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화『한겨울의 괴담』
소파에 편안히 걸터앉은 채 아돌프의 보고를 적당히 흘려듣고 승낙한다.
무슨 말을 했었는지는 이미 기억나지 않지만 필요할 경우엔 세리아한테 물어보면 된다.
뒹굴거리는 사이에 밤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아……귀족한테 있어서 자기 영지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거라구요? 너무 부하한테 맡겨두기만 하면 위험해요.”
“그렇게 말해도 뭐가 맞는지 틀린 건지도 모른단 말이지. 맡겨두면 괜찮을 거야.”
몸을 기울이자 논나가 무릎베개를 해주었다.
내가 세리아한테 장난칠 때처럼 얼굴을 만져댔지만 손가락의 매끈매끈한 감촉 덕분에 불쾌감은 없다.
“그 사람한테 전부 맡기시면 안 돼요. 그 사람, 제가 뭔가 사려고 할 때마다 방해한단 말이에요.”
“그건 네가 너무 과해서 그런 거잖아.”
“아야!?”
논나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퉁겼다.
약간의 장식품이나 식기 정도라면 그 녀석도 아무 말 안 할 것이다.
네 낭비벽은 규모가 너무 크다고.
지난번 그 극장도 예능인들이 공연을 하기엔 너무 커.
“으으!”
논나가 반격하는 것마냥 내 가슴을 얼굴에 올려두었다.
끝내주는 기분이지만 엄청난 무게 탓에 숨이 안 쉬어진다.
그냥 밀쳐내기엔 너무 아까운 감촉인데 루시와 한 약속도 있겠다 이대로 가슴 때문에 질식사할 수는 없다.
어쩌면 좋으려나…….
“저기……잠깐 시간 돼?”
이 목소리는 카라인가?
“왜 그러시죠?”
“에이길한테 볼일이 있는데 괴물 젖이 가려서 얼굴이 안 보여.”
아아, 최고의 감촉이 떠나버렸잖아.
“산파가 말했어. 마리아 조만간 출산할 거래.”
그래, 그렇지.
슬슬 마리아의 아이도 태어날 거고 뒤이어 멜도 다섯 번째 아이를 낳을 것이다.
봄이 지날 즈음엔 별채에 있는 여자들도 일제히 아기를 낳을 것이다.
왜냐면 내가 씨를 뿌린 건 20명 다 같은 날이었으니까 말이지.
“…….”
논나가 조용하다.
이런 화제가 나오면 늘 질투 때문에 소란을 피우거나 씨를 달라며 침대로 가는 법인데.
“뭐, 맡겨둔 거나 마찬가지죠……언젠가 저도 임신할 거예요.”
이상하게 얌전한 게 기분 나쁘군.
무슨 일이라도 있던 건가?
물어보려고 몸을 일으킨 그때, 덜컹하고 현관문이 열렸다.
나타난 인물은 요구리……평소엔 식사 시간 말고는 거의 방 밖으로 안 나오는데 말이지.
거실 입구는 두 방향이다.
현관문에서 들어왔다는 건 지금까지 밖에 있었단 말인가? 웬일이람.
“!?”
하지만 요구리는 우리한테 말도 걸지 않고 허둥지둥 방을 지나쳐 자기 방으로 이어지는 문으로 향했다.
“어쩜 저럴 수가!? 집주인한테 인사도 안 하다니!!”
길길이 화를 내는 논나. 나도 이번 건 확실히 심하다고 생각한다.
“요구리? 너, 얼굴 왜 그래?”
카라가 재빠르게 요구리를 쫓아가 팔을 붙잡았다.
역시 카라는 민첩했다.
“이거 놔!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무것도 아니라니, 부었잖아…….”
“그러니까! “보여줘 봐.”
요구리를 붙잡아 얼굴을 만졌다.
그녀의 얼굴은 뺨부터 턱까지 붉게 부어 있었다.
상처 자체는 별거 없는 타박상이다. 너무나 흔하게 봐 왔던 상처고 뼈도 문제없어 보였다.
그녀가 만약 내 병사였더라면 물이라도 마셔 두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가 다쳤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얻어맞은 거로군? 누구냐.”
“………….”
