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0화『광인의 이용법』
오전 수업이 끝나고 나는 오랜만에 안드레이가 경영하는 숙박 시설, 하드 보일드 여관으로 와 있었다.
예전과 변함없이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식당과 바, 하드 보일드하게 카운터에 서 있는 점주 안드레이, 식당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는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여성은 그의 아내인 나탈리, 실상은 20살이 넘은 걸로 알고 있다.
“오랜만이군, 안드레이.”
“누구……하드릿 변경백님, 어서 오십시오.”
“존댓말 안 해도 돼.”
“그럴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너무 출세하셨습니다.”
슬픈 표정을 지은 안드레이가 하드 보일드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게 아냐. 자칫 잘못 들켜서 소동이라도 일어났다간 큰일이니까 그러는 거지.”
“무슨 얘기십니까?”
“사실은…….”
“그거 참 혈기왕성하신……좋아. 그런 거라면 무례함을 무릅쓰고 옛 말투를 쓰도록 하지.”
“잘 부탁한다. 일단 당분간 쓸 비용이야.”
금화를 몇 닢 건네주자 안드레이가 하드 보일드하게 받았다.
잠시 시간이 있군. 시시콜콜한 이야기라도 나눠볼까?
“도로테아가 은근히 막고 있다 들었는데.”
그의 성벽이 들통난 이후 도로테아는 안드레이로부터 아이들을 멀리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도움을 받았던 만큼 고맙단 말을 남기면서 은근슬쩍 방문을 거절하고 있다는 모양이다.
“박해를 두려워하고 있어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법. 난 자아를 관철할 거다. 설령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말이야.”
“입 닥쳐, 변태.”
거창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단순히 어린아이를 성적으로 좋아하는 것뿐이다.
“나탈리 씨, 이건 어느 테이블에 두면 되나요―?”
타박타박 요리를 옮기고 있는 귀여운 소녀는 이 쓰레기가 애인으로 삼은 여자, 10살을 이제 갓 넘긴 수준이지만 이미 아이를 낳은 전적이 있다.
“그래, 너한테 소개해 두지.”
안드레이가 한 유녀를 데리고 왔다.
나탈리가 낳은 아이인가? 생각보다 큰걸…….
“루루무예요. 잘 부탁드려요―.”
“지난달부터 내가 돌봐주고 있는 아이야.”
지난달부터? 자기 아이한테 쓸법한 말이 아닌데.
등골에 오싹한 닭살이 돋는 게 느껴졌다.
“설마, 이 아이는…….”
안드레이드는 하드 보일드하게 시선을 피하고서 술을 들이켜고 답하지 않았다.
소녀에게 과자를 주면서 물어보았다.
“루루무라 했니? 몇 살이지? 이 녀석이 너한테 밤중에 이상한 짓을 한 적 없어?”
“나 7살. 이상한 짓―? 좋아좋아 놀이 말하는 거야?”
아아, 역시나.
“아저씨랑 내가 알몸이 된 다음에 아저씨 위에…….”
이제 됐어, 알았으니까.
위병을 불러야겠군.
“잠깐, 화간이다.”
“입 닥쳐, 변태. 7살 여자아이를 안는 게 그렇게 즐겁나?”
“즐거우니까 하고 있는 거 아니겠나!”
“그, 그러냐…….”
엄청난 기백에 나도 모르게 압도당하고 말았다.
“옛날에 난 10대 초반의 여성을 보고 설렘을 느꼈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10살 이하의 여성을 보고서도 설렘을 느끼게 되었고……이제 와선 유녀를 봐도 흥분하게 되더군.”
안드레이는 하드 보일드하게 술을 마시면서 독백했다.
이 쓰레기는 대체 어디까지 타락하려는 걸까?
“나탈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나?”
“눈치는 채고 있을 테지만 묵인해주고 있지. 나탈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관용스러워졌거든.”
나탈리는 아직 21살 아니었나?
외견도 10대 정도밖에 안 되어보이는데 대체 뭐가 나이를 먹었단 거냐.
“이제 그건 됐다. 일단 방 좀 구해달라고. 손님이 여자인 경우엔 열쇠를 건네줘도 돼.”
“그래. 너도 참 별나군.”
너한테만큼은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이 변태 자식아.
내가 하드 보일드 여관에 방을 빌린 데는 이유가 있다.
