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아랑 사냥』
“어서 오십시오. 미란다 상점입니다.”
가게 문을 열자마자 점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인다.
가게 안에는 노점포에서 팔고 있던 것들보다 확연히 비싸 보이는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격표에 표시된 금액도 주로 은화로, 금화보다 비싼 가격의 상품도 드물지 않았다.
문앞에 있는 소년이 눈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만 소지하고 계신 무기는 이쪽에서 맡도록 하겠습니다.”
딱히 안 줄 이유도 없다.
무기를 얌전하게 건네 주었다.
무기를 받아든 소년이 뒤집어진 건 내 책임은 아니다.
“어서오십시오. 어떤 상품을 찾고 계십니까?”
“여기서 환전을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점원의 표정이 순간 어둡게 바뀌었다.
환전은 딱히 돈이 많이 남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세 영업 미소를 지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가게 안쪽에 놓여있던 테이블 쪽으로 안내받았다.
환전 전용 자리인 건지, 저울과 유통 중인 금화의 문양이 그려진 그림 등등, 감정용 도구가 놓여 있는 장소였다.
“얼마나 환전할 생각이십니까?”
“금화 5닢을 은화로 바꿔줬으면 좋겠군.”
주머니를 요란스럽게 딸랑대고 싶진 않았다.
이 정도면 적당하겠지.
“알겠습니다. 금화를 확인해 드릴 테니 꺼내 주시지요.”
점원은 연방 금화와 무게를 비교한 다음, 빛에 비추면서 문장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금화 규격은 사실상 통일되어 있기 때문에 위조 화폐가 아닌 이상 종류는 상관없다.
점원도 무게와 크기에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문장은 단순히 있는지 없는지 정도만 체크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금화 중 하나를 손에 쥔 점원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
그 후, 문장이 그려져 있는 도감처럼 생긴 책을 뒤적이면서 하나하나 비교해 나갔지만, 아무래도 똑같은 게 없는 모양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점원이 종종걸음으로 가게 안쪽으로 사라졌다.
위조 화폐라 의심을 사면 일이 귀찮아지겠는데. 누구한테 받았는지 대답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나쁜 예감과는 달리 가게에서 나온 건 위병이 아니라, 깔끔한 복장의 중년 남성이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 가게의 점주인 오길 미란다라고 합니다. 방금 전엔 저희 가게 쪽에서 실례가 많았습니다.”
“상관은 없는데, 금화에 뭔가 문제라도 있었나?”
“아뇨, 위조 화폐는 아닌 듯합니다만, 아무래도 본 적이 없는 금화라고 하여 제가 직접 감정을 해보려고 합니다.”
오길은 손에 천을 걸치고 금화를 집어들더니, 눈을 치켜떴다.
“이것은……!? 실례인 줄은 알고 있습니다만, 이 금화를 어디서 얻으셨는지요?”
흡혈귀한테 작별 선물로 받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대충 얼버무리기로 했다.
“에르그 숲에 들어갔을 때 얻은 물건이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악마의 숲에서 무사히 돌아오셨다니, 정말 놀랍군요! 하지만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요. 그곳이라면…….”
“그게 대체 무슨 뜻이지?”
자기 혼자 납득해 봤자 나는 아는 게 없는데.
숲에서 이것저것 가르침을 받고 난 이후, 내가 모르는 사실이 있으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이건, 아주 먼 옛날 멸망한 왕국에서 제작된 금화입니다.”
오길은 팔짱을 끼고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지금으로부터 400년 정도 전, 현재 에르그 숲 주변에 왕도가 있었고, 우리 트리에아 왕국과 아크랜드 왕국을 포함한 영토를 지배했던 커다란 왕국이 있었습니다. 그건 그때 그 나라에서 사용되었던 금화이지요.”
400년 전의 나라에서 사용되었던 금화라면 점원이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금의 비율은 지금이랑 똑같은 모양입니다. 이야, 연방 금화를 기준으로 한 주조법이 당시부터 사용되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훌륭한 사료로군요, 이 금화는.”
“그럼 못 쓴다는 건가?”
“그렇겠군요. 비율은 똑같습니다만 그 누구도 모르는 인장이다 보니 위조 화폐로 오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 제가 이 문장을 알고 있던 건 옛날, 조부님의 화폐 컬렉션을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지요.”
오길은 금화를 조심스레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그 금화는 전쟁 때문에 뒤쪽이 절반 정도 녹아버린 끔찍한 상태였습니다만, 조부님께선 아주 자랑스럽다는 듯이 얘기하셨죠. 이 금화는 과거 위대한 왕국이 남긴 유산이란다, 라면서요.”
바로 여기 새것처럼 멀끔한 물건이 남아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라면서 오길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제안을 하나 드릴까 합니다만, 이 금화를 제게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왕국 금화로 10닢 드리도록 하죠.”
나는 곧바로 주머니를 확인해 보았는데, 역시나였다.
내가 꺼내든 주머니 안에는 똑같은 문양의 금화가 아직 9닢이나 남아있었다.
루시한테서 받은 금화 중 절반 정도가 바로 이 금화였다.
그 녀석은 대체 이걸 어디서 얻은 거지? 주운 건가?
“아니, 이번엔 평범한 금화를 5닢 정도만 환전해 줘. 이 금화는 조금 신경 쓰이는 구석이 있거든.”
“그렇습니까, 안타깝지만 알겠습니다. 만약 마음이 변하신다면 언제든지 저희 가게를 이용해 주십시오.”
“기껏 감정해 줬는데 미안하군.”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아주 좋은 물건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 보답이라고나 할까요, 원래 환전 수수료는 1할입니다만 이번엔 가격 그대로 교환해 드리도록 하지요.”
생각지도 못한 데에서 득을 본 모양이다.
“이 금화 5닢을 왕국 은화 50닢으로 환전해 드리겠습니다. 혹여 방금 전 금화를 파실 마음이 드신다면 꼭 좀 저희 가게를 우선시하여 부탁드리겠습니다.”
오길과 악수를 하고서 소년이 필사적으로 끌고 온 무기를 손에 쥐었다.
사실 난 금화 자체에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단순히 루시한테서 받은 특별한 물건을 다른 사람, 더군다나 남자한테 팔아넘기고 싶진 않았을 뿐이다.
내가 봐도 루시한테 홀딱 반한 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히죽대는 표정으로 깔깔대는 목소리가 벌써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날 배웅하러 나온 점주한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멸망한 왕국의 이름이 뭔지 알 수 있을까?”
“역사 문헌도 별로 남아있질 않다보니 확실친 않습니다만, 그쪽 방면에 자세한 사람의 말에 따르면.”
[유크트바니아 왕국] 이라는 이름이었다고 하더군요…….
