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왕국에 이르는 길

왕국에 이르는 길 제217화『몰트 방어 전쟁② 전투 개시』

217화『몰트 방어 전쟁② 전투 개시』

 

궁병대, 사격을 시작했습니다!”

적의 대응 사격……닿지 않습니다!”

 

강 너머에 있는 반드레아 군에게 일제히 화살을 쏜다.

그들은 무언가 혼란스러웠던 건지 제대로 된 방어 태세를 취하지 못했고, 상당한 숫자의 인원이 쓰러졌다.

 

곧바로 놈들의 궁병이 사격을 시작했으나 활은 우리한테 닿기 직전에 속도를 잃고 땅바닥에 꽂혀버렸다.

 

놈들의 활은 사정거리가 별볼일 없는 모양이군요.”

우리 활은 힘차게 날아간다!”

 

마이라는 냉정하게 분석했고 이리지나는 호쾌하게 소리쳤다.

 

우리의 궁병, 궁기병은 전부 다 강력한 합성궁을 장비한 상태다.

특히 산의 민족으로 구성된 궁기병은 새로운 활에 익숙해지고 나서부턴 엄청난 사정거리와 정밀도를 자랑하는 중이었다.

 

놈들은 선봉인 것 같습니다. 단숨에 박살내버리죠.”

 

세리아가 당차게 검을 뽑으며 말했다.

최근 세리아는 갑주 차림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 미인이 되기 시작했다.

남몰래 흠모하고 있는 병사들도 많을 테지만 절대로 안 준다.

 

현재 강 앞부분에 포진해 있는 아군은 보병 2000과 궁기병이 1000씩입니다. 이대로 시작하시겠습니까?”

그래, 괜히 많이 보내봤자 혼란만 더 가중될 뿐이야. 이대로 박살을 내자고.”

 

때마침 궁병대가 다섯 번째 사격을 끝마친 시간이다.

이제는 적도 방어 태세를 취한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 화살을 쏴봤자 큰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이제는 보병과 기병의 차례라는 뜻이다.

 

의용병……전진!”

 

의용병?” “멍청아, 우리 말하는 거잖아.” “이번엔 의용병이라는 걸로 한다던데.”

 

아주 잠깐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병사들이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설정 자체는 이상하지만 눈앞에 적이 있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레오폴트, 잘 지휘하라고.

 

그건 그렇고, 하고 내 옆에 있던 마이라가 중얼거렸다.

 

이번엔 병사들하고는 상관없는 전투라 사기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렇게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이길 때마다 포상금을 매번 줬던 게 좋게 작용했지.”

 

또한 내 군대는 현재 모든 병력이 모병군으로 의무적으로 징용한 사람은 없다.

이렇게 자주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자기 의지도 없이 군으로 입대하게 됐다간 폭동이 일어났으리라.

 

셀레스티나 폐하께서 특별한 포상을 주겠다고 말씀하신 것도 병사들을 기대시키는 중입니다.”

나는 그쪽이 걱정된단 말이지.”

 

셀레스티나는 방어전 전에 비아드를 방문했던 우리한테 평화를 되찾으면 포상을 주겠다고 단언해 버렸다.

어리다고는 해도 왕이 직접 한 말이니만큼 병사들은 기대하는 중이다.

 

제대로 된 포상이 없으면 반대로 셀레스티나에 대한 반감이 증가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괜찮노라! 기대해 줬으면 하는구나!”

 

라고 명랑하게 말하길래 더 이상 캐묻진 않았다만.

 

적과 아군 사이에 흐르는 강은 물 양이 많지 않아 병사를 방해할 정도는 되지 않는다.

우선 중장기병이 맨 앞을 달려나가고 뒤이어 양 측면에서 보병이 적과 맞붙는다.

기병은 적 전열을 돌파, 분열을 시도했고 보병은 양 측면을 제압하면서 한쪽으로 돌아 포위망을 만들려고 하는 중이다.

 

보병의 고함소리와 기병한테서 울려퍼지는 말발굽 소리가 전장을 뒤흔든다.

적이 허둥지둥 격돌에 대비하려고 하는 중이지만 동요하는 게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

결판은 생각보다 빠르게 날 수도 있겠군.

