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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에 이르는 길

왕국에 이르는 길 제149화『마그라드 전쟁① 상륙 작전』

제149화『마그라드 전쟁①  상륙 작전』

 
정전 종료  전날
 
군대란 단순히 전력으로 쓰이는 장기말이 아니다.
규모가 커질수록 사실상 이동하는 도시와 다를 바가 없다.
몇만명쯤 되면 매일밤 엄청난 양의 밥을 먹고 물도 마신다.
당연히 설비가 없으면 그들이 매일같이 싸는 배설물만으로도 산을 쌓을 수 있다.
 
적의 영지 안에 발을 들일 땐 밥만 챙기고서 쳐들어가면 그 뒤엔 별로 신경 쓸 필요없지만 자국 안에서 깽판을 칠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강을 건너기 위해 진을 칠 수 있는 장소는 한정된다.
 
 
“저 마그라드 도시……뭐라 했더라?”
“포트란델입니다.”
“보이긴 하는데 멀군 그래.”
 
우리는 정전이 끝나는 기간 동안 작은 항구 도시 근처에 있던 숲, 강을 지나가는 배들이 살펴봐도 보이지 않는 지점에 미리 진을 치고 있었다.
 
높은 나무를 이용한 정찰탑을 올라타 반대편 기슭을 바라본다.
만약 육상으로 이어져 있는 곳이라면 말을 타고서 30분도 안 걸릴만한 거리다.
하지만 사람이 헤엄을 치거나 단순히 뗏목을 타고서 건너기엔 너무 먼 거리였다.
 
“저는 배의 숫자가 적은 게 신경 쓰입니다.”
 
항구 도시에는 눈에 띄지 않게끔 육지 쪽에 정박시키거나 위장시켜둔 배가 준비되어 있긴 했지만 그래봤자 보낼 수 있는 병력은 잘 해봐야 3000정도일 것이다.
 
“적이 얼마나 준비해 뒀을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맨 처음 부대는 상당히 고생하겠군.”
 
다른 장소에도 배를 보내놨기 때문에 이 정도 숫자인 거겠지만 뭔가 불안한 느낌이다.
 
“첫 번째 진형은 왕국군을 중심으로 한 부대를 먼저 내세워야 하는 게 맞습니다.”
 
레오폴트가 정찰탑 위, 나와 세리아 사이에 슬쩍 끼어들어 고개를 내밀었다.
 
“뭐야, 너도 귀여움 받고 싶은 거냐?”
“여기서 지켜봤자 적의 상황은 알 수 없습니다. 척후병을 내보내는 것도 불가능, 만에 하나라도 함정이 있을 경우엔 도우러 갈 수도 없습니다. 우리의 병력을 잃을 위험성은 피해야 하는 법입니다.”
 
무시하고 자빠졌군.
레오폴트가 말하는 논리는 이해가 가지만 내 병력을 움직이지 않고 너희가 먼저 가라고 명령했다간 왕국군의 병사들도 자기가 버림말이라는 걸 깨달을 것이다.
사기도 엉망이 될 게 분명하다.
 
“으음…….”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 손가락으로 튕기려 한 순간 세리아가 날 말렸다.
 
“안 됩니다! 그런 식으로 적당히 고르시면 안 된다구요!”
“그럼 이렇게 하지. 선봉은 왕국군을 내보내긴 해도 지휘는 내가 직접 하는 걸로.”
 
이 정도라면 병사들도 버림말 같은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사령관이 같이 적지에 발을 들이는 건 중요한 일이다. 후방에서 지켜보고 있기만 하는 건 후일을 위해서도 별로 좋지 않다.
 
“안 됩니다!” “그건 안 되죠.” “안 된다!” “적들은 꼬챙이행이다!”
 
세리아 말고도 마리아, 피피, 이리지나가 동시에 고개를 내밀었다.
너희들 대체 어디 숨어 있던 거냐?
 
