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6화『마그라드 전쟁⑧ 전사의 최후』
노르 평원 결전에서 승리한 우리의 앞에는 더 이상 제대로 된 적의 군세는 존재하지 않았다.
왕도로 나아가는 길은 사실상 허허벌판……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건 예상 밖이군.”
“늦는 것만 본다면 큰 문제는 아닙니다만 그닥 좋은 상황은 아니군요.”
레오폴트와 마이라 모두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리지나와 그녀에게 맡긴 300명 정도 되는 병력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도로 근처에 있는 농촌을 굴복시키기 위해 보낸 병력이었지만…….
저 멀리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와 떨떠름한 그녀의 표정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 주는 중이다.
“저 마을도 똑같았나 보군.”
“약탈은 안 할 테니 항복하라 말했더니……마을 사람들이 전부 다 우리 쪽한테 칼을 겨누더군. 불태울 수밖에 없었다.”
이리지나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항복 권고를 무시하고서 검을 겨눈 이상 그건 민중이 아니라 적의 병력에 불과하다.
섬멸하는 게 당연한 일, 되도록 여자랑 아이가 없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포트란델 이후, 가는 마을마다 전부 이런 상황입니다. 전력이 되어줄 거라는 건 바라지도 않던 일이지만 이런 사태는 너무…….”
마이라가 말한대로 우리는 지금까지 지나친 도시와 마을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불태웠다.
딱히 심하게 약탈을 한 것도 아닌데 민중이 먼저 나서서 무기를 겨눴던 것이다.
수천 규모의 도시뿐 아니라 인구 몇십명 정도 되는 작은 마을까지 의용병을 조직해서 야습, 혹은 기습을 시도한다.
물론 초보자들의 기습에 당할 리도 만무하다보니 반대로 놈들을 섬멸하는 중이었다.
“이 정도로 적개심이 대단하다니, 앞으로 있을 통치를 고려하면 머리가 아플 지경일 겁니다.”
“저런 놈들을 통치할 수 있을 리가 있나.”
웬일로 우리 쪽에 싹싹하게 굴면서 찾아온 여자를 안아주려고 물건을 입에 물려줬더니, 그런 척을 하는 위장이었던 건지 여자가 있는 힘껏 내 물건을 깨물었던 적도 있었다.
다행히 그 사람은 좋은 여자였던지라 내 물건은 아주 단단해져 있었고, 이빨이 제대로 박히지 않아 그 자극 탓으로 사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여자는 정액에 흠뻑 젖어가면서 “남편의 원수, 죽여주마!” 하고는 날뛰어댔지만.
어쩔 수 없이 금화를 몇 닢 건네주고 내쫓았는데 여자는 내게 그 금화를 다시 내던졌다.
“대체 왜 이렇게 미움을 산 건지.”
“마그라드는 원래부터 강권 통치를 하는 나라로 유명했죠. 지난번 전쟁 전부터 고르도니아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고 있던 게 분명합니다. ……트리에아로 파견을 보냈던 원군의 사상자도 우리가 속임수를 써서 죽였다고 헛바람을 불러넣은 걸 수도 있습니다.”
“성가시긴 합니다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습니다. 왕도를 함락하고 마그라드를 무너트리는 것. 민심을 다스리는 데에 애먹는 건 이곳을 통치할 사람한테 맡겨두시죠.”
마이라는 순수 군인이기 때문에 정치에는 밝지 않다.
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말은 정확하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기보단 우선 왕도로 가는 게 맞다.
“다행히 물자 입수는 덕분에 쉬워졌습니다.”
레오폴트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상대방이 항복해서 우리 지배 하에 놓일 경우엔 돈을 지불해서 식량을 사야 할 테지만 스스로 나서서 저항한 이상 공짜로 빼앗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방에서 적습입니다! 농민병으로 보입니다.”
“치중 부대를 노린 건가……어리석군.”
방어가 취약한 치중 부대를 노리는 것까진 좋다, 하지만 기병이 많은 내 군대의 대응 속도는 빠르다.
보병인 놈들이 목적을 이루기 전까진 무조건 도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딱히 대응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쪽엔 궁기병 500기가 있으니 간단히 섬멸할 수 있습니다.”
“알고 있어. 신경 쓰지 말고 가볼까.”
