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화-2
“후우……후우…….”
마지막 남은 고블린을 나무에 내던져 짓뭉개버린 뒤 숨을 골랐다.
“몇 마리 정도는 놓쳐버렸군.”
“……너무 과하셨어요. 이 부분만 해가 들게 됐습니다.”
세리아의 말을 듣고 새삼 주변을 돌아보니 주변 나무가 완전히 쓰러져 아침해가 내리쬐고 있었다.
“늑대와 고블린 시체가 온통……아니, 짓뭉개져서 대체 몇 마리나 죽은 건지도 모르겠네. 숲에 온 놈이 이런 걸 봤다간 도시 위병들 사이에서 한바탕 난리가 나겠어.”
밀레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마말했다.
흠, 확실히 흉악한 괴물이 미쳐 날뛴 것 같은 모양새로군.
“지나간 일은 잊자고. 그것보다 지금부터 숲 안쪽으로 들어가야겠어.”
“그것 말입니다만…….” “말씀드리기 힘들긴 합니다만…….”
기드와 세리아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숲 바깥쪽에서 이런 상황입니다. 안쪽은 더 심각하겠죠. 솔직히 미아가 된 소녀가 살아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이보다 더 깊숙이 들어가서 족장님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으니……위병한테 보고한 뒤 끝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이 정도 되는 숫자의 고블린이 바깥쪽까지 나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토벌대도 만들어질 겁니다. 숲 쪽 탐색은 인원수가 많은 게 더 편합니다. 돌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세리아도 여기서 돌아가자고 말하는 중이다.
애초에 그녀는 처음부터 이번 계획을 반대했었다.
어젯밤 여자를 술집에서 내쫓지 않았던 건 완전히 술에 취해 뻗어있었기 때문이다.
“으음, 어쩌면 지난번처럼 고블린한테 납치를 당해서 능욕당하고 있을지도 몰라. 며칠이 생사를 가르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야.”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한 번 받아들인 이상 우리 손으로 찾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확실히 여기서 더 들어가는 건 밀레나 세리아가 위험해질 가능성도 있다.
지금부터는 남자들끼리만 가는 게…….
“덧붙여 말하자면 저는 에이길 님한테서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
세리아가 내게 달라붙었다.
요즘 이상하게 감이 좋단 말이지.
“그나저나 이상한걸.”
밀레가 턱에 손을 괴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고? 고블린은 어디서든 굴러나오는 것들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그렇지. 하지만 무리까지 짓고 있었단 말이야, 늑대를 데리고서……나무 위에 올라탄 게……우리를 우연히 찾아내서 숲 안쪽에서 튀어나왔다는 느낌이 아니었거든.”
이 중에서 고블린의 생태에 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예전에 용병일을 하며 마물 토벌도 해 본 적이 있는 밀레다.
“매복 중이었다는 겁니까?”
기드와 세리아의 표정이 굳었고 크리스토프와 크롤이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맥은 눈을 감고서 묵직한 거목처럼 서 있었다.
“아니, 놈들한테 그 정도 지능은 없어……내가 보기에 홉고블린처럼 보스급 개체도 없었고 말이야. 아마 놈들은 이 주변에 있던 놈들일 거야.”
“그럼 그곳으로 끌려간 건가?”
“그런 거라면 그나마 나을 텐데 말이지. 애초에 이곳은 빛도 잘 들어오고 바람도 부는 곳이라 고블린 놈들한테 그렇게까지 쾌적한 장소같진 않거든.”
“흐음……구태여 불쾌한 장소에 있는 이유는?”
“두 가지를 고려할 수 있으려나? 하나는 단순히 먹잇감을 찾아 이동했을 가능성.”
“우리가 찾는 소녀를 노리고 온 것 아닙니까?”
세리아가 말했으나 밀레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으음, 저만한 숫자의 무리가 한 여자애를 잡기 위해서 거처까지 바꿀 것 같진 않아. 그러니까 고려할 수 있는 또 한 가지 가능성이겠네.”