나는 미란다 상점을 뒤로 하고 여관을 찾아나섰다.
[루시 유크트바니아]
사랑하는 여자의 이름을 잊을 리가 없다.
절대 우연일 리 없다. 그녀가 그 숲에 살고 있었던 것, 그 금화를 갖고 있었던 것, 그리고 이름까지. 모든 것이 일맥상통한다.
딱히 충격적이진 않았다.
오히려 의욕이 솟아나는 느낌이었다.
절세미녀, 500년을 넘게 산 흡혈귀, 그리고 사라진 왕국의 왕족일지도 모르는 여자.
수수께끼가 많은 여자일수록 남자의 관심을 끈다는 말은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귀족이 되고, 내 왕국을 세운 다음 루시의 숲을 슬하에 두는 것.
다행히도 루시는 늙지 않는다.
몇 년, 몇 십년이 걸리든 반드시 데리러 갈 테다. 그리고 내 여자로 만들겠어. 아니, 되어줘야겠어.
일단은 뜨거운 물로 몸을 씻을 수 있는 여관부터 찾아야겠군.
갑자기 확 작아진 목표 탓에 한숨이 새어나왔다.
딸랑 딸랑
“어서오세요―.”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명랑하게 손님을 반긴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이 여관에선 뜨거운 물로 몸을 씻을 수 있나?”
“가능해요―저희 여관엔 커다란 솥이 있어서 꽤 많은 양의 물을 끓일 수 있거든요~. 하지만 장작 비용도 필요해서 별도 요금이 필요한 건 알아두세요~?”
첫 번째 여관에서 곧바로 당첨을 뽑은 모양이다. 여기로 하자, 젊은 여자가 있는 것도 좋군.
“그럼 부탁하도록 하지. 숙박비랑 별도 요금은 각각 얼마지?”
“으음―, 지금 비어있는 방은 8인실이 1박 동화 10닢, 개인실이 40닢이네요. 좋은 방도 있긴 하지만 이쪽은 엄마한테 물어보기 전까진 잘 몰라요.”
굳이 좋은 방까지 써가며 잘 생각은 없다.
개인실 정도면 충분할 테고 중요한 건 뜨거운 물이다.
“죄송한데 마침 지금 아랑 사냥 시기라서 꽤 붐비거든요, 가격이 좀 올랐어요.”
“상관없어, 나도 참가할 생각이거든. 개인실이랑 뜨거운 물도 부탁해.”
“감사합니다~♪ 뜨거운 물은 보통 크기 욕조면 될까요? 물을 좀 많이 쓰고 싶다 하면 더 비싸지긴 하는데 커다란 욕조도 있답니다?”
“커다란 쪽으로 부탁하지. 여행하는 동안 한 번도 목욕을 못했거든. 좀 제대로 닦고 싶어서 말이야.”
“손님은 그렇게 냄새 심하지 않은데 말이죠. 개중에는 진짜 심각한 사람도 있다니까요~.”
꼭 그런 사람들만 안 씻더라니까요, 라며 여자가 웃었다.
미인은 아니지만 사랑스러운 분위기다, 가슴은 작지만.
“그럼 개인실에 뜨거운 물, 커다란 욕조까지 해서 1박 동화 45닢입니다. 물 하나에 동화 5닢이라 비싸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엄청나니까 기대해도 좋아요♪”
“기대하고 있을게. 그럼 일단 2박 부탁하지.”
은화 한 닢을 꺼내서 건넸다.
“감사합니다―. 장부에 이름 적어 주세요~.”
잔돈을 받고서 이름을 적었다.
“에이길 씨구나, 젊은 용병 분이신데도 글자를 깔끔하게 쓸 줄 아시는군요.”
받아쓰기를 몇 만번이나 했으니 말이지.
“예전에 좀 이것저것 있었거든. 네 이름도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진도가 빠르다며 여자가 웃음을 터트렸다. 뭐 맞는 말이지만.
“저는 [마리아]예요. 이 [아기새 여관]의 딸이랍니다~.”
“마리아라 불러도 될까?”
“갑자기 반말이라~. 나도 에이길이라 불러도 된다면야 괜찮아. 가게는 엄마랑 나랑 종업원까지 포함해서~……3명 정도 있어.”
별로 사소한 부분은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인 모양이다.
“이맘때 즈음엔 사람들이 엄청나게 붐벼서 일손이 부족하거든. 그래서 밥은 안 나오니까 노점상 같은 데에서 음식 사와서 마음대로 먹어~.”
“그렇게 하지. 그리고 아랑 사냥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뭔지 알고 있나?”
아무것도 모른 채로 왔구나, 하고 마리아가 깔깔 웃었다.
“나도 잘은 모르는데, 새벽에 북쪽 입구 주변에서 위병 분들이 마차 세워두고 뭔가 하긴 했던 것 같아.”
그렇군, 아랑이라고는 했지만 일단 늑대 퇴치 비스무리한 거겠지?
밤에 늑대를 상대하는 게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긴 하지.
“고맙다, 그럼 오늘은 이제 쉴까 하는데 준비하는 데에 얼마나 걸리지?”
“금방 끝나~ 방 정리랑 물 끓여 둘 테니까 밥이라도 먹어 놔~.”
해가 이미 붉은 걸 보니, 일몰도 머지 않은 모양이다.
바깥 노점 쪽에도 사람이 바글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이 시간에 기상했던 건 흡혈귀의 생활 패턴 때문이었다.
얼른 평범한 사람의 패턴으로 돌아가야겠군.
게다가 내일 일을 하려면 배도 든든히 채워둘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 빵 1개, 닭꼬치 구이를 2개, 도합해서 동화 3닢 정도.
야채가 잔뜩 들어 있는 스튜만 있으면 완벽할 테지만 없는 걸 가지고 투정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닭꼬치 한 개를 입에 물고서 여관으로 돌아가려고 했을 때, 누군가 내 망토를 옆에서 잡아당겼다.
“토마토 사주지 않으실래요?”
소녀가 바구니에 잔뜩 들어있는 토마토를 내밀었다.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아하니 일몰 직전까지도 토마토가 잔뜩 남을만큼 제대로 팔지 못해서 걱정인 모양이다.
잘 보니 토마토에 상처도 나 있고, 모양새도 별로군.
애초에 이렇게 어린 소녀다 보니, 처음에 팔아넘긴 도매상부터가 상품성이 없는 걸 준 것이리라.
“얼마지?”
“앗! 개당 동전 3닢이에요!”
나는 바구니 위에 남아있는 8개를 전부 사고서 동화 3닢을 건넸다.
“가, 감사합니다! 잔돈은, 그게, 그게…….”
소녀는 계산을 제대로 못하는 건지 허둥지둥대기 시작했다.