“함정이라도 있었다간 큰일입니다! 우선은 레오폴트 씨 같은 분이라도 보내야 합니다!”
“사령관이 선두에서 나서는 건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시간과 장소도 고려하셔야 합니다. 이번엔 불확실한 정보가 너무 많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안 된다!”
“밥은 아직 멀었나!?”
 
지금까지 내 감을 믿고서 행동했을 때 나쁜 결과로 이어졌던 적은……아마 그리 많진 않다.
게다가 가장 불평을 늘어놓을 것 같았던 레오폴트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우리의 국력과 전장의 사기, 쌍방에 이점이 있는 수단이긴 합니다. 단, 만에 하나의 경우엔 하드릿 경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그 정도는 어쩔 수 없지.”
 
전쟁에서 절대적인 안전성을 바라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다면 제가 말씀드릴 일은 더 이상 없습니다. 하지만 잊지는 말아주십시오. 당신이 죽으면 이 전쟁도, 영지도 전부 끝장입니다.”
“좋건 싫건 하드릿 경의 영향력으로 유지 중이니까요…….”
 
두 사람의 불길한 이야기를 자르고서 뼈가 달린 고기를 우물거리고 있는 이리지나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어두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자. 아무 일 없이 간단하게 상륙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저는 무조건 따라갈 겁니다!”
“라호하!!”
 
세리아는 무슨 말을 하든 내게서 떨어질 생각이 없을 것이다.
호위대 정도는 데리고 가야겠어.
그리고 이리지나 넌 말하면서 얘기하지 말고. 고기랑 기름이 잔뜩 튀고 있잖아.
 
 
“그래도 한밤중에 움직일 순 없지. 아침해가 뜨면 그와 동시에 배를 타고 가자.”
 
배에 익숙지 않은 병사들은 새까만 암흑 속에서 배를 몰기는커녕 그 위에 탑승하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
불이라도 피웠다간 반대로 적진 기슭에선 눈에 잘 띌 테니까 말이야.
 
“배를 타는 건 여행했을 때 이후 처음이네요.”
 
세리아가 그립다는 듯이 내게 머리를 기대었다.
마이라와 이리지나가 살짝 소외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 시절 이야기를 알고 있는 건 세리아와 논나, 도중에 합류한 멜리사뿐이다.
다른 여자들에겐 재미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
 
“일을 다 마치고 나면 편안하게 배를 타고 여행하는 것도 괜찮겠어.”
 
영지는 아돌프한테 맡겨두고서 편안하게 심신의 피로를 치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선 내일 출진을 대비해 하반신의 피로를 치유하도록 해야지.
 
 
 
다음날  배 위
 
“선두에 있는 배가 강 절반 부근까지 도달했습니다! 적의 수군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뭐야, 맥 빠지게시리.”
“이게 강……다리가 후들거린다……족장님, 무섭다!”
 
아침해와 함께 배에 나눠 올라탄 왕국군 병사 2500명과 내 호위대는 강의 흐름을 고려하여 포트란델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중기병 호위대는 무겁기 때문에 생각보다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궁기병을 태워 보내는 데엔 엄청난 노력이 들어갈 듯 보였다.
피피가 두려워하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배에 올라타는 것도, 배에서 내리는 것도 순탄치 않을 듯하다.
 
적의 반격에 대비해 적지 않은 전투함을 앞에 내세워 엄중한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나오질 않았다.
 
“동감입니다. 적은 정면에 포진한 라드할데 경의 제1군단에 집중하고 있을 수도 있겠군요.”
 
세리아가 냉정하게 분석했다.
 
“에이리히가 어지간히 고생하고 있을 수도 있겠어. 하지만 상륙만 끝내면 사실상 결판은 난 거나 다름없지.”
 
