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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에 이르는 길

왕국에 이르는 길 제268화『마그라드 내전⑧ 칼디아 공방전』

268화『마그라드 내전⑧ 칼디아 공방전』

 

발사――!

 

지휘관의 호령과 함께 열 개의 달군 돌과 기름통이 포물선을 그리며 도시벽을 뛰어넘더니 칼디아 시내 쪽으로 날아갔다.

돌은 건물을 파괴하고 항아리는 박살이 나면서 화염이 솟구쳤다.

 

주민인지 적병인지 구분할 수 없는 비명소리와 노성이 울려퍼진 뒤,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모든 게 끝났다는 생각이 들 즈음 다시 호령이 울려퍼지고 돌과 항아리가 날아간다.

그런 전개가 계속해서 반복됐다.

 

 

나는 그 공격을 지긋지긋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맨 처음엔 전투의 고양감을 느끼기도 했으나…….

 

어이, 레오폴트. 이미 사흘째 똑같은 공격을 퍼붓고 있는데 이걸로 함락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만.”

 

한동안 돌을 계속 날린 뒤 궁병대가 앞으로 걸어가 일제히 불화살을 쏜다.

그리고 보병대가 사다리를 갖고서 다가간다.

하지만 적은 당연히 반격해 오고, 우리는 큰 소해가 발생하기 전에 공격을 중지한다.

이런 전개가 공성전을 시작한 뒤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중이다.

 

그렇겠지요. 우리 쪽은 25, 적은 대략 3. 공성전 쪽이 숫자로 더 우세하니 쉽사리 공략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그럼 왜 이런 멍청한 공격을 계속 되풀이하는 거지?”

 

너무 질질 끄니까 세리아의 뺨이 이렇게 부드러워졌잖아.

 

아으으……이건 원래 이런 겁니다.”

 

조사와 준비를 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과 적에게 방어 태세를 갖추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방어 태세가 갖춰지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잘 이해가 안 가게 말하니까 마이라의 가슴이 이렇게 부드러워졌잖아.

 

하으……워, 원래 이런 겁니다. 아아아……그렇게 만지시면 안 됩니다. 꼭지가 서버려요…….”

 

적도 처음엔 우리 쪽이 무슨 기책을 쓰는 게 아닐지 경계하고 있었을 겁니다. 일부러 며칠 동안 병법에 적힌 정공법으로 싸우면서 적에게도 교과서에 적힌 그대로의 방어 태세를 갖추게 꾸미는 겁니다.”

흐음, 그래서 진짜 노림수는 뭐지?”

 

빨리 말을 안 하니까 이리지나의 엉덩이가 이렇게……왜 이렇게 딱딱해.

 

족장님, 저는 기드입니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제 밤을 기다린 뒤 실행할 겁니다.”

 

그와 동시에 밀어붙이던 아군 측에게도 또다시 후퇴 지시가 떨어졌다.

 

 

 

 

 

밤길을 뚫고 병사 몇 명이 작은 물길을 헤엄쳐 나아갔다.

 

……이런 추운 날씨에 헤엄을 쳐야 한다니, 끔찍하군.”

 

나는 그 광경을 상상하고서 나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난번 여자한테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이 냇가는 도시벽을 둘러싸듯이 설치된 물길을 지나 칼디아 시내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 주변 일대는 낮에 집중 공격을 하고 있던 장소와는 전혀 다르다.

성문도 없는 곳이기에 적의 경계 수준도 비교적 어설픈 편이다.

 

병사들은 냇가를 헤엄쳐 나아갔고, 우리는 들키지 않게끔 약간 상류 위치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켜본다고 해도 어두컴컴한 상황 속에서는 병사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감시병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괜찮은 겁니까?”

 

도시와 연결된 물길이다.

도시벽 위에는 횃불이 설치되어 있고 당연히 감시병도 존재한다.

 

물 속에 잠수하고 있으면 도시벽 위에선 알아볼 수 없습니다. 게다가 저 병사들은 도시 안으로 침입하는 게 아니지요.”

 

성문과 거리가 있는 이런 위치에 병사 몇 명을 진입시킨다 한들 별로 의미는 없다.

 

저들의 임무는 단 하나입니다.”

 

레오폴트는 그렇게 말하고서 어둠 속을 계속 노려보았다.

