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화『심연에서 오는 것』
지하 공간, 그 한가운데에서 바르바노라는 이름의 드워프와 마주본다.
“너는 크군.”
“그래.”
통나무처럼 굵직한 팔과 다리를 가진 바르바노는 나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했다간 싸움이 일어날 테지만 딱 머리에 손을 올려두고 싶은 높이……세리아랑 비슷한 수준의 키로군.
엄청난 근육과 대비되어 무척 불균형하게 보인다.
이래봬도 주변 드워프들보다는 훨씬 키도 큰 편이다.
“우리 현관을 박살냈다 들었다만.”
“대답이 없길래 노크를 했더니 박살났거든. 미안하다.”
바르바노는 더 이상 내 말을 듣지 않고 금속제 컵을 내게 건네준 뒤 음료를 따랐다.
아무 생각없이 손에 쥐었는데, 컵을 보니 정교한 세공과 함께 금처럼 빛나는 물건이었다.
논나가 없어서 다행이군.
“마셔라.”
그의 말을 듣고 가볍게 한 입 마셨다.
“큭…….”
순간 독은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느껴지는 강렬한 감각, 지금까지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강한 술이었다.
그럼에도 단숨에 들이켜니 남자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우리한테 무슨 볼일이냐?”
“이 산에서 철을 채취하고 싶다만 이미 살고 있던 사람이 있는 것 같길래 말이야. 한 번 말이라도 해볼까 싶었거든.”
“드워프에 대해선 누구한테 들었지?”
“바위 뒤에서 슬쩍슬쩍 철을 두들기던 놈들이다. 아인이라는 말밖에 못 들었다만, 드워프라고 부르는 거군.’
바르바노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 산에 구멍을 잔뜩 뚫을 셈이냐?”
“산 안에 살겠다고 하는 건 아니잖나. 너희가 쓰는 주거지는 피해가도 상관없어. 아니면 철을 빼앗기는 게 싫은 건가?”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철쯤이야 산 어디에나 있는 돌멩이고, 그딴 것에 관심은 없으니.”
그 말이 사실이라면 좀 이상한데.
철을 만들고 있던 놈들은 산을 팠다간 큰일이 난다고 말했었단 말이지.
“그럼 어째서 불의 민족이 땅을 파면 화를 내던 거지?”
“당연한 소릴. 그딴 음험한 놈들이 산 안에 들어온다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군. 맨 처음 만났을 때에도 뭘 하고 있느냐고 말한 적이 있었다만……싸우긴 싫다느니 거처를 어떻게 나누느니 떠들기만 할 뿐 술 하나도 제대로 못 마시는 놈들이었지.”
그 심정은 이해가 간다.
불의 민족 사람들은 음식과 물 모두 품질이 나빠서 그런지 우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험난한 생활 방식 때문에 어쩔 수 없긴 할 테지만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거나 같이 있고 싶은 사람들은 아니다.
나는 텅 빈 컵을 앞으로 내밀었다.
바르바노는 살짝 놀라긴 했지만 살짝 미소를 지으며 술을 따랐다.
“그럼 우리가 땅을 파는 건 상관없다는 건가?”
“조금 재밌어 보이는 사내긴 하다만…….”
바르바노는 자리에 서서 벽에 걸어둔 도끼를 두 손으로 쥐었다.
“인간 남자는 멀대처럼 기다랗기만 할 뿐 약하다 들었다. 그런 놈들과 얼굴을 맞대는 것도 시덥잖지.”
그러고는 내 눈앞에 도끼를 내밀었다.
한 손으로 붙잡아봤지만 너무 무거워서 도끼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나랑 힘겨루기를 해라. 내게 이기면 철이든 뭐든 마음대로 파가도록.”
그는 벽에서 또 하나의 도끼를 갖고 와 크게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뛰쳐나오려고 하는 세리아를 제지한 다음, 나도 도끼를 두 손으로 쥔 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어떤 재료를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믿기지 않을만큼 무겁다.
내 창의 2배는 되어보인다.
“들어올렸나!”
바르바노는 내가 자세를 취한 걸 보고 기쁜 듯이 소리쳤다.
결국엔 싸움에서 이기면 되는 것이다.
알기 쉬워서 아주 좋군.
“후오오오!”
공기가 새어나오는 듯한 고함소리와 함께 바르바노가 도끼를 내리친다.
동작 자체만 보면 검술이라 생각하기엔 굉장히 둔중한 모양새지만, 그럼에도 전력으로 막아낸다.
느릿느릿한 속도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굉음과 함께 나와 바르바노 모두 튕겨날아갔다.