요구리가 얼굴을 내리깔고 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 하네스인지 뭔지 하는 쓰레기 남자겠지 뭐.”
“그, 그건…….”
그렇군. [하네스]라. 이름만 가지고 찾아내는 건 좀 힘들겠군.
나는 듀얼 크레이터를 짊어지고서 밖으로 나가려 했다.
“잠깐만! 하네스를 죽일 셈이야!?”
죽일지 아닐지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그냥 손이랑 목을 좀 베어낼 뿐이야.
나를 말리려 하는 요구리를 붙잡아 소파에 앉혔다.
얼굴에는 리타가 허둥지둥 갖고 온 냉수와 차게 식힌 수건을 맞대었다.
“그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봐라. 아무 말도 못하겠으면 그 녀석을 썰어버리고 난 다음에 생각해주지.”
“……알겠어.”
이야기만 보면 간단했다.
요구리는 하네스라고 하는 남자를 위해 자기 용돈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그녀가 말하길 이야기를 적을 종이와 펜을 사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제대로 된 책이 완성된 적도 없다고 하니 대충 예상은 간다.
그리고 용돈을 받지 못하게 된 후, “앞으로 돈은 못 주겠지만 응원하고 있어.” 라고 말한 순간 남자가 격분. 어떻게든 돈을 갖고 오라며 남자는 호통을 쳤고 저항하던 요구리는 다툼 끝에 얻어맞았다고 한다.
결국 그 말싸움 도중에 남자한테 소설을 적을 생각은 전혀 없었고, 모든 돈이 술과 노름에 사라져버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말……뻔한 얘기잖아. 바보라니깐.”
“왜 에이길 님이 근처에 계시는데 그런 몹쓸 남자한테 걸리는 건가요?”
카라와 논나가 가차없이 요구리를 몰아세우고, 요구리는 뺨을 식히면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입 안이 찢어진 건지 말하는 것도 어색하다.
“그치만……그치만 다들 나를 바보 취급하는데……하네스 한 명만 이해해주니까……으으으으…….”
“다친 사람한테 너무 뭐라 하지 마라. 이제 자기도 다 알았을 테니까.”
요구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내 허벅지에 고개를 처박고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시골 출신이니까 말이지. 감언이설에 속아넘어갔을 게 뻔해.
“하아……여자한테는 약하시군요.”
“맞아요. 집주인한테서 받은 재산을 쓸데없이 쓰다니…….”
“네가 그런 말할 자격은 없거든.”
“어째서인가요!?”
말다툼을 벌이기 시작한 논나와 카라는 내버려둬야겠군.
나는 리타를 불러서 울다가 지쳐 잠들어버린 요구리를 맡겨두었다.
“일단 의사한테 보내 둬라. 얼굴이니까 흉이 안 남게 말이지.”
“네……외출하시는 겁니까?”
“그래.”
단순히 속여서 버린 거라면야 요구리한테 사람 보는 눈이 없었다는 걸로 정리했을 테지만, 여자한테 손을 댄 이상 그럴 수는 없다.
죽이진 않을 테지만 그에 걸맞은 보복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을 연 순간 생각지 못한 것을 보게 되었다.
(돈만 빼앗기고 버림받고 얼굴까지 얻어맞다니)
문앞에 서 있던 것은 케이시였다. 소동을 듣고서 찾아온 듯한데, 표정이 창백……하다기보단 새하얗다. 눈에서는 동공이 사라졌다.
심지어 목덜미에는 밧줄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지기 시작했다.
(용서 못해 여자를 속이는 남자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히익!” “뭐야!?”
머릿속에 직접 절규 소리가 들린다.
여자들도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케이시의 약간 얼빠진 듯한, 부드러운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흰자위가 드러나고 입에서는 피가 흘렀다.
어딜 어떻게 봐도 이 세상에 미련을 남기고서 죽은 원령 그 자체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케이시는 그대로 벽을 빠져나가 도시 쪽으로 가버렸다.
그 속도는 평소와는 비교도 안 될 수준이었다.
어쩌면 하네스라고 하는 남자한테 가려는 건가?
“가만 내버려 둘 수는 없겠군.”
이대로 가만 뒀다간 케이시가 또다시 원령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남자를 제재한 다음 케이시를 회수해야겠어…….