 

그때, 병사 중 한 명이 속삭이듯이 목소리를 흘렸다.

그 손에는 잠입한 병사가 몸에 두르고 있던 밧줄의 반대편 끝부분이 쥐여져 있었다.

 

세 번 당기는 신호가 두 번 연속. 성공한 모양입니다.”

해낸 건가.”

 

이 말을 한 건 이리지나가 아니라 나다.

그녀는 목소리를 죽여야 하는 임무와 어울리지 않는다.

 

 

후퇴 지시를 보내라. 당장 준비를 시작한다.”

 

곧장 몇 개의 커다란 통이 바닥을 굴러왔다.

병사가 통 뚜껑을 열고서 내부 도화선에 불을 붙인 뒤 다시 단단히 뚜껑을 닫았다.

 

시간은 2분하고 10초다. 앞으로 50초 대기.”

 

그 통 안에는 각각 화약이 잔뜩 담겨있다.

공성전에서 대포를 쓰지 않았던 건 모든 화약을 이번 작전에 쓰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낮에는 의도가 읽히지 않을지 담이 서늘했었죠.”

 

시야가 밝은 대낮에 진짜 화약통과 똑같은 무게로 조절한 통을 냇가에 떨어트려 도시벽 밑으로 보내는 데까지 걸린 시간을 잰 것이다.

우연한 사고를 가장하여 마차 위에서 떨어트리고 그 안에는 식품을 가득 채워두긴 했으나, 적 병사들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통을 바라봤을 땐 주변 분위기가 무거웠다.

결국 적 병사는 그냥 분실물로 판단하고 무시하기로 한 듯하지만.

 

그리고 그때, 도시벽 바로 앞 물길에 금속으로 된 울타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금 잠입 병사들은 슬쩍 그 울타리를 제거하러 간 것이다.

이미 전부 다 계획대로 굴러가는 중이다.

 

좋아, 떨어트려라.”

 

레오폴트의 신호와 함께 통은 소리가 나지 않게끔 조심스레 냇가로 떨어졌고 천천히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때마침 잠입 중이던 병사도 밧줄에 매달려 회수된 듯하다.

 

이미 활은 쏘았다. 사수가 할 수 있는 건 이게 명중할지 아닐지 지켜보는 것 뿐이다.

 

세리아가 안절부절 못하는 모양새로 온몸의 장비를 몇 번이나 확인했다.

 

마이라는 검지 손가락으로 툭툭 자기 허리를 두드렸다.

 

비트먼도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또다시 자리에 앉아 보일 턱이 없는 암흑 속을 노려보았다.

 

길고도 긴 2분이 지났다.

 

 

뒤이어 콰쾅, 하는 커다란 폭발음이 밤하늘을 갈랐다.

한 박자 뒤늦게 똑같은 굉음소리가 몇 번이고 터져나왔다.

 

환호성을 내지를 새도 없이 후두둑, 우드득 하고 굉음이 소리를 바꾸며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불을 붙여라! 불화살을 쏴!”

 

더 이상 숨어있을 필요는 없다.

나는 계속 울려퍼지는 굉음에 질세라 호통을 쳤고 그에 반응한 병사들이 일제히 횃불을 밝혔다.

곧바로 물길 주변에 수많은 불화살이 박히더니 공격의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와!” “대단해라!”

 

마이라와 세리아가 탄성을 내질렀다.

 

도시벽은 물길에 휩쓸리듯이 박살이 났고 원형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사수가 서 있었던 진과 정찰탑도 모조리 사라져 있었다.

 

그만큼 화약을 실어뒀으니 그럴만도 하지.”

 

대포용 화약을 전부 써서 만든 통이다.

미적지근한 폭발로 끝나버리면 그것만큼 슬픈 것도 없다.

 

아니오, 설령 도시벽에 딱 붙였다 한들 벽을 부수기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도시벽 아래쪽을 지나가는 물길, 다시 말해 벽의 바로 아래를 폭발시켰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것 때문에 이것저것 귀찮은 준비 과정이 필요했던 거로군.

 

또한 그 여자한테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물길은 확장 공사가 계획되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이 부분의 도시벽이 깎여나가 있었습니다. 완성하기 전에 반란이 일어나 중지되었습니다만…….”