크롤이 군침을 삼키고서 솥뚜껑을 손에 쥐었다.
그렇게 열심히 싸웠는데 일그러지지 않다니 거 참 튼튼한 뚜껑이구만.
“쾌적한 숲 안쪽에……살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가 나타났다는 거겠지.”
“역시 돌아가시죠!”
세리아한테는 미안하지만 여자랑 약속한 이상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결과는 알 수 없다. 솔직히 나도 살아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전력을 다해야 하는 법이다.
“입맞춤은 이미 받았지. 성공할 그 시기가 찾아오면 육봉도 넣을 수 있을 터……그 여자는 그만큼 각오를 다졌다는 뜻이다.”
“멋진 척 말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 하반신 얘기잖냐!”
시끄러워, 조용히 해 크리스토프.
“그런 약속을 했던가? 선불로 입맞춤을 한 게 끝이었던 것 같은데.”
뭔 소리야, 밀레.
입맞춤이 선불이면 보수는 몸, 더욱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내가 씨를 뿌려도 된다는 뜻이잖아.
“자, 안으로 가자!”
“…….”
그렇게 불만스러워하지 마, 숲 안쪽에 과자가 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떨어져 있는 과자는 안 먹거든요! 저를 뭐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안쪽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나무는 울창해졌고 풀 때문에 앞도 잘 안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곳까지 버섯을 따러 오는 아가씨는 없으리라.
역시 방금 전 고블린 놈들의 둥지에 있으려나……하지만 그녀가 자기 의지가 아니라 다른 데로 옮겨졌을 가능성도 있다.
“쉿!”
선두를 걸어가던 기드가 손을 우리 쪽으로 겨누며 신호를 주었다.
다들 곧바로 풀숲에 몸을 감추고 숨을 죽였다.
“앞에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고블린이 아니네요, 커다랗습니다.”
풀밭 틈 사이에서 앞쪽을 보고 귀를 기울인다.
숨길 생각도 없이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면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는 게 느껴졌다.
높이가 낮은 나무나 풀이 상당한 범위 내에서 흔들리는 중이다.
상당히 커보이는데 머리가 안 보이는 걸 보아 기다란 생물인 모양이다.
“저 움직임은 뱀……커다래……5m는 한참 넘어보이네요.”
세리아가 소리를 낮추고서 말했다.
5m라, 상당한 크기로군.
“5m나 되는 거대 뱀…….” “히이이이익…….”
크리스토프와 크롤이 한심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한테는 솥뚜껑이 있잖냐, 그걸로 열심히 해 봐.
“큰 게 싸우기는 쉬워.”
뱀의 무서운 점은 독, 안 보이는 데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깨문다는 점이다.
커다랄수록 힘은 세겠지만 반대로 움직임도 알아보기 쉽다.
“하지만 쓸데없이 싸울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은 그냥 숨어서 보내도록 하죠.”
“그래.”
전투가 벌어지면 누군가 다칠지도 모르고 이번에야말로 크리스토프가 죽을지도 모른다.
싸워서 얻을 것도 없겠다 지금은 그냥 가만히 있어야겠군.
한동안 눈이라도 붙일까 싶어 자리를 잡은 그때, 갑자기 휙 하고 알몸의 여자가 얼굴을 내밀더니 그대로 점점 위로 뻗어올라갔다.
예상 밖의 사태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자는 몸을 뻗어 한참 높은 곳에 있는 감을 따고 있는 모양이다.
상반신은 무심결에 바라보게 될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지만 배꼽 아래쪽부턴 나조차 손으로 다 두를 수 없을만큼 두꺼운 몸통을 지닌 거대 뱀이었다.
반인 마물……들어본 적은 있었는데, 이게 바로 라미아인가?
“라, 라미아……으읍!”
소리칠 뻔한 크롤의 입을 밀레가 틀어막았다.
