의 전선과 충돌하는 것과 동시에 단숨에 밀기 시작했다.

다 무너져가던 장창병 부대가 보병을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어떻게든 앞으로 내지른 창은 검으로 부러트렸고 반대로 가슴팍에 칼날이 꽂혔다.

뒤이어 보병대 사이에 섞여있던 보우건 병사가 소리치던 적의 지휘관을 하나둘씩 저격하자 장창병 부대는 단숨에 붕괴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수비 쪽도 곧바로 보병을 내보내 반격해야 하는 상황일 테지만.

 

제기랄! 화살이 계속 쏟아져서 움직일 수가 없잖아!”

방패만 계속 들고 있으면 앞이 뚫린다! 어떻게든 전진해, 끄악!”

 

보병대가 전선과 교전 중임에도 보병대는 살짝 안쪽으로 목표를 지정해 사정없이 화살을 쏴댔다.

그 탓에 적 보병은 방패를 손에 쥔 채 제자리에 멈춰설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도우러 갈 수도 없는 것이다.

용감한 병사가 일어서서 주변 사기를 북돋으려 애쓰고 있지만 얼굴과 화살을 맞고 즉사한 탓에 오히려 역효과가 나오고 말았다.

 

 

, 이제 시작이려나?”

 

트리스탄이 날개 깃털로 만든 특제 책갈피를 책에 끼워넣고 덮었다.

동시에 적의 양익이 정면을 도우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감싸듯이 포위할 심산인 것이리라.

 

우리 쪽이 우회하지 않는 이상 양익은 통째로 유격병이지. 움직이는 게 늦었다고 말해야 할 지경이야. , 잘 봐둬야지.”

 

좌우에서 공격 중인 보병을 포위하려는 움직임. 하지만 레오폴트도 사전에 당연히 이렇게 되리란 건 예측하고 있었다.

 

궁기병, 목표를 바꿉니다.”

 

좌우에 있던 궁기병 1000명은 기존의 목표였던 적의 정면에서 이동 중인 양익 쪽으로 목표물을 바꿨다.

그리고 시작된 일제 사격.

이동 중이던 적 병사의 머리 위에 화살비가 쏟아진다.

 

관찰하던 트리스탄의 눈이 한순간 진지한 듯 보였으나 금세 또다시 미적지근한 눈동자로 바뀌었다.

전장에서 이 정도로 맥 빠지는 시선을 보내는 것도 보기 힘들겠군.

 

좌익이 약하네. 저쪽은 아주 질이 끔찍해.”

 

트리스탄은 국경 요새 때 쌓은 전투 경험을 통해 적군을 비교적 숙련도가 뛰어난 부대 대략 500개 정도로 판단하고 있던 모양이다.

 

지금 정면에 있는 5000명의 적은 확실히 숙련도가 더 높아. 그렇다면 양익은 비교적 숙련도가 뒤떨어지는 사람 5000명이랑 가는 도중에 보충한 좀 더 난이도가 떨어지는 부대를 5000명 정도 모았다고 할 수 있겠네.”

 

궁기병의 사격은 적의 좌우 공격을 늦추게 하는 효과뿐 아니라 공격을 가함으로써 적의 사기와 숙련도를 파악하는 목적도 있었던 것이다.

 

창기병과 호위대는 내 뒤를 따라 우익으로 돌진한다. 제후군은 좌익을 맡으라고 전달해라.”

 

그러면 되겠지, 하고 레오폴트를 바라봤다.

 

설령 제후군이 패배한다 한들 상정 범위 내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엔 대처할 테니 문제없습니다.”

 

하여간 정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놈이군.

저 사람들도 열심히 하는 중이라고.

 

그럼 됐다. 돌격한다, 따라와라.”

 

돌격하는 창기병, 그 중심을 달려가는 건 중장비 호위대다.

적 우익은 포위를 저지하기 위해 바깥쪽으로 장창병 부대를 모아놨을 것이다.

