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화『순찰』
가지런히 정렬된 군대가 대열을 짠 상태로 남쪽으로 내려간다.
이번 순찰은 트리에아 영주를 잠정적 대관으로 삼아둔 새 영지 쪽 시찰 및 인사 변경이 목적이다.
군대를 끌고 가는 이유는 새로운 지배자를 알려주기 위한 목적과 옛 영주들이 딴맘을 먹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한 위협이다.
따라서 이번에 돌아보는 지역은 새 영지뿐이다.
“우선 남동쪽으로 나아가서 리고르 도시로 들어갈 겁니다. 이 도시는…….”
“인구 500명 정도 되는 작은 도시에 옛날엔 주병을 통치하는 뭐시기 자작이 살고 있었지.”
레오폴트의 말을 가로막았다.
이 도시 주변을 거점 삼아 도적질을 한 적이 있었다.
기억하는 놈이 없으면 좋을 텐데, 솔직히 나이도 어렸으니 봐도 못 알아보겠군.
“알고 계셨습니까? 척후병의 정보에 따르면 대관의 통치 방식은 살짝 빡빡한 수준입니다. 눈앞에 있는 병사눈 농민들을 위협하기 위한 용도, 우리의 위협 요소가 될만한 부분은 아닙니다.”
“그래?”
“사전에 여름이 오기 전에 방문할 거라고 알려두었습니다.”
흠, 2달가량 빠르군.
어차피 일부러 그런 거겠지만.
“빡빡한 통치를 허락한 기억은 없는데 말이지.”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조치로 통치 내용의 세부 사항은 대관에게 맡겨두었습니다. 새 영지 전부를 돌볼 수 있을만한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말이죠. 열악한 통치 환경도 완전히 무질서한 것보단 낫습니다.”
아돌프도 내정관 된 몸으로 이번 순찰에 동행 중이다.
어디까지나 이번 목적은 직접적인 전투가 아니라 대관의 일처리 능력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의 힘이 필요했다.
레오폴트가 다시 입을 떼기 시작했다.
“영주가 대관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나타나 전쟁이 일어나기 전과 변함없는 빡빡한 통치를 선보이던 상황. 그때 갑자기 하드릿 경이 돌풍처럼 나타나 대관을 변경, 혹은 질책해서 민중의 생활은 개선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민중들이 반란을 일으킬 화근을 없애두는 것이죠.”
역시 레오폴트가 아돌프보다 더 속이 시커멓다.
틀림없이 내 부하 중에 가장 능구렁이 같은 놈은 이 녀석이다.
“하아, 민중을 괴롭히는 건 바라는 바가 아니지만 어중간하게 질서가 무너지면 불행이 계속되는 법이죠. 잠깐의 고통일 테니 참아주길 바랐습니다.”
아돌프는 이래 보여도 제법 정이 있는 사람이다.
민중에 대한 가혹한 정치는 어지간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이상 시도하려 들지 않는다.
“이상한 낌새가 보이는 놈을 발견하면 처리해 줄 겁니다!”
“꼬챙이형이다!”
세리아와 이리지나가 의욕을 불태운다.
여자들이 가장 호전적이라니, 그것도 우스운 이야기군.
그 외에도 루나와 마이라가 이번 순찰에 동행 중이고 각자 부대를 이끄는 중이다.
“병사는 2천이랬지.”
“예, 궁기병이 1000, 보병이 600, 궁병과 창기병이 각각 200씩입니다. 그 외에도 중기병인 호위대가 100, 이것은 하드릿 경의 전속 호위 부대입니다. 이건 두 번 째로군요.”
마지막에 쓸데없는 말 좀 덧붙이지 말고 그냥 좀 가르쳐주면 덧나나?
라펜도 이미 1만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는 커다란 도시가 되었다.
그곳을 통째로 비워둘 순 없기 때문에 병사 500명 정도는 남겨두고 왔다.
주변에 적이 있는 건 아니지만.
“리고르가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리고르에는 설치된 도시벽도 없고 단순히 지형이 얼기설기 모여있는 형태라 멀리서 보면 알기 힘들다.
얼핏 보면 그냥 주변에 밭이 잔뜩 있는 커다란 마을 같은 느낌, 소년 시절에 봤던 감상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히익! 군대!?” “얼른 숨어!”