“조용히 해……라미아는 거대 뱀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상대라고…….”
지성을 가진 거대 뱀이니 상대하기 까다로운 건 확실하다.
심지어 라미아는 무기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눈앞에 있는 그녀는 감밖에 들고 있지 않지만.
하지만 문제는 그런 게 아니다.
두 손을 뻗어 과일을 우물거리고 있는 그녀는 옷을 입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해 풍만한, 그러면서도 형태가 좋은 가슴이 움직임에 맞춰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안 되겠군……못 참겠어.
“좋은 몸! 좋은 젖이구나!” “에, 에이길!?”
“누구야!?”
들통나고 말았다.
라미아는 이 얼마나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단 말인가?
“지금 그 목소리는 숲 바깥까지 들릴 거예요!”
밀레와 세리아가 추궁할 새도 없이 라미아는 과일을 내던지고 우리 쪽을 향해 다가왔다.
유감스럽지만 이제 전투는 피할 수 없겠군.
“외견에 혹하지 마! 강한 놈이다!”
밀레가 소리치고 다들 무기를 손에 쥐었다.
어이, 알몸의 여자라고. 무기를 겨누다니…….
하지만 라미아는 몸을 꿈틀거리며 엄청난 기세로 이쪽으로 다가왔다.
기드가 활을 겨눴으나 좌우로 흔들리는 변칙적인 움직임 때문에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코앞까지 들이닥친 라미아가 빙글 하고 몸을 나부꼈다.
“엇? 끄악!”
갑작스럽게 적의 몸이 돌아가 깜짝 놀란 기드를 덮친 것은 꿈틀거리는 뱀 몸통, 기드는 곧바로 뒤쪽으로 몸을 던졌으나 충격을 완벽히 없애지 못하고 튕겨 날아가 나무에 부딪쳤다.
“이 자식!”
밀레가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부드러워보이던 비늘은 칼날을 튕겨내고 상처조차 입지 않았다.
“인간이!”
라미아는 밀레 주변을 포위하듯이 뱀 몸통을 움츠리고는 단숨에 옥죄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악!!”
이렇게 된 이상 이제 검도 방패도 쓸 수 없다.
허둥지둥 달려간 크롤과 크리스토프도 꼬리 일격에 얻어맞고 튕겨 날아갔다.
뱀 몸통은 굉장히 거대하게 보이지만 움직임은 느리지 않았다.
“밀레 씨!” “……음!”
세리아는 라미아의 얼굴을 노리고서 나이프를 손에 쥐었고 맥이 메이스를 위로 치켜들었다.
“잠깐, 내가 구하러 가지.”
마물이라고는 해도 여자 상반신을 갖고 있는 녀석이다.
상처를 입히는 건 영 꺼림칙하다.
게다가 그녀가 이상하게 움직이면 나이프나 메이스가 밀레한테 맞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오는 거냐, 인간!”
밀레를 구하기 위해 창을 놔두고서 라미아를 향해 돌진한다.
도중에 역시나 꼬리로 날 때리려고 시도했으나 몸통 중 대부분은 밀레한테 감겨있기 때문에 위력이 낮아진 덕에 손으로도 막아낼 수 있었다.
크롤은 그렇다 치고 갑옷을 입은 크리스토프까지 이 정도 공격에 튕겨날아갔단 말인가…….
“밀레, 지금 구하러 간다.”
“아으으……미안하다.”
라미아한테 달라붙어 밀레를 잡아당기려고 힘을 주었으나 놈도 순순히 놔줄 생각은 없는지 필사적으로 몸을 조인 탓에 힘겨루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끄응……뭐야 이 힘은……인간 주제에.”
금방 빼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힘이 상당히 강하다.
이 정도 힘이 있는 걸로 보아 일반적인 남성이라면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이리라.
“큭, 미끄럽잖아.”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뱀 쪽 부분이 생각보다 더 미끄러워서 힘을 주면 미끄러진다는 점이다.