4만이 넘는 내 군단이 통째로 상륙하면 혼자서도 마그라드 군대와 충분히 싸울 수 있다.
강가를 따라 나아가 항구 도시를 점령하면 적의 수군은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수군이라고는 해도 상시 강 위에 있는 것도 아니고 식량과 화살도 보급할 수 없게 되면 순식간에 힘을 잃을 게 분명하다.
 
“적의 수군……! 아니, 얼마 안 됩니다. 단순한 척후병일 수도 있겠습니다.”
 
정찰병의 보고를 듣고서 한 순간 긴장감이 내달렸지만 잘 보니 작은 배 몇 척에 불과했다.
우리 쪽의 전투선이 화살을 쏘자마자 허둥지둥 꽁무니를 내뺐다.
이미 모든 배가 강가의 중심을 지나친 상황이다.
이제 와서 반격을 시도해 봤자 늦었다.
 
“역시 에이길 님께는 행운의 여신이 함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 안아줬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말이야.”
 
천벌 받을 것 같은 소리는 그만두라며 세리아한테 혼났다.
 
전방에 있던 배에서 노성이 터져나오더니 배 몇 척에서 불길이 솟았다.
아무래도 도시를 지키고 있는 육상의 적과 화살을 주고받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밀어붙일 수 있다. 이 정도까지 다가온 이상 불이 붙는다 한들 그대로 상륙해버리면 그만이다.
도시의 수비병은 그리 많지 않다.
 
“전원, 전투 준비! 빠르게 도시를 함락하고서 후속 부대를 불러들인다. 도시는 불태워도 상관없지만 배는 크건 적건 상관없이 되도록이면 부수지 마라.”
 
멀쩡히 확보 가능할 경우엔 후속병을 데려오는 게 훨씬 쉬워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여자는 절대로 죽이지 마라. 따먹을 경우엔 동의를 구하고 나서 해라, 알겠나!?”
 
오―! 하고 병사들의 사기가 치솟았다.
자, 마그라드와 전쟁을 벌일 시간이다.
 
◇◇◇◇◇◇◇◇◇◇◇◇◇◇◇◇◇◇◇◇◇◇◇◇◇◇◇◇◇◇◇◇◇◇◇◇◇
마그라드 영토  항구도시 포트란델
 
“고르도니아 배가 접근 중, 병사를 상륙시키는 중입니다!”
“어찌 저지할 방법이 없나!? 수비대는 뭘 하고 있나!”
“수비병은 2000, 적은 3000에 가까운 숫자입니다!”
 
병사와 지휘관들의 노성이 공간을 지배했다.
포트란델은 그렇게 커다란 도시가 아니다.
달리 중요한 거점도 많은 상황 속에서 이만한 병력이 배치되어 있던 건 고르도니아와의 관계가 긴장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제기랄! 대체 왜 이쪽으로 오냔 말이다. 후속 지원은 있나!?”
“척후선에 따르면 반대편 기슭 도시에는 몇만명의 병력이 있는 걸로 보인다 합니다!”
 
노성이 한 순간 멈췄다.
 
“몇만……주력 부대잖아. 이제 끝장이군. 지켜낼 수 있을 리가 없어…….”
“약한 소리 마시오! 아무리 몇십만명이 반대편 기슭에 있다 한들 건너올 수 있는 건 몇천명씩이잖소. 적한테는 그 병력을 한 번에 옮길 수 있을만한 배는 없단 말이오!”
“몇천명이라 해도 버틸 수 없을 거요! 원군은 없는 건가!”
 
상식적으로 봤을 때 병력상으로 우세한 고르도니아를 상대로 기슭 연안 전부를 수비하는 건 불가능, 따라서 주력 병사는 어느 정도 내륙에 배치하고서 상륙 지점에 대군이 상륙하기 전에 병력을 손실시켜두는 게 미리 계획된 전술이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필요한 게 하나 있었다.
 
“수군은 뭘 하고 있단 말이냐……고르도니아 놈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편안하게 건너왔지 않나!”
 
