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1화『마그라드 전쟁③ 열화의 48시간』
“야습―!!”
정찰병의 고함소리에 눈을 뜨고서 세리아를 흔들어 깨운다.
“갑옷을 입어라!”
“흠냐아……헉! 네!!”
재빠르게 무장하고서 밖으로 튀어나오니 그곳엔 이미 처절한 전투가 시작되어 있었다.
예상대로 박살난 도시벽 틈 사이로 슬쩍 침입해 온 모양이다.
일부 병사를 교대로 깨워두고 있긴 했지만 역시 피로의 기색이 짙다.
비 때문에 불빛도 얼마 없어서 자세한 건 잘 모르겠지만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군.
이런 어둠 속에서 많은 병력을 데리고서 야습을 시도했다간 아군 피사가 발생할 것이다.
이건 아마 우리 쪽을 지치게 만들기 위한 괴롭힘 수준에 가깝다.
“겁 먹지 마라! 적의 숫자는 얼마 안 된다, 놈들을 내쫓아라!!”
소리를 지르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검을 휘두르려던 적의 가랑이를 세리아가 베어냈다.
“끄아아아아아악!!”
완전히 숭덩 잘려나갔군.
세리아는 키 차이 때문에 가랑이나 허벅지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그냥 목을 날리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싶을 지경이다.
“이년이!”
뒤이어 두 명이 세리아한테 검을 휘둘렀지만 그녀는 앞구르기를 하듯이 움직여 공격을 피한 뒤 놈들의 발목을 베어냈다.
발뒤꿈치가 베인 남자는 쓰러졌지만 나머지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세리아를 발로 차려고 했다.
“어이.”
나는 그 사내의 투구를 붙잡아 끌어당겼다.
“히익!”
“내 여자한테 손을 댈 셈이냐!”
두 손으로 주먹을 쥐고 양옆에서 있는 힘껏 투구를 내리찍었다.
우득 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얼굴이 길쭉해지더니 몇 군데에서 여러 것들이 튀어나왔다.
“에이길 님!”
“조심해라 세리아. 네가 다쳤다간 난 엉엉 울고 말 테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적병의 옆구리를 창으로 꿰뚫고 이리저리 휘두르다 내던졌다.
“네! 에이길 님도요!”
세리아는 검을 공중으로 내던지고 허리춤에 찬 단도를 두 손으로 던진 뒤에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검을 붙잡았다.
방금 전 던진 두 자루의 단도가 날아간 궤적 끝에선 두 사람의 단말마 소리가 들렸다.
참 재주 좋은 녀석이다.
그때, 마구간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적이 슬쩍 말을 빼앗으려고 했던 모양이다.
“뭐, 뭐야 이놈은!”
“끄아아아악!”
서둘러 달려가보니 적병 네 명이 슈바르츠를 억누르려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세 명이군, 한 명은 이미 짓뭉개져 죽어버렸으니.
“제기랄! 그냥 죽여버려!”
“이 자식……!”
하지만 그 검이 슈바르츠한테 닿기도 전에 강렬한 뒷발차기가 작렬하더니 머리가 완전히 박살난 남자가 땅바닥을 굴렀다.
또 한 사람한테는 정면 몸통박치기, 직후에 가차없이 말발굽이 머리를 짓밟았다.
“끄아아아악!!”
1톤이 넘는 슈바르츠에게 깔린 적 병사한테서 우드득 하고 마른 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놈! …………어랍쇼?”
창을 쥐려고 하던 적이었으나 그의 손과 창은 이미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미안하지만 내 말이거든. 거기까지 해 줄 수 있겠나?”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라진 자기 손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 사나이는 더 이상 내 말조차 들리지 않는 듯했다.
얼른 죽여줘야겠군.
무기력한 남자의 가슴에 깔끔하게 창을 꽂아넣고 나서 슈바르츠 위로 올라탔다.
“세리아 넌 병사들을 지휘하거라. 난……잠깐 다녀오마.”
적은 도시벽 구멍을 통해 계속해서 들어오는 중이다.
다시 말해 그쪽 방향엔 적밖에 없다는 뜻이니 날뛰어도 아군 피사를 할 가능성은 없다.