하아, 마그라드의 여자를 맛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후, 농민과 패잔병의 저항을 해치우면서 진격을 이어나가던 도중 에이리히가 이끄는 제1군단이 적의 나머지 절반, 에이리히와 대치하고 있던 적 군단을 격파했다는 연락이 들어왔다.
적의 중장보병 전술을 보고서 장마 때문에 축축해진 장소로 유인한 뒤 우리와 마찬가지로 공성 병기를 이용해 박살을 냈다고 한다.
그 후에도 몇 번 정도 전투를 벌이고 그 기세를 몰아 적을 해치운 뒤 마지막엔 어느 도시 안에 가둬놓고 완전히 격멸했다고 한다.
“역시 대단하구만.”
요즘엔 에이리히와 함께 말을 타고 전장을 누비는 일은 많이 없지만 그 녀석은 지휘관, 사령관, 두 측면 모두 뛰어난 인재다.
레오폴트가 에이리히와 맞붙게 된다면 어떻게 되려나?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튼간 이제 왕도까지 가는 길목을 방해물은 정말 사소한 습격 말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제2군단은 상륙 자체엔 성공했지만 제후군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도시를 함락시키는 데에 애먹고 있다고 한다.
도시 규모를 고려해 봤을 때 5천도 되지 않을 것이다.
어중이떠중이 5천명을 상대로 어떻게 싸워야 고전을 할 수 있는 건지.
에이리히 쪽 연락에서도 그쪽 병력은 없는 걸로 취급해도 된다고 했다.
“우리가 먼저 왕도에 도착할 것 같군. 먼저 진지라도 만들어 둬야겠어.”
이번에도 공병대를 데리고 왔다.
평소부터 계속 토목 작업에 힘쓰고 있는 공병대이니만큼 진지 구축에 관해서는 그들보다 뛰어난 인재는 없다.
“우리가 놓친 병력은 5000명 정도, 제1군단은 거의 놓치지 않았으니 왕도에 남은 병력을 포함해도 1만 정도일 것입니다. 단, 지금까지 거쳐온 분위기를 보건대 주민도 적극적으로 방어전에 가담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그라드 왕도 오드로스의 인구는 2만, 어린아이와 노인을 제외한다 한들 우리의 병력 숫자로는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긴 좀 힘들다.
하지만 저놈들이 먼저 나와서 상대해 준다면 독자적으로도 충분히 격파할 수 있는 상대다.
“역시 포위하고서 기다리는 게 좋겠군.”
“다행히 연방 덕분에 하천 보급로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공성전을 펼치게 되어도 문제없을 겁니다.”
“사실 나는 빨리 돌아가고 싶다만……뭐,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그런 기분이 든다.
“그럼 나는 일단 마차로 돌아가 보지.”
“소리에는 주의해 주시지요. 병사한테는 강간을 금지해 두었으니 말입니다.”
레오폴트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니 기분이 나쁘군.
“에헴, 그럼 저도 잠시 휴식을…….”
마이라가 내 뒤를 따라왔다.
“갑옷을 입은 채로 하는 건 어때 보이지?”
“그, 그런 천박한 짓을!”
“그럼 그만두라고 애원하는 내 위에 올라타보는 건?”
“저는 음란한 여자가 아닙니다!”
뒤쪽에서 레오폴트의 한숨소리가 들린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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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몰트 왕국 비아드
“전군 출격이다!! 우리의 목표는 하드릿령 라펜! 불처럼 빠르게, 질풍처럼 강렬한 공격을 먹여주자꾸나!!”
“보통 반대 아닌가? 바보같긴.”
병사들의 애매한 사기를 끌어올리려는 듯이 파블로가 큰 소리로 외쳤다.
한편 옆에 있던 일라리오는 궁정에 있을 때와 비슷한 정장 차림으로 그를 나무랐다.
“시끄럽다! 애초에 어찌 형이 여기 있는가? 군사에 관한 일은 내게 맡긴다 했을 텐데.”
“침공이란 무릇 국가의 큰일, 나와 너는 공동으로 왕국을 통치 중이니 한쪽만 가게 둘 수는 없는 노릇. 걱정하지 않더라도 참견할 생각은 없다. 나는 뒤쪽에서 지켜만 보고 있을 테니까.”
“그렇다면 안 따라오면 될 것을…….”