궁기병 옆쪽을 스쳐지나가듯이 움직여 안쪽에서 공격을 가하면 기병을 가로막는 건 까다로운 일이다.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보병대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적의 정면부는 우리 쪽을 신경 쓸 여유는 없으리라.

 

 

박아넣고 휘젓는다. 미녀를 따먹는 육봉이 됐다고 생각해라!”

 

““오오――――!””

따먹어주마!” “아주 질질 싸게 만들어주지!”

으에…….”

 

소리치는 남정네들 사이에서 세리아만 홀로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진지하게 안 받아들여도 돼.

이리지나를 보라고. 남자들 사이에 섞여서 박아주마!” 라고 소리치고 있잖아.

 

끝내 적이 코앞까지 가까워졌고 아군은 창을 손에 쥔 채 점점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적 병사는 허둥지둥 진을 어떻게든 짜려고 하는 듯한데 시간상 결코 불가능하다.

 

 

 

돌격은 성공, 적 우익은 붕괴한다.

그렇게 확신한 순간이었다.

 

우왓!” “오옷!” “, 뭐지!?”

 

아군이 혼란스러워하는 목소리, 그리고 평소보다 훨씬 더 강렬한 땅울림이 시작됐다.

 

, 이건 엄청난데?” “서 있을 수가 없잖아!”

 

돌격하던 속도는 완전히 무너졌고 몇 사람은 말 위에서 떨어졌다.

슈바르츠조차 제자리에서 다리를 벌린 채 흔들림에 버티는 수밖에 없을 지경이었다.

이거 큰일이군.

 

흔들림은 꼬박 30초 정도가 지나서야 잠잠해졌다.

하지만 말들은 경험해 본 적 없는 엄청난 흔들림에 당황하는 중이었고 대열은 아주 엉망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돌격 바로 직전에 일어난 일이었다보니 우리는 적 바로 앞에서 급정지한 상태였다.

 

 

, 지금이 기회다――!!”

 

적의 지휘관이 소리치고 반대로 적의 기병이 우리 쪽으로 달려들었다.

멈춰서서 방어 중이던 놈들 쪽이 더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쯧……지금은 일단 후퇴한다. 지시를 내려라!”

!”

 

세리아에게 지휘를 맡기고 나는 곧 들이닥칠 적을 막아내기 위해 창을 고쳐쥐었다.

슈바르츠도 흔들림이 멈춘 이상 계속해서 동요하고 있을 그런 놈은 아니다.

 

, 오거라.”

오오오오오오――!!”

 

바로 정면에서 달려드는 적 병사를 향해 창을 휘두른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어이, 왜 뒤쪽을 돌아본 채 달려오는 거냐. 나를 얕보고…….”

 

적 병사가 뒤쪽을 바라본 채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던 것이다.

날 우습게 여기고 있는 건가 싶었으나 시선을 쫓은 그 순간, 나도 눈을 떼어놓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나와 적 기병은 서로 지나간 뒤 텅, 하고 힘없이 창을 만댄 뒤 제자리에 멈춰서서 얼굴을 마주보았다.

 

, 뭐지 저게?”

모르겠군……나도 본 적 없어.”

 

적과 나는 멍하니 말 위에 올라탄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주변에 있던 적과 아군도 교전을 멈춘 건지 금속음과 비명 모두 들리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다드 산이……날아갔어……?”

 

몇천m는 떨어져 있을 다드산의 위쪽 부분이 폭발하여 거대한……아니, 거대하다는 말 정도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연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산을 본 순간이었다.

 

뜨악!!” “끄악!!”

 

머리를 망치로 때리는 듯한 굉음이 울려퍼졌다.

대포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소리다.

 

한 순간 동요한 슈바르츠는 어떻게든 자세를 고쳤으나 같이 있던 적 기병의 말은 기수를 떨어트리고 쏜살같이 도망쳐버렸다.