발밑에는 케이시가 평소 자기 존재를 알려주기 위해 목에 걸고 있던 곰인형이 떨어져 있었다.
“우…….”
바닥에서 주워보긴 했는데, 그녀의 무언가가 연결되어 버린 건지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진 싸구려 봉제인형이 제멋대로 온몸을 꿈틀꿈틀 움직이며 눈알을 이리저리 돌리는 중이다.
“어쨌든 쫓아가는 수밖에 없겠군. ……이거, 가져가라.”
복도에서 마주친 메이드한테 봉제인형을 건네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주인님, 외출하시는 건가요? 어머, 이건……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현관을 나온 순간 메이드의 엄청난 절규 소리가 들렸다.
◇◇◇◇◇◇◇◇◇◇◇◇◇◇◇◇◇◇◇◇◇◇◇◇◇◇◇◇◇◇◇◇◇◇◇◇◇
같은 시각 라펜 술집
“하네스, 오늘은 싸구려 술뿐이냐? 텄구만.”
카운터에 앉아 술을 마시던 남자의 뒤쪽에서 두 남자가 말을 걸었다.
“평소엔 옆에 여자 끼워두고 기운 차게 마시던 주제에 말이야.”
“……시끄러. 조금 사정이 바뀌었다고.”
남자 두 명이 하네스의 양 옆에 앉더니 기분 나쁘게 웃었다.
“헤헤, 드디어 낚았던 여자가 너한테 정나미가 떨어져버렸구만.”
“너는 여자 지갑 사정에 따라서 돈 쓰는 게 달라지니까 말이야.”
“시끄럽다고 말했잖아!!”
하네스가 남자 두 명을 떨쳐내고서 난폭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값인 동화를 카운터에 쾅 하고 내려놓은 뒤 가게를 나왔다.
“제기랄……그 여자, 그냥 헤실대면서 돈이나 내놓으면 될 것을.”
이미 완전히 해가 저문 도시에서 불이 밝혀져 있는 곳은 창관과 술집뿐이다.
수입이 없는 하네스한테는 창부를 살만한 여유는 없었다.
“때린 건 실수였단 말이지……이제 다 들통나 버렸겠어.”
말하기만 하면 돈을 가져다주는 편리한 여자였는데 더 이상은 돈을 줄 수 없다길래 머리에 열이 뻗쳤다.
“정말로 영주의 여자……라면 큰일이긴 할 텐데 대개 한 번 따인 게 끝인 하인이겠지 뭐.”
애초에 정말 영주의 여자였다 하더라도 다른 남자와 엉겨붙어 있었다는 사실이 들통나면 그녀의 입장 자체가 사라진다.
어떻게든 감추려 할 것이다.
“아―, 머리는 별로여도 몸매는 좋았단 말이지……좀 더 열심히 박아댈걸 그랬구만.”
집으로 돌아가서 문을 난폭하게 열어젖힌다.
그대로 잠에 들려고 목제 바닥에 누우려던 남자의 움직임이 멈췄다.
“너, 너……요구리?”
방 한가운데에 여자가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하네스의 목소리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방금 전엔 미안했어. 때린 건 사과할게! 그러니까 또 우리 둘이서 같이 책이라도 쓰자고.”
여자는 뒤를 돌아본 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뭔데! 가만히 있지만 말고 뭐라도 좀…….”
화가 난 남자가 어깨에 손을 올리자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동공이 없는 죽은 눈, 입에서 축 튀어나온 혀, 그리고 목에서 확연히 드러나 보이는 밧줄 자국.
말문이 막힌 남자를 향해 여자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감히 감히 버렸겠다아)
“히익!? 어, 어째서 너……히이이익!!”
남자는 허리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것은 천천히 좌우로 흔들리면서 다가오기 시작했다.
잘 보니 흔들리고는 있지만 다리는 땅에 붙어있지 않았다.
느릿느릿한 동작 치고는 빠른 속도로 여자의 손이 남자의 얼굴에 닿……
“우와아아아아아악!!”
기 직전에 남자가 데굴데굴 구르듯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허리 힘이 풀려 설 수 없기 때문에 네 발로 꼴사납게 기어서 도망친다.