계산도 제대로 못하면 3개당 동화 한 닢으로 파는 게 아닌 이상 산수가 맞는 건지 확인도 못할 텐데.
이거 제법 속았겠는데.
내가 잔돈은 필요없다고 말하자 소녀는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대답하려 했다.
“저기, 정말로, 감, 감사,, 으븝!”
나는 방금 산 토마토를 하나 집어 소녀의 입에 밀어넣었다.
“진정해. 네가 팔고 있던 토마토니까 맛은 나쁘지 않겠지.”
그 말과 함께 나도 한 입 베어물어 보았는데, 생긴 거에 비해 생각보다 잘 익어서 맛이 좋았다.
소녀는 토마토를 다 팔아서 마음이 여유로워진 건지, 우물우물 입을 움직였지만 워낙 입 크기가 작아서 좀처럼 다 먹질 못했다.
질 살펴보니 나이는 이제 막 10살을 넘긴 모양새, 완전히 어린애라 여자라 부르기엔 힘들지만 뚜렷한 이목구비와 금발이 잘 어울리는 외모다.
복장이 더러운 탓에 귀여움이 제대로 느껴지진 않지만, 성장하면 미인이 될 상이다.
미리 점수를 따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아가씨, 이름은?”
“네헷! 루우라고 해요.”
보고 있는 내가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 정도로 긴장해 있었다.
“나는 에이길, 저기 아기새 여관에서 머무는 중이야. 내일 새벽 즈음,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게 있으면 사갈게.”
“감사합니다! 새벽엔 여기 있을 테니까, 잘 부탁드릴게요!”
아이라고는 해도 새벽녘부터 장사를 시작하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새벽부터 사랑을 나누는 흡혈귀와 그녀의 제자가 이상한 것이다.
“꽤나 훌륭한 소재 같긴 한데, 수확하려면 몇 년은 더 걸리겠구만.”
“돌아오자마자 무슨 소리람? 방 준비 끝났으니까 들어가도 돼요~. 금방 뜨거운 물도 가져다 드릴게요.”
“이쪽은 이미 한창 먹을 때란 말이지.”
대체 뭔가요? 라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 마리아의 뒤를 따라 그녀의 엉덩이를 바라보면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꽤 넓은 방이다. 책상과 적당한 크기의 침대가 공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갑옷을 넣어둘 수 있는 나무 상자도 있었다.
방은 전부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딱 한 군데 돌이 끼워져 있는 바닥이 있었다. 마리아가 말하길 이곳이 몸을 씻을 때 사용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그리고 곧바로 직경 1m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빈 욕조와 크기는 작아도 깊이가 꽤 되는 통 3개에 담긴 뜨거운 물이 방 안으로 옮겨졌다.
마리아가 말하길 커다란 욕조 안에 들어가서 통 3개를 이용해 뜨거운 물로 몸을 씻고, 남은 물은 돌바닥 옆에 있는 배수구로 흘려보낸다는 것이었다.
바닥이 썩어버리니까 돌바닥 외엔 물을 흘리면 안 된다고 마리아가 강조해서 말했다.
“동화 50닢에 내가 등을 밀어주는 서비스도 있어~.” 라는 말을 꺼내길래 곧바로 은화를 내밀었으나, 마리아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농담이라고 얘기했다.
“나는 대환영인데 말이야.”
“내일 아랑 사냥하러 가는 거 아니야~? 야한 것만 머릿속에 두지 말고 제대로 일하러 가라구~우리 집을 위해서라도.”
“알겠어. 내일 제대로 일하고 난 다음 다시 마리아한테 부탁해 보지 뭐.”
“그런 변태 남자 방에는 들어갈 생각 없거든요~. 내일은 깨워 줄 테니까 목욕하고 난 다음 푹 자 둬~.”
마리아가 방을 나간 다음 나는 몸을 씻고 옷을 빨았다. 그러곤 개운해진 기분으로 부드러운 침대 위로 뛰어들었다.
일반 개인실이라고 했는데 엄청 쾌적하잖아. 이 정도라면 여기서 한동안 지내도 되겠는데.
금화가 생각보다 거금이었던 덕분에 한동안은 돈 걱정할 필요도 없을 테지만, 경험을 쌓을 겸 늑대와 싸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애초에 나는 요 2년간 한 번도 전투를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다.
숲에선 기껏해야 신체 단련 정도였고, 오늘 꼬맹이들이랑 있던 소동도 결국엔 놀이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실전 감각이 바로 돌아오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과 함께 오랜만에 부드러운 침대의 감촉을 느끼며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빛을 느끼고서 졸린 눈을 뜨자,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요―! 에이길 씨~이미 낡이 밝았어요~얼른 일어나~.”
맞아, 일어나야 하는구나.
편히 푹 잘 수 있었던 건 역시 뜨거운 물로 몸을 데워서 그런 걸까?
문을 열어젖히자 마리아가 있었다.
아침 인사를 해야겠군.
“이제야 일어났네. 좋은 아침……우와아악!”
갑자기 소리는 왜 지른담, 하고 나는 내 모습을 확인했다.
어제 옷을 빨고서 그대로 잠에 들었다 보니 당연히 알몸, 게다가 아침에 일어난 남자의 숙명으로 인해 내 물건은 우뚝 솟아 있었다.
“엑!! 왜 알몸!? 빨리 뭐 좀 입어, 그보다 두꺼워! 커다래! 말도 안 돼…….”
마리아가 엄청나게 허둥대고 있는 것과 달리, 나는 옷이 다 마른 걸 확인하고 나서 천천히 옷을 입었다.
나는 여자한테 내 물건을 보여주는 데에 딱히 저항감이 없었다.
이미 루시한테서 어른의 공부 쪽도 합격점을 받은 것이다.
여자를 안기 위한 도구이니 부끄러워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물론 그렇다고 노출벽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얼른 옷 입어요! 그보다 왜 위쪽부터 입는 건데요! 먼저 중요한 부분을 가리란 말이에요!”
“미안미안, 커진 상태로는 바지 안에 안 들어가거든. 먼저 세수를 할 테니까 물 좀 갖다 줘.”
“정말~말도 안 돼요! 왜 그렇게 태연한 거냐구요~.”
마리아는 고개를 돌리면서 물이 든 통을 건네 주었다.
하지만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처음부터 계속 시선은 내 가랑이 사이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세수를 끝마치니 어느 정도 물건도 가라앉아 있어서 바지를 입었다.
좀 더 볼래? 라고 물어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닫힌 문이었다.
진짜 창을 어깨에 짊어지고서 방 밖으로 나섰다.
마리아는 삐져버린 건지 카운터 안쪽에서 나오질 않았다. 난 어쩔 수 없이 “다녀올게.” 라는 말과 함께 로비 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가게 안쪽에서 손 하나만 빼꼼 튀어나와 흔들흔들 내게 흔들었다.