일라리오는 군사 쪽 관련에선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원래는 파블로가 궁정에서 자리를 비우는 사이 귀족들을 자기 편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만약 파블로의 지휘 아래 출격을 떠난 병력이 영토를 크게 확보하고서 돌아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귀족들이 파블로를 보는 시선이 단숨에 바뀔 테고 자신의 뒷공작 정도는 순식간에 날아갈 게 뻔하다.
일라리오는 그러한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자신도 함께 출정을 떠나려고 마음먹었던 것이다.
물론 전장에서 나설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후방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게 전부다.
만에 하나라도 실패하면 당장 그 자리에서 도망친 다음 파블로의 책임을 묻는 것도 가능하다.
“브루터스가 없는 파블로가 제대로 된 일을 꾸밀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만 고르도니아는 마그라드와의 전쟁 때문에 하드릿 경도 자리에 없다 들었다. 이 녀석은 무능하지만 1만명의 병사는 거짓이 아니니까 말이야.”
“뭐라 하였는가, 지금!?”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얼른 출격하는 게 어떻겠느냐? 네 시덥잖은 연설 따위 병사들도 듣고 싶어하지 않을 테지. 게다가 너무 시간을 썼다간 하드릿 경이 돌아올지도 모를 텐데?”
“흥, 마그라드의 사자가 말하길 지금 전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더군. 놈은 당분간 돌아오지 못할 거다! 게다가 이번 침공 작전은 내가 직접 지휘하여 극비에 진행 중이지. 놈들이 눈치 채는 건 라펜이 포위당하고 나서일 게 분명해!”
“정말 그렇다면 좋을 테지만 말이야.”
진격 개시 신호와 함께 임시 징병 병력들이 섞여있는 몰트 왕국군은 천천히 비아드를 떠나기 시작했다.
반나절 후
“간첩으로부터 긴급 보고입니다. 몰트 왕국군 1만, 끝내 출격을 시작했습니다. 목표는 북쪽, 분명히 우리 쪽 영토를 향하고 있습니다!”
“아아……역시나.”
트리스탄은 보고를 하러 달려온 전령이 불안감을 느낄 정도로 기나긴 한숨을 내쉬었다.
상당히 예전부터 그들이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는 건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응책도 준비해 두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실제로 전투가 벌어진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진 건지 큰 한숨은 그칠 줄을 몰랐다.
“척후병은 보내놨지? 국경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모습을 숨긴 채 계속해서 따라가는 중입니다. 진군 속도는 상당히 느린 편, 국경에 도착하기까진 열흘 정도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레오폴트가 구축해 둔 첩보망, 트리스탄 입장에선 정찰망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이 큰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적의 움직임을 쉽사리 파악할 수 있었다.
“하아……그럼 계획대로 국경 근처 시민들을 피난시켜두자. 물론 식량도 다 옮기게끔 말이야.”
“이미 전령을 보내두었습니다! 문제없습니다.”
“하아,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예비역 병력을 이끌고서……잔 드라 같은 데라도 들어가 있을까? 어느 정도 영지 안에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도시가 함락당하면 하드릿 경이 화낼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그럼 방위 사령관님께선 먼저 말을 타시고서…….”
“……나는 말을 못 타거든. 되도록 속도가 빠른 마차를 부탁할게.”
전령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방위 최고 책임자, 애초에 군인이 말을 탈 수가 없다니 계산도 못하는 상인과 다를 바가 없다.
“나는 그냥 식객이지 군인이 아니야. 하지만 일을 안 하면 책을 살 돈도 받을 수가 없고 광산에서……아아, 생각하기도 싫어.”
트리스탄이 마음에 드는 책을 주머니 안에 집어넣고 떨떠름하게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문이 열렸다.
“트리스탄! 적이 왔다는 게 사실인가요!?”
커다란 가슴을 흔들면서 방 안으로 뛰어든 건 바로 논나였다.
임신 중인 그녀가 넘어지지 않게끔 시녀 몇 명이 몸을 부축했다.
그녀의 억지를 몇 번이나 경험해 보았던 트리스탄의 표정이 한층 흐려졌다.
“안타깝게도 그런 것 같네요. 지금부터 막으러 다녀올게요.”
마치 “지금부터 장 보러 갈게요.” 라는 듯한 말투를 듣고서 논나가 불안하다는 듯이 얘기했다.