“돌격이다, 가자!”
슈바르츠는 세 사람을 죽이고 피가 들끓은 듯했다.
마음껏 날뛰게 만들어주마.
“달려가라!”
어둠을 향해 새까만 슈바르츠가 질주한다.
“우왓!? 뭐, 뭐지!? 끄악!!”
일렬로 늘어선 적병 한복판을 향해 슈바르츠 위에 올라탄 내가 돌진해 나아간다.
창을 휘둘러 몇 놈을 날려버린 다음 진로상에 있던 적은 슈바르츠가 짓밟으면서 전진한다.
대응할 시간은 주지 않는다.
암흑 속에서 울려퍼지는 말발굽 소리에 깜짝 놀란 적들을 계속해서 창으로 뭉개버린다.
애초에 지근거리 전투를 상정한 야전의 경우엔 활과 보우건은 아군 오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
장창도 방해물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들의 무자은 단창과 검이 주력, 다시 말해 내 먹잇감들이다.
“11! 12!”
돌격을 이어나가던 기세 그대로 13명째 인원을 찔러 죽이자 힘이 넘쳐서 몸을 꿰뚫고 14번째 인원까지 뚫어버리고 말았다.
이쯤 되니 한손으로 드는 건 무겁게 느껴져서 두 명이 꽂힌 꼬챙이 경단은 땅바닥에 질질 끌고서 왼손으로는 듀얼 크레이터를 뽑아들었다.
연속으로 스쳐 지나가던 적을 말 위에서 베어내주니 그 순간엔 그저 멍청히 서 있는 듯 보였지만 뒤늦게 뒤쪽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아마 시간 차를 두고서 몸이 어긋난 것이리라.
돌진을 이어나가던 사이 적진의 한복판에 들어오게 되었다.
음, 둘러싸이면 위험한데.
“어, 어이 저거 적 아니야!?”
“포위해! 다같이…….”
“슈바르츠, 왼쪽으로 꺾어라!”
슈바르츠가 급정지하더니 몸을 왼쪽으로 돌렸다.
“오오오!!”
질질 끌고 다녔던 탓에 절반쯤 찢어진 시체 두 구가 꿰인 거대 창을 억지로 들어올렸다.
오른손 근육이 부풀어오르는 감각이 느껴졌다.
“흐랴아아아압!!”
정면 적을 향해 있는 힘껏 창을 휘두르니 엄청난 충돌음이 울려퍼졌다.
손맛으로 봐서 10명 언저리는 튕겨날아갔을 것이다……덤으로 꼬챙이처럼 궤여있던 두 놈도 어딘가로 날아가버렸다.
이제 가벼워졌군.
“괴……괴물, 저놈은 사람이고 말이고 둘 다 악마인 게 틀림없어!”
“이런 놈을 쓰러트릴 수 있을 리가 없어……나는 아직 죽기 싫다고!!”
이제 사기가 한풀 꺾여서 무너질 줄 알았더니, 갑자기 암흑 속에서 창이 내질러졌다.
창으로 받아낼 여유도 없었던 탓에 곧바로 몸을 비틀었지만 허벅지에 얕게 상처를 입었다.
상처는 깊지 않지만 피가 흐른다.
“봐라! 귀신이라 한들 피를 흘리지 않느냐! 베어내면 죽일 수 있다!”
나를 베러 온 남자는 주변 병사들과는 다른 복장을 입고 있었다.
흠, 용맹한 지휘관이라 이건가.
“다음은 다같이 간다, 이놈을 처리하면 승작도 꿈은……흐긱?”
날 다치게 만들다니 짜증이 치미는군. 전력으로 휘두른 창이 그 사람에겐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뭔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긴 했지만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다.
놈의 얼굴은 턱부터 아래쪽밖에 남아있질 않았으니까.
“자, 어디 보자…….”
나를 포위한 병사들을 한 번 쳐다본 다음 머리통이 반쯤 사라진 채 멍청히 서 있는 지휘관을 손자루로 가볍게 쿡 찔렀다.
풀썩 하고 쓰러지는 시체, 적들의 발은 멈춰서 있었다.