초중량급 무기를 휘두르는 이상 속도가 느려도 어중간하게 맞았다간 짓뭉개질 게 분명하다.
“흐아아아아압!!”
튕겨날아간 회전을 이용해서 한 번 더 바르바노가 공격을 날린다.
한 번 일부러 회전한 다음 원심력을 실어서 날린 일격, 나도 혼신의 힘으로 도끼를 내리쳐 맞받아친다.
다시 울려퍼지는 날카로운 소리. 놈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엔 성공했지만 그 반동으로 뒤로 튕겨 날아갔다.
정면에서 무기를 맞대고 튕겨날아가다니, 대체 얼마만이지?
“다음은 내 차례로군.”
거리가 벌어진 걸 보고 도움닫기까지 이용해 도끼를 내리친 다음, 몸을 비틀어 횡베기를 날린다.
무기가 무겁다보니 느리긴 하지만 충분히 힘이 실린 공격이었다.
“오오, 무겁군! 무거워!”
그럼에도 바르바노는 정면에서 내 공격을 막아낸 뒤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는다.
키는 세리아와 비슷한 수준인데 무게는 나보다 훨씬 더 무거울 것이다.
키가 작고 다리가 짧은 이 녀석은 무게중심이 안정돼서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상대와 도끼로 서로 공격을 주고받다니, 처음 있는 일이다.
“재밌군!”
두 손으로 도끼를 쥐고서 한계까지 치켜올린다.
빈틈투성이, 있을 수 없는 자세지만 상대도 빈틈을 파고들 생각은 없는 모양인지 도끼를 회전시켜 막아낼 생각인 듯하다.
“카앗!”
“흐읍!”
혼신의 일격이 서로 부딪치며 굉음이 울려퍼진다.
나와 바르바노 모두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지만, 충격이 얼마나 강렬했는지를 알려주는 것처럼 서로 부딪친 도끼 바로 밑에서 흙먼지가 피어올라 주변으로 흩어진다.
뼈가 삐걱일 정도로 강력한 충격에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바르바노도 마찬가지인 건지 이를 악물고 있었다.
이 부분은 호각이었던 모양이다.
“끝이 없군.”
“그래.”
승부가 나질 않는다.
솔직히 바르바노를 죽이라 하면 죽일 수 있을 것이다.
힘을 흘려서 목이나 다리를 날려버릴 정도의 기량은 나도 갖고 있다.
하지만 그건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이건 힘겨루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도끼를 제자리에 놔두었다.
단순한 완력 싸움이라면 좀 더 좋은 방법이 있다.
“좋다!”
내 의도를 파악한 바르바노도 도끼를 놔두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맨손 상태로 단단히 서로의 손을 마주잡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 녀석은 말도 안 되는 괴력의 소유자다.
내 다리가 천천히 뒤로 미끄러지기 시작했지만, 내가 힘을 주니 놈의 몸이 공중에 떠오를 뻔했다.
“끄윽!”
놈은 곧바로 몸을 떼어내고는 상반신 옷을 벗어던졌다.
어째선지 나도 그 동작에 이끌려 상반신 갑옷을 벗어던졌다.
반라가 된 우리 둘은 다시 거리를 좁혀 기운 차게 부딪쳤다.
격렬하게 살갗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털이 잔뜩 난 피부의 감촉에 오한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서로 힘을 있는 힘껏 주고 있는데도 우리 둘의 힘이 균형을 이루는 탓에 전혀 움직이질 않는다.
그저 땀만 뚝뚝 맺히기 시작할 뿐이다.
“근육끼리 서로 부딪치고 있다니……남자의 몸이 울끈불끈……훌륭해…….”
지금 그건 누구지?
집중력이 흐트러지잖아.
“크아아아아아악!!”
바르바노가 승부에 나서려는 건지 한층 더 커다란 소리를 내지르며 힘을 주기 시작한다.
결국 나는 버티지 못하고 점점 뒤로 밀려나갔다.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다.
허리 근육에 힘을 주어 놈의 무게를 버텨낸다.
매일밤 몇천 번이고 여자 위에서 허리를 흔들어온 나다.
허리 근육이라면 그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우와아아아아아악!”
“나를 들어올렸다고!?”
바르바노의 몸이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른다.
누군가가 자신을 들어올린 경험이 없는 건지, 그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고 있었다.
놈의 팔을 붙잡아 무거운 체중을 허리로 지탱하고 그대로 뒤쪽을 향해 있는 힘껏 내던졌다.
“크아아악!”
“던졌다!” “바르바노가 날아갔다!” “결판이 났군!”