밭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농민들이 허둥지둥 근처 마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겁먹지 마라! 우리는 이 땅을 다스리는 하드릿 백작님의 군대다! 민중한테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다.”
마이라와 이리지나가 큰 소리로 농민들을 달래던 와중 그 목소리를 들은 건지 도시 안에서 10마리 정도 되는 말이 달려나왔다.
“영주님!? 순찰은 여름 전에 있을 거라고 연락을 받았습니다만…….”
“변경됐다. 먹을 건 미리 준비해 놨으니 환영해 줄 필요는 없다. 문제는 없을 텐데?”
“예에…….”
딱 보기에도 기분 나빠보이는 표정, 털다 보면 어디서든 켕기는 게 나올 것 같군.
삭막한 도시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화려한 건물 안으로 안내받은 뒤, 대관과 마주보았다.
먼저 입을 연 건 아돌프였다.
“제일 먼저, 민중한테 부과하고 있는 세금에 대해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만.”
“봄에 있을 인두세는 서신으로 지시하신대로 정확한 양을 거둬들였습니다.”
“예, 하지만 민중들한테 물어보니 실제로는 추가로 과세했다는 것 같더군요.”
“그, 그건 도로나 농지 개척 비용에 필요한 공사 비용입니다!”
“그럼 늘어난 농지와 도로를 가르쳐 주시죠. 바로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아돌프는 마치 보여주려는 것마냥 두꺼운 종이 뭉텅이를 꺼내들었다.
대체 언제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는 지역의 도로와 농지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새롭게 도로와 농지를 만들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비교했을 때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끙…….”
말문이 막혔다는 뜻은 거짓말을 했다는 얘기다.
대충 보니 이 화려한 저택 장식 비용 같은 데에 사라진 것이리라.
“당신한테 맡겨뒀던 민중은 총 2000명, 한 명당 은화 5닢 정도의 차이라 들었으니 10000닢 정도가 사라졌군요.”
“이건 무언가 착오가 있는 겁니다!! 하드릿 백작님, 부디 용서를!!”
전 트리에아 자작……지금은 일개 대관인 사람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흠, 숫자놀음은 이제 그만해도 돼.”
나는 아돌프의 말을 가로막았다.
“나는 착한 사람이니까 네 말을 믿도록 하지.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게 분명해.”
대관의 표정이 풀어졌다.
“미안하군. 계산도 못하는 너를 대관으로 맡긴 내 실수라 할 수 있지. 현 시점부터 네 직위를 해지하겠다. 앞으로는 숫자 관련 문제는 생각하지 말고 편안히 생활하도록 해.”
다시 그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럴 수가!”
“내 명령 소리가 작았나? 이 저택은 대관한테 주어진 곳이다. 바로 이곳을 떠나서 도시에 집을 빌리건 밖에서 밭을 갈건 원하는대로 해.”
레오폴트는 내가 달라붙으려 하는 대관을 가로막고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다녀야 할 곳이 많다. 얼른 정리할 수만 있으면 멜의 출산 시기 전에 라펜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큭……침략자 놈들이……우리의 땅을…….”
대관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입구에 서 있던 두 명의 호위 기사를 바라보았다.
대대손손 그의 가문을 따른 것으로 보이는 그들은 곧장 검에 손을 대려 하고 있었다.
나는 제자리에 잠시 멈춰서서 놈들을 노려보았다.
“그만두는 게 더 나을 텐데.”
내 손에는 듀얼 크레이터가 있다.
이 자리에서 날 공격할 경우엔 두 동강 내버리면 그만이다.
“윽…….” “크윽…….”
내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나보군.
기사들의 손은 검을 쥐기 직전 공간에서 멈춰있었다.
전 대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짓으로 기사들한테 열심히 호소하고 있는 듯했다.
이러다 기사가 죽으면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잡아뗄 셈산이로군.
기사란 본디 능력 있는 남자들이다.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어리석은 놈의 장기말이 될 일은 없다.
레오폴트한테 신호를 주었다.
“금방 새 대관이 올 거다. 그리고 경력 있는 자가 그 사람의 호위를 맡게 되겠지. 우리 말을 충실히 따르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약속하겠다.”
레오폴트가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기사들은 다시 차렷 자세로 돌아갔다.