“나는 돌아가겠다. 쫓아오고 싶은 놈은 따라오도록 해.”
슈바르츠의 속도를 높이며 나아가니 진로상에 있던 적들이 내게 창을 겨누면서도 길을 비켰다.
뒤쪽에 있던 적들도 쫓아오려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야, 쫓아가야지…….”
“네가 가면 나도 갈게.”
“그건 좀…….”
적들의 후속 부대는 없는 모양이다.
이제 편히 싸울 수 있으려나?
“큭! 아직 멀었다! 에잇!”
도시 중심에선 아직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서 병사들의 선두에 선 이리지나가 날뛰는 중이었다.
병사 넷을 이끌고서 열심히 싸우는 중이지만 눈앞에 있는 적은 30명이 넘는다.
발밑에 5명의 시체가 굴러다니는 걸 보니 대단하긴 하지만 솔직히 고전은 면치 못하는 듯 보인다.
“아윽!”
이리지나의 허벅지에 창이 꽂혔다.
터져나오는 피와 사랑하는 여자가 흘린 신음소리.
순식간에 눈앞이 새빨개졌다.
슈바르츠도 격렬하게 울음을 터트렸다. 나와 같은 심정인 모양이다.
“달려가라 슈바르츠, 전부 다 죽여주마.”
빠른 걸음에서 순식간에 전력 질주로 속도를 바꾼 슈바르츠는 그 기세 그대로 적병들의 무리를 향해 등 뒤에서 치고받았다.
적 몇 명이 짓뭉개져 비명소리를 터트렸다.
그 누구도 놓칠 수 없지. 전부 다 죽여주마.
“감히 내 여자한테 상처를 입혔겠다.”
슈바르츠 위에서 내려온 다음 우선 눈앞에 있던 두 사람을 깔아뭉개고 손잡이로 나머지 한 사람의 머리를 박살낸 뒤, 창은 그 자리에 놔두고서 듀얼 크레이터를 두 손으로 쥐었다.
“살아서 돌아갈 거란 생각은 버려라.”
“뭐야, 이 자식은!”
“갑자기 무슨, 끄엑!!”
“눈앞에 있는 여자는 이제 내버려둬, 이 녀석이 더 위험하다! 크엑!!”
나는 몸을 돌리면서 소용돌이마냥 듀얼 크레이터를 휘둘렀다.
창처럼 한꺼번에 적을 날려버리는 건 불가능하지만 엄청나게 예리한 건 여전한지라 검으로 막아내든 방패로 막아내든 힘만 실으면 아무런 저항감도 없이 두 동강을 낼 수 있다.
“끄아아아악!!” “손이 없어어어어어!!” “다리가!” “배가 갈라졌어……누가……살려줘…….”
손과 다리와 목과 몸통이 계속해서 공중을 맴돈다.
제각각 엄청난 피분수를 튀기고 있다보니 마치 새빨간 폭풍우 한가운데에 있는 것 같군 그래.
휘두르던 검의 일격 가지고는 적을 전부 죽이기엔 역부족이어서 박치기와 발차기, 끝내는 맨손으로 적의 턱과 목을 붙잡아 짓뭉개주었다.
30명 정도 있었던 적은 순식간에 완전히 조각이 나버렸다.
“사……살려줘…….”
“안 돼.”
마지막 한 놈을 머리부터 가랑이까지 두 동강내 주니 이곳에 있던 적들은 전부 시체가 되었다.
나는 곧장 부하가 붕대를 감아주고 있던 이리지나한테 달려갔다.
“괜찮나?”
“그래, 치명상은 아니야……하지만 이제 온전히 싸우긴 힘들 거다…….”
“아니, 지금까지 잘 해줬어. 후방으로 가서 상처를 치료하도록 해.”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내가 네 몫만큼 더 하지 뭐. 살아남아서 침대에서 보답해 줘.”
이리지나는 내가 마구 날뛴 참상의 결과 쪽을 바라보았다.
“그래……하지만 정말 위험해지면 나도 싸울 거다!”
그렇게 되면 너는 여기서 도망치게 내보낼 거다.