수군이 적을 격퇴, 혹은 그러지 못하더라도 상륙 작전 혹은 이동을 방해해서 시간을 버는 게 계획의 일부였다.
포트란델 근처에도 수군의 은신처가 존재한다.
긴급 연기 신호를 보냈기 때문에 당장에라도 달려와야 했던 게 바로 수군이었다.
 
“어째서……대체 왜 오질 않는 것이냐. 이대로는 적의 대군이 그대로 상륙하게 될 텐데. 우리나라는 끝장이다!”
 
한 순간 커다란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잘 보니 검은 깃발을 치켜세운 중기병이 수비대의 방위선을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있었다.
그 선두에 서 있는 기사가 순식간에 병사들을 날려버리는 중이었다.
고작 한 명의 기사가 도로에 급조된 방위선을 순식간에 돌파하고 있었다.
 
“전귀, 하드릿…….”
 
마그라드 군인 중에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명장 라드갈프와 그의 정예 군단병을 박살낸 악마의 맹장. 이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깨달은 건 상황이 한층 더 악화되었다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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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라!!”
 
창을 겨누고 있던 적병들을 날려버리고 방벽 대신 쓰이고 있던 짐마차를 박살낸다.
민가 옥상에서 검을 치켜들고 내게 달려든 남자를 공중에서 꼬챙이처럼 꿰어버리고 하늘 높이 날려버린다.
바닥으로 떨어진 남자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사기도 박살이 나더니 그곳에 있던 적들이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에이길 님, 너무 앞으로 많이 나오셨습니다! 왕국군은 이제야 겨우 항구를 점령한 것 같단 말입니다!”
“항구를 점령했다면야 충분하지. 적은 순식간에 무너질 거다.”
 
전방에서 달려오는 기병의 창을 보고 머리를 숙여 피한 뒤 찔러올리듯이 목구멍을 꿰뚫는다.
창이 두꺼워서 그런지 찢어져버렸잖아……아주 끔찍하군.
 
“빈틈 발견!”
“그런 게 어딨냐.”
 
옆구리에서 들이닥친 창을 붙잡아 남자째로 민가 벽을 향해 내던졌다.
 
“히이이이익!!” “도, 도망쳐!!”
 
흠, 이 정도면 되겠지?
일단 아군 쪽으로 돌아가볼까.
 
“배로 바로 돌아가서 후속 부대를 데리고 오라고 말해라.”
 
만에 하나 적의 대군이 있을 경우엔 도망치기 위해서 배를 대기시켜둔 상태였는데 이미 도시가 함락된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 시라도 빨리 후속부대를 옮길 준비를 해야 하는 게 정답이다.
빠르게 움직이면 오늘 안에라도 2번 정도는 왕복할 수 있다.
 
 
“에이리히가 단련시킨만큼 확실히 정예병이군.”
 
왕국군은 내가 세세한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뭘 해야할지 알고 있었다.
지휘관의 수준도 높아서 그런지 같은 숫자의 부대라 한들 적을 압도하고 있었다.
 
“좋아, 항구를 점령한 이상 도시 밖으로 적들을 모조리 내쫓을 기세로 싸워라. 숨 쉴 틈도 주지 마라!”
 
군단 사령관인 내가 직접 전선에 나와있는 덕분에 사기는 높다.
노성을 내지르면서 시작된 돌격에 마그라드 병력은 순식간에 밀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내가 더 싸워봤자 아군의 공적을 가로채게 될뿐이겠군.”
“네, 운 나쁘게 다치실 수도 있습니다. 뒤에 계시는 편이 더 나을 겁니다.”
 
아군이 확실히 밀어붙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날뛰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렇다 해도……적의 수군이 우릴 막지 않은 건 의외였습니다.”
“그래, 그게 가장 큰 고민거리였는데 말이야.”
 