“괜찮은 거 맞나요!? 에이길 님께선 지금 안 계신다구요!”
사랑하는 남편이 있으면 절대적인 신뢰감을 가지면서 여유를 유지할 수 있지만 눈앞에 있는 대충 사는 듯한 남자를 보고 있으면 도저히 안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아, 뭐 아마 괜찮은 거 아닐까요? 일단 예상하고 있던 일이기도 하고.”
“아마? 일단? 정신 좀 차리세요! 저희 모두랑 뱃속에 있는 아기의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이라구요! 만에 하나라도 일을 그르쳐서 이 아기를 못 낳게 된다면 평생 원망할 줄 아세요! 죽어도 귀신이 되어서 죽을 때까지 달라붙어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열심히 할게요.”
하아, 하고 오늘 하루 중 가장 커다란 한숨을 내쉬고서 트리스탄은 남쪽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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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마그라드 왕도 오드로스
“발사!”
각 지휘관의 신호 아래 일제히 투석기에서 바위와 기름통이 날아갔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그것들은 높은 성벽을 뛰어넘고서 오드로스 시내 안으로 떨어졌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우리 쪽도 질 수 없지. 발사!”
뒤이어 에이리히의 제1군단에서도 마찬가지로 시내 쪽 공격을 개시했다.
에이리히와 나는 지금 같은 곳에 있다.
목적이 똑같은 이상 일부러 사령부를 나눠야 할 필요도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합류한 아군은 7만가량, 적이 먼저 나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상황이다.
“너랑 전장 안에서 얼굴을 맞대는 것도 오랜만이로군.”
“그러게 말입니다. 지난번엔 대승을 거두셨다 들었습니다.”
“하하, 네가 더 대단하지. 평원 결전에서 적을 괴멸시켰으니까 말이야. 나는 계속해서 싸우다 궁지로 몰아넣었을 뿐이고.”
그에 비해, 라며 에이리히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버 후작의 제2군단은 뭘 하고 있는 건지……. 가장 저항선이 약했던 북쪽을 맡겼는데도 이런 상황이라니. 3만이라는 거대 병력이 아무런 도움도 되질 못하고 있지 않나. 폐하가 체면을 차리기 위해서라는 명목 아래 보내긴 하셨지만 이건 너무하군.”
군 사령관 세 사람을 정할 때, 예비역이라고는 해도 아직까지 군사 귀족 보수파에 어느 정도 영향권을 갖고 있는 그를 등용하지 않을 순 없었다.
왕 입장에서도 왕국군이 출정을 나갈 때 쓸데없는 불똥은 피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오랫동안 군대 소속이었던 그 사람이 이 정도로 형편없는 인재이리라고는 에이리히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인 모양이다.
북쪽에 있는 3만의 병력이 지금 이곳에 있었더라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가능했을 텐데.
“뒷방 노인네의 실력을 여기서 한탄해봤자 별 수 없는 법이죠. 전투가 끝나면 은퇴시키고 기후 좋은 곳에서 조용히 살게 만드시죠.”
“너도 제법 독설을 퍼부을 수 있게 됐군.”
에이리히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전쟁은 역시 웃으면서 해야지.
“그렇다 해도……네가 갖고 왔던 그거, 대체 어디서 그런 걸 갖고 온 거냐?”
“연방에서 본 물건을 참고로 만든 모조품입니다. 바로 박살이 나다보니 쓰기가 어렵긴 합니다만.”
에이리히의 시선 끝에는 8문의 대포가 불을 뿜고 있는 광경이 있었다.
하늘 높이 날아간 철구가 석재 도시벽과 부딪치더니 도시벽 위에 있던 궁병을 날려버리고는 균열을 만들어냈다.
클라우디아가 유통한 물건을 베껴서 만든 거라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다.
“저걸로 계속 쏴대다간 벽을 통째로 박살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리 간단히는……아아, 또 한 개 부서진 모양입니다.”
대포는 강력하긴 하지만 똑같은 위치에 명중시킬 수 있을만한 정밀도가 없다는 점, 그리고 내구도가 너무 낮기 때문에 튼튼한 도시벽을 상대로는 결정타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난점을 갖고 있다.
물론 몇십개나 모아서 한 번에 날리면 이야기는 달라질 테지만.