마음속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병사들한테 이리지나를 후방으로 보내도록 시켰다.
어느새 적은 이미 후퇴하고 있는 듯했다.
“다들 잘 싸웠다. 정찰병 몇 명만 빼고 쉬도록 해라. 다음에 적들은 새벽쯤에나 올 거다.”
일단 이기긴 했지만 환호성은 터져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어제 아침부터 3번이나 연속으로 싸운 탓에 피로감이 쌓였다.
심지어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싸우게 될 것이다.
이대로는 언젠가 붕괴할 게 분명하다.
“에이길 님!”
“세리아, 다친 덴?”
“괜찮습니다, 이리지나 씨가…….”
“피피도 무사하다!”
“다리를 당했더군.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당분간 싸우긴 힘들겠어.”
내게 달라붙는 피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습니까……이쪽에선 크리스토프가 당했습니다. 어깻죽지가 완전히 베였습니다만…….”
그 부상은 살아남기 힘들겠군.
이러니저러니 해도 연이 길었던 놈이니 좀 쓸쓸하군.
“적의 검이 피와 기름 때문에 무뎌져 있던 것, 그리고 살짝 조준점이 미끄러져 사슬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충격으로 기절한 탓에 적은 죽였다고 착각한 모양입니다.”
대체 뭐라 말하면 좋을는지.
“부상은 가벼운 찰과상과 타박상입니다. 정신을 잃긴 했습니다만 곧바로 싸울 수 있을 겁니다.”
그 녀석은 지금까지 몇 번이고 격전을 빠져나와 단 한 번도 목숨에 영향을 끼칠만한 부상을 입은 적이 없다.
단, 단 한 번도 무공을 올리지 못했다는 아주 희박한 재능도 같이 보유 중이다.
“아무튼 다음은 새벽녘이다. 조금이라도 자야겠어.”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피가 잔뜩 묻은 갑옷을 벗어던졌다.
적들이 올 때마다 갑옷을 하나하나 다시 고쳐입는 게 번거롭긴 해도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자는 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앗! 다치셨군요……!”
“찰과상이야. 그냥 내버려 둬.”
“하지만…….”
“지금 안 자면 내일은 못 버틴다. 자다보면 낫겠지.”
세리아는 잠시 생각한 뒤 곧바로 옷을 전부 벗어던졌다.
피피도 당연히 전라다.
아무튼 조금이라도 피로를 풀어둬야 한다.
하지만 세리아가 쓸데없는 것, 내 물건이 강철처럼 우뚝 솟아있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투 때문이군요……소리가 날 정도로 서 있습니다. 빼내드릴까요?”
“피피도 빨 수 있다.”
내 물건은 너무 기운이 넘쳐서 이불을 크게 들어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세리아와 피피도 피곤한 상황에서 봉사를 시키는 건 좋지 않다.
“신경 쓰지 말고 자자. 알몸으로 달라붙어 있다보면 자는 사이에 알아서 빠지겠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두 사람을 끌어안은 채 바닥에 누웠다.
역시 피로에 쩌들어 있던 건지 1분도 안 되는 사이에 양옆에서 새근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도 역시 피곤했던 건지 눈앞이 점점 어두워지는 게 느껴졌다.
다음날
그치지 않는 비 때문에 아침해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미묘하게 밝아진 풍경이 아침이 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우리 셋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피피는 이거면 된다!”
자리에서 일어나던 두 사람이 한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굉장합니다. 역시 에이길 님이세요.”
“족장님의 씨는 무한하다.”
아니나 다를까 자던 사이에 알아서 뿜어져나온 정액은 우리 세 사람의 배 위에 물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원래는 여자 구멍을 적셨어야 할 내 아기씨들이여……미안하다, 나를 용서해라.
“이번 전투가 끝나면 너희 안에 싸주고 싶군.”
“물론이죠. 구멍이든 입이든 엉덩이든……얼마든지!” “피피는 엉덩이에 해줬으면 한다!”
좋아, 의욕이 샘솟는군.
방어전을 시작해보실까.
지붕에 고슴도치마냥 화살이 잔뜩 박히면 집에서 뛰쳐나와 도로에서 준비를 한다.