학교에서 관계를 가진 여자는 교관 2명과 학생 3명,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 여자들은 귀족 가문의 자녀거나 유부녀이기 때문에 여관으로 당당하게 데려갔다가 지인이 목격이라도 했다간 일이 귀찮아질 게 뻔하다.
학교에서 하는 것도 괜찮지만 그게 오히려 목격자가 생길 위험도가 높기도 하고 내 집으로 데려갔다간 멜이 화를 낸다.
반면 하드 보일드 여관엔 썩 괜찮은 고급 방도 준비되어 있고 식당과 바도 겸비되어 있기 때문에 귀족 자제와 유부녀가 들어와도 수상할 게 없다.
수업을 끝마친 후 먼저 여자들을 방으로 들여보낸 다음 나중에 내가 들어가면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즐길 수 있다.
다른 여관에선 내가 빌린 방에 매일 다른 여자가 들어오면 수상쩍게 여길 수도 있지만 안드레이의 가게라면 괜찮다. 만에 하나라도 놈이 말실수를 하면 위병대장 앞에서 유녀와 관계를 맺는 변태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면 그만이니까.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잘 짜인 책략이라니까.”
학교 여자들은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정사를 즐길 수 있을 거고, 멜이 기분을 상할 일도 없다.
그리고 나는 걱정없이 여러 여자들의 몸을 즐길 수 있는 거지.
아무도 상처 입지 않는 세계의 완성이다.
“흐하하하하하!”
“뭘 그리 웃고 있는 거지?”
갑작스럽게 들린 에이리히의 목소리에 어깨가 펄쩍 튀어올랐다.
순간 다 들킨 줄 알았네.
“음, 라드할데 경. 놀래키지 마십시오.”
“내가 할 말이다. 길 한복판에서 껄걸 웃으면서 걸어가는 남자가 더 이상하지 않나?”
마차를 타다가 우연히 지나가고 있던 모양이다.
상당히 큰 소리로 웃고 있었던 탓에 대로변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에이리히가 권하길래 나도 마차 위에 올라탔다.
“커다란 목소리로 웃으면서 걸어가던 남자가 있길래 요즘엔 미친놈들이 많이 생겼나 싶었더니 너더군. 얼굴이 팔렸으니 이상한 짓 좀 그만하라고.”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드렸군요. 생각을 하다가 그만.”
“……깊게 묻진 않겠다만 수고가 덜었군. 마침 데리러 갈 생각이었거든.”
흐음, 지금부터 볼일을 봤다간 오후 수업에는 늦을 텐데.
“그건 상관없다. 폐하께서 부른 일이니까 말이야. 마그라드 잔당에 관해 말씀하실 게 있으시다더군.”
“그렇군요.”
지난번 습격은 후버가 뒤에서 조종한 일이었다.
하지만 놈이 동원한 인물은 그쪽의 부하가 아니라 옛 마그라드 잔당, 충분한 훈련을 받은 100명 이상의 남성이 그토록 손쉽게 모일 수 있는 환경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꽤 흉흉한 모양이군요.”
“그래, 넓은 토지에 낚여서 헐레벌떡 달려온 귀족들의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반란을 하나 제압하면 또다시 반란, 세금을 걷을 수 있기는커녕 영주로서 사는 것조차 힘든 상황에 있다고 하더군.”
“왕국군의 2개 병단, 3만 병력도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던데요.”
“맞아. 그만한 병력 덕분에 중심 도시 오드로스 주변 질서는 어찌저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지.”
현 상황, 이익만 따지고 보면 마그라드 영토는 완전히 짐덩어리다.
그 나라에는 상당한 규모의 금광산과 철광산이 있긴 하지만 그걸로 해결하기엔 현재 빠져나가는 치안 유지 비용이 너무 막대하다.
그리고 혼란이 계속되면 언젠가 해결할 수 없을 대규모 반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그 대책법에 대해 폐하와 얘기를 나눈다는 거군요…….”
“그래, 가증스러운 케네스도 온다더군. 마음의 준비를 해두라고.”
나는 딱히 그 사람이 껄끄럽진 않은데.
몇 번 졌던 빚도 습격 소동 때 갚았다 봐야지.
“그래서, 학교 쪽은 어떻지? 상당히 재밌는 수업을 하고 있다 들었다만. 교관 쪽도 관심을 갖더군.”