깎아낸 도시벽을 수리할 시간이 없었다?”

 

레오폴트와의 대화에 세리아가 끼어들었다.

 

얇아진 벽은 밑에서 들이닥친 충격에 버티지 못하고 광범위하게 무너졌습니다. ……이제 칼디아의 도시벽은 요새로서 기능할 수 없습니다.”

 

레오폴트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와 비트먼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전군 돌격. 뚫린 구멍을 통해 칼디아로 침입해라.”

벽을 박살냈다 한들 적은 아직 많다. 힘든 싸움이 될 거다. 각오해라!!”

 

아군 병사들이 고함을 내지르면서 돌격을 시작한다.

적도 대응하려고 하는 모양인데, 낮에 공격을 받던 장소와는 전혀 다른 위치인 데다가 갑자기 도시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탓에 동요 중인 건지 반응이 느리다.

아군은 도시 안에 파고드는 데에 성공하여 여기저기서 난전을 일으키고 있었다.

 

궁병은 도시 안으로 들어간 뒤 사격을 시작해라. 오사가 발생 중이다!”

기병대는 큰 길로 들어가라! 골목길로 들어가면 움직일 수 없다!”

적의 중보병이 나섰다. 상대하기 힘든 놈들이다! 정예 제4 중대를 내세워라!”

 

대부분의 공성전은 성문이 격파당하면 거기서 끝이지만, 이번엔 적의 숫자가 많은 데다가 원군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기에 사기가 흔들리지 않았다.

물론 우리도 이 기세를 틈타 단숨에 도시를 제압하기 위해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었다.

 

결과, 도시 안에 민중을 남겨둔 채 수많은 병사들이 한 데 섞여 대난전을 벌이게 되었다.

 

아군이 전선을 밀어붙여 속도가 나고 있습니다. 2000명 정도 더 도시 안으로 진입시키시죠!”

동쪽 거주 구획에서 화재입니다! 급속도로 불타는 중입니다!”

아군 기병대가 큰 길목을 막고 있던 적을 돌파했습니다만 좌우에서 포위당했습니다. 원군 요청 바랍니다!”

 

미친듯이 들어오는 보고와 명령을 듣고 레오폴트를 포함한 그 아래쪽 부하들이 전부 다 쉴틈 없이 일하는 중이다.

돌격하고 싶은 참이지만 여유가 없는 지금 상황에서 그런 짓을 했다간 레오폴트에게 저주받을 것만 같다.

 

칼디아에는 중심에 큰 거리가 나 있고 적의 거점인 영주관은 그 너머에 있다.

하지만 시내에는 그물망처럼 골목길이 존재하기에 이쪽을 처리하지 않고 돌격했다간 순식간에 전방위 포위를 당하기 십상이리라.

 

그리고 주택과 상점이 존재하는 이러한 구획에는 숨을 수 있는 위치도 많기에 단숨에 제압하긴 쉽지 않다.

그 결과 소규모 전투가 다수 발생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물론 적과 아군 모두 주민의 안전을 신경 쓰고 있을 여유는 없다.

 

적이 모여있는 구획에는 불화살을 날려라. 불바다로 만들면 그 계획은 무시할 수 있다.”

주민이 도망치고 있다고? 알 바냐! 적이라면 죽여라, 적이 아니라면 무시해라!”

 

하지만 이건…….”

 

마이라가 숨을 삼켰다.

여기저기서 병사들이 칼부림을 벌이고 불길이 번진다.

 

그 사이를 비집고 도망치는 주민들.

기본적으로는 무시당하는 중이지만 아직 어두운 상황이다보니 적으로 착각해서 검에 베어 죽는 자들도 많다.

 

그야말로 지옥입니다.”

 

세리아가 말한 대로였다.

한밤중에 새빨간 화염이 이글거리고 칼부림 소리와 비명소리가 울려퍼진다.

 

무슨 짓을 해도 단숨에 결판을 낼 수는 없는 상황이군. 답답해.”

 

슈바르츠도 짜증이 나는 건지 푸르르, 하고 울부짖었다.

휘말려 죽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해도 얼른 끝을 내지 않으면 그만큼 더 많은 여자들이 죽어버린다.

 

또다시 여러 전령이 우리 쪽을 향해 도착했다.