 

병사들도 점점 익숙해졌군요. 전투 전에 보이는 동요심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전투 경험만 따져보면 충분히 역전의 병사들이니까 말이야. 길드레스 같은 괴물만 안 튀어나오면 당황할 리가 없지.”

저도 훈련했습니다!”

 

나와 마이라의 대화 사이에 어떻게든 끼어들려고 하는 세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레오폴트한테 적의 두 배는 되는 병력을 맡겼으니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중기병대가 돌격했습니다!”

 

레오폴트는 중장기병을 중시하는 성격이 아니다.

전신에 갑옷을 장비한 중기병은 비용도 비용이고 기동성과 유연성 모두 최고라 할 수 없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재빠른 창기병을 모으는 게 더 전술 폭을 늘리기 쉽다고 주장하는 게 녀석의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중장기병 돌진은 대응이 늦어지면 단숨에 승부를 끝내버릴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엄청난 금속음과 비명소리, 단말마가 울려퍼졌다.

 

정찰을 하던 젊은 병사가 기쁘다는 듯이 소리쳤다.

 

적의 방어진 위에서 억지로 파고든 모양입니다. 적 진형이 무너지는 중입니다!!”

적은 처음부터 동요한 상태로 시작했으니 말이야. 약점이 있었다고 봐야겠지.”

 

대기병진에 뛰어드는 건 자살 행위나 다를 바 없지만 튼튼한 갑옷과 방패를 겸비한 중기병의 경우 혼란에 빠진 부분을 노리면 해결 가능하다.

레오폴트는 빈틈을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정찰병의 보고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뒤따라 창기병이 혼란한 부위에 돌격, 구멍을 넓히는 중입니다!”

 

적은 한가운데에 생긴 돌파구를 막으려고 필사적이군요.”

저거 보십시오. 좌우 보병이 전투하면서 측면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벌써 반포위망이 완성됐습니다.”

 

마이라도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뜰 정도의 솜씨다.

성격이 칙칙한 게 전부인 남자는 아니란 말이지.

 

이겼군!!”

그만두세요!”

 

이리지나가 커다란 목소리로 이겼다고 외치자 세리아가 막았다.

하지만 이번엔 진짜로 이겼다.

이런 상황에서 탈출하는 건 불가능, 사실상 적 지휘관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병력을 살려보내는 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역시 대단한 녀석이야. 어이쿠, 레오폴트한테는 절대로 말하지 마라.”

 

그놈을 칭찬하는 건 어째서인지 굉장히 짜증이 나기 때문이다.

 

뒤쪽에서 대기 중이던 루나와 궁기병한테 신호를 보냈다.

그들은 화살통에 준비해 두고 있던 화살을 다시 넣고 활도 천천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준비 자체는 시켜두고 있었지만 출격을 나갈 필요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 패주 중입니다! 기병대가 추격을 시작했습니다! 보병대도 곳곳에서 소규모 부대를 포위하고 있습니다!”

 

고작 30분밖에 안 되는 전투로 적은 완전히 붕괴했다.

 

뒤쫓아서 전리품을 모으는 게 좋겠군. 전부 다 보수로 넘겨주면 병사들의 사기도 더욱 올라갈 거다!”

 

이리지나는 그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자기가 직접 가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는 모양이다.

 

그래. 하지만 저건 적의 선봉 부대다. 뒤쪽에 본대가 있을 테니 너무 깊게 쫓아가진 말라고.”

 

내가 허가를 내리자 이리지나는 기쁜 기색으로 창을 손에 쥐고 달려나갔다.

그렇게 혼자서 돌격했다간……이런, 멈춰 서 있던 네 명한테 포위당했잖아.

 

……반대로 쓰러트리긴 했지만 말이죠. 꼬챙이처럼 꽂은 채 날뛰는 중입니다.”

 

이리지나는 정말 싸우는 걸 좋아하는군.

이번엔 나갈 기회가 없었지만 다음번엔 활약시켜주지.

 

 

“! 에이길 님, 물러나십시오. 패잔병이 이쪽으로 옵니다!”