어느새 우리 주변에는 관전 중인 수많은 드워프들이 모여있었다.
어디, 바르바노는 괜찮나?
힘조절을 못하고 진심으로 내던진 탓에 바르바노가 데굴데굴 구르다 벽에 처박히긴 했지만, 맷집도 대단한 건지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마냥 자리에서 일어났다.
“졌다!!”
그는 두꺼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주변에 있던 드워프가 환호성을 터트린다.
이들한테 질투심이나 불쾌감은 보이지 않는다.
순수하게 힘겨루기 싸움을 보면서 즐기고 있던 모양이다.
“네 승리다! 마셔라!”
바르바노는 방금 전 받았던 크기의 5배는 되어보이는 컵에 술이 넘칠만큼 잔뜩 따라주었다.
그리고 자기도 똑같은 크기의 컵을 손에 쥐고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결국 지든 이기든 마시는 거구만.
솔직히 이 술은 이상할 정도로 세서 방금 전 마신 두 잔 때문에 상당히 술기운이 오른 상태였지만, 여기서 거절하는 것도 분위기를 깨겠다 싶어 단숨에 들이켰다.
술을 다 마시니 다시 따라주려고 하길래 내 지인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척을 하며 잔을 피했다.
여기서 더 마셨다간 쓰러질 게 분명하다.
그리고 세리아는 절대로 마셔선 안 된다.
한 모금 마시고 쓰러질 테니까.
“무리하지 마세요……여기, 갑옷입니다.”
내게 갑옷을 내미는 세리아. 그녀는 얼굴을 빨갛게 붉힌 채 겉으로 드러난 내 상반신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중이다.
내 알몸은 평소에도 실컷 봤을 텐데.
“근육 대단하다.”
레아도 내 땀이 잔뜩 묻은 몸을 슬쩍 매만졌다.
“하아, 하아, 울끈불끈한 남자……헉! 아무것도 아니에요.”
방금 그건 너였나 클레어. 하마터면 질 뻔했다고.
“그럼 이제 산을 파는 건 인정해 주는 건가?”
“물론이지. 너는 재밌는 놈인 데다가 힘도 세다. 인간이 아니라 드워프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우리의 새로운 친구다!”
드워프 중 한 사람이 낭랑한 목소리로 소리치자, 모든 이들이 한손에 컵을 쥐고 단숨에 술을 들이켠다.
잘 보니 여자처럼 보이는 드워프와 작은 어린아이까지 술을 단숨에 들이켜는 중이다.
그들한테는 물 대신 쓰이는 음료인 것이리라.
참고로 여자 드워프는 남자와 마찬가지로 세로로 압축되어 있는 체형인 건 둘째 치고, 수염과 가슴털이 나 있는 데에서 가치관의 차이가 느껴진다.
세리아와 레아를 데려오길 정말 잘했군.
“오늘밤은 여기서 자고 가라. 산 안은 인간한테는 쾌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밖에서 노숙하는 것보단 훨씬 나을 테지. 술도 얼마든지 있으니.”
술은 필요없지만 마물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부드러운 침상을 쓸 수 있는 건 좋군.
사양 않고 여기서 자고 가기로 했다.
그날밤
“……이제 그만 이 녀석을 귀여워해 줄 수 없겠느냐?”
“아주 조금만 더……죄송합니다.”
“나중에 뭐든지 해줄 테니까 조금만 더…….”
세리아와 레아가 내 팔과 가슴팍을 쓰다듬으며 키스를 퍼붓는 중이다.
물건은 한참 전부터 단단하게 서 있는데, 아까부터 만져주질 않는다.
“대단한 근육이에요…….”
“그러게, 끝내주지?”
바르바노와 승부하는 모습을 보고서 뭔가 느낀 게 있던 모양이다.
내 팔과 가슴팍을 매만지며 뺨을 비비대는 중이다.
못 참겠군, 이렇게 된 이상 억지로 따먹어주지.
일단 박아넣기만 하면 포기할 거라 생각해 세리아를 뒤집은 그 순간이었다.
“벗이여, 일어나 있나! 큰일이 났다. 일어나 주게.”
바르바노가 노크도 없이 침실로 뛰어온 것이다.
여자 두 명이 비명을 내지르고 이불을 덮은 탓에 나는 전라 상태로 바르바노를 마주하게 되었다.
“……무슨 일이지?”
“땅벌레 놈들이 들끓었다. 벗의 힘도 빌리고 싶으니 와줬으면 하는군.”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일은 아닌 모양이다.
갈 수밖에 없긴 한데 물건이 너무 커서 옷이 안 들어간다.
세리아나 레아가 입으로라도…….