몇 번 정도 전투를 벌인 결과 도시벽은 이미 몇 군데가 박살나 방어 거점이라 보기에도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있었다.
이제부턴 도시 안에서 직접 싸워 적을 내쫓는 수밖에 없다.
“전원 들어라! 아직 적습은 계속될 거고, 너희 중 대부분이 죽을 거다. 하지만 이곳을 지키고서 살아남으면……좋은 밥이랑 맛있는 술, 그리고 미녀를 소개해 주마. 먹고 마시고 씨를 남기는 것……어때, 목숨을 걸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병사들한테서 메마른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가짜 사기도 사기라 생각해 두는 게 좋겠어.
“자, 살육전이다!”
도시벽에 수없이 생긴 틈 사이로 적 병사들이 우글우글 튀어나왔다.
우리 쪽이 진을 치고 있는 곳은 도로에 수없이 많이 지어둔 장해물 뒤쪽, 짐마차와 돌을 쌓아올린 뒤에 흙을 덮어 밤 전투 때 적이 남겨두고 간 창과 검을 반대 방향으로 묻어둔 것이다.
간이 방호책 같은 느낌이다.
적은 우리 쪽의 진지를 보고서 움직임을 멈추더니 궁병대를 앞으로 내세웠다.
“화살이 올 거다, 뭐라도 뒤집어써!”
미리 집을 몇 군데 박살내고서 병사들한테 두꺼운 나무 갑판을 준비시켜두었다.
불화살을 쓸 수 없는 이상 이 밑에 들어가기만 해도 화살은 뚫지 못한다.
“그래도 계속 얻어맞기만 하는 건 성미에 안 맞지. 내가 말한 건 준비해 뒀나?”
“네……정말로 하실 겁니까?”
“그래, 재밌지 않아?”
병사가 갖고 온 건 적병의 시체에서 회수한 창, 방호벽에 쓰다가 남은 분량이다.
얼추 길이가 비슷하게 맞춰져 간단하게 밧줄로 묶어 몇 개씩 모아둔 것이다.
나는 그 중 하나를 손에 들어 크게 위로 치켜들었다.
병사들이 방패를 들어올려 머리 위에서 날아오는 화살로부터 날 지켜주었다.
“흡!”
있는 힘껏 내던진 창 묶음은 포물선을 그리며 활을 쏘던 적진 한복판에 낙하했다.
“끄악!”
“젠장! 공성 병기까지 갖고 있던 건가!?”
적 세 명이 한꺼번에 꼬챙이가 되었다.
“한 번 더.”
나는 다시 창 묶음을 내던졌다.
이번엔 적도 눈치를 챈 건지 낙하 지점에 있던 적이 몇 명이 한꺼번에 방패를 들어올렸고……꼬챙이가 되었다.
투창의 위력은 애초에 화살과 비할 바가 못 되는데 내가 던진 건 투창용 창도 아니고 일반적인 창이다.
심지어 몇 자루를 한꺼번에 던졌다보니 무게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
낙하 속도까지 합쳐져서 방패로 막아낼 수 있을만한 공격이 아니다.
“인간 거대 석궁…….”
방금 그 말한 놈, 얼굴 기억해 뒀다.
네가 살아남으면 못생긴 여자를 네 명 정도 안겨주마.
그 후에도 몇 번 정도 공격을 날려 몇십 명 정도를 쓰러트렸고 아군은 크게 사기를 끌어올렸지만 전체적인 전황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끝내 화살을 날려도 효과가 없다는 걸 깨달은 적이 궁병대를 물리고 접근전을 시도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적이 다같이 전진하기 시작한 지금, 이제는 찔끔찔끔 창을 날리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밧줄을 전부 풀어라. 한꺼번에 날려줘야겠어.”
“네!? 정말, 엉망진창이네요…….”
투덜거리면서도 밧줄을 푸는 세리아, 이제 남은 건 10개 묶음 총 50개 정도인가? 뿔뿔이 흩어진 창을 한꺼번에 어깨 위에 들어올렸다.