저 사람들한테도 먹여살려야 할 가족이 있다.
생활만 보장된다면야 구태여 불리한 전투에 끼어들 이유는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인 대관을 뒤로 하고서 건물을 빠져나왔다.
“반란을 일으키진 않겠죠?”
“불가능합니다. 반란을 일으켰다간 놈들이 전부 죽을 거라는 건 우리의 병사 숫자를 보면 명백한 일. 기사와 병사 모두 살아남을 길이 있다는 걸 제시한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대관 일족 하나뿐일 겁니다. 그것도 다른 자들이 막아낼 테죠.”
세리아의 질문에 대답하듯이 레오폴트가 얘기했다.
“그럼 대관 교대 및 인두세 경감 이야기, 민중들한테 대대적으로 전하고 오겠습니다.”
전 영주가 아무리 소란을 피워대도 주변에 있는 기사와 민중이 따라주지 않으면 어린애가 억지 부리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이익을 등한시할만큼 따르고 싶어지는 성격의 인물처럼 보이진 않았다.
별다른 걱정 안 해도 되겠군.
“저기, 세금이 경감된다는 게 진짜입니까요?”
“대관님한테 드릴 헌상품도 필요없습니까?”
소문은 고작 하루만에 이 도시와 주변 마을에 온통 퍼진 모양인지, 다음날 시작된 행군 때는 민중들이 도망가긴커녕 병사들에게 다가올 지경이었다.
그래봤자 일개 졸병한테 물어봤자 아는 게 없을 텐데.
“진짜다. 내년부턴 은화 5닢 분량만큼 경감될 거다. 통행세나 헌상품 같은 것도 일절 낼 필요 없어.”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던 병사 대신 대답해 주었다.
“오오……사는 게 상당히 편해지겠습니다요.”
“지난번 대관한텐 언젠가 딸을 바쳐야 할 거라고 각오까지 하고 있었습죠…….”
딸까지 요구했단 말이야?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 좀 더 가혹하게 내쫓아도 될걸 그랬군.
경계심에서 환영식으로 바뀐 민중들의 반응을 즐기던 사이, 커다란 슈바르츠를 쫓아오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달려오던 한 소녀가 내게 꽃을 내밀었다.
흠, 미소녀로군.
“고맙다. 기쁜걸.”
소녀는 명랑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쾌활하고 밝아보이는 소녀다.
“실례인 줄은 안다만 몇 살이지?”
“올해로 17살이에요! 새로 오신 영주님은 훌륭하신 분이시군요!”
좋아, 가능한 나이군.
“전군, 잠시 휴식이다.”
“……아직 1시간 정도밖에 안 걸었습니다만.”
“점심밥을 좀 일찍 먹도록 하지. 배가 불러야 속도도 붙는 법이니까.”
세리아의 따가운 시선을 흘려보내고 벌써 쉬는 거냐며 의아해하는 병사들을 슬쩍 쳐다본 뒤 소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저기 수풀 안에서 얘기 좀 나누자고.
1시간 후, 알몸으로 침을 질질 흘리는 소녀한테 옷을 걸쳐주고 키스를 해주었다.
처녀를 받아가긴 했지만 이제 정말 가야하거든.
“영주님……멋져요……가지 말아요오…….”
“나도 잘 즐겼어.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또 안아줄 테니까 좋은 여자가 되어 있으라고.”
“될래요……영주님을 위해서 좋은 여자가 될 거예요…….”
휘적휘적 내게 다가오는 소녀의 손을 상냥하게 끌어안고서 목덜미를 강하게 빨아주었다.
최소한 입술 자국이라도 남겨줘야지.
아, 피임약을 바르는 걸 잊어버렸다.
17살이라면 아이를 낳는 데에도 문제는 없을 테니 괜찮겠지.
““처녀 맛은 어떠셨습니까?””
세리아가 마이라한테 불어버린 모양이다.
수풀 앞에서 두 사람이 나를 책망하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좁았지. 꾹꾹 잘 조이던데.”
“순찰 도중 처녀의 순결을 빼앗다니, 쓰레기나 할 짓이에요!”
마이라는 고지식하군.
“둘 다 좋아서 한 건데 뭘.”
“으으……에이길 님한테 걸리면 싫어하는 여자가 대체 어디 있겠습니까!”