“엄청난 노력과 돈이 들어가는 물건이죠.”
“……그렇군. 그냥 투석기를 이용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어.”
개량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 영지에 있는 대장장이의 솜씨로는 연방제 물건을 재현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조만간 결판이 나지 않겠습니까?”
주변에선 100에 가까운 투석기가 계속해서 시내를 공격 중이고 궁기병까지 포함하면 1만에 가까운 궁병대가 끊임없이 불화살을 쏴대는 중이다.
사실상 끝이 코앞이라는 건 적과 아군 모두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적한테는 원군이 올 일도 없다.
“그렇지. 시간 문제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시내는 지옥이 될 게 뻔해. 민중들한테는 어지간히 미움을 사게 될 테지.”
“솔직히 이미 늦은 것 같긴 합니다만.”
에이리히도 진군로에서 민중들이 저항하던 모습을 보고 왔을 게 분명하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튼간 어서 함락시켜야지. 연방 함대를 부른 건 케네스일 거다. 이대로 가다간 또 그놈이 거만한 표정으로 지켜볼 거야.”
연방 함대는 마그라드 수군을 괴멸시킨 뒤 고르도니아 항구에 정박하여 사령관이 머무는 중이라고 한다.
아마 틀림없이 이 전쟁 결과에 참견할 생각일 것이리라.
자칫 고전을 벌였다간 우리를 얕잡아 볼 수도 있다.
한층 더 강렬한 공격을 먹이려고 지시를 내리려던 그때, 갑자기 성문이 단숨에 열렸다.
“성문이 열렸다고?” “들어가면 되나?”
주변에서 병사들이 웅성댔다.
하지만 에이리히와 나는 둘 다 대기 명령을 내렸다.
이 상황에서 성문이 열리는 건 항복을 고려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기 때문이다.
우리 쪽에서 사자가 한 사람 앞으로 나가 큰 소리로 외쳤다.
“항복한다면 더 이상 공격은 가하지 않겠다 맹세하겠다. 무기를 버리고, 일제히……크억!!”
하지만 사자에게 돌아온 대답은 화살비, 그리고 성문에서 뛰쳐나온 중장기병 무리였다.
밖으로 나온 적은 대략 2000, 나와 에이리히가 있는 사령부를 향해 돌격해 오는 중이다.
“돌격? 말도 안 돼, 정신이 나가버린 건가? ……안 가도 된다만.”
“으음…….”
내가 모르게 창을 쥔 걸 보고 에이리히가 말렸다.
포위망 때문에 분산되어 있다고는 해도 우리 쪽은 가장 방어력이 높은 정면, 4만의 병력으로 메꿔져 있는 본진을 2천명의 기병이 돌파할 수 있을 리는 없다.
순식간에 쏟아져내리는 거대 화살과 화살비, 그리고 특수한 연발궁까지 전부 다 공격을 퍼붓자 절반 이상의 병력이 쓰러졌다.
“저놈들 미친 건가?” “하긴, 이렇게 당하기만 해서야 미칠 지경이겠지.”
일단 본진을 지키기 위해 정면에 전개한 병사들도 우리 쪽까지 도달할 리가 없을 거라며 비웃고 있었다.
한층 더 거리를 좁힌 적은 더 이상 절반도 남아있지 않았다.
너무 무모한 돌격이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보우건에 맞아도, 거대 화살을 맞고 튕겨 날아가도, 적은 대열을 무너트리지 않았고 도망치는 사람도 하나 없다.
숨통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말을 박차고 이쪽으로 달려오는 중이다.
말이 쓰러지면 발로 뛰어서 달려오고, 기수가 죽은 말도 돌진을 멈추지 않는다.
점차 사령부 쪽에서도 여유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뭘 하고 있느냐! 모든 화살을 퍼부어라!”
“기병한테 측면부 공격을 시도하라고 전해라!”
놈들의 돌격 진로에 기병과 창병부대가 측면에서 습격을 가하면서 숫자를 줄여나갔다.
하지만 아무리 옆에서 찔려 죽어나가도 그들은 오로지 앞길만 바라보며 전진을 이어나갔고, 손실은 일절 신경 쓰지 않았다.
“대기병 방어진! 장창을 겨눠라!”
결국 사령부 직속 병사가 방어진을 짜기 시작했다.
공성에 힘을 쓰고 있던 부대가 돌파당한 것이다.