수군이 방해만 안 하면 이런 식으로 흘러갈 거라는 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상륙 지점이 분산되어 있다고는 해도 수군이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건 반대로 꺼림칙하다.
 
“아무튼 이미 상륙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곳을 방치하면 전쟁 전체로 이어질 치명상으로 작용할 테니 반드시 원군을 데리고 올 테지. 하루 빨리 도시를 제압하고 방어 태세를 굳혀서 후속 부대를 기다리는 게 좋겠어.”
 
자신은 있다.
항구를 확보한 이상, 후속 부대는 계속해서 들어올 것이다.
설령 적이 밀어붙이기 시작해도 도시만 지켜내면 매일 6000, 9000 이런 식으로 우리쪽 병력은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뜻이다.
 
 
와아, 하고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아무래도 적의 마지막 저항선이 붕괴하여 전투 지역이 도시 바깥으로 이동한 모양이다.
 
“너무 깊게 쫓지는 마라. 도시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 사항이다! 그리고 녹색 연기 신호를 피워라!”
 
이걸로 만사 해결, 지금쯤 기슭에 남아있던 레오폴트나 마이라가 궁정과 에이리히가 있는 쪽에 상륙 성공 급사를 파견 보냈을 것이다.
 
“자, 얼추 마무리됐겠다 뭐라도 먹어야겠군.”
“그러시죠. 적이 반격해올지도 모르니 먼저 음식을…….”
 
세리아도 전투 중일 때랑 비교해 보면 살짝 표정이 풀어져있었다.
그때, 전선에서 싸우고 있던 이리지나가 갑옷에 피를 잔뜩 묻힌 채 다가왔다.
 
“적은 도시벽 밖으로 내쫓았다!! 근처에도 대규모 부대는 보이지 않아! 이제…….”
 
무언가 안 좋은 예감이 느껴진다.
 
“이 전쟁, 이겼군!!”
 
이리지나가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운송선이 포트란델을 떠난 그때,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 갑자기 시커먼 먹구름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도시, 이윽고 이 시기엔 보기 힘든 폭우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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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크롤의 과오  전편
 
“크롤, 이거 옮겨줄 수 있겠니?”
“네, 논나 ㅆ……사모님.”
 
침실에 두었던 커다란 꽃병이 슬슬 지겨워진 건지 복도로 옮겨달라고 부탁을 받았다.
논나와 다른 측실, 애첩들의 방이 있는 곳엔 여자들 말고는 웬만해선 들어가는 게 불가능하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건 집사인 세바스찬과 크롤 정도뿐이다.
하지만 논나도 메이드들의 가녀린 팔이나 흰머리가 희끗한 세바스찬한테 무거운 물건을 옮겨달라 부탁하는 데엔 저항감이 있던 건지 이런 건 크롤한테 맡기는 게 일상이다.
 
“여기……입니까!”
 
꽃병은 무겁긴 했지만 잡무와 단련 덕분에 튼튼해진 육체는 그 무게를 충분히 버텨내고 있었다.
 
“그래, 거기야. 그리고 이번엔 이 그림을 방 안에다…….”
 
 
 
 
“수고했어, 과자 정도는 먹고 가렴.”
 
한참 동안 부려먹힌 크롤은 거친 숨을 내쉬면서 물을 마셨다.
 
“에이길 님이 안 계시면……외롭네.”
 
논나가 슬쩍 테이블 앞으로 몸을 숙였다.
 
“으윽!!??”
 
허둥대는 크롤. 그것도 당연한 게 논나의 거대한 가슴이 테이블 위에 짓눌려 강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의 그의 물건이 바지를 치켜올렸다.
 
“? 왜 그러니?”
“아, 아뇨 아무것도…….”
 
논나는 남자의 나이가 어리다 해서 용서해주는 성격이 아니다.
발기한 사실을 눈치채면 순식간에 강간당할 거라며 비명을 내지를 게 분명하다.
 