“기껏해야 훈련입니다. 죽진 않을 테니 대담하게 하는 게 더 좋겠죠.”
에이리히도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지만 갑자기 말투를 바꾸었다.
“너는 내정반 쪽도 종종 둘러본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케네스 파벌 교관과 이어진 건 아니겠지?”
왕도 내정관의 아내니까 란느 부인은 아마 그쪽일 것이다.
육체적으로는 이어졌지만 파벌로 이어진 건 아니니까 문제없다.
그녀는 내 지시를 따라 속옷을 입지 않고 수업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 괜찮아. 지난번에 얘기한 중간 시험과 상위 입상자에 대한 추천장, 장학금 제도, 즉흥적이긴 하지만 제법 좋더군. 학생들이 교관을 따르는 빈도가 단숨에 높아졌다 들었다. 내 쪽에서도 추천장을 갖고 온 놈에겐 군대에 편입시킬 때 조금 높은 계급을 붙여줄 생각이야.”
“돈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천박하다 하실 줄 알았습니다.”
“후후후, 용병 출신인 우리한테 얘기해봤자 이미 늦었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궁전이 시야에 들어왔다.
뭔가 맨날 여기로 오고 있는 기분이 든다.
궁전
“쓸데없는 이야기는 생략하지. 마그라드 건에 관하여 얘기할 것이니라.”
왕은 우리와 케네스의 예법을 가로막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빨라 고맙군.
“영지를 맡긴 귀족들 중에 제대로 된 통치를 할 수 있는 자는 전무하노라. 이쯤 되니 각자의 무능이 문제가 아니라 평범한 방법으로는 통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 봐야할 터.”
에이리히가 의견을 제시했다.
“맞는 말이옵니다. 하나 군사적으로 모든 영토를 제압하는 것도 불가능하나이다. 3만명을 투입하여 옛 왕도 주변을 유지하는 게 최선. 모든 지역을 통솔하려면 10만이 넘는 병력이 필요할 것이옵니다.”
“그래, 나도 군사력만으로 해결할 생각은 아니니라. 그랬다간 아크랜드를 제대로 통치하지 못했던 옛 트리에아와 똑같은 길을 가게 될 테니.”
왕이 손뼉을 치자 어떤 인물이 절을 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안세름 뒤누아……어찌 이 사람이 이곳에?”
에이리히와 나도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배신자라는 판결 아래 모든 가족이 처형, 전후 트리에아 왕을 사형으로 몰아넣었던 인물.
그걸로 이 비극은 끝을 맞이했다 생각했었는데.
왕은 뒤누아를 앞에 세워두고 무릎을 꿇렸다.
“안세름 뒤누아, 나와 고르도니아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하겠느냐?”
“맹세하겠나이다, 폐하.”
“그럼 그대를 고르도니아 백작으로 봉하고 동시에 마그라드 총독을 맡기겠노라.”
“폐, 폐하!”
에이리히의 목소리, 나도 살짝 놀랐다.
“그럼 곧바로 오드로스로 가라. 그 어떤 수단을 이용해도 좋으니 그 지역을 안정시키도록 하라.”
“폐하의 뜻대로.”
뒤누아는 한 차례 절을 하고서 우리 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떠나갔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머리가 따라가질 못하고 있지만 천천히 말해도 어차피 못 알아듣기 때문에 멜이랑 몸을 섞을 때 어떻게 공략할지나 생각해 둬야겠군.
“대체 어찌 된 일이옵니까, 폐하!?”
“하하하, 내 생각 없이 저지른 건 아니니라. 정무총감, 설명하라. 군사총감도 내 눈치 볼 것 없이 의견을 말하라.”
케네스가 앞으로 걸어나오자 에이리히가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귀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뭐, 두 사람의 의론을 들어보기나 하자고.
“방금 전 폐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만 옛 마그라드 지역에 퍼져있는 고르도니아에 대한 적개심은 보통이 아닙니다. 결코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통치할 수 없을 정도지요.”
세리아가 요즘 운동 부족 때문인지 살찐 기분이 든단 말이지.
산책 정도는 같이 해줄까?
“따라서 통치 방법을 바꿔 그 지역에서 귀족들에게 나눠주었던 영지를 전부 몰수, 마그라드 총독부를 설립하여 모든 걸 국유화할 겁니다.”