무언가 걸 수 있는 곳이 있으면 될 텐데.
“이게!”
짜증이 난 라미아가 내 어깻죽지를 물려고 달려들었다.
다행히 송곳니는 별 거 없는지 갑옷을 뚫지는 못했으나 살짝만 스쳐도 독이 있을지 모른다.
몸을 비틀어 피하면서 붙잡을 곳을 찾고 있던 손이 때마침 동굴처럼 생긴 곳에 맞닿았다.
그럭저럭 깊은 데다가 안쪽에 비늘도 없다. 이거 되겠는데.
“꺄악! 그, 그곳은!?”
“오오오오오오오!!”
그 구멍에 손가락을 두 개 집어넣고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라미아는 어째선지 비명을 터트리고 순식간에 힘을 풀어버렸다.
해방된 밀레는 어찌저찌 밖으로 빠져나와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건 그렇고 갑자기 왜 힘이 빠진 거지?
“이, 이, 이게……감히……용서 못 해……찢어지면 어떻게 책임질 거냐구!!”
라미아는 화가 잔뜩 난 건지 인간 쪽 상반신, 특히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서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화해하긴 그른 것 같군.
“흡.”
맥이 내 앞에 창을 내던졌다.
“이 자식!!”
뱀 몸통을 꿈틀거리면서 빠르게 다가오는 라미아, 하지만 크기에 당황하지만 않으면 충분히 간파할 수 있는 속도다.
계속해서 들이닥치는 공격을 창으로 막아낸다. 상당히 무거운 일격이지만 길드레스와 싸웠을 때의 일을 떠올려 보면 별 것도 아니다.
“에이길 님! 지금 목을 날려버리세요!”
“복부가 텅 비었어, 찔러버려!”
세리아와 밀레가 뒤에서 무언가 소리치고 있지만 그런 짓을 했다간 이 녀석이 죽어버리잖아.
솔직히 쓰러트리는 게 목적이라면 생각보다 쉽다고 생각한다.
뱀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게 기묘하긴 해도 단조로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한 번 익숙해지기만 하면 허를 찔릴 일도 없다.
하지만 상처를 입히지 않고 쓰러트리려 하면 난이도는 급격하게 올라간다.
“이 자식이―! 이 자식―!”
라미아는 길길이 날뛰며 냉정함을 보이지 못하는 중이다.
한 번 꼬드겨 볼까?
몇 번째인지 모를 꼬리 공격을 튕겨내고 깨물기를 피한 순간 창을 크게 돌려 라미아의 머리 부분에 휘둘렀다.
씨익 하고 웃는 그녀, 뱀 부분이 민첩하게 움직인 덕에 커다랗게 휘두른 창은 목표물을 놓쳤다.
“끝이야.”
허공을 가른 탓에 자세가 무너진 순간 꼬리 일격이 날아들어 창을 날려버렸다.
그대로 라미아가 곧바로 날 감싸기 시작했다.
“에이길 님!” “지금 도우러…….”
“오지 마!!”
허둥대는 세리아와 밀레, 메이스를 치켜든 맥을 제지했다.
그녀를 처리하려고 일부러 이 자세를 만든 것이다.
“후후, 동료라도 도망치게 만들 셈이야? 그런 거 싫어하진 않지만 난 봐주지 않을 거야. 내 부끄러운 구멍에 손가락을 두 개나 집어넣다니……머리부터 잡아먹을 줄 알아!”
그건 여자 구멍이었던 건가……훌륭해, 구멍이 있으면 교미도 할 수 있단 거잖아.
“졸라 죽여주겠어!”
꾸득꾸득 달라붙은 몸통이 날 옥죄기 시작한다.
“끄악―괴―로―워―.”
“우후후, 좀 더 고통스러워하라구.”
괴롭다는 듯이 몸을 뒤로 젖히는 날 만족스럽게 들여다보는 라미아.