기쁜 말을 해준 세리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릴 생각이었는데 행군 중이라 그런지 묶여있었다.
오늘밤 침상에서 아주 엉망으로 만들어 주지.
“하드릿 공! 나도 쓰다듬어 주게!”
남자 두 사람 분량의 점심밥을 가볍게 해치운 이리지나가 내게 머리를 기대었다.
너는 키가 크니까 좀 더 허리를 숙여.
“족장님, 저도 총애를 받을 수 있겠나이까?”
그럼그럼, 루나 너도 쓰다듬어 주마.
“…….”
말없이 내게 머리를 내미는 마이라.
의외로 귀여운 여자다.
그 후 며칠 동안, 옛 영주 현 영주가 있는 도시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영지 상황을 확인해 나갔다.
대부분이 영주였던 시절의 심정 그대로 자신의 재산을 불리기 위해 내가 요구했던 것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거두고는 자기 멋대로 특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놈들 중 5할은 탈세, 횡령 혹은 민중에 대한 횡포로 해임, 쉽게 말해 볼 것도 없는 놈들이었다.
3할은 일단 부정 자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충성심 자체에 의문이 들어 빈틈만 보이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상황을 진전시킬 거라 판단, 이유를 만들어서 해임시켰다.
대관 일을 계속 맡길 수 있는 건 고작 2할 정도였다.
“이렇게 대관을 많이 교체하려면 힘이 많이 부치는데.”
“일단 어느 정도 검토는 해둔 게 있습니다만……부족할 수도 있겠군요.”
솔직히 8할이나 해임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리라.
아돌프는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대관은 멀리 떨어진 영지를 대신 통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독립성을 지녀야 하고, 내무 및 치안 유지 쪽도 어느 정도 밝아야 하는 법이다.
라펜 통치조차 사실상 아돌프가 혼자서 하고 있는 일이니 대관으로 쓸만한 인재를 여러 명 찾아내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너한테 맡겨두마.”
추가 인원 선발은 아돌프한테 전부 떠넘기기로 했다.
“제가 쓰러지면 이 일은 전부 하드릿 님한테 가게 되는데요.”
조금 같이 생각해 줘야겠군.
다음 목적지로 가던 도중, 중간 정도 되는 규모의 마을을 지나가려던 순간이었다.
“오오! 군대다! 영주님께서 데리고 와주신 거야!!”
“살았다! 이제 딸아이도 살 수 있겠어!!”
뭔지는 모르겠지만 농민들이 시끄럽다.
갑자기 나타난 군대의 모습을 보고서도 무서워하지 않다니 이상하군. 잠시 얘기를 들어봐야겠어.
쌍수를 벌리며 기뻐하는 듯한 중년 남성한테 말을 걸었다.
“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설명해 봐라.”
갑자기 남자가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아, 아닌 건가…….”
“역시 영주님께서 우리가 하는 말을 들어주실 리가 없던 거야.”
“들어줄지 말지는 지금부터 판단할 테니까 얘기해 봐라.”
남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쟁이 끝난 후, 혼란이 지속되던 와중 근처 숲에서 대규모 도적단이 들끓기 시작했다고 한다.
곡물은 물론이고 여자까지 납치당하기 시작하자 민중들이 대관한테 몇 번이나 부탁해봤지만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울며불며 애원한 끝에 간신히 20명 정도 되는 토벌대가 파견되긴 했지만 도적단의 숫자는 그보다 2배, 토벌대가 반대로 토벌당했다고 한다.
대관은 인력 손실을 마을 주민들 탓으로 돌리고서 세금까지 늘려버렸고, 결국 버티기가 힘들어진 주민들은 항소하길 그만두고 이 땅을 떠나든지 도적단에 합류하든지 둘 중 하나의 선택지를 골라야 할 지경에 있었다고 한다.
“흐음, 그렇군요.”
옆에 있던 아돌프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뭔가를 적는 중이다.
저 메모는 이 지역 대관한테 있어선 치명적일 수도 있겠군.
“20명의 병사가 당했다 했으니 4, 50명쯤 되는 건가?”
숙련도도 낮은 대관의 사병일 테니 인원수 2배인 도적 상대로는 충분히 질 수 있다.