아니, 돌파당했다기보단 억지로 떠밀렸다는 느낌에 가깝겠군. 이미 기병은 500기 이하로 줄어들었고 아군이 입은 손실은 사실상 0이다.
“하지만 사령부 직속 병력만 해도 1만, 어떻게 넘어올 셈이지?”
적의 눈앞에는 빈틈없는 방어진이 펼쳐져 있는 상황. 기병이 이 방어진을 돌파하려면 궁기병처럼 원거리에서 무너트리거나 혹은 제자리에 멈춰 창으로 휩쓰는 것밖에 방법이 없지만 그 자리에 멈추는 순간 뒤쪽에서 따라붙은 아군 때문에 가로막혀 순식간에 섬멸당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적은 또다른 방법을 선택한 듯했다.
“말도 안 돼! 그대로 돌진이라고!?” “큰일이다, 후속 부대가 뚫리겠어!”
중장기병은 방어진 안으로 그대로 뛰어들더니 철덩어리 같은 무게로 창병대를 밀어버린 다음 후속 부대를 위한 진로를 터주었다.
물론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 적은 이미 수십기 정도로 숫자가 줄어들어 있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창병대를 원호할 생각이었던 궁병 사이를 빠져나와 허둥대는 본진 병력들을 무시하고서 이쪽으로 달려온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죽어나가는 적병, 50기가 30기가 되더니, 순식간에 20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오로지 앞을 바라보며 돌진을 이어나갔다.
선두에 서 있던 남자가 울부짖었다.
“나의 이름은 라드갈프! 하드릿이여, 네가 진정한 맹장이라면 나와 싸우거라!”
저들이 원하는 건 바로 나였던 모양이다.
놈은 전방을 가로막던 병사를 창으로 날려버리고는 울타리를 박살내면서 말을 타고 내달렸다.
아군 측 창의 일격이 놈이 타고 있던 말을 찔러 떨어지긴 했지만 바닥을 구르던 그 남자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창을 치켜들고 계속해서 달렸다.
진흙투성이, 심지어 버둥거리는 그러한 모습에도 비참함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에이길, 이상한 생각 마라. 저런 놈은 쏴죽이면 그만이야.”
에이길이라고 불리는 건 오랜만이다.
상당히 여유가 없는 모양이군.
“최고 사령관님은 뒤쪽에서 물러나 계시지요. 저는 여기 있겠습니다.”
창을 치켜들고서 라드갈프라고 하는 놈에게 내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내가 먼저 갈 이유는 없다.
앞에 있는 아군 병력을 돌파해 오면 상대해 주도록 하지.
“거기 있었느냐!”
라드갈프는 창을 겨눈 창병대를 격파하고 보우건 부대의 사격을 받은 뒤에도 쓰러지지 않았다.
놈을 감싸고서 고슴도치처럼 볼트가 잔뜩 박힌 마지막 부하가 목숨을 잃었다.
“장군님……무운을……저승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래,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한 잔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거라!”
“가게 둘쏘냐!!”
나를 지키려던 이리지나와 세리아가 말릴 새도 없이 좌우에서 끼어들었다.
“날 방해하지 마라!”
이리지나가 내지르는 강렬한 찌르기를 놈은 무려 맨손으로 막아내고는 날려버렸다.
심지어 세리아의 검은 가볍게 가로막혀 튕겨 날아갔고, 발로 걷어차인 그녀는 데굴데굴 땅바닥을 굴렀다.
“끄윽…….”
“하으…….”
“하아, 하아……하드릿……하드리잇!!”
마치 내가 싸우는 듯하군. 제정신이 아니다.
근처에서 보니 눈도 시뻘건 게 이제 나밖에 안 보이는 모양이다.
내가 그렇게 원망을 살 짓을 했던가?
이리지나와 세리아는 어찌저찌 무사했던 건지 다시 검을 손에 쥐려고 했지만 내가 가로막았다.
아마 이 녀석은 너희보다 강하다.
다음번엔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앞에 서서 발을 멈춘 그 사람을 쏴죽이려고 보우건 부대가 목표를 지정했다.
“필요없다.”
창을 치켜들어 그 행동을 제지했다.
동시에 주변을 둘러싼 아군 병력도 우리를 위해 원형으로 장소를 터주기 시작했다.