“벗이여……성기가 크군. 나도 크긴 하다만 그 정도까진 아니다.”
자기도 자다가 일어난 건지 반라 상태의 바르바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물건은 순식간에 작아졌고, 나는 문제없이 옷을 입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정확히 좀 알려줬으면 하는데. 무슨 일이 있던 거지?”
내 옆에선 세리아와 호위대 인원들이 완전 무장을 한 채 모여있는 중이다.
레아와 아돌프, 그리고 클레어는 안전한 방에서 드워프들이 지켜준다고 한다.
“땅벌레라 해도 나는 모른단 말이지.”
“오면 알 거다.”
그 말과 함께 바르바노는 성큼성큼 산 안쪽 깊숙이 나아갔다.
그는 힘겨루기를 했을 때 썼던 창을 등에 짊어지고 있었다.
저렇게 무거운 물건을 들고서 성큼성큼 걸어가다니, 대단하군.
굵직한 드워프의 등을 바라보면서 이리저리 꼬여있는 갱도를 나아가자 갑자기 천장이 움직였다.
“땅벌레다!”
바르바노가 소리치고 도끼를 치켜올리기도 전에 내 창이 그것을 꿰뚫었다.
사람도 동물도 아닌 불쾌한 울음소리와 함께 그것은 땅바닥으로 툭하고 떨어졌다.
“거미……일까요? 아주 커다란.”
“그렇게 보이는구나.”
모양 자체는 아주 익숙한 거미, 종종 벽에 달라붙어 있어 집주인을 놀래키는 수준의 벌레다.
하지만 크기가 이상하다. 다리까지 포함하면 사람 정도 크기는 된다.
세리아 같은 경우엔 머리부터 잡아먹힐 것만 같은 크기다.
“흐읍!”
뒤이어 나타난 거미 하나를 바르바노가 도끼로 땅바닥에 떨어트린다.
거대 거미는 무거운 도끼 일격을 맞고서 튕겨날아가듯이 박살났다.
녹색즙이 주변에 튀기더니 상한 듯한 이질적인 냄새가 피어올랐다.
“저기도!”
세리아가 천장에 달라붙어 있는 거미를 찾아내더니 두 손으로 나이프를 두 자루 던졌다.
나이프 자체는 정확히 몸통에 꽂혔지만 놈을 제대로 죽이진 못했다.
“해치워라!!”
호위대 세 사람이 창을 박아 놈을 땅에 떨구고서 곧바로 마구 찔러 간신히 해치웠다.
크기가 큰 만큼 처치하는 것도 많이 힘든 모양이다.
심지어 이곳은 상하좌우 모두 벽으로 된 갱도, 거미를 상대하기에는 최악의 환경이다.
“이놈들은 앞으로 얼마나 있는 거지?”
“얼마든지 있다! 놈들이 나오는 구멍을 막지 못하면…….”
바르바노도 초조함을 느끼고 있는 건지 종종걸음으로 갱도 안을 달려나갔다.
이제 와서 말하는 거긴 하지만 다리가 너무 짧아서 몸통만 움직여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우습굽.
갱도를 빠져나오니 후욱 하고 열기가 느껴지는 방으로 나왔다.
옆에 죽 늘어선 수많은 용광로에는 불이 붙어있다.
드워프들이 금속을 가공하기 위해 쓰는 방인 듯하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금속을 제련하는 소리가 아닌, 전투 소리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천장과 벽까지 온통 수많은 거미가 달라붙어 있고 드워프들도 망치와 도끼를 들고서 응전하고 있었다.
“벗이여, 부탁하마!”
당연히 싸우는 수밖에 없지.
거미를 상대로 대화가 통할 리도 없다.
“호위대는 원으로 진형을 쳐라. 상하좌우, 어디서든 온다. 천장도 잊지 마라.”
그 말만 남겨두고서 나는 창을 손에 쥐고 돌진, 드워프한테 앞다리를 뻗고 있던 거미를 옆에서 찌른 다음 회전력을 이용해 내던졌다.
이번엔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한 마리를 손잡이로 때린 다음 벽에서 짓뭉갠다.
몸을 낮추고 돌진해 온 한 마리는 위에서 찔러 땅바닥에 쑤셔박고 머리처럼 보이는 곳을 짓밟는다.
결국엔 거미, 단단하진 않지만 움직임이 재빠르고 변칙적이다.
드워프들의 무기인 망치나 거대 도끼로는 상성이 안 좋겠는데.
“끄악!”
근처에서 드워프 중 한 명이 물린 건지 팔을 억누르는 중이다.