이 부근 마을들을 습격해서 먹을 걸 구하고 있는 걸 보아 100명 넘게 있을 것 같진 않다.
“병사들도 그냥 행군만 하는 것도 지겹겠지. 조금 피맛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50명의 도적단 정도로는 애초에 전투가 성립되지도 않는다. 기분 전환 같은 느낌이지.
맞아, 확인해야 할 게 있었지.
“도적 습격 때 죽은 사람……특히 여자 쪽에선 피해가 나온 게 있나?”
“네……루그의 딸아이는 강간당했을 때 저항했다가 배에 검이 박혀서…….”
“젠장, 내 사촌의 딸도 놈들이 목을 졸라서 죽여버렸다고!”
잘 알겠다.
“전 부대한테 전달해라. 연습 비슷한 거긴 하지만 칼에 베이면 죽는 법, 조심해서 가라고.”
뒤이어 이 말도 덧붙였다.
“놈들은 병사가 아니라 해충이다. 봐줄 필요는 없어. 납치당한 사람은 죽이지 않게끔 조심하면서 놈들을 도륙해라. 항복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벌레한테 백기를 든다는 선택지는 없으니까.”
“““예!”””
일제히 부대가 뿔뿔이 흩어지더니 세리아가 엄청난 표정을 지으면서 창을 갖고 와주었다.
기세는 좋다만 네 근육이 찢어질 수도 있으니까 내가 갖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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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 은신처
“으윽!”
“싫어어…….”
더러운 때가 잔뜩 묻은 남성이 여자의 엉덩이를 붙잡고 신음한다.
사정의 쾌락과 함께 허리를 흔드는 남자, 계속 울고 있는 여자.
주변에선 비슷하게 여자를 따먹고 있는 사람이나 웃으면서 술을 마시고 있는 남자들이 있었다.
“후우, 좋구만. 임마, 울고 있지 말고 밥 만들어! 땡땡이치면 똥구멍도 따먹을 줄 알아!”
“으으으으으으으…….”
넝마가 된 옷을 고쳐 입으면서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난 그때, 문이 홱 하고 열렸다.
“두목! 적이요!!”
모든 이들의 안색이 바뀌더니 욕설을 퍼부으면서 여자와 술을 내던지고 무기를 손에 쥐었다.
“쳇, 영주의 병사가 또 온 건가!”
“영주도 이제는 고르도니아의 떨거지, 대관이잖아. 이번에도 한 방 먹여주고 장비나 가져가자고.”
“지난번엔 그걸로 한탕 벌긴 했지!”
도적들은 껄걸 웃으면서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
도적들은 전쟁 이후 혼란 속에서 영주의 군대가 해체되어 무력을 상실한 걸 알고 있었다.
여길 찾아온다 해봤자 기껏해야 20명, 혹은 30명 정도 되는 병사에 사기와 숙련도 모두 낮다.
영주가 사는 도시에서 고용된 병사가 그 도시에서 떨어진 마을을 위해 목숨을 내던질 이유도 없고 돈벌이가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조금만 불리해지면 바로 도망치기 시작하는 것이다.
“잠깐만! 이번엔……달라…….”
정찰병은 거기까지 말하더니 제자리에서 쓰러졌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아오른 도적들은 그의 등 뒤에 박힌 화살을 눈치 채지 못했다.
토벌대가 없는 걸 눈치 채고 한 데 뭉친 불량배들, 그런 인원이 50명까지 부풀었다는 사실 또한 그들의 사기를 부추기고 있었다.
“좋아, 얘들아! 대관 병사를 박살내고 나면 복수로 마을이라도 습격해서 여자를 납치하러 가자고!”
“오오오오오―――!!”
사기도 올랐겠다, 사나운 고함소리와 함께 손에 검과 도끼를 쥐고서 녹이 슨 강철 방어구를 장비한 그들은 밖으로 뛰쳐나갔다.
“오오오오오오―――!!”
은신처를 빠져나와 작은 숲을 달려나간다.
“오오오오오!!”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조잡한 가죽 갑옷을 입은 대관의 병사가 아니라, 일렬 종대로 서 있는 기병대와 사슬 갑옷을 장비한 보병대였다.
“오오오오……?”
숫자는 대충 봐도 1천이 넘었다.
그들은 도적을 보자마자 호령을 내리더니 돌격을 개시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튀어어어어어!!”