밖으로 나왔을 때, 또다시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 안녕하세요!”
루우는 어제 한 약속을 믿고서 아기새 여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다.
“이거! 그게, 사과예요! 오늘 아침에 막 딴 거라 신선해요!”
어제도 그랬지만 참 허둥대는 아이로군.
두 개당 동화 한 닢이라길래 네 개 사서 한 개는 머리 위에 올려 주었다.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꽤나 사랑스러웠다.
사과를 우물거리면서 여기 왔을 때와는 반대쪽인 북부 입구 쪽으로 향하자, 그곳에는 확실히 마리아가 말한대로 위병들과 말 두 마리가 끄는 중형 마차가 몇 대 놓여 있었다.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여어 에이길! 너도 오늘부터 아랑 사냥에 참가하려는 거냐?”
“여어. 그레이, 너 덕분에 무사히 여관을 찾을 수 있었어. 고맙다.”
“뭘, 별 거 아냐. 그건 그렇고 이제 출발 시간까지 얼마 안 남았어. 마을 통행증을 보여주고 난 다음 마차로 올라타면 돼.”
원래 자세한 내용과 보수도 없이 참가하는 건 상식 밖의 일이지만, 연례 행사 같은 느낌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자세한 설명 없이 계속해서 마차 위로 올라타는 중이었다.
게다가 나는 이 남자가 나를 속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냥 얌전히 마차 위에 올라타기로 결정했다.
“좋아! 출발이다!”
각 마차에 10명씩, 총 6대가 동시에 출발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레이도 나와 같은 마차였다.
“그레이, 내가 실은 아랑 사냥에 관해서 늑대를 잡는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거든. 좀 알려줄 수 있겠어?”
“처음이었구나! 분위기랑 체격이 남다르길래 자주 오는 줄 알았는데……뭐 좋아, 이동하는 데에 시간도 좀 걸릴 테니 그동안 설명해 줄게.”
“미안, 번거롭게 됐네.”
“일단 이 사냥의 목적 말인데, 이름대로 늑대 사냥인 건 분명해. 단지 더욱 중요한 게 반쯤 마물화된 늑대, [아랑]을 구제하는 목적인 거지.”
야생 동물이 마물화하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순수한 마물은 자주 나타나지 않지만 동물에서 기원된 마물은 도로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법이다.
그만큼 별로 강하지도 않고 위협적이지도 않다.
“완전히 마물화 해버리면 혼자서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랑 정도는 늑대들도 아직까진 같은 부류라고 인식하거든. 그러면서 평범한 늑대보다 훨씬 강하다 보니, 거대한 집단의 리더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지.”
쉽게 말해 마물이 리더인 늑대들의 집단이란 소리군.
“그리고 겨울이 되면 숲에는 사냥감이 줄어들어. 평소엔 제각각 다른 무리에서 활동하는 굶주린 늑대들이 차츰 합류해서 거대한 하나의 무리로 통합되고, 도로나 촌락이 있는 평야 부근까지 먹이를 찾아 나온다는 말이지.”
“물론 평범한 늑대 무리라면 그렇게 위험한 건 아냐. 이 부근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는 거고, 행상인들도 마을을 지날 땐 민간 마차에 무장한 호위병을 데리고 다니거나 여러 명이 뭉쳐서 활동하면서 막아내는 중이거든.”
“하지만 아랑이 이끄는 무리일 경우엔 그걸로는 역부족이란 건가?”
“바로 그 말대로야. 50명 규모의 상단이 괴멸하거나, 개척지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잡아먹힌 경우도 있어.”
50명 규모의 상단이라면 데리고 다니던 무장 호위병도 열 손가락으로 다 세긴 힘든 숫자일 것이다.
그 정도 숫자를 괴멸시켰다는 얘기였으니, 아랑이라는 개체의 힘은 둘째 치고서라도 놈이 이끄는 늑대의 숫자가 두 자릿수 이상인 것이리라.
“그래서 겨울이 되기 전에 완전 무장한 용병이나 힘 좀 쓰는 놈들을 숲 근처로 보낸 다음, 놈들을 유인해서 쓰러트리는 계획인 거지. 아직 먹이가 남아있는 요 시기엔 무리 규모도 평범한 수준이거든.”
“그럼 놈들이 무리를 다 합치고 나서 평원에 나타났을 때 전부 다 쓰러트리는 게 편하지 않겠어?”
“겨울이 되고 나서 처리하기 시작하면 규모의 무리가 엄청나게 커져서 이쪽도 손해가 커지거든.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군대가 쿵쾅쿵쾅 발소리를 내면서 갔다간 놈들도 바로 도망치고.”
그렇다고 달리기로 늑대를 쫓아갈 순 없는 노릇이잖아, 라며 그레이가 웃었다.
“그래서 이 시기에 되도록 늑대들의 숫자를 줄여둘 필요가 있는 거야. 특히 아랑을 쓰러트리면 겨울에도 거대 무리가 나올 확률이 줄어드니까 최우선 사항이지. 아랑은 개체수가 적어서 그 자리를 대체할 놈도 그리 간단히 나오지 않아.”
“단, 지금 시기엔 무리 규모가 작다 보니 이쪽 인원이 많으면 늑대들도 경계심이 커져서 공격해 오지 않거든. 그래서 일부러 소수 인원 파티를 여러 군데 뿌려두는 거야. 물론 사람이 적은만큼 위험 부담도 크지만.”
맞는 말이다. 늑대 무리는 잘 훈련된 군대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적은 인원으로 상대하려면 어느 정도 실력이 필요하리라.
“부상자는 일상이고, 올해도 몇 명은 죽었어. 파티가 전멸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지만 말이야.”
그레이는 역시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인지 곧이곧대로 대답했다. 하지만 이 마차를 타고 있는 건 우리 둘뿐이 아니었다.
옆에 있는 녀석의 어깨가 움찔, 하고 떨린 것 정도는 눈치채 줬으면 좋겠는데.
“그만큼 보수에도 위험 보상이 포함되어 있지. 아무 일 없이 지나가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한 다음, 일당은 동화 50닢이야. 늑대를 죽이면 별도로 한 마리당 동화 50닢. 이건 늑대의 양쪽 송곳니를 뽑아서 증명하면 돼. 너무 박살나 있거나 길이가 너무 짧으면 무효 처리되니까 조심하고.”
“그렇군, 하루만 참가해도 내 숙박비랑 밥값이 나오는 수준이잖아.”