“제기랄! 뭐야 저거!! 설마 요구리 그 자식, 목매단 건가!?”
그렇다면 모든 게 설명된다.
“젠장, 한 방 때렸을 뿐인데 자기 마음대로 죽어서 나타나다니 이게 말이 되냐!”
발밑에 굴러가던 돌을 주워 내던졌지만 통과해버렸다.
베거나 때릴 수 있는 존재는 아닌 모양이다.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오지 마!!”
머릿속에 직접 울려퍼지는 목소리를 떨쳐내듯이 하네스가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기 시작한다.
심야라고는 해도 급속도로 발전 중인 라펜의 밤엔 사람들이 있다.
얼마 없긴 하지만 그래도 길을 걸어가던 사람들한테 하네스가 도움을 요청했다.
“어, 어이 당신! 부탁이야 나 좀 살려줘, 쫓기고 있다고!”
그가 엉겨붙은 건 술집의 경호원처럼 보이는 떡대 좋은 남자였다.
“앙? 뭐한테 말이냐.”
“저기 말이야! 여자 유령이 나를 죽이려고…….”
경호원은 하네스가 가리킨 방향……지표면 근처를 떠다니면서 다가오는 여자 유령을 힐끗 쳐다봤다.
“쳇, 단단히 취했구만. 꺼져, 방해되니까.”
그리고 그는 하네스를 걷어찼다.
“어, 어째서! 저기 있잖아, 무시무시한 여자 유령이!!”
“잠꼬대는 집에 가서 해! 가게 벽에다 소변이라도 갈겼다간 죽여버릴 줄 알아.”
경호원은 그 후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안 보이는 건가……?”
어쩌면 환각일지도 모른다.
(절대로 용서 못해 죽여주겠어)
머릿속에 원한이 가득 찬 표정이 떠오른다.
“환각일 리가 없어!!”
그 후에도 몇 사람한테 도움을 요청해 봤지만,
“뭐야 이 자식?” “미쳐버렸구만……가자.”
라며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았다.
하네스는 어쩔 수 없이 큰 도로를 벗어나 골목길로 들어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유령을 떨쳐내려고 도망치는 사이 가로막길에 들어와버리고 말았다.
눈앞에는 높은 벽 세 개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서 넘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좆됐다……아니, 어쩌면 떨쳐낸 걸지도 몰라. 이렇게 주변에 집이 많잖아. 그렇게 쉽게 나를 찾아낼 수 있을 리가…….”
(찾았다)
“히익!”
여자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들켰다는 게 느껴진다.
일직선으로 이쪽으로 향해오는 중이다.
등 뒤에 벽을 붙인 채 필사적으로 앞쪽길을 응시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디냐……어디에…….”
목덜미에 느껴지는 오한.
고장난 풍차처럼 천천히 고개를 위쪽으로 돌려보니……그곳에는 벽에서 머리를 내민 여자의 모습이 있었다.
(찾 아 냈 다)
“우와아아아아아악!!”
하네스는 이제 끝장이라며 머리를 붙잡고 주저앉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은 찾아오지 않았다.
희미하게 눈을 떠보니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녀석, 얌전히 있어.”
딱 보기에도 강해 보이는 젊은 남자가 여자 유령을 한손으로 붙잡고 있던 것이다.
유령은 미친듯이 날뛰고 있지만 맨손에 붙잡힌 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는 확실히 이 녀석을 볼 수 있고 문제없이 유령을 제압할 수 있는 듯했다.
“……사, 살았다.”
하네스의 입에서 10초 정도 이어진 기다란 한숨이 튀어나왔다.
“미친년한테 걸려서 죽게 되다니, 절대 사양이야.”
그 말을 듣고서 눈앞에 있던 강해 보이는 남자가 반응했다.
“이 녀석은 너를 쫓아왔던 거겠지?”
“그래, 살았다고. 어때, 한 잔 쏠 테니까 “그런데.”
남자가 날카로운 말투로 말을 가로막았다.
“네 이름은 뭐지?”
하네스는 이 자식, 꽤 건방진 놈일세 하고 기분이 상했지만 그래도 죽음을 느낀 직후였다보니 뭐든지 용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나 말이냐? 나는 하네스라고 한다. 그런데 넌…….”