일단 손을 뻗어 일으켜주었다.

어차피 이미 싸울 분위기가 아니니까 말이야.

산의 폭발 이후 소리가 한참 뒤늦게 들렸다……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다.

 

저거 봐……완전히 맑아졌어.”

신이시여……부디 분을 삭여주시옵소서.”

 

오늘 날씨는 맑긴 했으나 구름이 많은 날이었다.

하지만 방금 굉음 탓인지 다드 산을 중심으로 구름이 완전히 날아가 있었다.

 

폭발 중심은 산의 정상인 듯 보이는데, 새빨간 불기둥 같은 무언가가 치솟는 중이다.

흐려서 잘 보이진 않지만 산의 형태가 완전히 바뀐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족장님…….”

에이길 님…….”

, 분명 괜찮을 거다!”

 

너희도 무사하구나.”

 

피피와 세리아, 그리고 심지어 이리지나까지 겁먹은 목소리로 내게 다가왔다.

잘 보니 좌익과 정면 모두 전투는 완전히 중지, 적과 아군 구별 없이 그저 산을 올려다보는 중이다.

 

엄청난 소리……귀청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피피가 귀를 억누르고 머리를 흔드는 중이다.

나도 아직 상태가 이상해.

여기서 산까지 50km는 떨어져 있을 텐데.

 

엄청난 연기……대체 어디까지 올라가는 걸까요?”

산 위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세리아와 이리지나가 내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우선 전체 태세를 가다듬어라. 전투는……힘들 것 같군.”

 

적과 아군도 한 데 서서 무기를 놔두고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었다.

 

상대방도 같은 생각인 것 같군.”

 

전투가 멈춘 정면에서 말을 탄 몇 명의 적이 앞으로 나왔다.

옷차림으로 보아 적의 장군인 것처럼 보이는데 적과 아군 모두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중이다.

 

적을 섬멸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일이 굴러갈 줄이야…….

, 우리는 괜찮겠지.

 

◇◇◇◇◇◇◇◇◇◇◇◇◇◇◇◇◇◇◇◇◇◇◇◇◇◇◇◇◇◇◇◇◇◇◇◇◇

같은 시각  왕도 고르도니아

 

폐하, 남부 지역에서 벌어진 반드레아와의 전쟁은 하드릿 경이 홀로 맞서고 있나이다. 왕국군을 파견해야 할 따름이라고 아뢰옵니다만…….”

 

에이리히는 왕 앞에 나서서 몇 번째인지도 모를 파병 요청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답은 똑같았다.

 

필요없다. 이미 반격에 성공하였다 하지 않았느냐. 반대로 하드릿 경에게 더 이상 전투를 확대시키지 말라고 전달하라.”

 

에이리히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 번만 더 말했다.

 

하나 전투는 하드릿 경의 압도적 유리, 지금 증원을 보내면 반드레아를 한꺼번에 흡수하는 것도…….”

끈질기구나! 아니 된다!”

 

왕은 쾅, 하고 탁자를 내리쳤다.

에이리히도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라이벌이 질타를 맞은 걸 보고 무표정임에도 내심 미소 짓고 있던 케네스가 왕 앞으로 걸어나왔다.

 

무력으로 상대방을 통제하려 드는 것은 우행이옵나이다. 지금은 책략을 꾀해 힘에 기대지 않고 영지를 획득하는 것이 최선이라…….”

 

하지만 왕은 케네스에게 시선을 옮기지 않고 또다시 날카로운 말투로 호통을 쳤다.

 

그대도 필요없다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였느냐!? 남부에 간섭할 필요는 없느니라!”

, 그만 망언을…….”

 

케네스도 마찬가지로 예상 밖의 질책에 당황하여 입을 다물었다.

왕은 차를 마시고 감정을 다스린 건지 최소한 표면상으로는 노기를 억누르고 냉정한 말투로 다시 말했다.