“이,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방을 뛰쳐나온 크롤의 눈앞에 카라가 나타났다.
목욕을 끝마치고 나온 건지 노출이 심했다.
물건이 한층 더 단단해지는 게 느껴졌다.
 
“뭘 그리 서두르고 있는 거야?”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종종걸음으로 빠져나와 거실로 나가보니 멜이 막내인 길버트를 안고 있었다.
멜은 평소부터 차분한 복장을 즐겨입기 때문에 지금은 안심할 수 있다.
 
“후우…….”
 
하지만 순식간에 상황이 급변했다.
 
“어머? 배고프니? 자, 여기 맘마란다~.”
 
멜은 크롤한테 뒤돌아보고 있으라고 슬쩍 눈치를 준 다음 가슴을 꺼내 길버트한테 젖을 물려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15살의 남자가 아무리 중년이라고는 해도 미녀의 가슴에 시선이 가지 않을 리가 없다.
 
“윽!!”
 
허둥지둥 거실을 빠져나가는 크롤.
 
“……싸버렸어…….”
 
그의 물건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힘차게 정액을 토해내고 있었다.
 
 

 
“하아, 하아……안 돼! 내가 직접 해도…….”
 
그날밤, 크롤은 혼자서 물건을 열심히 문질렀지만 끝내 만족할 수 없었다.
예전엔 하루 온종일 자위를 하면 욕정도 사그라들었지만 여자를 배우고 나서부턴 그것도 힘들었다.
 
여자의 입, 가슴, 그리고 구멍 안에 집어넣고 싶었다.
 
“여자……여자가 필요해.”
 
욕망이 한계에 도달해 주인의 여자들을 따먹고 싶다는 위험한 감정까지 피어오를뻔했던 그때, 방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크롤? 일어나 있어?”
 
문을 두드린 사람은 바로 알마, 크롤과 같은 고아원 출신의 하인으로 나이도 한 살 어리고 겁이 많긴 하지만 요즘엔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허둥지둥 물건을 지어넣고 옷을 가다듬는 크롤.
 
“뭔데, 이런 늦은 시간에.”
“응, 오늘 크롤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소리를 들어서…….”
“아무것도 아냐. 얼른 자라고, 내일 빨리 일어나야 하잖아?”
“……그래도 걱정돼. 지난번에 그런 일도 있었고…….”
 
크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풍속점을 드나들다 혼나게 되다니,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일이다.
 
“됐으니까 얼른…….”
 
거기까지 말하다 순간 시선이 알마의 가슴 부근에서 멈췄다.
벌어진 것도 아니고 가슴 자체도 있는지 없는지 구분도 안 갈 수준이지만 얇은 잠옷은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부끄럼이 많은 알마가 이런 복장을 보일 수 있는 건 남매처럼 지내온 크롤이기에 가능한 방심이었다.
 
“우리는 계속 같이 자라온 사이니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뭐든지 상담……꺄악!!”
 
상냥하게 미소 짓고 있던 알마, 부드러운 감촉과 은은하게 풍기는 여자 냄새에 크롤의 이성이 불타버렸다.
 
주인공: 에이길 하드릿   22살 봄
지위: 고르도니아 왕국 백작  고르도니아 동부 대영주 산의 왕 드워프의 친구
휘하 부대: 46000
 
사군: 8000(실전 부대만)
보병: 2500 기병: 500 궁병:700 공병: 300 궁기병: 4000
대포: 10문(정규품 1문)
 
왕국군: 2개 병단 30000
 
인근 제후군: 8000
엄밀히 말하면 주인공 지휘하에 있는 건 아님
 
별동대: 라펜 방위대 1000
 
군 부하: 레오폴트(부사령관) 세리아(부관) 마이라(지휘관) 이리지나(지휘관)
루나(궁기병 지휘관) 피피(마스코트) 트리스탄(파수꾼)
 
현재 지점: 포트란델
 
전과: 포트란델 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