솔직히 이것들은 한꺼번에 던져도 사정거리 안에 안 들어오니까 가까이 와줘야 한단 말이지.
“오오오오오오오오――!! 돌격――!!”
달려드는 적들, 아군도 무기를 손에 쥐고서 당장에라도 부딪칠 것 같은 그 순간 도움닫기를 밟아 어깨에 짊어진 창을 내던졌다.
이리저리 날아가던 창은 눈앞에 진지만 바라보고 있던 적들 한복판 위로 쏟아져내렸다.
갑자기 공중에서 떨어진 창의 비에 대응하지 못한 적들의 일부가 충돌 직전에 쓰러져 죽었다.
아군들까지 넋이 나간 모습이다.
평범한 창이라고는 해도 한꺼번에 던지려 하니 무게가 상당했다.
어깨가 지쳤군.
“내가 보기엔 군단장님이 인간이라는 것보다 더 신기한 건 없는 것 같다 야.”
“사실은 오크였다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단 말이지.”
“구물거리고 있을 시간 없다! 자, 다음 공격이 올 거다!”
적은 선봉이 순식간에 괴멸한 걸 보고 깜짝 놀라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리도 없었다.
몇백명 정도 되는 본격적인 부대가 기병까지 데리고서 돌진해 오는 중이다.
애용하는 창을 빙글 돌리고서 앞으로 내밀었다.
“자, 다들 싸워라! 적들의 시체를 쌓아올려라!”
기마 돌격으로 적진을 혼란시킬 생각인 건지 제일 먼저 기병이 창을 들어올리고서 돌진해 왔다.
“그렇게는 안 되지.”
선두에 나선 기병한테 창을 내지르고 말의 목구멍을 꿰뚫어 흘려보내듯이 옆으로 쓰러트렸다.
엄청난 기세로 낙마한 병사도 말과 마찬가지로 힘이 다 빠진 듯했다.
“다음!”
두 번째 기병은 나를 노리고서 창을 내질렀지만 나는 그걸 붙잡고서 곧바로 낙마시켜 다리로 목을 꺾었다.
세 번째 놈은 말의 다리를 베어내서 낙마시킨 뒤 아군이 마무리 짓도록 내버려두었다.
이런 식으로 경로 파악이 손쉬운 기병을 쓰다니, 써먹을 게 못 될 텐데.
“좀 더 기병 공부를 하고 오는 게 좋겠어!”
네 번째 놈은 말의 얼굴을 정면으로 손잡이로 크게 때려 기절시킨 뒤, 낙마한 기병을 공중에서 꿰뚫었다.
꿰뚫은 병사는 한 번 크게 몸을 회전시키고서 한참 높이 날아가더니 적 쪽으로 돌아가버렸다.
한 순간 겁을 먹은 듯한 적들이었으나, 곧장 그 표정에 분노가 서렸다.
방금 전 내가 던진 건 아무래도 상당한 존경심을 받던 지휘관이었던 모양이다.
“남작님의 원수를 갚자! 전군……돌겨어어어억!!”
“바라던 바다, 전부 쓸어버려라!”
두 군대가 좁은 도로 위에서 충돌한다.
격렬한 전투가 시작됐다.
◇◇◇◇◇◇◇◇◇◇◇◇◇◇◇◇◇◇◇◇◇◇◇◇◇
주인공: 에이길 하드릿 22살 봄
지위: 고르도니아 왕국 백작 고르도니아 동부 대영주 산의 왕 드워프의 친구
휘하 부대: 43700
포트란델
왕국군: 1400
동쪽 연안
사군: 8000(실전 부대만)
보병: 2500 기병: 500 궁병:700 공병: 300 궁기병: 4000
대포: 10문(정규품 1문)
왕국군: 2개 병단 26300
인근 제후군: 8000
엄밀히 말하면 주인공 지휘하에 있는 건 아님
별동대: 라펜 방위대 1000
군 부하: 레오폴트(부사령관) 세리아(부관) 마이라(지휘관) 이리지나(지휘관)
루나(궁기병 지휘관) 피피(마스코트) 트리스탄(파수꾼)
현재 지점: 포트란델
전과: 포트란델 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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