다시 달려들려고 한 거미한테 창을 밑에서 위로 파고올려 날려버린 다음 공중에서 두 동강내버렸다.
“괜찮나?”
“이, 이깟것……으, 끄그그그극…….”
상처 자체는 내장까지 닿지 않았지만 그 남자는 입에서 거품을 물고 기절하고 말았다.
“조심해라, 독이 있는 놈이 있다!!”
바르바노가 소리쳤다.
그런 건 미리 말 좀 해 줘.
“세리아, 다치지 말거라. 안전하게 가라!!”
“네!”
세리아는 허벅지까지 길게 늘어트린 망토를 둘러쓰고 단검을 꺼내 춤추듯이 던졌다.
일격에 죽이는 건 어렵지만 천장에 달라붙은 거미를 노리고서 땅바닥에 떨어트려 주기만 해도 편해진다.
“위험하다!!”
오른손에 둘, 왼쪽에 하나, 그리고 뒤쪽에 하나인가?
마치 합이라도 맞춘 것처럼 동시에 달려드는 중인데 오히려 그 편이 더 고맙다.
“흠!!”
한 번 기합을 다진 다음 창을 주변에 휘두른다.
살점을 부드럽게 짓뭉개는 소리와 함께 거대 거미 네 마리는 순식간에 날아갔다.
세 마리는 벽에 부딪혀서 짓뭉개지고 한 마리는 불이 붙어있는 용광로에 빠진 다음 듣기 싫은 단말마를 내질렀다.
“이걸로 끝인가!?”
움직임을 멈춘 또다른 한 마리한테 전력으로 창을 내리쳐 갈기갈기 찢어버린 다음 소리쳤다.
거미의 체액은 기분 나쁜 냄새가 나긴 하지만 인간의 내장보다는 그래도 좀 낫다.
주변 드워프들도 환호성을 내지르며 사기를 되찾고서 하나둘씩 거미를 처리하는 중인 듯하다.
독에 당한 사람은 뒤쪽으로 끌려가 입에 술을 흘려주는 중이다.
너희는 뭐든지 술로 해결하는구만.
“끝이 없잖아. 어쩌면 좋지?”
“이 너머에 놈들이 오는 구멍이 있을 거다! 낙반 때문에 나락과 이어져버린 것 같군.”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앞에 있다는 거군.
강인한 드워프가 쓰러지는 독이라니, 세리아가 맞았다간 큰일이다.
어서 처리해야지.
바르바노의 뒤를 따라 앞으로 나아가니 천장이 살짝 높은 작은 광장처럼 생긴 곳으로 나왔다.
하지만 방 중심이 크게 무너져 거의 모든 지형이 구멍처럼 변해있는 상태였다.
구멍 안쪽은 새까매서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 건지 가늠도 안 간다.
“여긴가……나락까지 구멍이 연결되어 버렸잖나!”
구멍에서는 사그락사그락 하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거대 거미가 올라오는 중이다.
“어떻게 하지? 바닥에 불이라도 던져야 하나?”
“나락은 매우 크다. 그런 짓을 해도 소용이 없지……구멍을 막지 못하는 이상…….”
기어올라오는 거미를 찔러 죽이고 구멍으로 다시 떨어트리면서 바르바노는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다.
뒤쪽으로 돌아온 한 마리를 보고 세리아가 앞다리 두 개를 잘라내고 머리에 검을 찔러넣는다.
어서 해결해 줘, 세리아가 다치겠어.
“좋아……저기를……이런!!”
바르바노가 무언가를 찾아낸 건가 싶은 순간 갑자기 우리 쪽을 돌아보더니 짧은 다리로 도약했다.
나쁜 예감을 느끼고서 세리아를 붙잡아 뒤쪽으로 굴렀다.
찰나의 순간, 구멍에서 기묘한 무언가가 쑤욱 튀어나와 호위대 중 한 명을 푹 하고 찔렀다.
“크브업!”
불쌍한 부하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지 못한 채 갑옷째로 배가 터진 모양새로 그대로 구멍까지 끌려들어갔다.
“이건……큰일이군.”
기묘한 그 물건의 정체는 바로 뭔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거미의 다리……지금까지 만난 거대 거미와는 비교조차 안 되는, 가히 5m는 되어보이는 특대 거미였다.
“끄으응…….”
“이건…….”
세리아와 바르바노 모두 할말을 잃은 듯했다.
딱 보기에도 인간이 이길 수 있는 놈이 아니다.
이걸 쓰러트리려면 탁 트인 장소에서 군대가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불평할 수는 없지.”