“귀족들도 반란 때문에 크게 지쳐있는 상황이니 변변찮은 액수와 바꾼다 해도 싫다 하진 못할 것이니라.”
제대로 된 세금도 거둘 수 없는 땅은 필요치 않고 대규모 반란이 일어나면 책임은 그대로 지게 되니까 말이지.
맞다, 이리지나가 학교 벽을 부숴먹었단 말이지……대체 어떻게 부딪쳐야 벽이 부서지는 건지.
“그런 짓을 해도 현재 상황은 바뀌지 않소. 왕국이 손해를 보게 될 뿐 아니오?”
“물론 뒷배경으로 현재 유지 중인 군사력이 필요하긴 합니다만 그와는 별개로 과겨 유력한 세력으로 반목 중이던 옛 마그라드 귀족들과 그쪽의 영주민들을 이용할 겁니다.”
“반목?”
“예, 왕가와 유력 귀족의 눈 밖에 나있던 자들부터 불명예 낙인이 찍힌 자들을 얘기하는 겁니다. 이들은 눈 밖에 나있던 덕분에 오히려 중책을 맡지 못해 재판에서 형을 받지 않았지요.”
재판이라 하니 트리에아 왕족 네 사람의 이름으로 장미원을 만들고 싶다는 편지가 와 있었다.
숨통도 막힐 텐데 그 정도는 허락해 줘야지.
“예전에 반목해 있던 자들을 중용, 이들의 일족과 영주민을 우대하여 총독부에 협력을 요구하는 겁니다. 한편 옛 유력 귀족의 영주민은 철저하게 탄압하고 냉대하는 것이지요.”
“마그라드의 국민을 분열시킬 작정이오?”
쉽게 말해 마그라드 국민을 두 종류로 나눠 한쪽은 중용, 한쪽은 천대하겠다는 뜻이군.
“대우받는 민중은 우리에 대한 반항심도 옅어질 겁니다. 그리고 냉대를 당하는 민중의 분노는 우리가 아니라 우대를 받는 민중들에게 향하는 법이지요.”
상당히 비열한 수법이지만 효과는 있을 수도 있겠군.
동족끼리 서로를 증오, 반목하기 시작하면 그만큼 통치자에게 돌아오는 부담은 줄어든다.
우대받는 세력은 현 상황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에게 협력하게 될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책사라 생각했지만 이건 엄청나게 악랄한 책략이다.
나는 도저히 이런 모략을 떠올릴 재주가 없으니 그냥 여자에 대해서나 생각하고 있어야지.
“과연 잘 만들어진 책략이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소.”
“말씀해 주시지요.”
“뒤누아에게 총독을 맡기는 일이오. 그런 방법으로 잘 굴러갔다 치면 놈에게 말 그대로 한 나라를 통치시킬만큼 강력한 권력을 쥐여주게 될 텐데. 놈이 원래 적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야 되겠소?”
원래 적이었던 마이라도 이제 와선 나의 포로다.
입으론 싫다 싫다 하면서 다리를 얽는 모습이 굉장히 귀엽다.
“물론 생각해 두었습니다. 이번 건에 관해선 신뢰할 수 있는 자는 전무합니다. 커다란 권력은 그 어떤 충신에게도 반역의 유혹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법이니까요……하지만 라드할데 경, 놈을 어찌 보셨습니까?”
“어찌 볼 필요도 없더군.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놈은 광인의 눈을 하고 있었소.”
그건 나도 느꼈다.
놈은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마음 깊은 부분이 미쳐버렸다.
앨리스도 엉덩이를 가볍게 괴롭히다 애태우면 미친듯이 날 원한단 말이지.
“맞습니다, 그래서 좋은 것이지요. 놈은 그럭저럭 현명하지만 미쳤습니다. 가족의 원수인 트리에아 왕가를 감싸돌던 마그라드의 민중을 관대하게 보리라 생각하십니까? 저도 약간 진실과는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했지요.”
“……쓰레기 자식.”
에이리히가 나한테밖에 안 들릴만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적절하게 마그라드를 혼란에 빠트려 지옥을 만들어내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마그라드의 민중이 적절히 분열한 뒤엔 놈을 배제하면 그만이죠.”
“………….”
“총독의 악독한 짓을 막아내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면 될 테지요. 약간은 혼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만 광인이 지나간 뒤에 일반적인 통치자가 자리를 잡으면 명군처럼 보일 테니까 말입니다.”