대신 장비도 직접 가져와야 하지만 말이야, 하고 그레이가 덧붙이며 웃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아랑 말인데, 이쪽은 최소 금액이 금화 두 닢. 개체가 얼마나 강한 놈이냐에 따라 추가금이 있지. 아랑은 강할수록 송곳니가 커지고 붉게 변하다 보니 송곳니를 뽑아서 주면 얼마나 강한지 바로 알 수 있거든.”
“오호라, 아랑을 잔뜩 잡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단 얘기겠네.”
“그리 쉽진 않을걸. 일단 이름은 아랑 사냥이지만 실제로 아랑을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 만날 수 있으면 운이 좋은 거지……아니 나쁜 걸지도 몰라. 아랑하고 만난 파티는 대부분 부상자가 나오는 데다가 심하면 사망자가 나오는 경우도 자주 있어. 게다가 숨통을 못 끊고 놓치는 경우도 많고 말이야. 뭐, 네 무기라면 한 방에 끝장낼 수 있겠지만.”
“그랬으면 좋겠네. 아랑하고 다른 늑대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물론이지. 그냥 보면 알 수 있어. 크고 빠르고 눈이 붉게 빛나니까 놓칠 일은 없을 거야.”
붉은 눈을 연상시켜도 공포보다 애정과 욕정밖에 들끓지 않는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군…….
“이제 곧 도착인데, 또 물어보고 싶은 거라도 있어?”
“하나만 더. 방금 전부터 파티로 행동하는 걸 전제로 계속 얘기했는데, 혼자서 참가하는 것도 상관없겠지?”
마차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그레이가 무심코 펄쩍 뛰며 소리쳤다.
“어이! 에이길 너, 파티도 안 짜고 온 거냐!? 이런 건 사전에 미리 짜두든지, 최소한 출발 전에 모여있던 북쪽 입구에서 교섭하든지 했어야지! 좋은 파티를 못 구하면 참여 안 하는 게 상식이라고.”
내가 마리아한테 물건을 보여주고 있었을 때, 혹은 루우한테서 산 링고를 먹고 있었을 때 다른 놈들은 파티 교섭을 하고 있었단 소리군.
“혼자서 참가하는 것도 일단 가능하긴 한 거지?”
“그야 이쪽에서 안 된다고 할 이유는 없지만, 늑대가 나오면 꼼짝없이 죽을걸. 나는 네가 개죽음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마을 위병 입장에선 용병 따위 버림말에 불과할 텐데, 그레이는 정말 좋은 녀석이군.
“문제없어. 나는 혼자서도 “저기, 잠깐 시간 될까?”
옆에서 여자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마침 우리도 이것저것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나서 저기 있는 녀석 포함 둘밖에 없거든. 그쪽도 혼자면 같이 싸우는 게 어떻겠어?”
내게 말을 건 여자는 20살 정도 되어보이는 외모에, 세미롱 스타일의 붉은 머리칼, 키는 나보다 살짝 작지만 여자치고는 컸다.
온몸이 근육질에 다부진 몸매다. 가슴은 뭐 그럭저럭.
같은 파티원으로 보이는 나머지 한 명은 붉은 머리칼 여자와 비슷한 또래, 밤갈색 머리칼이 어깻죽지까지 내려오는 헤어스타일에 키는 작은 편이었다.
몸매는 여성답게 부드러워 보이고, 가슴이랑 엉덩이 굴곡도 확연히 드러나는 편이었다.
여자는 날 보고 흥미 없다는 듯한 분위기와 무언가 불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내게 인사했다.
이쪽 여자는 별로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어쩔 거냐? 보아하니 여자 둘만 있는 파티인 것 같은데.”
그레이의 시선에서 날 말리려는 기색이 느껴졌다.
생사가 걸린 상황에서 동료가 비교적 연약한 여자라는 건 확실한 마이너스 요소다.
도움이 안 되는 건 둘째 치고서라도 만약 다치기라도 하면 걸리적거리게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좋아. 잘 부탁한다.”
이렇게 말한 뒤 나는 그레이한테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였다.
전투 시엔 확실히 튼실한 남자 쪽이 좋겠지만, 같이 있는 동료로 두려면 역시 여자가 최고다.
게다가 이 두 사람, 타입은 서로 다르지만 상당한 미인이다.
이 마을에서 알게 된 여자, 마리아는 빈유고 루우는 어린아이다.
커다란 가슴이 근처에 있느냐 없느냐 하나로 정신적 요소가 크게 달라진다.
“뭐, 그렇게 나서는 여유가 있는 걸로 봐선 괜찮겠지. 자! 목적지 도착이다. 한 파티씩 내려줄 테니까 마차 뒤쪽에 타 있는 파티부터 차례대로 준비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레이는 내 생각을 읽어준 모양이다.
보면 볼수록 멋진 녀석이다.
“나는 밀레, 실라 마을 출신이고 개인 용병이야. 무기는 이 검이고. 잘 부탁해!”
밀레가 보여준 무기는 도신 80cm 정도 되는 양날검이었다. 소재는 보아하니 철, 두께도 얇지 않아서 일반적인 남성이 사용하는 한손검과 비슷한 무게 정도로 보인다.
보편적인 가죽 갑옷에 금속제 방패라, 여자가 들기엔 무거울 텐데 꽤 힘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군.
“난 카라, 사냥꾼. 활로 싸울 거고 적이 이쪽으로 오면 도망칠 거니까 그리 알아.”
카라가 갖고 있는 활은 비교적 커다래서 다루기 힘들어 보였는데, 사냥꾼이라 했으니 다루는 데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옆에 둔 화살통에는 제각각 색깔이 다른 깃이 박힌 화살이 10개 정도 들어있었다.
짐승 가죽을 간단히 벗겨내서 만든 간이 갑옷은 아마 백병전을 상정하지 않고 만든 물건이리라.
하지만 그 덕분에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라인이 확실히 드러나서 보기엔 좋았다.
“난 에이길, 용병이다. 출신은 몰라. 무기는 이 녀석이고.”
특대 버디슈를 보여주자 두 사람의 안색이 변하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괴물 같은 창? 도끼? 정말로 휘두를 수 있는 거 맞지?”
“그야 물론, 쓰지도 못할 무기를 뭐하러 들고 다니겠어.”
“고기 방패가 되어준다면야 말리진 않을 텐데, 잘못해서 제일 먼저 죽는다는 불상사는 없길 바랄게.”
자기 소개를 끝마쳤을 때 즈음, 우리 마차도 대기 장소에 도착한 듯했다.
마차는 일단 마을로 돌아간 다음 저녁에 또다시 우리를 데리러 온다고 한다.
그레이는 마차 호위 임무가 있기 때문에 내리지 않고 그대로 마을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목표 지점에 도착한 이후 들려준 그레이의 이야기에 따르면, 늑대들은 우리가 숲 앞에 도착한 시점부터 이미 이쪽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남은 건 그냥 방심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잡담이라도 나누고 있으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말도.