이런 걸 뒤쪽으로 들여보냈다간 드워프들은 순식간에 전멸할 게 뻔하고, 그렇게 되면 레아와 클레어도 위험하다.
여기서 처리해 두는 수밖에 없다.
나는 각오를 다지고서 창을 겨눴다.
3m의 물건이 너무나도 작게 느껴진다.
“할 수 있겠나!?”
“할 수밖에 없잖아.”
나는 그 말과 함께 돌진했고 거미의 앞다리를 쳐냈다.
어느 정도 손맛은 느껴졌지만 크기가 큰 만큼 두 동강 내는 건 불가능했다.
그 직후, 반격을 하듯이 다리 여러 개가 들이닥쳤다.
두 번째 일격까지는 막아냈지만 나머지는 회피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회피한 곳으로 또다시 다리가 들이닥치는 걸 보고 이번엔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이번엔 송곳니가 내게 들이닥쳤다.
“쯧!”
반사적으로 거미의 머리를 베어냈지만 힘이 실리지 않았기 때문에 치명상이라 보긴 힘들다.
이 녀석, 성가시군.
어쨌거나 상대방의 다리는 8개나 있는 것이다.
몸을 지탱하는 게 네 개, 나머지 네 개가 나를 공격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내가 쓸 수 있는 건 창 한 자루다.
심지어 갑옷이 있더라도 놈의 공격이 치명상이 될 수 있다는 건 이미 병사를 통해 확인한 사항이었다.
최소한 무기가 하나 더 필요하다.
“바르바노, 도끼 좀 빌려줘라.”
“도끼? ……알겠다.”
내게 여유가 없다는 걸 느낀 건지 더 이상 묻지 않고 거대 도끼를 내 쪽으로 던졌다.
초중량급의 그 도끼는 육중한 소리와 함께 땅에 박혔다.
“간다, 괴물.”
왼손에 창을 고쳐쥐고, 오른손 하나로 거대 도끼를 들어올린다.
창도 상당한 무게지만 도끼는 이것보다 2배는 더 무겁다.
한쪽 손으로 드는 건 상당히 힘들지만, 힘겨루기 때와 다르게 이번엔 목숨이 걸려있다.
그리고 이 무게라면 놈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거대창과 도끼를 들고 앞으로 돌진한다.
내게 들이닥치는 앞다리를 막아내지 않고 피한 다음, 땅바닥에 꽂힌 걸 보자마자 있는 힘껏 도끼를 때려박았다.
퍽, 하고 두꺼운 나무를 베어내는 듯한 소리와 함께 다리 하나가 찢어졌다.
“우선 하나!”
기성을 내지르는 거대 거미한테 또다시 달려든 다음, 내게 들이닥치는 앞다리를 베어낸다.
그러고는 머리 위에서 들이닥치는 또 하나의 다리를 도끼로 반격했지만, 어중간한 자세였다보니 절반 정도 위치에서 막히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는다.
놈에게 박힌 도끼를 창으로 두들겨서 억지로 다리를 날려버렸다.
“이제 둘!”
하지만 나머지 다리 두 개가 동시에 내게 들이닥쳤고, 나는 곧바로 무기를 교차시켜 방어했지만 튕겨날아가고 말았다.
벽에 부딪친 충격 때문에 숨이 막힌다.
“에이길 님!!”
세리아가 단도가 아닌 허리춤에 찬 검을 던졌지만, 두꺼운 가죽 때문에 박히지도 않는다.
너는 가만히 있어라.
나는 아직 안 죽으니까.
내 숨통을 끊으려고 떨어지는 다리를 도끼로 세로로 갈라버린 다음, 마지막 다리 하나는 헛손질을 유도한 다음 맨손으로 끌어안듯이 붙잡아 힘을 주었다.
거칠거칠한 털이 돋아나 있는 다리는 끝내주게 불쾌하다만, 왠지 나도 모르게 만지고 싶어지는군.
“오오오오오오!!”
다리를 끌어안은 채 관절부와 정반대로 비틀어 주니 축축한 소리와 함께 우드득 하고 부러졌다.
“네 개! 끝났나!?”
하지만 거대 거미는 버둥거리면서도 내 쪽으로 방향을 바꾸더니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다리가 아니라 송곳니……혹은 아예 전신을 이용해 짓뭉갤 심산일지도 모른다.
“그거면 돼. 이제 너한테 날이 닿겠군.”
너무 커서 서 있는 자세일 땐 다리 말고 다른 곳엔 공격을 먹일 수가 없었지만 송곳니를 사용해 준다면 머리도 가깝다.
끝을 내보러 가보실까.
내게 달려드는 적의 기선을 제압하고 창을 투척한다.