 

우리는 강에서 살짝 떨어진 언덕 위에 진을 치고 있는 상황인데, 아마 적 병사 중에 혼란에 빠져 방향 감각을 상실한 놈이 있던 모양이다.

방금 전 병사들한테 전투 태세를 해제시킨 탓에 대응이 늦어져 여기까지 온 것 같은데 크게 문제될 건 없어 보인다.

 

, 비켜!!”

 

필사적인 모습으로 검을 마구 휘두르는 적 병사, 어떻게 처리를 해줄까 하고 창을 겨누려던 그 순간이었다.

 

!”

 

내 옆에서 튀어나온 그림자가 적의 검을 막아냈다.

 

세리아……는 여깄는데.”

 

이런 건 대개 세리아가 하는 행동인데 이번엔 내 옆에 딱 붙어있다.

 

크롤, 당신!”

 

이 녀석이었던 건가?

이 녀석은 이번에 자기가 먼저 지원해서 내 호위역을 맡고 있었다.

세리아는 반대했지만 형용하기 힘든 박력에 눌려 인정하고 말았다.

 

이 꼬맹이가, 저리 비켜!!”

 

적 병사는 도주로를 찾는 데에 필사적인만큼 크롤한테 검을 겨눴으나 전부 튕겨나갔다.

저 방패는……솥뚜껑인가?

 

……그런 흐트러진 마음으로는 날 이길 수 없다.”

크롤은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까?”

 

나한테 묻지 마라, 세리아.

 

이 자식, 바로 베어…….”

!”

 

크게 위로 무기를 치켜든 적과 스쳐지나가듯이 움직인 직후, 상대방은 피를 뿜으며 천천히 쓰러졌다.

 

이 자식이, 꼬맹이라 생각해서 봐줬더니!”

 

나머지 적 두 사람이 아군이 죽은 걸 보고 격분, 크롤한테 달려들었다.

이쯤 되니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나.

 

보인다……움직임이 보여.”

 

상단 내리치기로 들이닥치는 검을 고개만 까딱여 피한 뒤 다리를 노리고 들어온 검은 몸을 회전시켜 피했다.

크롤은 세리아와 다르게 민첩한 편이 아니다. 방금 그 회피 동작도 움직임만 보면 느린 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놈은 적이 검을 휘두르기 전에 회피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크롤의 검이 적 병사의 허벅지와 이두근을 베어냈다.

특히 마지막 적은 눈을 감은 채로 베어내고 있었다.

 

““끄아아아아악!””

 

무려 적 병사 세 명을 순식간에 해치워버렸다.

세리아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크롤을 보는 중이다.

 

네녀석들한테선 사념이 느껴진다……따라서 몸이 움직이기 전부터 어떻게 움직일지 훤히 보이더군!”

 

크롤은 그렇게 말하고서 조용히 검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대체 넌 어떤 경지에 도달해버린 거냐?

 

 

 

 

일단락되고 나면 진격 준비를 시작한다. 예정대로 라무 요새로 들어가서 적을 반격해야겠어.”

 

척후병이 말하길 적의 본대는 1만 정도, 야전에서 아예 못 이길 수준은 아니지만 방어 진지를 구축해 두는 게 더 손해를 줄일 수 있으리라.

 

야전에선 그 무거운 걸 제대로 쓰기 힘드니까 말이죠.”

 

드워프들이 만든 대형포는 재료가 달라서 그런지 상당히 무겁다.

웬만하면 요새 같은 데에서 고정해서 쓰고 싶다.

 

……대포에 중기병까지 세워두고 의용병이라니…….”

 

어이없다는 듯이 탄식하는 마이라. 이제 와서 불평해 봤자 어쩔 수 없잖아.

 

의용병은 어차피 변명일 뿐, 금세 들킬 건 예정된 일이었으니까요. 그래도 하드릿 경은 앞으로 나가시면 안 됩니다.”

왜지? 나도 싸우고…….”

당신이 선봉장에 서면 마지막 변명까지 사라지니까 그런 거죠!”

 

마이라가 소리치자 세리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큭……싸울 수 없으면 나는 허리를 흔들 수밖에 없잖아.