고작 2천을 가지고서 여기까지 도착하다니, 대단하군.
그 보답은 해줘야 하는 법이다.
“나의 이름은 라드갈프, 그대가 하드릿 경이 맞나!?”
“그래. 너는 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는 것이냐?”
“트리에아에서의 활약, 훌륭했느니! 하나 부하의 울분, 이 자리에서 풀어주기 위해 왔다. 사실상 전쟁은 끝물, 이것이 마지막 기회……자, 나와 함께 사투를 벌이자꾸나!”
그 정도만 알려줘도 이야기는 충분한 법, 남은 건 싸우는 것뿐이다.
“좋아. 덤벼라.”
“간다! 우오오오오오!!”
내게 들이닥친 창은 할버드, 창으로 막아내긴 했지만 한 순간 발자국이 뒤로 물러났다.
상당한 힘이군. 드워프에도 필적한다.
“오오오오오오오!!”
내가 물러난 걸 보고 횡베기, 찌르기 등등 놈의 공격이 이어진다.
모든 걸 막아냈지만 다리는 점차 뒤로 밀려났다.
반격하고 싶긴 한데 섣불리 움직였다간 머리가 쪼개질 게 분명하다.
이 정도 괴력 앞에선 강철 갑옷도 도움이 되질 못한다.
“왜 그러느냐! 막아내는 게 전부인가!?”
내가 반격하지 않는 걸 보고 놈은 크게 무기를 치켜들고서 치명적인 일격을 노렸다.
이게 바로 기회다.
내게 떨어지는 전력의 일격에 맞춰 나도 박자에 맞추듯이 창을 치켜올렸다.
공격이 교차한 순간, 머리가 쪼개지는 듯한 금속음과 함께 땅바닥에 난 메마른 풀이 찢겨나갔다.
엄청난 충격 때문에 뒤로 튕겨 날아갔지만 놈도 그건 마찬가지였는지 뒤쪽으로 물러나 무릎을 꿇었다.
거리가 벌어진 이상 지금부터는 창 특유의 찌르기 전이 벌어질 것이다.
선수를 취한 건 바로 나, 목, 가슴, 배로 이어지는 3연격을 날렸지만 라드갈프는 모든 공격을 막아낸 뒤 내 얼굴을 노리고서 반격 찌르기까지 날렸다.
뺨을 스쳐 지나간 창격 때문에 피가 튀었다.
창을 장갑으로 튕겨내고는 일도양단을 노리기 위해 무기를 크게 내리쳤지만 놈은 몸을 비틀어 깔끔하게 공격을 피한 뒤 심장을 노린 강렬한 반격기를 날렸다.
무심코 손잡이로 튕겨내 비껴내긴 했지만 틈이 생긴 나를 보고서 놈의 재빠른 연격이 날아왔다.
4연격, 5연격으로 이어지는 찌르기를 막아내긴 했지만 마지막 한 발, 무릎을 노린 일격을 따라가지 못했다.
“잡았다!”
“아직이다!”
한발을 들어올려 몸을 한바퀴 회전시켜 창을 피한다.
그리고는 놈의 어깨를 노리고 공격을 날렸지만 자세가 불안정했다보니 치명상이 되진 못했다.
하지만 비틀거리는 빈틈을 놓칠 일은 없었다.
“흡!”
전력으로 휘두른 내리치기, 단순하지만 그만큼 위력이 강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방어로는 막아낼 수 없다.
놈도 전력으로 창을 치켜올려 막아내긴 했지만 세 번째 일격에서 끝내 창이 부러졌다.
곧장 검을 뽑아들어 막아낸 네 번째 일격에선 튕겨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공격이 뺨을 스친 건지 흐르는 피가 얼굴 절반을 적시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꼬챙이로 만들어 주려고 달려들었지만 놈은 자기 피를 한손으로 내게 튀겼다.
갑작스러운 이물질에 나도 모르게 몸이 굳었다.
“지금이다!”
검이 내 옆구리를 갈랐다.
피가 뿜어져나오자 나도 모르게 상처 부위를 억눌렀다.
“크윽…….”
“비, 비겁한 놈!!” “부끄러운 줄 알아라!!”
주변 병사들로부터 매도가 터져나왔다.