“놈이 저항할 경우엔?”
“그 다음엔 냉대받았던 쪽에 통치 권력을 쥐여주면 마그라드 민중이 알아서 정리할 겁니다.”
마그라드가 분열하고 우리가 바라는 형태가 될 때까지 내세울 편리한 악당, 용무가 끝나면 버리면 그만.
분열한 민중을 번갈아 중용, 냉대를 되풀이하다 보면 서로를 증오하게 된다.
“가능만 하다면 마그라드 민중은 둘이 아니라 셋, 혹은 넷으로 분열시키고 싶군요. 그렇게 만들면 통치는 더욱 쉬워질 겁니다.”
마그라드는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미쳐버린 통치자 아래 국민들끼리 서로를 증오하기 시작한다.
“그런 것이니라. 통치가 안정될 때까지 3만명의 병사는 이대로 놔두겠다. 그리고 총독부 인원도 필요하긴 하지만 방금 전에 말한대로 언젠가 버리게 될 것이야. 능력보다도 순종적일 것, 그리고 사라져도 아깝지 않을 인재가 있을 경우엔 추천하라.”
왕이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며 회의는 끝을 맞이했다.
“이만 퇴실하라. 하드릿 경, 학교에서 들리는 그대의 평판은 내 귀에도 들리더구나. 앞으로도 열심히 임하라.”
“황송한 말씀이옵니다.”
왕이 기분 좋은 모습으로 방을 빠져나간 뒤 케네스가 재빨리 내게 다가왔다.
“하드릿 경, 말씀드릴 이야기가…….”
“예, 무슨 일이죠?”
“요즘 벨츠 백작가문의 여식과 친하시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만, 만약 측실로 들이길 원하신다면 백작께는 제가 먼저 얘기해 두겠습니다.”
어디서 냄새를 맡은 건지, 나중에 레베카한테 물어봐야지.
“하하하, 그냥 학생이라 귀여워해주고 있을 뿐입니다. 반항적인 학생일수록 귀여운 법이지요.”
“그러십니까, 이거 실례되는 말씀을……하지만 제 말에 거짓 한 점 없다는 걸 명심해 주십시오.”
케네스가 윙크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발길질이 나갈 뻔했다.
중년 남성의 윙크라니,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
“자, 하드릿 경. 이만 가지. 식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에이리히가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려두었다.
그런 약속을 한 기억은 없지만 내가 케네스와 얘기하는 꼴을 보기 싫어할 테니 맞장구를 쳐주었다.
“오오, 그렇습니까? 그럼 라드할데 경, 하드릿 경, 나중에 무도회에서 뵙지요.”
케네스는 최소한 표면 상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떠나갔다.
그 후, 나는 오랫동안 에이리히의 투정과 케네스에 대한 비판을 들으면서 밥을 먹는 처지가 되었다.
“방금 전 이야기, 너 설마 학생을 먹은 건 아니겠지?”
“저는 식인귀가 아닙니다.”
“안은 건 아니겠지?”
“훈련 중에 부축하는 경우는 있었습니다만.”
“……강간한 건 아니겠지?”
“설마요! 전부 화……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거짓말은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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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일 후
학교에서 모든 수업을 끝낸 뒤, 나는 하드 보일드 여관을 방문했다.
하드 보일드하게 카운터에 서 있는 안드레이에게 인사한 뒤 2층에 빌려둔 방으로 향했다.
먼저 와 있을 것이다.
“주인님! 기다렸다멍.”
내게 달라붙은 여자는 그레텔, 네 발 기는 자세로 다가와 이쪽을 올려다보며 내게 몸을 비벼댔다.
“그 옷차림으로 있으면 춥지 않아?”
“강아지는 추위를 안 탄다멍!”
그레텔이 입고 있는 건 두꺼운 모피로 된 바지, 직공 장인에게 주문한 특주품으로 엉덩이 부분엔 강아지 꼬리를 본딴 모형이 붙어 있다.
심지어 성기 부분엔 틈이 있기 때문에 이걸 입은 채로 꼬리를 붙잡아 교미하는 것도 가능하다.
머리에는 마찬가지로 특주로 만든 강아지 귀가 달려있다.
그레텔과 할 땐 반드시 이것들을 착용시킨다.
