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3화『움직이기 시작한 거인』
군대는 라펜으로 돌아왔고 평소처럼 승리 축전이 거행되는 중이다.
술과 빵이 지급되고 시민과 병사들이 즐겁게 마시며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두운 분위기로 침울해져 있는 여자와 멍하니 그걸 바라보는 어린 아이.
전사자의 유족들은 전혀 기운이 나지 않으리라.
“희생자는 천 명 이상, 조금 뼈아픈 손실이 발생했군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레오폴트가 음료를 한 입 마시며 말했다.
주요 주둔지는 도시 근처에 있기 때문에 가족이 도시에 있는 자들도 많다.
일단 위로금과 유족이 여자와 아이밖에 없을 경우엔 한동안 급료를 지불하기로 되어있으나 그렇다 해도 슬픔을 달랠 수 있는 건 아니다.
“병사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에이길 님께서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세리아도 여러모로 신경 써주는 중이다.
“그렇긴 한데 말이지.”
알고는 있지만 여자가 울고 있는 걸 보고 있으니 썩 기분이 좋진 않다.
특히 이번 건은 원래 내가 군대를 움직일 필요가 없는 전쟁이기도 했다.
고르도니아 왕국군을 사용했어도 될 일이다.
“하지만 성과는 냈습니다. 현재 도시 국가군과 관계를 갖고 있는 영주는 우리뿐입니다.”
아레스와 아르토아는 물론, 나머지 폴리스와도 회담 및 교섭 기회를 통해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앞으로 다양한 교류와 무역이 시작될 것이다.
부외자와 관계를 구축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들과의 연줄은 상당히 귀중하다.
소규모 도시군이긴 하지만 상당한 재력을 소유했고 철과 곡물 등의 수입이 많은 이들은 교역 상대로 충분하다.
“돈 때문에……인 거죠?”
“거의 모든 전쟁은 이익을 위해 일어납니다. 그것이 직접적인 금화인지 혹은 영지인지는 사소한 일입니다.”
이제 와서 고민해 봤자 별 수 없다.
죽은 놈을 위해 기도 한 번 해주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그러고 보니 맥이랑 크리스토프도 다쳤다 들었는데.”
오랜만에 이름을 꺼낸 듯한 기분이다.
그 격전을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지, 크게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맥은 아레스 병사와 함께 쓰러져 크게 다친 결과 현재 치료 중입니다. 한동안 시간이 걸리긴 할 테지만 죽지는 않을 거라는군요.”
그래, 놈은 튼튼하니까 말이야.
“크리스토프는 충돌했을 때 떠밀려 날아가서 토고르 협곡의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렇군……죽었나, 불쌍한 녀석.
“아뇨, 힘이 워낙 없던 게 운이 좋았는지 있는 힘껏 떠밀려나간 덕분에 물 속으로 떨어진 모양입니다. 달리 추락한 자들은 절벽의 바위 부분에 맞아서 죽었습니다만……부상도 없이 흠뻑 젖어 하류에 있던 나무에 걸려 있었습니다. 일단 후송은 했습니다만 거의 다친 데는 없습니다.”
“하여간 강운은 센 놈이라니까.”
생각해 보면 그 녀석은 상당히 많은 전장을 누볐으나 상처가 남을 정도의 부상은 단 하나도 입지 않았다.
나조차 매번 상처투성이로 돌아오는 지경인데.
“하지만 아직까지 전과가 없습니다. 몇 번이나 최전선을 나가서 한 사람도 베지 못했다는 게 반대로 대단한 부분이죠.”
“그래,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니까 조금 선물이라도 보내 주지. 맥한테는 맛있는 음식이랑……창관 쪽 여자한테 한 번 말해놔야겠어. 몸집이 큰 사내를 좋아하는 여자도 많았으니까. 크리스토프한테는 포도라도 보내둬라.”
사후처리는 대충 이 정도로군. 막시밀리앙 파벌도 소식이 들릴 때까지 적당히 감옥 안에 놔둬야겠어.
“에이길 님! 그런 것보다 저희를 좀 더 신경 써 주세요!”
축전이 이어지는 라펜을 바라보고 있던 내 뒷머리에 쿵, 하고 거대한 물건이 올라왔다.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건 바로 논나의 거유다.