 

큰 길목에 중무장 적 기사단 출현! 아군 기병으로는 상대 불가능, 보병 방어진도 밀리는 중입니다! 원군 요청 바랍니다!”


레오폴트는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무언가를 생각하기 시작한 듯했다.

비트먼도 본진 주변에 있는 아군 부대를 확인하고서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응할 수 있는 부대가 남아있는 건가?

 

그때 레오폴트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하드릿 경, 나서실 차례입니다.”

드디어 온 건가!”

 

레오폴트는 무표정 상태를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

 

큰 길목에 적의 중기병이 있습니다. 좌우 길은 난전 상황인지라 우회할 수 없습니다. 중기병으로 구성된 호위대와 함께 정면에서 놈들을 상대해 격파해 주십시오.”

맡겨만 둬라!”

 

나는 슈바르츠 위에 올라탔고 세리아와 이리지나를 데리고서 의기양양하게 전진…….

하려던 찰나 제자리에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레오폴트, 보통은 내가 명령하고 부하인 네가 출격하는 게 맞는 거 아니냐?”

그럼 역할을 바꾸시겠습니까?”

 

레오폴트는 다른 명령을 하나둘씩 처리하면서 내 방향도 보지 않고 말했다.

 

아니, 그럴 생각은 없다만.”

 

나는 어쩔 수 없이 호위대와 가난조를 데리고 전진…….

하기 전에 멈추고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상한 거 아니냐?”

그런 건 됐으니 얼른 가 주십시오. 지휘하는 데에 방해됩니다.”

 

혼나버렸군.

확실히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이만 가야겠어.

옆에 있던 비트먼이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건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그런 것일 뿐, 웃음을 참고 있는 게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럼 출격이다.”

 

잔재주 없이 정면 돌격을 하는 거라면 생각할 필요가 별로 없어서 좋다.

 

우리 모습을 확인하고 아군 병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용맹한 중기병은 전장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아군에게 용기를 북돋는 법이다.

 

그것도 있긴 합니다만 에이길 님이 계셔서 그런 겁니다.”

 

세리아의 말을 듣고 귀를 기울여 보았다.

 

하드릿 경의 출전이다! 적들에게 지옥이 시작된다!”

전귀가 나온 이상 이긴 거나 다를 바 없지!”

꼴사납게 싸웠다간 따먹힌다! 다들 열심히 싸워!”

 

이상한 내용도 있긴 했지만 얼추 사기는 올라간 느낌이다.

나는 장검을 높게 치켜들고 있는 힘껏 소리쳤다.

 

적들을 박살낸다. 전진하라!”

“““우오오오오오――!!”””

 

내가 이끄는 호위대는 물론이고 난전 중인 주변 아군들도 일제히 고함소리를 내질렀다.

그 박력에 적들이 위압감을 느꼈는지 주변 전황이 살짝 좋아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눈앞에선 적의 기사단이 아군과 격전을 벌이는 중이다.

놈들을 해치우고 칼디아를 함락시키기만 하면 된다.

 

여자도 좋지만……이런 식으로 피가 끓는 전투도 좋단 말이지.”

 

장검을 앞으로 내질렀다.

 

돌격해라!!”

 

슈바르츠가 달려나가자 두 군대의 노성이 점점 크게 느껴졌다.

불타는 밤하늘이 한층 더 붉게 이글거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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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에이길 하드릿   24살 겨울

지위: 고르도니아 왕국 변경백, 동부 대영주 산의 왕 드워프의 친구 아레스 왕의 친구 용살의 영웅

엘프의 중개자

 

영주민 175000명 난민 1450

중요 도시 라펜 26000 린트브룸 5000 반드레아 특별 도시 9000

 

동행

레오폴트(참모) 트리스탄(참모) 세리아(부관 삐짐) 마이라(지휘관 삐짐) 이리지나(지휘관)

기드(호위대원) 크리스토프(호위대원) 비트먼(왕국군 병단장) 아고르(대대 지휘관)

뒤누아(마그라드 총독)

 

휘하군

왕국군 제4병단 14500명 총독부군 7000명 선행 부대 3000?

호위대 100 3인조 최측근 100

 

임명: 포르테(난민 관리인)

재산: 금화 19570

경험 인수: 420명 자식: 55+555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