물론 내 입장에서도 여자 두 명이랑 이야기를 나누는 건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그럼 이젠 이야기나 나누면서 늑대 놈들이 튀어나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거로군.”
“아차, 그 전에 잠깐. 좀 늦은 감이 있긴 한데 보수는 잡은 숫자에 비례해서 균등하게 나눠도 되겠지? 마무리를 지은 녀석이 다 가져가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괜히 싸워서 좋을 거 없으니까 말이야.”
아무래도 지난번 파티는 그것 때문에 와해된 모양이다.
“그래 맞아. 이제 당신이 보기에만 좋은 허풍쟁이였을 경우에도 임시 수입은 확정된단 얘기지.”
“카라! 너무 말이 심하잖아!”
“내가 못 미덥나보군. 얼른 늑대가 튀어나와 준다면 증명하기 쉬울 텐데 말이야.”
카라는 홱 하고 고개를 돌리더니, “흥, 어떨는지.” 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동료의 건방진 태도를 해명하려는 건지, 밀레가 적극적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사교적인 성격인가 보군.
“너, 꽤 무시무시한 무기를 들고 있던데. 어디 군대 소속이기라도 했던 거야?”
“아니, 용병단에 몸 담았던 적은 있지만 정규 군대 소속인 적은 없어.”
“흐음, 그런 것 치고는 꽤나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있어 보이던데? 그 갑옷, 평범한 가죽 갑옷이 아니잖아. 엮음새가 깔끔하고 사용된 가죽도 품질이 좋아.”
“이것도 다른 사람한테 받은 거라 자세한 건 모르는데, 꽤나 잘 아는군.”
“뭐 그냥저냥. 예전에 가죽 가공 공장에서 잠깐 일한 적이 있거든. 내가 입고 있는 이 갑옷도 거의 자작이라고.”
밀레의 가죽 갑옷은 겉보기엔 투박해 보였으나 급소나 적이 노리기 쉬운 복부 부분이 한층 두꺼운 실전 중심적인 갑옷이었다.
“스스로 갑옷을 고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겠는데. 내 갑옷도 상하면 나중에 한 번 봐 줘.”
“가능하긴 한데 당연히 돈은 받을 거다?”
“오늘 보수로 그 정도는 벌어두고 싶긴 하다만.”
“그렇단 말이지. 우리도 꽤나 주머니 사정이 급박하거든. 참가비가 있으니까 숙박비 정도는 어떻게든 되는데, 이미 겨울도 금방이니까. 한 번 크게 벌어서 보존식이랑 모피를 살 수 있을 정도가 되지 않으면 가족들도 힘들어질 거야.”
“실라 마을 출신이랬나. 여기까지 와서 용병일을 하는 건 돈을 벌려고?”
“뭐, 그런 느낌이지. 용병이라 해도 여기서 엄청 멀리 떨어져 있는 건 아니고. 종종 집에도 돌아가고는 있어……. 이 주변 농촌에는 별다른 특산품도 없고 토지도 그리 비옥하진 않으니까 말이야. 농업 말고 다른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거든. 나는 15살 때 집을 나왔는데, 용병일을 하면서 돈을 벌 건지 마을 뒷골목에서 허리를 흔들면서 돈을 벌 건지, 둘 중 양자택일이었지. 남자한테 애교 부리는 게 영 성미에 안 맞아서 이쪽 길을 골랐다는 말씀이야.”
“카라, 넌 어떻지?”
혼자 가만히 있는 것도 힘들겠다 싶어서 말을 건네 보았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사냥꾼. 사냥감이 동물이든 사람이든 그런 건 사소한 일이야.”
이야기는 그걸로 끝인 모양이다.
“저 녀석은 혼자 떨어져 사는 사냥꾼 가정에서 자랐는데 말이야. 아버지가 병으로 죽고 나서 지낼 장소도 조직도 없다 보니 숲에서 사냥을 하고, 가끔씩 야채랑 교환하면서 생활했다던 모양이라고. 그러다 나랑은 어쩌다 보니 죽이 잘 맞아서 여기까지 왔단 거지. 성격은 모난 부분이 있지만 활 쏘는 실력은 확실해, 그 부분은 믿어도 좋아.”
“좋아, 어차피 미인은 신뢰한다는 게 내 신념이야.”
카라가 잠깐 내 쪽을 돌아보았다가 또다시 투덜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이야기는 확실히 듣고 있나 보군.
“직설적인데. 하지만 카라 위에 올라타려면 상당히 난이도가 높을걸.”
또다시 카라가 뒤돌아 미레이를 노려본 다음, 고개를 돌렸다.
“이번엔 내가 물어보고 싶은데, 너 어디 출신 사람이야?”
“몰라.”
“모른다는 게 뭔 소리야! 나도 꽤 많이 얘기해 줬으니까 너도 알려줘서 나쁠 거 없잖아!”
“그게 아니라, 진짜 몰라. 철이 들었을 적엔 사실상 노예랑 다를 바 없던 상태였으니까. 팔렸든지 납치당했든지 둘 중 하나일 텐데, 그 전에 어디서 태어났는지는 전혀 기억에 없어.”
“아……미안, 그럼 됐어.”
난폭한 말투를 쓰는 것 치고는 생각보다 이런 데에 민감한가 보군.
“딱히 별 생각은 없어. 그 뒤에 여러가지 일을 거친 다음, 산속에 있던 집에서 날 길러준 사람이 있었거든. 바로 얼마 전에 그 집을 나온 몸이라 별로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게 흠라고 할 수 있지만.”
“흐음, 꽤 운이 좋구나.”
“그렇지. 운이 좋아, 나는.”
더러운 산적단을 대가로 어머니와 연인을 동시에 얻었으니까 말이야, 운이 나쁠 리가 없지.
“그럼 오늘도 분명.” “왔다!”
카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활시위에 화살을 얹은 다음, 우리들 뒤쪽으로 물러났다.
밀레도 검을 뽑아들고 카라의 시선을 쫓아갔다.
나도 오른손엔 창을, 왼손엔 방패를 쥐고서 카라와 똑같은 방향을 보았으나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있어. 풀 사이에 숨어서 조용히 오고 있어. 중앙 4, 우측 2, 좌측 2.”
이게 사냥꾼의 눈이라는 건가? 대단하긴 하지만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건 창을 손에 쥐는 것 말고 없다.
점점 카라의 소리가 작아지더니, 속삭이는 듯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바로 근처까지 왔어, 아마 중앙에 있는 네 마리가 먼저 올 거야……3……2……1……지금!”
카라가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좀 커다란 풀――그래봤자 무릎 정도 되는 높이의――안에서 4마리의 늑대가 뛰쳐나왔다.