이것들을 주문했을 때 장인은 절대로 주문을 받고 싶지 않았던 건지 폭리로 느껴질 정도의 액수를 청구했다.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승낙했을 때 그 사람이 보인 미묘한 표정은 불쌍함마저 느껴졌다.
“오늘은 네게 줄 선물이 있지.”
“멍! 주인님이 주시는 건 뭐든지 기쁘다멍!”
내가 꺼낸 건 가죽 목걸이와 밧줄, 전부터 그녀가 원하던 물건이다.
“기뻐요! 이제 산책하러 갈 수 있겠어요멍!”
다음번에 인적 없는 곳에서 한 번 해볼까……? 아니, 위험하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바지를 풀어 물건을 꺼내들었다.
그레텔은 바닥에 엎드려 내게 엉덩이를 내밀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녀와 행위를 즐길 땐 기본적으로 짐승처럼 한다.
“꺄아아앙―!”
박아넣을 때의 신음소리도 개랑 비슷해진 느낌인데.
“주인님! 좀 더 격렬하게멍!”
“그래, 각오하라고.”
엄청난 허리놀림은 그녀가 개 흉내내는 걸 잊고서 소리를 지를 때까지 계속되었다.
“후우, 슬슬 시간이 다 됐네. 그레텔, 일어나.”
“으응, 벌써 그런 시간인가요? 아쉬워라.”
자리에서 일어난 그레텔은 강아지 바지와 귀, 그리고 목걸이를 소중하게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럼 이만, 또 불러주세요.”
“그래, 나는 좀 쉬고 난 다음 돌아갈게. 먼저 가 있어.”
그레텔이 방을 빠져나간 순간 곧바로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는 즙이 잔뜩 묻은 바닥을 닦고서 시트를 교환했다.
종업원이 해야 할 일이지만 오늘은 시간이 촉박해 그걸 기다릴 여유가 없다.
작업하는 도중 방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이크, 예정보다 빠르잖아.
“하드릿 변경백님, 저기……조금 빨리 와버렸습니다.”
나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지난번에 순결을 받아간 지휘관 반 소녀가 또 한 명의 소녀를 데리고서 서 있었다.
“늦는 건 당연히 말이 안 되지만 너무 빨라서도 안 돼. 전장에서 너무 서둘렀다간 혼자서 고립될 수도 있거든.”
“네, 넵! 죄송합니다!”
“그래, 앞으로는 조심하라고.”
두 사람을 방 안으로 들였다.
“어디, 처음 보는 아이는 지난번에 말했던 그 아이인가?”
“네, 제 친구예요. 그래서 그게…….”
“군대에 들어온 이상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죽든지……적에게 붙잡혀서 능욕당하든지……그렇다면 최소한 동경하던 분께 순결을 바치고 싶단 생각에…….”
“나여도 되는 건가?”
“줄곧 변경백님께 동경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불쾌하지만 않으시다면 받아주셨으면 해요.”
“이렇게 귀여운 너를 거절할 리가 있나.”
나는 소녀를 침대 위로 넘어트렸다.
“헉, 이렇게 크다구!?”
“변경백 님 건 특대거든. 그래도 엄청 잘하시니까 분명 기분 좋게 만들어주실 거야.”
이윽고 파과의 통증 때문에 비명소리가 터져나왔지만 점점 교성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뒤이어 익숙한 소녀도 함께 끼어 셋이서 정사를 즐기게 되었다.
“후우, 좋았어.”
“구멍이 찢어지는 줄 알았어요. 그래도……기분 좋았어요, 멋져…….”
“앞으로는 더 좋아질 거야. 다음번엔 쾌락으로 실신시켜주지.”
“기뻐라! 저, 오늘 있던 일 평생 잊지 않을게요.”
“저도 잊으시면 안 돼요.”
내게 달라붙는 두 학생, 아주 훌륭하긴 하지만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이제 슬슬 기숙사 통금 시간이잖아. 규칙을 어기면 평판에 문제가 생길 테니 이만 돌아가라.”
““네, 또 부탁드릴게요.””
소녀 두 손은 손을 맞잡고 꺄악꺄악거리면서 떠나갔다.
분명 오늘 정사를 되돌아볼 것이다.
나는 다시 창문을 열어젖히고 파과혈이 남아 젖은 시트를 재빠르게 갈아치웠다.
모든 걸 끝마치는 순간 들리는 노크 소리.
“저기, 포르테예요. 일어나 계신가요?”