가장 시끄럽게 욕을 하고 있는 건 세리아로 이리지나가 막지 않았더라면 아마 난입했을 게 분명하다.
나 자신은 딱히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우리는 검술 대회를 펼치고 있는 게 아니다.
단순히 전장에서 벌이는 일대일 결투, 무슨 짓을 하든 이기면 되는 살육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끝을 내볼까.”
“그래.”
내 상처는 내장까지 닿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얕지도 않다.
놈도 내 창에 맞았을 때 어딘가를 다친 건지 움직임이 어색하다.
둘 다 빠르게 결판을 내고 싶은 상태다.
창을 바닥에 놔두고서 듀얼 크레이터를 뽑아들었다.
승부는 한 순간에 끝날 것이다.
“하압!”
“쉭!”
달려든 나와 라드갈프가 서로 교차했다.
방어를 무시한 채 비스듬하게 내리친 대검,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려 했지만 처음부터 동작을 읽고 있던 건지 놈이 도중에 궤도를 바꿨다.
피했나?
세계가 느려지더니 검이 몸을 비트는 내 왼쪽 어깨를 베어내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참격은 뼈까지 닿진 않았다.
피분수가 튀기면서 놈의 검이 지나가더니 그곳에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 라드갈프가 있었다.
살짝 입꼬리가 치켜올라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퍼진다.
오랫동안 느껴졌던 체감 시간은 실제로는 눈에 담기지도 않을만큼 잠깐이었을 게 분명하다.
주변 병사들은 걱정스럽다는 듯이 이 결투의 끝을 지켜보는 중이다.
“에이길 니이임!! 지금 도우러!!”
안 와도 돼.
이제 끝났으니까.
내 어깨에서는 선혈이 뿜어져나왔고 라드갈프는 배가 쩍 벌어져 땅바닥에 내장을 흩뿌렸다.
결판은 났다.
검을 내던지고 내 쪽을 향해 쓰러지는 라드갈프, 나도 어깨가 베인 충격 때문에 무심코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놈의 손이 내 다리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그 손에는 힘이 들어있지 않았고 땅바닥에 피와 내장이 쏟아진 이 녀석은 몇 분 지나지 않아 숨이 끊어질 게 분명하다.
“……나는……강했나?”
“라드갈프, 너는 지금까지 내가 싸워봤던 그 어떤 사나이보다 강했다.”
“그렇군……앤스거! 디터! 지금 가겠다, 내 패배를 안주 삼아 한잔 하자꾸나!”
라드갈프는 하늘을 올려다본 채 두 손을 쭉 내밀었고 눈을 치켜뜬 채 목숨을 잃었다.
처절한 최후이긴 하지만 그 표정은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정말! 정말!! 또다시 이렇게 다치시다니!!”
울면서 어깨와 옆구리 부상을 치료해주는 세리아를 쓰다듬는다.
“대단한 남자야. 내가 여자였더라면 안겨도 됐을 정도로.”
얼굴에 수염이 달라붙는 광경을 상상하면서 역시 싫다고 정정했다.
라드갈프와 그의 부하들이 전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궁정에 커다란 백기가 올라왔다.
마그라드 왕가는 완전히 항복, 그 보호 아래 있던 옛 트리에아 왕족과 함께 우리들에게 전면 항복했다.
마그라드와의 전쟁은 끝났다.
하지만 그날, 내가 있는 곳에 몰트 왕국이 침공했다는 연락이 들어왔다.
아직 전투는 계속될 모양이다.
◇◇◇◇◇◇◇◇◇◇◇◇◇◇◇◇◇◇◇◇◇◇◇◇◇
주인공: 에이길 하드릿 22살 가을 전시
제3군단 사령관
휘하 부대: 39900
사군: 7900(실전 부대만)
보병: 2500 기병: 500 궁병:700 공병: 300 궁기병: 3900
대포: 7문
왕국군: 2개 병단 25500
근처 제후군: 6500
별동대: 라펜 방위대 1000
군 부하: 레오폴트(부사령관) 세리아(부관) 마이라(지휘관) 이리지나(지휘관)
루나(궁기병 지휘관) 피피(임산부 배) 트리스탄(파수꾼) 기드(위중)
현재 지점: 왕도 오드로스
전과: 포트란델 함락 마그라드 군단 괴멸 라드갈프 일대일 전투 승리 왕도 오드로스 함락(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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