창은 얼추 정확하게 머리 부분에 꽂혔지만 가죽이 두껍다 보니 안쪽까지는 뚫지 못해 치명상을 입히진 못했다.
하지만 그거면 충분하다.
눈알 사이에 창이 꽂히고 한 순간 움직임을 멈춘 적을 향해 내가 먼저 달려가 몸통박치기를 먹인다.
단순히 몸통박치기를 먹여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아까 던져서 박았던 창의 손잡이 부분에 힘을 싣는다.
귀가 찌부러질 것만 같은 비명소리와 함께 3m 정도 되는 창의 중간 부분까지 머리에 박혔다.
버둥대는 거대 거미,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다.
창을 손에서 놓고 두 손으로 크게 거대 도끼를 치켜들었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나서 도약, 거대 거미의 머리 부분에 혼신의 일격을 내리쳤다.
동굴 안에 울려퍼지던 기성이 갑자기 멈추더니 거구가 천천히 쓰러지기 시작한다.
쩍 벌어진 머리에서 홍수처럼 대량의 녹색 체액이 흘러나온다.
힘을 잃은 거대 거미는 그대로 구멍 저 깊은 곳으로 주르륵 미끄러지고 말았다.
아차, 창까지 떨어져버렸잖아.
마음에 들었던 창인데.
주변에 정적이 감돈다.
바르바노와 세리아, 호위대 인원들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는다.
아직 사태는 수습되지 않았을 텐데?
“얼른 구멍을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다음에 똑같은 게 튀어나오면 이번엔 나도 도망칠 거다.”
내 말을 듣고서 제정신을 차린 바르바노가 허둥지둥 앞으로 나왔다.
손에 쥐고 있는 건 도끼 정도는 아니라도 커다란 망치다.
“이 균열……여긴가!”
바르바노는 짧은 다리로 능숙하게 뛰어올라 망치로 천장의 한 부분을 때렸다.
그러자 우득우득 바위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머리 위에서 바위 파편이 차례차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방을 무너트릴 거다! 밖으로 나가라!”
허둥지둥 모든 이들이 구멍이 뚫린 방에서 도망치자, 그와 동시에 천장이 박살나더니 뻥 뚫린 구멍 위에 수많은 바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낙반은 한동안 계속됐고 그 방은 완전히 바위와 흙으로 가득 채워지고 말았다.
“구멍은 막아냈군……이제 방의 입구를 단단히 막아두기만 하면 걱정할 건 없겠어.”
“그거 다행이군. 난 이제 지쳤거든.”
내 갑옷을 벗겨내고는 열심히 상처가 없는지 확인하는 세리아한테 몸을 맡긴 뒤 사지를 쭉 뻗었다.
지금이야말로 술이 필요했다.
“결국 그 녀석들은 뭐였던 거지?”
세리아가 확인을 끝마칠 때까진 느긋하게 대화라도 나누고 싶은 기분이다.
“산 깊은 곳……우리가 파둔 갱도보다 훨씬 깊은 곳에는 나락이 있지. 나락은 지하에 무한히 펼쳐져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물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더군.”
물론 그곳을 살아서 보고 돌아온 놈은 아예 없을 테지만, 하고 바르바노는 덧붙였다.
“가끔씩 낙반 때문에 나락으로 이어지는 구멍과 갱도가 연결되는 경우가 있지. 그래도 나락은 아주 깊이가 깊고 마물들은 어지간해선 올라오지 못한다만…….”
“거미는 기어올라온단 말이군.”
“벗이여, 자네가 없었더라면 아주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 거다. 여기 살던 드워프들이 전부 다 죽었을지도 모르지.”
“그것도 운명이라는 거 아니겠어?”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었던 건 아니다.
내 여자들을 지키기 위해서이긴 했으나, 결과만 두고 보면 똑같은 일이다.
치료를 끝마치고 큰 부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세리아가 옷을 돌려주었다.
호위대도 아까 죽은 한 명 말고는 크게 다친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방금 전 죽은 남자한테 가족은 있나?”
“있다.”
그 녀석이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떠났단 걸 기억하고 있다.
바르바노가 고개를 숙였다.
“우리의 불찰로 인해 미안한 짓을 해버렸군. 보상은 하겠다.”
그것도 운명일지 모른다.
다른 9명은 살아남았다.
그 녀석의 운이 나빴다고도 볼 수 있으리라.
“자네가 쓰던 창도 잃어버렸군.”
“그렇지…….”
그게 듀얼 크레이터였더라면 논나가 엉엉 울 게 분명했다.
그런 의미로 보면 그나마 운이 좋았다.