“물론이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교사라는 것도 상당히 가혹한 직업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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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크롤 님! 어서 오세요!”
왕도 안에서도 빈민층이 사는 판자촌이 즐비한 거리, 부서질 것 같은 문을 열고서 크롤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로라], 오늘도 약 갖고 왔어.”
“감사합니다. 매번 이렇게 해주시니 대체 어떻게 보답을 하면 좋을지…….”
은발 소녀의 이름은 로라, 건네받은 약병을 소중하다는 듯이 끌어안고서 어머니 곁으로 다가갔다.
“콜록콜록,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같은 창부 모녀에게 이런 온정을…….”
“괜찮대두, 너무 말을 많이 하면 몸에 안 좋아.”
로라는 재빨리 어머니에게 약을 먹였다.
어머니의 병은 폐병, 상당히 위험한 수준까지 진행되어 있었지만 좋은 약 덕분에 나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돈도 받아, 좋은 걸 먹어야 나을 수 있으니까.”
크롤은 로라의 손 위에 은화를 건네주었다.
그녀는 땅바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자 로라, 크롤 씨를 너무 기다리게 만들면 안 되잖이. 옆방에서 기쁘게 만들어 드리고 오렴.”
어머니의 말을 듣고서 크롤은 살짝 쑥스럽다는 듯이 딴청을 피웠다.
한편 로라는 활짝 웃으며 남자의 손을 끌고 갔다.
“자, 더러운 집이지만 들어오세요. 이쪽 침대에서 귀여워해주시면 돼요.”
“시, 신세 좀 질게.”
“아뇨, 크롤 님께 봉사하는 거 정말 좋아하거든요. 무슨 짓을 당해도…….”
로라는 크롤의 옷을 조심스레 벗기곤 자기 옷은 단숨에 벗어던졌다.
“연모하고 있어요.”
전라로 달라붙는 로라를 크롤이 넘어트렸다.
“후우, 좋았어.”
정사를 끝마치고 개운한 표정으로 저택으로 돌아가던 크롤.
그 등 뒤에서 천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오, 이거 크롤 님 아니십니까?”
“너……이런 시간에 무슨 일이야?”
“크헤헤, 고리대금업자한테 낮밤이 어딨겠습니까요? 다들 크롤 님처럼 좋은 분이시면 저희도 편할 텐데 말입죠. 크롤 님이야말로……어이쿠, 제가 눈치가 없었습니까?”
남자는 개인 고리대금업자, 크롤은 이 사람한테서 돈을 빌렸다.
폐병에 필요한 약은 상당히 비싼 탓에 그의 용돈만 가지고는 사올 수 없었다.
하지만 급료 가불은 불가능, 급료날까지 로라의 어머니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눈치 없는 김에 하나 더, 변재 기간은 앞으로 일주일 남았습니다만……괜찮지요?”
“당연한 소리를! 내 직장은 절대 급료를 늦게 주지 않아.”
크롤은 호통을 치면서 생각했다. 급료일은 다음주,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갚는 건 가능하다.
의식주는 보장되어 있으니 최악의 경우 소지금이 아예 없더라도 굶주릴 일은 없을 거란 생각에 이르렀다.
“그야 하드릿 변경백님의 하인이라 하시면 신용은 최우수입죠! 안 그랬으면 누가 꼬맹이한테 거금을……어이쿠, 실언. 그럼 저는 이만 실례.”
고리대금업자는 떠나갔고 크롤은 지갑 속에 든 돈을 세보았다.
“괜찮아……어떻게든 될 거야.”
밤은 한층 더 어두워져갔다.
◇◇◇◇◇◇◇◇◇◇◇◇◇◇◇◇◇◇◇◇◇◇◇
주인공: 에이길 하드릿 23살 겨울
지위: 고르도니아 왕국 변경백 동부 대영주 산의 왕 드워프의 친구
영주민: 155000명 중요 도시: 라펜 22000명 린트브룸 3500명
재산: 금화 62600닢 장미 정원 조성(300) 강아지 제품(20) 학교 벽 변상(30)
동행
멜(측실) 세리아(부관 살찜) 마이라(지휘관) 레아(애첩) 이리지나(호위) 피피(호위?)
도로테아(애첩) 앨리스(애첩)크롤(빚) 기드(호위대) 그레텔(암캐)
경험 인수: 159명 아기: 3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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