오늘밤은 마이라로 해야겠어. 비명을 내지르게 해주마.

 

 

 

하드릿 경, 이동 준비가 끝났습니다.”

 

승리의 여운은 눈꼽만치도 느껴지지 않는 레오폴트의 담담한 목소리.

이기는 게 당연하다는 듯한 느낌이다.

언젠가 니나와의 성생활을 폭로해주마.

 

전리품은 어떻게 했지?”

예정대로 몰트 병사가 모아 비아드로 이송할 겁니다. 가지고 다녔다간 기동성에서 손해를 보게 되니 말이지요.”

 

원래는 몰트의 국토를 지키는 전투이니만큼 당연히 패배한 뒤 왕도로 도망쳐 온 몰트 군도 가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레오폴트와 마이라, 그리고 내 의견을 통해 몰트 군은 운송 및 주변 농민 보호 임무를 맡게 되었다.

솔직히 어차피 약하기만 한 병사가 옆에 있으면 오히려 도와줘야 할 상황이 나와 방해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보급과 식량 수송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중이다.

몰트 병사들도 보급 및 수송 임무를 맡게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뻐 보이는 눈치였다.

여왕과 국토는 지키고 싶어도 싸우긴 싫다라……안타깝지만 한동안 몰트는 내 보호 하에 둬야겠군.

 

 

좋아, 진군 개시다. 지휘는 한동안 네가 맡아라.”

……알겠습니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그냥 잠깐 야영이다.”

빠르게 진군을 시작하고 싶으니 여자 물색은 부대 내에서 끝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니라고!!”

 

이 녀석은 역시 날 멍청이 취급하고 있는 게 분명해.

 

◇◇◇◇◇◇◇◇◇◇◇◇◇◇◇◇◇◇◇◇◇◇◇◇◇◇◇◇◇◇◇◇◇◇◇◇◇

며칠 후  반드레아  몰트 침공 본대  라무 요새 근처

 

저게 적이 진을 치고 있다는 요새인가……작군. 바깥까지 적 병력이 삐져나와 있지 않나.”

, 요새 자체는 크기가 작은 편이고 딱히 튼튼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선봉 부대를 격파한 건 저놈들이다. 얕잡아 봐선 안 되겠지.”

 

몰트 침공군의 사령관 [베이첵]은 눈을 가늘게 뜨고 요새 전체를 노려보았다.

그의 부하들도 그 모습을 본받아 저 멀리서 어떻게든 적의 전체 양상을 확인해 보려고 노력했다.

 

설치된 깃발은……잘 모르겠군. 단순히 색깔을 입힌 게 고작인 군기, 의용병인가?”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만 동지 첼시는 의용병으로 위장한 외국의 정규군이라고 보고해 두었습니다. 훌륭한 장비를 갖추고 굉장히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듯 보였다……라는군요.”

 

베이첵은 검은 턱수염을 매만졌다.

 

의용병 같은 잡것들한테 패배하면 거짓말을 치고 싶어지는 법이지……하지만 그 녀석도 멍청이는 아니다. 평범하긴 해도 무모한 전투는 하지 않는 사내이니 말이야. 일단 정석적인 공성전을 시작해 봐야겠군.”

 

단순한 어중이떠중이 의용병이라면 힘으로 밀어붙여 억지로 쓰러트릴 수 있다.

하지만 베이첵은 확실한 방법을 선택했다.

 

동지 사령관님, 본격적인 공성을 준비하다 보면 며칠 정도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만.”

상관없다. 만약 적이 그 정도로 까다로운 놈들이라면 틀림없이 주력 부대일 테니. 여기서 해치워버리면 이후엔 손쉽게 몰트 전역을 장악할 수 있을 거다.”

 

부하들은 납득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준비를 시작했다.

 

 

 

투석기를 조립해라!” “거대 방패를 세워라. 정찰탑 위에서 날아오는 활은 멀리까지 날아온다!”

 

병사들이 공성 병기를 조립하기 시작한다.

물론 다른 부대도 요새 쪽에서 야전을 꾀할 걸 대비해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우선 투석기만이라도 조립을 끝내는 데까지 얼마나 걸리지?”