뒤를 보니 다른 여자들도 이쪽으로 오고 싶다는 듯이 문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씁쓸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해야겠군.
“아나스타샤랑 바르톨로메이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구요. 자, 아빠한테 가서 놀아달라고 하세요.”
쌍둥이는 벌써 자기 목을 들어올릴 수 있는지 흥미롭다는 듯이 내 얼굴을 만지기 시작했다.
아직 너무 작아서 만졌다간 부서질 것만 같다.
어쩌면 좋을지 망설이다 얼굴을 쓰다듬으니 손가락을 쪽쪽 빨아주었다.
어젯밤 세리아의 모습 같군, 그 후에 육봉도 빨아줬지만.
“너를 닮아서 아름다운 애들이야. 저은 잘 나와?”
이 두 명은 논나가 직접 젖을 먹여주고 있는 모양이다.
분명 귀족들이 흔히 그러듯이 유모를 붙일 줄 알았더니 다른 여자들이 자기가 직접 모유를 주고 있는 걸 보고서 남에게 맡길 생각이 없어졌다고 말했었다.
“그게……제대로 나온다고나 할까요…….”
논나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 고개를 숙였고 멜과 미티가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왜 그러지?
그때 카라가 심술궂은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얘, 겉으로 보는 것처럼 모유 탱크거든. 한쪽 젖만 해도 두 명이 전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정도라……가슴이 붓는다면서 나랑 예카테리나가…….”
와앗, 하면서 논나가 말리러 사이에 끼어들었다.
어쩜 이렇게 부러울 수가, 오늘부턴 내 거다.
“으으으……그치만 젖이 너무 많아서 가슴이 커진 탓에……짜내질 않으면 옷도 안 들어간다구요.”
논나는 부끄럽다는 듯이 가슴을 감추었다.
애초에 맞는 옷이 거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거유, 그런 그녀의 몸에 맞춰 헐렁하게 제작한 가슴께가 당장에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대단하군……오늘은 가슴을 좀 갖고 놀아도 되겠지?”
“빠시려구요?”
빨 거고 주무를 거고 흔들 거고 끼울 거다.
“아, 아직 아기 만들기는 몸에 지장이 갈 테니……제 가슴으로 마음껏 즐겨 주세요.”
“그럴 생각이야. 오랜만에 나를 젖으로 흠뻑 적셔달라고.”
물론 카라와 멜처럼 다른 여자들도 같이 즐길 생각이다.
사랑하는 여자들과 대난교를 벌이는 것만큼 전쟁 때문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건 없으니까 말이야.
“저기……저기…….”
어지간히 앞으로 나오질 못하던 앨리스도 끌어안아……가랑이 사이에 손을 집어넣어 엉덩이에 박혀있던 모형을 뽑아냈다.
네 엉덩이 구멍은 이미 헐렁하니까 더 이상 갖고 놀면 안 돼.
그러다 질질 흐른다.
어느새 레오폴트와 니나도 사라져 있었다.
그 녀석은 여자 얘기만 나오면 금세 사라진다.
설마 동정인 건 아니겠지?
그러고 보니 그 녀석들 요즘 평소보다 더 붙어다니는 느낌인데.
그 녀석이 신출귀몰한 건 이제 됐다.
지금은 여자들이랑 욕탕에서 꽁냥거리고 거유에서 젖을 마실 생각으로 이미 한가득이다.
전쟁도 끝났겠다, 한동안은 평범한 일상이 계속될 줄 알았는데.
다음날
“이거 참……커다란 정보로군.”
계기는 동이 틀 때 달려온 민간 사자……사자라고 해도 발신인은 오르가 연방……클라우디아의 시녀 클라라가 보낸 것이다.
그녀가 보내는 정보는 제국 내부 사정을 알아낼 수 있는 귀중한 수단이다.
평소엔 편지 한 통으로 대화를 나누는 편인데, 이번 건 정기 우편이 아니다.
“또 그 돼지녀가 무슨 일이라도 벌인 걸까요?”
세리아, 그래 보여도 내 여자다. 좀 더 다정하게 대해줘.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만……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모양이야. 한 번 봐라.”
세리아는 물론이고 레오폴트와 아돌프, 마이라 등등 중요 직책을 맡고 있는 자들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편지는 사모님의 출산으로 인해 백도를 벗어나 있던 탓에 정보가 늦었습니다, 라는 문장으로 시적되어 있었다.