 

우리나라는 너무 크기를 키웠느니라. 국내에 적이 얼마든지 있는 상황이거늘 외적을 만들어서 쓰겠느냐.”

국내의 적……말씀이옵니까?”

 

에이리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몇 가지를 상상해 보았으나 떠오르는 게 없었다.

옛 마그라드 지역에선 반란이 다발하는 중이지만 당초 계획대로 굴러가는 중이고 전부 다 제압하고 있다.

 

케네스 또한 마찬가지인 건지 에이리히와 얼굴을 마주보고서 입을 다물었다.

 

 

적은 내 옆에도 있단 말이다. 지난번 기사 사건을 잊었느냐.”

, 그 사건은…….” “기사 개인의 불충이라 말씀드리는 것이…….”

 

왕이 말하는 그 사건이란 호위를 맡고 있던 근위 기사 중 하나가 마을 술집에서 급료가 싸다는 둥, 작위가 낮다는 둥 소리치며 날뛰다 그게 우연히 왕의 귀까지 들어갔던 사건을 뜻한다.

누가 봐도 방탕한 기사가 술기운이 돌아 홧김에 한 말이었으나 왕은 반란 계획이라며 기사와 그 일족을 전부 다 처형했다.

 

그 기사는 그릇이 큰 인물도 아니었을뿐더러 반란 같은 거창한 짓은 벌일 수 없는 인물로 사려되옵나이다.”

그래, 그릇이 큰 인물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있었던 것이니라. 그 자를 움직인 거물이 배후에 있을 게 틀림없거늘. 나의 암살을 꾀하고 있을 테지.”

 

에이리히는 어리석은 기사 개인의 소행이라고 말했으나 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배후 관계도 철저하게 조사해 보았으나 흔적은 없었나이다. 정보관은 어찌 말하였나이까?”

아무것도 없다 하였느니라. 케네스, 그대뿐 아니라 나의 정보관조차 밝혀내지 못하는 걸 보아 상당히 능력 있는 인물이 움직이고 있는 게 틀림없노라. 주의에 주의를 거듭해야 하는 상황이니라.”

 

케네스 또한 배후 관계는 없다고 말했으나 왕은 말을 듣지 않았다.

 

 

지금은 내적을 퇴치하여 국정을 안정시켜야 할 시기. 대외전쟁을 신경 쓸 시간은 없느니라. 적당히 현상을 유지하면 그만이노라.”

““예……예에.””

 

에이리히와 케네스는 함께 맥빠지는 목소리로 답했다.

 

 

왕은 말을 끝마치고서 에이리히한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케네스는 책략을 꾀하는 데 능한 녀석이다. 음모는 놈의 특기 분야일지니 불손한 동향이 있을 경우엔 곧바로 알리거라.”

 

그리고 왕은 뒤이어 케네스한테 다가갔다.

 

에이리히는 군대력을 소유한 자이니라. 반란을 일으키면 나 정도는 금세 배제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하고 있을 테지. 항상 경계하거라.”

 

그리고 왕은 두 사람에게 해산을 명령했다.

 

 

 

왕은 딱딱한 표정을 풀면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그 발걸음은 어찌나 가벼운지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하는 듯했다.

 

폐하, 오늘도 수고 많으셨나이다.”

오오, 로살리오. 기다리게 하여 미안하구나.”

 

왕의 개인실에선 한 여자가 머리를 바닥에 붙인 채 엎드려 있었다.

왕은 여자를 끌어안고서 격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아아 폐하……너무 그러시면 이 로사리오, 죽어버릴 것이옵니다.”

그런 말 하지 말거라. 네가 죽었다간 나도 외로움을 못 이기고 죽을 것이니라.”

 

왕은 키스를 멈추고 로사리오를 꼭 끌어안았다.