저녁 전까진 조립이 끝날 겁니다!”

 

그렇다면 밤 공격 시간까지는 완성된다는 얘기다.

한밤중에 불타는 돌을 날리면 눈에 보이는 위압감도 상당해진다.

만약 단순한 의용병일 경우엔 아침이 되기 전에 전부 다 도망칠지도 모른다.

 

 

저녁, 베이첵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차를 마시려고 컵을 기울인 그때 굉음이 울려퍼졌다.

 

푸헛! , 무슨 일이냐!”

 

깜짝 놀라 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린 애착 컵을 가증스럽다는 듯이 노려보고 나서 베이첵이 소리쳤다.

 

,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땅에서 굉음이! 우와앗! 위험해!!”

 

다시 굉음이 울려퍼지더니 조립 중이던 투석기가 박살나고 나무 파편이 흩날렸다.

바닥이 완전히 박살난 투석기는 천천히 바닥으로 쓰러져 한창 준비 중이던 병사들을 깔아뭉개버렸다.

 

일단 후방으로 가시죠! 이곳은 위험합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번엔 창병대 한가운데가 폭발하더니 병사들이 쓰러졌다.

 

!”

 

베이첵이 곧바로 요새 쪽을 바라보니 성벽 위에서 흰색 연기가 여러 개 피어오르고 있었다.

굉음과 흰색 연기……그리고 크게 튕겨날아가는 병사들. 답은 하나다.

 

대포라고……!? 대체 뭐가 의용병이란 말이냐!”

 

반드레아도 대포를 갖고 있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너무 값이 비싸고 화약 양도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몰트 같은 소국을 상대로 사용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많은 숫자의 대포를 갖고 있다니……우왓!”

 

또다시 터지는 굉음, 옆에 있던 텐트가 안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통째로 산산조각 나버렸다.

대포의 숫자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하나, 두 개는 한참을 넘었다.

몇십문 정도 되는 대포가 일제히 불을 뿜고 있는 것이다.

 

놈들이 의용병일 리가 있겠느냐! 부대를 후퇴시키고 태세를 정비해라! 이대로 가다간 대포의 희생양이 될 뿐이다!”

병사를 산개시키시죠. 한 데 뭉쳐있지만 않으면 대포는 크게 위협이 되지 못합니다.”

 

부하의 진언에 베이첵이 고개를 끄덕이고 산개한 채 후퇴를 지시한 그때, 정찰병의 절규 소리가 들렸다.

 

적습――!! 적 기병 2000, 접근 중입니다!”

 

 

기병 2천……어느 나라냐!”

 

이제 와 눈앞의 적을 의용병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저건 반드레아의 몰트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끼어든 타국 군대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상당히 강력한 병력이다.

 

적의 상황을 상세히 보고해라!”

 

분노를 숨기지 못한 채 베이첵이 정찰병한테 호통을 쳤다.

 

여전히 깃발은 제각각――앗, 흑색으로 칠해진 군기가 보입니다! 어엇? 적이 허둥지둥 감췄습니다.”

검은색 깃발이라고……그 영주인가? 하지만 우선 눈앞에 있는 적을 처리하는 게 급선무다. 어서 진형을 다시 짜라!”

 

베이첵이 소리치는 와중 반드레아 군은 혼란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이쪽으로 달려드는 적 기병대를 상대하게 되었다.

 

◇◇◇◇◇◇◇◇◇◇◇◇◇◇◇◇◇◇◇◇◇◇◇◇◇◇◇◇◇◇◇◇◇◇◇◇◇

여담  라펜 저택  뱀의 거처

 

정말 이런 거면 되겠어? 좀 더 제대로 된 건물을 만들어도 된다만.”

응―, 이거면 돼.”

 

나와 라미가 별이 뜬 하늘 아래에서 바라보고 있는 건 내 저택에서 살게 된 그녀의 새 집이다.

라미를 당당히 내 저택 안에 뒀다간 무서워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라미아는 사람을 먹는 경우도 있는 데다가 고블린과는 비교도 안 될만큼 강력한 마물이다.

 

따라서 안뜰 빈 공터에 그녀 전용 집을 세워주기로 했다.