바르바노가 힘차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짧기 때문에 높이는 그리 바뀌지 않았다.
“좋아! 벗의 새로운 무기는 드워프가 만들어주지! 어떤 게 좋겠나? 도끼인가? 전투 망치인가?”
“아니, 창으로 부탁하지. 매번 괴물을 상대하는 건 아니거든.”
사람을 상대로 이 녀석들의 도끼는 너무 무겁다.
“그래……알았다. 다음엔 언제 여기로 오지?”
산의 민족이 있는 곳을 갔다 와서가 되겠군.
“정확하진 않지만 일주일 정도겠는데.”
“일주라는 게 뭐지? 어딜 일주한다는 거냐?”
“……밥을 20번 먹을 즈음이다.”
“좋아. 그 전까지 완성해 두지.”
바르바노는 듬직한 가슴팍을 퍽 하고 두드렸다.
“되도록 튼튼하게 만들어 줘. 사소한 장식이나 화려한 건 필요없어.”
왕한테서 받은 보석창 같은 거 말이지.
사실은 지난번에 심심해서 휘둘렀다가 살짝 휘었다.
반대편도 휘어뒀으니 들킬 일은 없을 테지만.
“드워프는 튼튼한 것밖에 안 만든다. 튼튼하고 무거운 물건이지!”
그거 썩 내 취향에 맞겠는데.
기대하고 있어야겠군.
“그럼 슬슬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지. 놈들을 몰아낸 기념으로 미친듯이 술을 퍼마시자!!”
“우와아아아아!!” “새로운 친구를 위해!” “강한 친구를 위해!”
보금자리를 침입해 온 거미를 전부 다 처리한 드워프들이 거대한 금속 병에 담긴 술을 들고 오더니 그대로 잔치를 벌이기 시작했다.
“부상자에겐 술!” “독에는 술!” “승리에도 술!”
잔치는 밤이 되도록 이어졌고, 세리아는 냄새에 취해 쓰러졌고, 레아도 한입만에 쓰러졌다.
아돌프는 컵 한가득 담긴 술을 억지로 마시게 됐다가 파랗게 질린 채 구석에서 토하는 중이다.
엉망이긴 해도 이쪽이 더 기운차서 좋군.
죽은 병사한테는 미안하지만 분위기가 어두워져도 살아서 돌아오는 건 아니다.
“인간 벗이여, 자네는 여자를 즐긴다 들었는데.”
갑자기 드워프 중 한 사람이 술을 한손에 쥐고 내게 말을 걸었다.
갑자기 뭐지?
“어떠냐, 이 여자는 미망인인데 남자를 원하는 중이다. 하룻밤 즐겨보고 싶지 않나?”
옆에 데리고 있는 여자……인 건가?
그녀가 열기 띈 시선을 내게 보내는 중이다.
“드워프 여자도 좋거든. 인간과 다르게 살이 가득 차서 묵직하지.”
묵직하다는 게 여자한테 칭찬의 의미로 쓰이다니 신기하군.
역시 문화 차이가 크다. 이 미망인도 체모가 짙고 체형도 대단하군.
이리지나를 세로로 압축해서 털을 늘리면 이런 느낌이 되려나?
엄청나게 센 술을 마셔서 그런지 이런 것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저기 방을 쓰도록 해라.”
남자는 손가락을 세워 미소 지었고, 나는 여자의 손을 쥐고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눈을 떠보니 내 팔을 베개삼아 묵직한 여자가 얼굴을 붉힌 채 코를 골고 있었다.
가슴털이 느껴지는군……여기에 와서 왠지 모르게 털이랑 인연이 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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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에이길 하드릿 22살 겨울
지위: 고르도니아 왕국 백작 고르도니아 동부 일대 영주 산의 왕
휘하군: 사군 호위대 50명 재편성 중
재산: 금화 9000닢 (노역 100)빚 2만닢
무기: 듀얼 크레이터(대검)
가족: 논나(정실) 카라(측실) 멜(측실) 리타(메이드장) 카트린느(음란) 마이라(애첩) 레아(자칭 육노예) 요구리(니트) 케이시(요괴) 세바스찬(집사) 미티(애첩) 알마 크롤
따로 행동 중: 피피(종자) 루나(지휘관) 루비(루나 종자)
아이: 스우 미우 예카테리나(딸) 안토니오(아들) 쿠우 루우 로즈(의붓딸)
부하: 세리아(부관) 이리지나(지휘관) 레오폴트(참모 아돌프(내정관) 클레어&롤리(전용 상인) 슈바르츠(말)
경험 인수: 89명
자식: 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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