 

나의 심복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만 놈들도 나의 이야기를 믿으려 하지 않는구나. 위협은 바로 코앞까지 닥쳐왔거늘…….”

로사리오는 현명한 폐하와는 비교도 아니 될만큼 무지한 여자이니 어려운 것은 모르겠나이다.”

 

왕은 떨떠름한 표정을 그만두고 여자를 침대로 끌고 갔다.

 

그대는 귀엽구나. 내가 아무 조건없이 믿을 수 있는 건 너뿐이다. , 사랑을 나누자꾸나.”

오늘밤도 잔뜩 어여뻐 여겨주시옵소서, 폐하…….”

 

 

여자는 왕의 거친 몸놀림에 과한 교성을 내질렀다.

왕의 물건이 질 안에 들어온 순간엔 마치 단말마가 아닐까 싶어질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

 

폐하의 것이 어찌나 대단한지……죽어버릴 것 같나이다!”

그대는 솔직하여 귀엽구나! 너는 아무것도 몰라도 되느니라. 내가……내가 지켜줄 터이니!”

 

이윽고 왕은 절정을 맞이했고 침대에 엎어져 코를 골기 시작했다.

로사리오는 차가운 눈길로 그 머리를 내려다보면서 마치 어머니처럼 상냥하게 머리를 계속해서 쓰다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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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범인을 찾아라

 

거실에서 빈둥대고 있는 나와 여자들.

차와 과자를 즐기는 자, 아이를 사랑하는 자, 조용히 책을 읽는 자, 서로 떠들고 있는 자, 통째로 구운 고기를 계속 먹고 있는 이리지나.

다들 평화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온화한 시간은 비도덕적인 악행에 의해 파국을 맞이했다.

 

푸쉬―, 부브븍

 

공기가 빠지는 듯한 소리. 크지는 않지만 확실히 다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

 

곧바로 모든 이들의 시간이 멈췄다.

떠들고 있던 사람도 움직임을 멈추고 논나가 컵까지 뻗은 손을 아무것도 붙잡지 않고 내려놓았다.

으적으적 고기를 계속 씹고 있는 건 이리지나 하나뿐이었다.

 

이윽고 조금씩 모든 이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래, 눈치 못 챈 척하면 그만이지.

그러면 평화는 돌아……왔어야 했는데.

 

끙…….”

 

이건 심하군. 무언가가 썩은 듯한 냄새가 느껴진다.

이렇게 지독한 방귀는 어지간해선 없는데.

 

……아, 진짜! 냄새나네 정말!! 누구야!”

 

결국 참지 못한 카라가 호통을 쳤고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저는 아닙니다.”

 

논나가 제일 먼저 부정하고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마냥 차를 마셨다.

하지만 냄새는 지독한 건지 여전히 미간은 찌푸리고 있었다.

 

저도 아닙니다!”

 

세리아도 그렇게 소리치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래그래, 너는 아니지.

 

주장이 특히 강한 여자는 이 정도이려나.

 

엄마들은 냄새 안 나지―?”

안 나―.” “냄쟤 안 나―.”

 

멜과 마리아는 아이들이랑 놀면서 자신들의 무실을 호소하는 중이다.

 

그렇게 범인 찾기가 시작됐다.

 

요구리 씨 아닌가요? 너무 냄새 나요.”

, 아니야! 굳이 따지자면 그쪽에서…….”

뭐야, 나라는 거야 지금!?”(카라)

이렇게 냄새가 나는 건 바람을 타고 왔다는 거니까……문쪽에 서 있던 사람이…….”

나 아니라고! 내가 거짓말을 왜 해!”(밀레)

 

방귀 하나 때문에 가정에 불화가 생기면 안 되지.

 

미안, 나다.”

 

이렇게 해두면 문제없겠지.

내가 아닌 이상 범인은 여자들이다.

이쯤 되면 인정하기 힘들만도 하지.

 

, 정말. 칠칠치 못하시네요 에이길 님.”