도적들은 숲으로 다시 도망치기 전에 창기병에게 따라잡혔고 차례차례 등 뒤에 창이 박혀 꼬챙이가 되어 죽어갔다.
개중에는 무기를 버리고 항복한 사람도 있었지만 가차없이 찔려 죽든지 말발굽에 짓밟혀 짓뭉개졌다.
간신히 숲으로 도망친 자들의 머리 위에도 화살이 가차없이 쏟아졌다.
단 한 번의 사격, 그럼에도 총 1200개의 화살은 도적 대부분의 숨통을 끊었다.
“마, 말도 안 돼……뭐야 저 숫자는!?”
“저 새까만 깃발, 본 기억이 있어! 전귀 하드릿의 군대잖아!’
“말도 안 돼, 그 자식이 직접 우리를 토벌하러 나왔다고!?”
더 이상 도망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는 남아있지 않았다.
고작 몇 명밖에 남지 않은 그들이 뒤를 돌아보았을 땐 이미 숲 속까지 기병이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울창한 숲도 아니니 추격당하는 건 순식간이리라.
“절대 도망 못 가! 여자……여자를 인질로 삼아서 어떻게든!”
“두목, 놈들이 그런 거에 걸려들 리가 있겠습니까!”
“잘 모르겠지만 그것 말고 달리 방법이…….”
갑자기 주변에 있던 목소리가 사라진 걸 깨달은 두목이 뒤를 돌아보니, 함께 도망치고 있던 부하 두 사람의 목이 사라져 있었다.
“네가 두목이라 이거지?”
올려다볼 정도로 커다란 말 위에 탄 남자, 머리 위로 치켜올라간 두꺼운 창날 부분에는 피가 물들어 있었다.
“사, 살려줘…….”
두목은 반사적으로 무기를 버리고서 목숨을 구걸했다.
“납치한 인간은 어디에 뒀지?”
“저, 저기. 제발 살려줘…….”
남자는 두목이 가리킨 방향을 힐끔 쳐다본 다음 창을 휘둘렀다.
찰나의 순간, 창의 손잡이 부분이 엄청난 회전력과 함께 가슴팍에 박히더니 근육질의 우락부락한 몸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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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길 님! 정말, 혼자 나가시면 안 된다고 누누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화가 난 세리아가 호위대를 이끌고서 나를 쫓아왔다.
어쩔 수 없잖아. 슈바르츠랑 다른 말을 비교하면 속도 자체가 다르니까.
게다가 남아있는 건 세 사람뿐이다.
“응? 두목처럼 보이던 놈은 어디 갔지?”
거리가 가까워서 피가 튈 게 뻔했기 때문에 일부러 손잡이로 때린 거였는데 내려오질 않는군.
“저것 말씀이십니까?”
세리아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방금 전 사내가 큰 소리를 내지르며 날뛰고 있었다.
“어쩐지 안 떨어지더라니.”
남자는 내가 날려버린 곳, 높이 3m 정도 되는 나무의 가지에 박혀 있었다.
나뭇가지가 복부에 박힌 걸로 보아 즉사까진 아니더라도 생존 가능성은 없다.
“뭐, 안 내려도 되겠군. 그것보다 놈들의 은신처로 가자.”
“이번엔 제 곁에 있어주셔야 합니다!”
내 앞으로 나서는 세리아, 나를 지켜주려는 모양이다.
귀엽군, 귀여워.
“정말……우리를 구하러?” “이제 산 거야!?”
문을 박차고 은신처로 들어가니 여자들은 한 순간 얼빠진 모습을 보이다가 일제히 나를 끌어안으러 달려들었다.
다섯 명이군. 한 명은 완전히 어린애고.
여자들은 내 가슴팍에서 울고 있다.
시험 삼아 엉덩이를 만져봤는데 흥분한 건지 눈치도 채지 못했다.
성기 쪽에도 손을 뻗으려다가 세리아가 나를 제지했다. 아깝군.
이 여자들 말고 노예로 부려먹히던 남자들도 있던 모양인지 마찬가지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 녀석은 산적질을 하던 놈인가 봅니다.”
안쪽을 조사하던 호위대가 한 남성을 질질 끌고 나왔다.