“가랜드 제국이……서부 평원에서 오르가 연방에 대규모 침공……!?”
“이것은…….”
“대륙 반대편……하지만 큰 파동이 일겠네요.”
클라라는 기껏해야 시녀, 정보는 소문과 말로도르 후작 주변에서 새어나오는 이야기 정도이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후작 영지 쪽에서 긴급 동원 명령이 떨어졌다는군. 이건 상당한 규모의 전쟁이 벌어진다는 뜻이야.”
레오폴트와 아돌프가 종잡을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간신히 전쟁을 하나 끝냈더니 또다른 문제 하나가 굴러들어왔다.
불씨가 이쪽까지 번지지 않도록 기도하는 수밖에.
“그리고 아무나 트리스탄을 때려서라도 데리고 와! 가만 내버려 두면 대낮까지 잘 테니까!”
◇◇◇◇◇◇◇◇◇◇◇◇◇◇◇◇◇◇◇◇◇◇◇◇◇◇◇◇◇◇◇◇◇◇◇◇◇
얼마 전 가랜드 제국 제도
“신성하며 절대적! 세계를 지배하신 대륙의 패자, 가랜드 대제 납시오! 머리를 조아려라!”
중신이 있는 힘껏 소리쳤다.
제국 중심, 거대한 해자에 둘러싸인 하늘 높이 솟은 성, 그 성 테라스에 화려한 망토를 두른 거구의 남성이 모습을 비쳤다.
국기와 마찬가지로 붉은 그 상징은 제아무리 제국이 넓다 해도 단 한 사람만이 입을 수 있는 의복이다.
순간, 거대한 금속음이 울려퍼졌다.
도시 안에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갑주가 땅바닥에 닿는 소리가 울려퍼진 것이다.
“짐은 지금 환희로 가득 차 있느니라.”
날카로운 말투는 아니지만 정적 속에서 낮고 커다란 목소리가 구석구석 스며들었다.
“이곳에 모인 짐의 군대, 짐의 검, 이번에야말로 나의 비원을 이뤄낼 때일 것을 믿노라.”
대제는 크게 손을 벌리고서 눈을 감았다.
“도시를 가득 채운 병사들, 그것 또한 짐의 검의 일부에 불과하느니라. 자랑스러워하라, 신민들이여. 그대들의 황제가 바로 이 대륙을 지배하기에 걸맞은 최강의 존재라는 사실을.”
그 말에 거짓은 없다.
가랜드 제도는 100만명의 인구를 수용 중이고, 규모만 따져 보면 오르가 연방의 백도를 능가하는 거대 도시다.
그 도시가 지금 무장한 병사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수십만명의 규모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것 또한 일부, 제도에서 대제의 말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건 제국군 중에서도 오래 전부터 대제를 따르고 있던 자들의 병사, 대국군이라 불리는 자들뿐이다.
그 밖에 새롭게 지배당한 자들은 속주군, 혹은 반역자 같은 인물들이 강제적으로 수용당한 전노병 등등까지 포함해서 제국군은 구성되어 있다.
“지금이야말로 북쪽에 있는 겁쟁이 놈들에게 힘을 과시할 때이니라. 대륙을 짓밟고, 강을 병사로 가득 메워 승리의 초석을 세워야 하느니라! 가라, 짐의 신하들이여! 내 손에 승리를 가져다주기 위해서!”
오오! 하고 도시 안에서 울려퍼지는 고함소리에 대제가 팔을 치켜들고서 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방금 전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엎드려 있는 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때가 되었노라. 지금이야말로 짐의 군대가 대륙 전체를 정복할 순간일지니.”
엎드려 있는 자들 중에서 단 두 사람만이 고개를 들었다.
대제는 우선 체격이 좋은 중년 남성의 어깨에 손을 올려두었다.
“[다프네스] 대장군, 그대는 서부 평원을 진군하여 노스테리아까지 가도록 하라!”
“이 한 목숨 바쳐 반드시!”
다프네스라 불린 사내는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커다란 신체에 길게 뻗친 수염, 딱 보기에도 용감한 장수라는 분위기가 새어나온다.
그가 바로 육상 침공군의 최고 사령관, 대병력 250만명을 이끌 대장군이다.