동시에 카라가 쏜 화살이 한 마리의 미간에 꽂혔고, 놈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목숨을 잃었다.
뒤이어 밀레의 검도 달려드는 늑대의 배를 갈라 초원 쪽에 놈의 내장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기습 공격에 실패한 늑대는 허둥지둥 태세를 가다듬으려고 했으나, 가장 위험한 존재를 상대로 무방비한 상황이었다.
반격에 나서려고 한 늑대의 등 위에 강철 칼날이 내리찍히자, 몸통째로 두 동강이 나버렸다.
늑대를 ‘파괴’한 나는 내리찍은 기세 그대로 발을 내딛고서 창을 회전시켰다.
네 번째로 튀어나온 늑대는 칼날이 달려있는 창끝 부분을 간신히 회피한 덕에 손잡이 부분으로 얻어맞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두 동강 나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머리가 짓뭉개진 사과처럼 파괴되어 신음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땅바닥에 쓰러져버렸다.
“다음, 좌우 두 방향!!”
카라가 소리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좌우 동시에서 늑대 두 마리가 공세에 나섰다.
밀레가 방패를 쥐고서 왼쪽 두 마리가 있는 곳을 막아냈지만, 오른쪽 두 마리는 생각보다 더 뒤쪽까지 파고들어 최전방에 있는 에이길을 무시하고 카라 쪽으로 달려들었다.
‘아차!! 생각보다 안쪽까지 들어와 버렸어.’
나는 숲 속에서 살아왔다.
늑대들의 사냥 방식 정도는 다 꿰뚫고 있다 생각했는데!
이미 활을 쏘기엔 늦었다.
허둥지둥 허리춤에 찬 단도를 뽑아들었지만 키가 작은 내가 늑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늑대가 나를 물어 죽이려고 한 순간,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이유는 단순했다.
놈의 복부에 두꺼운 도끼처럼 생긴 창끝이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모처럼 만난 미인을 다치게 놔둘 수는 없잖아?”
나는 창끝에 박힌 늑대를 창과 함께 통째로 들어올리곤, 나머지 한 놈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으적,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마리가 뭉쳐진 고깃덩어리가 완성됐다.
이제 남은 건 두 마리, 밀레는 방패를 능숙하게 사용하여 두 마리를 상대로 안정적인 전투를 보여주고 있었으나, 늑대들의 연계 공격 탓에 제대로 된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싸우고 있던 밀레의 앞에 나서서 자신만만한 모양새로 창을 치켜올렸다.
밀레는 조금 지쳤던 건지, 내가 도와주러 온 걸 보고 호흡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싸움에 익숙한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움직임이다.
나는 단숨에 창을 땅바닥까지 내리찍었다.
당연히 늑대들은 홱 하고 몸을 날려 공격을 피했으나, 공중에 떠있는 시간, 땅바닥에 발을 내디디는 사이 빈틈이 생겼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창을 다시 위로 휘둘러서 한 마리를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쫓아갈 필요는 없다. 늑대 따위가 내 공격을 맞고서 살아남아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나머지 한 마리가 있던 곳으로 시선을 돌렸을 땐, 이미 놈한테 밀레의 검이 박히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야―큰일날 뻔했네 카라.”
밀레가 카라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더 이상 이곳에 긴장감은 감돌지 않았다.
방금 전 늑대 무리는 10마리 정도, 이미 다 전멸시킨 상황이었다.
늑대는 아군의 피냄새가 나면 민감히 반응하여 그쪽으로는 다가오지 않는다.
따라서 늑대 사냥을 계속하려면 장소를 옮겨야 하는데, 이미 곧 있으면 저녁이다 보니 오늘은 일단 여기서 마무리를 짓자고 의견이 굳어진 것이다.
“늑대 10마리면 은화 5닢이라 3명이서 나눌 수가 없겠는데. 나머지 은화 하나 분량은 나중에 받는 걸로 해도 괜찮겠어?”
오, 계산할 줄 아는구나 하고 감탄하는 밀레. 반면 카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일단 내 몫을 빼두고 내일 사냥에서 받는 걸로 해 둬.”
“나……필요없어.”
카라가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우물쭈물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무슨 말 하는 거야, 조금 위험해졌다고 보수를 포기한다니. 그랬다간 우리들 지금쯤 굶어죽었을걸?”
“그게 아냐! 나는 사냥꾼이고 늑대라면 가장 잘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결국 제일 걸리적거리던 건 나였어……그랬는데 세 명이서 똑같이 돈을 나눠 가진다니, 납득 못해!”
“이상한 데에서 고집이 세다니깐…….”
묘하게 자존심이 센 카라 때문에 밀레도 고생하고 있는 모양이니, 나는 세 사람이 전부 다 행복해질 수 있는 제안을 해보기로 했다.
“너는 내 도움을 받은 게 마음에 들지 않나 보군. 그래서 보수를 받지 않겠다는 거고, 맞지?”
“맞아, 네가 없었으면 분명 큰일 났을 거야. 그러니까 내 몫은 네가 가져가.”
“그럼 이런 제안은 어때. 보수는 균등하게 나눠 가지는 거야. 대신 카라는 내 도움을 받은 대가로 마차가 오기 전까지 나한테 네 가슴을 만질 수 있는 권리를 줘.”
“뭐라고!!!?”
“풉!”
카라는 눈을 치켜뜨고, 밀레는 폭소를 터트렸다.
“카라 넌 나한테 빚이 없어졌으니 자존심을 지킬 수 있고, 보수는 균등하게 배분해서 괜히 싸울 일 없으니 파티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돼. 그리고 나는 부드러운 가슴을 마음껏 즐길 수 있지. 어때? 아무도 손해 보지 않는 장사인데.”
“난 네가 좀 더 무서운 전투광 같은 분위기의 남자라 생각했는데, 엄청난 변태 자식이었구나.”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라니, 그런 건 어딘가 일그러진 놈이다.
일그러져 있던 내 마음은 바로 얼마 전에 완치되었다.
“그래서, 어쩔래? 나는 빨리 정해주면 정해주는만큼 오래 즐길 수 있어서 좋은데 말이야.”
“크으윽! 알겠어, 마음대로 만지라구! 주무르고 싶으면 주무르면 되잖아! 하지만 옷 위에서 만지는 거야! 그리고 가슴 말고 다른 곳까지 만졌다간 손을 잘라낼 줄 알아!”
“이리하여 카라의 가슴은 변태 남자한테 능욕당하게 된 것이었다.”
“시끄러워! 닥쳐! 밀레! ……잠깐, 분명 옷 위에서 만지라고 했잖아!”
“아무리 옷 위라고 해도 갑옷을 포함시키면 안 되지. 최소한 갑옷 안에 손을 넣는 것 정도는 허락해 달라고.”