하네스의 얼굴에 엄청난 충격이 내달리더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도 하지 못한 채 그는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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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 정도인가.”
휘두른 주먹은 눈앞에 있던 남자의 얼굴을 훌륭하게 박살내고는 벽까지 날려버렸다.
코는 옆으로 휘어버렸고 앞니는 전부 박살났을 것이다.
미끄러트리듯이 때린 거니까 목숨까지 잃진 않았으리라.
남녀 차이를 고려해 보면 이 정도가 딱 맞는 벌이라 할 수 있겠군.
남은 건 이쪽이다.
나는 남자를 때린 것과는 반대쪽 손으로 붙잡아 둔, 아직까지 날뛰고 있는 케이시를 바라보아다.
(죽인다 원망스러워 복수 증오)
완전히 폭주해서 유령처럼 변해버렸다.
키스라도 해주면 돌아올지도 모르지만, 표정도 굉장해졌고 이 정도로 악화된 이상 좀 더 과격한 행위가 필요할 것 같기도 하다.
“일단 넣어볼까…….”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준비를 위해 힘을 푼 순간 케이시가 도망쳐서 케네스한테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녀의 반투명한 손은 하네스의 머릿속에 빨려들어가듯이 들어갔고, 남자가 곧바로 벌떡벌떡 온몸을 경련시키기 시작했다.
의식은 없는 듯하지만 입에서 부글부글 거품을 뿜기 시작했다.
확실히 뭔가 위험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모양이다.
“이 녀석, 이제 그만하래도.”
이번엔 뒤쪽에서 두 손으로 붙잡아 졸라매듯이 움켜진 뒤 벽으로 끌고 갔다.
얼굴을 봤다간 시들어버릴 테니 이대로 뒤에서 박아넣어야겠군.
그 후, 거품을 물면서 경련하던 케네스 옆에서 증오를 내뱉는 원령한테 육봉을 박아넣고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신경 쓰면서 허리를 흔들었다.
맨 처음엔 미친듯이 날뛰던 케이시였으나, 점차 이성이 돌아온 건지 달콤한 교성과 함께 스스로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자를 안고 있는 거라면야 딱히 남이 봐도 상관없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이 보기엔 내가 혼자서 육봉을 꺼내고 허리를 흔드는 것처럼 보이니까 말이야.
변태가 되고 싶진 않다.
(기분 좋았어 미안해 요구리 씨가 심한 일을 당한 걸 보고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구)
“다음부터 갑자기 이러진 말아달라고.”
(이 사람의 머리, 엉망으로 만들어버렸어 미안해)
“괜찮아. 이 녀석한테 운이 없었던 거지.”
이렇게 케이시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가 쓰던 봉제인형은 그 후로도 계속해서 꿈틀거렸고, 너무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가족과 하인들의 의견으로 상자 안에 집어넣어 도시 밖에 묻게 되었다.
케이시가 말하길 원념 덩어리처럼 바뀐 물건이라 근처에 놔두기만 해도 좋지 않은 물건이라고 하니, 누군가가 파내지 않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여자한테 험한 꼴 보여주면 내가 나온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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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에이길 하드릿 22살 겨울
지위: 고르도니아 왕국 백작 고르도니아 동부 일대 영주 산의 왕 드워프의 친구
휘하군: 사군 호위대 80명 재편성 중
재산: 금화 8400닢 (노역 200)빚 2만닢
무기: 듀얼 크레이터(대검) 드워프의 창
가족: 논나(정실) 카라(측실) 멜(측실) 리타(메이드장) 카트린느(음란) 마이라(애첩) 레아(자칭 육노예) 요구리(상심 중) 케이시(요괴) 세바스찬(집사) 미티(애첩) 알마 크롤
따로 행동 중: 피피(종자) 루나(지휘관) 루비(루나 종자)
아이: 스우 미우 예카테리나(딸) 안토니오(아들) 쿠우 루우 로즈(의붓딸)
부하: 세리아(부관) 이리지나(지휘관) 레오폴트(참모 아돌프(내정관) 클레어&롤리(전용 상인) 슈바르츠(말)
경험 인수: 99명
자식: 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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