, 에이길 씨라면…….”

 

이제 원만하게 해결되겠군.

 

 

납득 못합니다!”

 

하지만 세리아가 부숴버리고 말았다.

 

저는 에이길 님 곁에 있었습니다만 여러분의 표정이 일그러진 다음에 냄새가 느껴졌습니다! 에이길 님한테 전부 뒤집어 씌우고 끝내는 건 절대로 용납 못합니다!”

 

마음은 기쁘다만 쓸데없는 짓이군……간신히 원만하게 해결하기 직전까지 갔는데.

 

다시 웅성거리며 말다툼을 벌이는 여자들.

 

그쪽에서 냄새가 왔다구요! 카트린느 씨 아닌가요!?”

무슨 소리인가요? 이런 건 보통 범인일수록 목소리가 큰 법이죠.”

 

서로 노려보는 여자들. 정말 쓸데없는 싸움이군.

어떻게 해결하면 좋으려나.

 

하하하, 냄새 나는군. 맛있고 냄새가 난다!”

 

소란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계속 고기를 먹는 이리지나. 좋아, 이 녀석은 신경 안 쓸 것 같군.

 

이리지나, 방귀를 뀐 건 너다.”

뭐라고!? 나는 뀐 적 없다.”

 

커다란 이리지나를 쓰다듬으면서 상냥하게 속삭였다.

 

네 엉덩이는 모르는 새에 방귀를 뀌고는 하지. 걱정하지 마, 누구든 그러는 법이니까.”

……그, 그런 건가. 미안하다! 내 엉덩이가 제멋대로 방귀를 뀐 모양이다!”

 

미안하다 이리지나, 너라면 주위 사람들도 뭐라고 안 할 거니까.

나중에 같이 술 한잔 하자고.

 

이리지나 씨라면 그럴 수 있겠네요.”

어쩔 수 없죠.”

 

여자들은 다시 창을 거둬들였다.

 

 

납득 못해요!”

 

이번엔 누구인가 싶었더니 마이라였다.

 

저는 이리지나 씨랑 종종 같이 있는데 이리지나 씨 방귀는 대화를 방해할 정도로 소리가 크니까 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

 

그건 그것대로…….”

이리지나 씨, 조금은 가려서…….”

 

아니, 마이라 지금은 말이지.”

아뇨, 무죄인 인간한테 죄를 뒤집어씌우고 해결하다니 용납할 수 없어요. 끝까지 진범을 찾아내야 한다고 봅니다!”

 

, 마이라는 이런 성격이었지.

그래서 치안대도 너무 빡빡하다는 평판을 듣는 거고.

 

, 여러분의 증언을 들어보죠!”

 

그래, 이제 그냥 알아서 해라.

누가 뀌었든 상관없잖아.

 

그 후, 마이라의 꼼꼼한 조사에도 불구하고 끝내 방귀 범인은 붙잡히지 않았고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런 때일수록 평소엔 더 잘 떠드는 케이시가 업네.

방금 전까지 이리지나를 경계하면서 뭔가를 먹고 있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정원에서 메이드들이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다.

 

고구마를 굽고 있거든요.”

“10개 구웠는데……하나가 부족해요. 이상하네, 아무도 안 왔는데.”

저택의 정령이 갖고 간 거 아냐? , 종종 음식이 사라지잖아? 특히 호박 같은 거.”

 

이상한 얘기도 있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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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에이길 하드릿  23  가을

지위: 고르도니아 왕국 변경백/동부 대영주  산의 왕  드워프의 친구  아레스 왕의 친구

영주민: 163000  중요 도시 라펜: 24000명 린트브룸 4500

 

군대: 14300

보병: 7200 기병: 800 궁병: 1000 궁기병: 3900 제후군(1400)

대포: 30  대형포: 10

 

재산: 금화 470

경험 인수: 233  자식: 48+555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