너무 큰 건 면적상의 이유로 불가능하지만 깔끔한 석조 건축물을 세워줄 생각이었는데…….

 

돌은 차가우니까 겨울엔 못 움직이게 된단 말이야. 나는 나무로 된 집이 더 좋아.”

 

듣자하니 라미는 차가운 곳에 있으면 잠에 빠지고 따뜻해질 때까지 계속 잠을 잔다고 한다.

물을 마시던 도중에 잠에 들었다 깨어났더니 봄이었던 경우도 있던 모양이다.

 

라미의 요청대로 이번에 만든 오두막은 고작 이틀만에 완성된 조잡한 물건이었다.

 

게다가 문도 없고.”

, 솔직히 인간용 문을 통해 나가는 게 제법 귀찮아서 말이야. 그 대신 이게 있잖아.”

 

라미가 가리킨 곳은 땅바닥에 뚫린 구멍으로 집 바닥에도 비슷하게 생긴 구멍이 뚫려 이어져 있었다.

여기서 스르륵 드나드는 모양이다.

좁은 곳을 좋아하는 건 뱀의 특성인 건가?

 

네가 마음에 든다면야 내가 뭐라 할 말은 없긴 하다만…….”

 

참고로 햇빛은 확실히 들어올 수 있게끔 창문은 크게 지어져 있었다.

 

 

후후후, 집까지 줘서 고마워! 답례로 지금부터 야한 짓 할까?”

좋아, 하자!”

 

새 집에 곧바로 우리가 사랑을 나눈 냄새를 묻혀 둬야겠군.

……문이 없으니까 창문을 통해 들어가는 게 마치 상간남 같은 느낌이라 좀 우습군.

 

요도에 혀를…….”

그거 마음에 들었어? 좋아, 그럼 지난번보다 더 기분 좋게 해줄게.”

 

지금부터 느끼게 될 쾌감을 기대하던 그때, 문득 창밖에서 신경 쓰이는 걸 찾아냈다.

 

안뜰에 있는 저곳만 헤집어뒀는데……뭔가 채소라도 심었나 봐?”

응―? 아니야, 안뜰이 좀 허전하다 싶어서 어제 씨를 심었거든.”

 

안뜰 안쪽에는 트리에아 모녀의 장미 정원이 있지만 라미한테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 정원사한테 받은 건가?”

정원사는 내가 다가갔더니 울면서 도망쳐버렸어. 저건 에이길이 갖고 왔던 씨야. 무슨 씨인지 모르겠지만 다 기를 때까지 기대감으로 남겨둘래.”

 

흐음, ? 그런 걸 내가 갖고 왔던가?

뭐 어때.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보자고.

 

우와……역시 커다랗다―! 진짜 인간이 갖고 있을 크기가 아니라니까, 이거.”

오늘은 네 구멍도 마구 따먹어 줄 테니 기대해.”

정말! 지난번에 엉덩이에 넣었을 때 찢어져서 아팠다니까!”

 

라미아도 치질에 걸리는 모양이다.

 

그런 나쁜 에이길의 요도는……에잇!”

끄오오오오오오오!! 엄청나잖아, 라미!!”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제 심었다는 씨는 어느새 큰 싹을 틔우고 있었다.

날짜는 아마 라미가 착각한 거겠지? 하룻밤 사이에 씨에서 이렇게 크게 자랄 리가 없으니까 말이야.

 

◇◇◇◇◇◇◇◇◇◇◇◇◇◇◇◇◇◇◇◇◇◇◇◇◇◇◇◇◇◇◇◇◇◇◇◇◇

주인공 에이길 하드릿 23살 가을

지위: 고르도니아 왕국 변경백 동부 대영주 산의 왕 드워프의 친구 아레스 왕의 친구

영주민 163000명 중요 도시 라펜 24000명 린트브룸 4500

 

군대: 12000 (영지 내 대기 보병 2000)

보병: 6000 기병: 1000 궁: 1000 궁기병: 2000

대포: 30문 대형포: 10

 

재산: 금화 1070닢 의용병 출격(3000)
경험 인수: 227명 자식: 48+555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