뒤이어 대제는 옆에 있던 여자의 어깨에 손을 올려두었다.
“[세크리트] 대장군, 그대는 짐의 대함선을 이끌고서 대하 북부 상류, 노스테리에스로 들어가라. 연방 놈들의 어쭙잖은 함대를 박살내고 우리 병력을 백도로 보내도록 하라!”
“본부대로 하겠나이다, 대제 폐하.”
여자의 나이는 30정도, 가녀린 몸뚱어리에 갈색 피부, 하지만 얼굴에 표정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변함없는 표정과 억양 없는 말투는 그야말로 시체를 방불케한다.
미녀이긴 하지만 여자로서의 매력이 느껴지는 인물은 아니다.
그녀는 제국의 모든 함대, 수송선 일천척과 대형 전투함만 해도 수백척, 탑승 인원 수십만명을 이끌 대장군이다.
“나의 비원을 이뤄낼 경우엔 그대들에게 어떠한 포상이라도 줄 것이니라. 집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양의 황금, 말을 타고 아무리 달려가도 끝이 없을 영지, 도시를 가득 채울 미남 미녀, 그 모든 것을 주도록 하마.”
왕은 그렇게 단언한 뒤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하나 실패는 허락되지 않느니라. 지난번 대장군이 어찌 되었는지는 알고 있을 테지?”
지난번 침공은 무승부로 끝났으나 영토에 변동이 없었다는 뜻은 방어 측인 연방의 승리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제국의 최고 사령관은 가족과 친구 모두 산 채로 독충의 먹잇감이 되었고 사흘 밤낮 동안 계속해서 울부짖다가 숨이 끊어졌다.
““혼에 새겨 두었나이다.””
“하면 가라! 물자도 병력도 필요한만큼 보내주도록 하마. 짐의 손 안에 이 세계를 가져다주는 것이니라!”
두 사람뿐 아니라 뒤쪽에 대기 중이던 모든 자들이 고함소리를 내질렀다.
잡병처럼 무릎을 꿇고 있던 이들도 전부 몇만 규모의 군대를 이끄는 장군들이다.
왕은 몸을 나부끼고서 개인실로 돌아갔고, 각 장군들도 자기 부대로 돌아갔다.
“우리는 이미 운동 공명체, 실패했다간 우리 둘 모두 끔찍한 고통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다.”
다프네스의 말을 듣고서 세크리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네 함대가 오지 못하면 백도는 건널 수 없다. 실수하지 말라고.”
“쓸데없는 걱정 마라. 자기 할일만 제대로 해.”
세크리트는 다프네스에게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스칼렛빛 눈동자만 슬쩍 움직여 짧게 답한 뒤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엄청난 미녀이긴 하다만 저런 성격이서야 반할 턱이 없지.”
다프네스는 한 번 한숨을 내쉬고서 자리를 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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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에이길 하드릿 23살 여름
지위: 고르도니아 왕국 변경백, 동부 대영주 산의 왕 드워프의 친구
영주민 159000 중심 도시 라펜 23000 린트브룸 4000
재산: 금화 0닢 훈장/유족 지급(40000) 잔치(300)
가족
논나(정실) 카라(측실) 멜(측실) 쿠우(애첩) 루우(애첩) 멜리사(애첩) 밀레(애첩) 레아(애첩) 미티(혼약) 마리아(혼약) 카트린느(혼약) 케이시(요괴) 리타(메이드장) 요구리(극작가) 피피(애첩) 앨리스(엉덩이) 알마(눈물)
세바스찬(집사) 도로테아(애첩, 왕도)
아이
스우 미우 예카테리나 아마타 아나스타샤(딸) 안토니오 클로드 길버트 라이너 바르톨로메이(아들) 로즈(수양딸)
부하
세리아(부관) 기드(호위대) 크롤(웃음) 이리지나(지휘관) 루나(지휘관) 루비
마이라(치안관) 포르테(학생 감독) 그레텔(강아지)
레오폴트(참모) 아돌프(내정관) 트리스탄(군사?)
클레어&롤리(전용 상인) 슈바르츠(말) 릴리안느(여배우)
어머니 말스린느 딸 스테파니 브리짓 펠리시(인질 수용)
타국
셀레스티나(몰트 여왕) 모니카(시녀) 클라우디아(부인) 클라라
경험 인수: 206명 자식: 4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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