그 아름다운 얼굴이 괴로워하는 나를 보려고 다가왔다.
지금이다.
“흡!”
“어, 어어!?”
두 손에 힘을 주고서 옥죄는 몸통을 단숨에 풀고 두 손을 뽑아냈다.
방금 전 힘을 겨루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붙잡는 데에 애먹지만 않으면 내가 힘은 상당히 더 세다.
이 정도는 쉬운 일이다.
뽑아낸 두 손으로 라미아의 얼굴을 단단히 움켜쥐고 그대로 입술을 훔쳤다.
“으읍! 으읍―――!!”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지만 머리를 붙잡은 이상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든 날 붙잡아 조여 죽이려고 하지만 그 정도로는 나를 죽이기엔 한참 부족하지.
하하하, 내 승리다.
“……뭡니까, 저건?” “처음부터 저걸 노리고서 일부러 붙잡힌 건가…….”
밀레와 세리아의 차가운 시선이 등에 꽂히는 걸 느끼면서 계속 입을 맞췄다.
힘들게 입을 맞춘 거니 혀도 집어넣어야지.
라미아의 혀는 인간과는 전혀 다르군. 가늘고 이상할 정도로 길어.
“으읍―――! 으으으으음!!”
얌전히 있어주면 좋을 텐데 라미아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이대로는 끝이 안 나겠군. 슬슬 결판을 내야겠어.
나는 한손으로 라미아의 얼굴을 붙들면서 나머지 손으로 그녀의 코를 움켜쥐었다.
코는 빈틈없이 막혀버렸고 입으로도 숨을 쉬는 건 불가능하다.
조금 괴로울 테지만 다치는 곳은 없으니까 이걸로 참아달라고.
“으읍……으음…….”
그녀는 지금보다 한층 더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숨이 막히는 것도 빠르다.
신음하면서 오랫동안 버둥거리며 두 손으로 내 얼굴을 투닥투닥 때렸으나 끝내 의식을 잃고 말았다.
뱀 부분도 힘을 잃고서 그 자리에 추욱 쓰러지기 시작했다.
“푸핫……좋아, 지금 살려줄 테니까 기다려. 이얍!”
그녀가 완전히 기절한 걸 보고서 입술을 떼어내고 툭 하고 등을 두드렸다.
숨은 무사히 돌아왔지만 질식 상태까지 간 탓에 지금은 숨을 쉬는 게 고작이다.
한동안은 제대로 못 움직이겠지.
“끝났어. 자, 어쩌면 좋으려나?”
주저앉은 채 거친 숨을 몰아내쉬는 라미아를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역시 가슴 모양도 좋고 얼굴도 아름답다.
하반신은 뱀이지만 구멍이 있으면 따먹는 데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튼실한 허벅지가 없는 게 좀 유감이지만 말이야.
“족장님이 키스로 뱀 여자를 쓰러트리셨어…….”
“이런 걸 보고 뭐라 말하면 되는 거냐고…….”
“몽둥이가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어……이제 솥뚜껑밖에 없다고.”
남자들은 어이없다는 듯이
“날 구해준 뒤에 하는 말이라 좀 이상하긴 한데……그때 구멍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던 건가…….”
“에이길 님은 구멍을 봤을 때 넣지 않으면 안 되는 병이 있는 분이시니까요.”
여자들은 살짝 나를 비난하듯이 바라봤다.
“으응…….”
슬슬 라미아가 눈을 뜨려는 모양이다.
여러모로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고 하고 싶은 것도 있다.
이야, 기대되는군……정말로 기대돼.
“에이길 님, 커지셨어요! 바지가 찢어지니까 야한 생각은 하지 마세요!”
어이쿠 위험해라, 깨어난 눈앞에 우뚝 솟은 남근이 있으면 얘기도 제대로 못 나눌 테니까 말이야.
자, 아름다운 뱀 여자와 대화를 한 번 나눠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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