“앗! 나 갑옷 아래쪽엔 속옷밖에 없단 말이야! 아! 잠깐만!”
“약속은 약속이니까, 마차가 올 때까지만 잠깐 신세 지도록 하지.”
난 카라 뒤쪽에 앉아 옆구리 쪽으로 손을 뻗어 튼실한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난폭하게 주무르는 게 아니라, 문지르듯이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갑옷 밑에는 얇은 천이 끼어 있었으나 감촉은 확실히 느껴진다.
“땀을 상당히 많이 흘렸군.”
“계속 움직였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냄새도 꽤나…….”
“맡지 마아!”
제대로 된 목욕도 못하는 건지, 카라한테선 땀냄새 말고도 이것저것 다른 냄새가 강하게 느껴졌다.
악취라고도 볼 수 있지만 충분히 미녀라 할 수 있는 카라한테서 풍기는 냄새다 보니 그리 불쾌하진 않았다.
두 손으로 가슴을 문지르면서 귓가에 숨을 불어넣자, 그녀가 크게 반응했다.
가슴 한가운데에선 이미 단단히 솟아오른 젖꼭지의 감촉이 느껴졌다.
일부러 거친 숨을 귓가에 불어넣고, 단단하게 선 젖꼭지를 꼬집듯이 문지른다.
“꺄아악! 잠깐만, 적당히 좀 해!”
“약속대로 가슴을 만지고 있을 뿐이다만? 마차가 오기 전까지라고 했잖아.”
“가슴이라 하긴 했지만……그런 민감한 부분까지…….”
처음엔 웃고 있던 밀레도 카라가 점점 녹아내리는 광경을 보고서 군침을 삼키는 중이다.
조용해진 공간 속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카라와 나의 거친 숨, 규칙적으로 들리는 옷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내가 속옷 위에서 젖꼭지를 문지르는 소리뿐이다.
“읏! 으으읏…………잠깐만!!”
갑자기 카라가 큰 소리로 소리쳤다.
“왜 그러지?”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그것까지 약속한 적은 없다구!”
여자를 느끼고서 당연히 나도 태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결과, 남근이 크게 솟아올라 바지를 밀어올리며 내 앞에 딱 붙어있는 카라의 엉덩이까지 닿기 시작했던 것이다.
“여자 가슴을 만지고 있으니 이렇게 돼도 딱히 이상할 건 없잖아. 문지르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앗!! 엉덩이에 닿고 있어……커다래…….”
말싸움을 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가슴쪽 애무를 한층 더 격렬하게 시작하며, 귓가에 후후 숨을 불어넣고, 단단히 선 물건을 그녀의 균열 사이에 어디까지나 우연히, 딱 붙여놓는다.
카라의 음색이 바뀌더니, 이를 악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도 되겠군.
코르크 마개처럼 단단해진 유두를 한층 강하게 꼬집고서, 약속과는 다르게 그녀의 목덜미를 핥았다.
“흐아아아아아앙!!”
카라는 커다란 소리로 비명을 내지른 후, 움찔움찔 경련하며 몸을 쭉 뻗더니, 이윽고 축 늘어졌다.
젖꼭지의 크기는 순식간에 작아졌고, 카라의 머리는 내 쪽으로 기울어졌다.
“카라? ……설마 가버린 거냐?”
“그럴, 리……없잖, 아…….”
밀레의 말에 카라는 거친 숨을 몰아내쉬며 필사적으로 항변했으나, 결국 허리 힘이 빠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푹 엎어지고 말았다.
그녀가 입고 있던 바지의 엉덩이 부분은 물웅덩이에 한 번 빠졌던 것처럼 축축해져 있었다.
“오호, 너 아기새 여관에서 머무는 중이구나. 거기 개인실이 꽤 비싸긴 한데 깔끔하단 말이지.”
“너희들은 어디서 머무는 중이지?”
“우리들은 ~여관이라는 곳이야, 거기 2인실. 카라가 모르는 사람이 근처에 있으면 제대로 잘 수 없다길래. 덕분에 1박 동화 20닢이라고, 단체실에서 자면 10닢이면 자는데.”
“뭐 어때. 자는 거랑 먹는 거에 돈을 아낄 필요는 없잖아.”
“그런 건 돈이 많은 놈들이 내세우는 논리고! 그런데 에이길, 넌 내일도 참가할 거냐?”
“사냥이 있으면 가야지. 매일 있는 건 아닌 모양이던데.”
“그럼 내일도 같이 파티 짜는 거 어때? 카라도 명예 회복을 위해 한 솜씨 뽐내려는 것 같던데.”
“좋아, 잘 부탁한다.”
“그럼 내일 또 북쪽 입구에서 보자고! 카라, 너도 가자. 아니 아직도 휘청거리고 있는 거야? 뭐, 나도 그렇게 엄청난 가슴 애무를 본 건 처음이긴 하다만…….”
결국 카라는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도 밀레 옆에서 축 늘어져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내가 옆에 앉는 걸 거부하는 기색도 내비치지 않았으니 화가 많이 나진 않은 듯했다.
노점상에서 밥을 사고, 루우한테서 토마토를 산 다음, 여관으로 돌아가 목욕을 하고서 잔다.
아직 이틀밖에 반복되지 않은 행위인데도 마치 늘 해오던 일과가 된 듯한 기분이다.
내일도 여자 둘이랑 같이 싸우게 될 테니,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수면 부족은 되도록 피해야지.
여담으로, 카라를 애무하면서 성욕이 끓어오른 나는 육봉을 잠재우기 위해 목욕할 때 스스로 한 발 빼두려 했으나, 우연히 뜨거운 물을 추가로 가져오던 마리아한테 그 광경을 들키고 말았다.
마리아는 그 모습을 보고 한참 동안 비명을 내질렀으나, 결국 시선은 내 물건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여기서 그만뒀다간 수면에 지장이 생길 게 뻔했으니, 나는 마리아를 바라보면서 통을 한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잔뜩 뿜어져나오는 정액을 전부 토해냈다. 일을 끝마친 후, 뜨거운 물을 추가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마리아는 그 자리에 통을 놔두고 잽싸게 도망쳐 버렸다.
역시 나 혼자 해봤자 좀 애매하구만.
창부라도 상관없으니 여자가 뽑아줬으면 좋겠는데.
이름: 에이길
지위: 개인 용병
재산: 금화 14닢(10닢은 사용할 수 없기 때문)
은화 48닢(동화는 제외)
무기: 대형 버디슈
방어구: 가죽 갑옷, 가죽 장갑, 가죽 부츠 가죽 방어구와 쇠사슬 방패
검은 망토 (저주받음)
동료: 밀레(검사) 카라(사냥꾼)
경험 인수: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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