“나, 나도 억지로 끌려온 거야!! 그래서 이놈들을 감시하다가 도망치면 죽이라고…….”
여자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니야! 이 녀석은 그저께도 나를 강간한 산적이라고!”
“이 년이, 헛소리를!”
좋아, 여자를 믿도록 하지.
“이 녀석들, 창도 갖고 있었군.”
“예, 질이 나빠서 가져갈만한 물건은 아닙니다만.”
“이 녀석한테 몇 자루 찔러넣은 다음 입구에 세워 둬.”
어쩌면 지금은 이곳에 없는 산적 일원이 또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남자의 비명소리를 무시하고 은신처를 떠난다.
시간을 좀 썼으니 서둘러 가야겠어.
오오, 두목은 아직도 나뭇가지에 박혀있잖아? 여전히 버둥거리는 중이군.
자업자득이다. 이제 그만 포기하고 까마귀밥이나 되라고.
“너희도 따라와라, 고향까지 보내줄 테니.”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30살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앗……저기, 제 몸을 원하시나요?”
“물론 원하고 말고. 이 커다란 엉덩이가 얼마나 매력적인데.”
“저는 어떠세요!?” “제 몸은요?”
“다들 매력적이야. 도적한테 주기엔 아까운 좋은 여자들이지.”
여자들을 달래주듯이 꽉 끌어안았다.
“기뻐요…….” “멋져…….” “이 듬직한 팔뚝으로 저희를 구해주신 거군요…….”
마차 안에서 여자 네 사람을 한꺼번에 끌어안고서 혀를 섞는 키스를 했다.
“코론도 안아주면 안 돼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중에 있던 어린 소녀를 안을 수는 없다.
“도적들한테는 강간당했단 말이에요…….”
“그런 변변찮은 놈들이랑 같은 취급하면 곤란해.”
여자 네 사람과 키스를 하며 이미 발기한 물건을 보여주었다.
“대단해……도적 같은 거랑은 비교도 안 되네요……최소한 코론도 핥으면 안 돼요?”
그 정도라면 괜찮겠네.
“하드릿 님, 계십니까?”
“씨뿌리기 중이십니다!!”
아돌프와 세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리아의 목소리가 날카롭군.
이건 험한 꼴을 본 여자들을 달래주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결코 내 욕망을 위해 씨를 뿌리고 있는 게 아니다.
“아앙, 딴 데 보지 말아요.”
“미안, 미안. 이건 어떠냐?”
“아아아!! 굉장해, 두꺼워―!!”
“도적들한테 엄청나게 험한 꼴을 당했었는데…….”
“영주님의 물건은 단단해서 넣기도 힘드네요.”
아아, 역시 여자란 좋다니까.
◇◇◇◇◇◇◇◇◇◇◇◇◇◇◇◇◇◇◇◇◇◇◇◇
주인공: 에이길 하드릿 22살 봄
지위: 고르도니아 왕국 백작 고르도니아 동부 대영주 산의 왕 드워프의 친구
휘하군: 사군 2600
궁기병 1000 보병 600 궁병 200 창기병 200 호위대 100 라펜 대기조 500
재산: 금화 14700닢 군 경비(1000) 노역(100) 부정 재산 몰수(+1500) 일부는 민중에게 환원
빚 2만닢
무기: 듀얼 크레이터(대검) 드워프의 창 보석 방패 고급 강철 한손검
가족: 논나(정실) 카라(측실) 멜(측실 임신) 쿠우(애첩) 루우(애첩) 밀레(애첩) 레아(자칭 육노예) 케이시(요괴) 미티(애첩) 알마 크롤(비동정) 멜리사(애첩) 마리아(애첩)
리타(메이드장) 카트린느(애첩) 요구리(개과천선 중) 피피(종자) 세바스찬(집사)
도로테아(애첩, 왕도)
아이: 스우 미우 예카테리나(딸) 안토니오(아들) 클로드(아들) 로즈(의붓딸)
부하: 세리아(부관) 이리지나(지휘관) 루나(지휘관) 루비(루나 종자 겸 지휘관) 마이라(치안관)
레오폴트(참모) 기드(호위) 아돌프(내정관) 클레어&롤리(전용 상인) 슈바르츠(말)
릴리안느(여배우)
경험 인수: 111명 자식: 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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