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화『불의 민족, 땅의 민족』
우리는 라펜을 떠난지 며칠만에 목적지인 철광산 후보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빠른데, 산의 민족 영역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다만.”
심지어 이번엔 마차까지 끌고 온 상황이다.
“이게 바로 도로를 정비했을 때의 이점입니다. 길이 있으면 같은 거리를 와도 2배, 3배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구요.”
아돌프가 기다렸다는 듯이 열변을 토한 후에 코를 훌쩍였다.
미안하다, 매일밤 세리아랑 레아를 안을 때마다 밖으로 내보내서.
“아뇨, 저도 머리맡에서 누가 하고 있는 걸 가만 보고 있을 수 있는 성격은 아니라서요.”
그럼 이걸로 빚은 없는 거다.
산 근처로 다가가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동쪽에는 산 정상에 안개가 껴서 보이지 않는 거대한 대산맥이, 그리고 마치 그 대산맥의 아이처럼 툭 하고 서쪽에 튀어나와 있는 바위산이 바로 우리가 가는 철광산인 모양이다.
툭, 이라는 말로 표현하긴 했지만 높이는 여기서 대략 몇백 미터쯤 되는 걸로 보아 중앙 평원 안에 있었으면 충분히 크게 느껴질 산이다.
겉부분엔 바위가 툭 튀어나와 나무와 풀 모두 보이지 않았지만 경사가 그렇게 심하진 않아서 군데군데 튀어나와 있는 곳만 잘 피해서 가면 정상까진 쉽게 올라갈 수 있을 듯하다.
평범한 바위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붉은 기가 감도는 것 같기도 하다.
산 곳곳에서 용천수가 흐르고 있기는 하지만 양이 적어서 제대로 된 농사를 짓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뭔가 이상한 색깔, 이상한 냄새가 느껴진다.
“지난번에도 봤지만 아주 훌륭한 철광산입니다. 표면은 붉은 돌로 뒤덮여 있긴 합니다만…….
클레어가 데려온 남자……이름은 잊었다.
그 남자는 바위산 중에 옴폭 패인 부분을 찾아내서 망치로 두들겼다.
“한꺼풀 벗겨내면 그 안쪽에는 고품질 철이……이 정도라면 살짝 정제하기만 해도 최고급 철이 됩니다.”
“그럼 산에 구멍을 뚫어서 파내는 건가?”
“네. 그렇게 하면 광석도 잔뜩 캐낼 수 있고…….”
그는 근처에 흐르고 있는 냇가로 들어갔다.
“산 안에 들어가지 않아도 이런 냇가에서 사철을 대량으로 채취 가능합니다. 이 주변 일대는 사실상 철덩어리라 불러도 될만한 땅이지요.”
그렇군, 그 정도라면야 확실히 개발 속도를 높여도 되겠어.
“이렇게 된 거 아예 아주 커다란 규모의 용광로를 짓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군요.”
아돌프가 얘기했다.
“강철이라면 좀 더 고품질의…….”
“일단 우선적으로 철광석을 대량으로 캐서…….”
“광부들 말고도…….”
아돌프와 클레어가 말다툼을 하기 시작한 걸 보고 나는 세리아와 함께 자리를 빠져나왔다.
어차피 들어봤자 뭔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건 맡겨두는 게 최고다.
문득 시선을 돌려보니 산등성이에 슬쩍 세워져 있는 오두막이 보였다.
굴뚝에서 희미하게 연기도 피어오르는 중이다.
할 것도 없으니 잠시 다녀와볼까?
“저게 산의 민족이 말했던 불의 민족이라는 놈들인가……? 식량이랑 철을 교환해준다던.”
“예, 우호적이라 공격해 올 일은 없다고 말하긴 했습니다만 경계는 하고 있겠습니다.”
세리아의 지시를 따라 호위대가 방어 태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우리를 습격할 리도 없긴 할 테지만 혹시 모르니 먼저 준비시켜 두는 게 좋겠지.”
이러다 싸움이 일어나면 그것대로 일이 귀찮아진다.
게다가 어차피 우리를 적대하는 놈들일 경우엔 처리해버리면 그만이다.
슈바르츠에 올라타 다가가보니 고작 몇 척 있는 걸로 보였던 오두막은 산맥의 옴폭 패인 곳에 감춰져 있는 것처럼 몇십 척이나 세워져 있었다. 규모가 작긴 해도 촌락이 형성되어 있는 모양이다.
오두막은 나무가 아니라 불로 구운 점토인지 흙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로 지어져 있었다.
대부분의 오두막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중이고, 탕탕하고 금속을 두드리는 소리도 들린다.
아무래도 철을 만드는 민족이라는 건 사실인 모양이다.
“뭐냐, 요즘 안 오나 싶었더니만 갑자기…….”
말발굽 소리를 들은 건지 오두막 중 한 군데에서 검댕이 잔뜩 묻은 남자가 튀어나왔다.
산의 민족이 물건을 교환하러 왔다고 착각한 듯한 그 남자는 누가 봐도 이질적인 갑옷과 무기를 장비한 우리를 보고 깜짝 놀란 듯이 소리를 질렀다.
“너희는 누구냐! 초원의 민족인가!? 이번엔 우리를 공격하러 온 거냐!?”
남자의 비명소리에 오두막에서 차례차례 사람들이 튀어나오고는 일제히 우리 쪽을 보고 눈을 치켜떴다.
“쯧.”
세리아가 검을 뽑아들려던 걸 제지했다.
“진정해라, 적의를 품은 건 아니니까……겁먹은 거다.”
무기를 들고 나온 것도 아니고 고작 몇십 명 정도다.
완전무장 상태의 중기병인 호위대를 상대하기엔 말도 안 되는 병력이다.
물론 조금은 겁을 주는 게 더 얘기하기 편하긴 할 테지만.
“이곳의 촌장……촌장이라 부르는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놈을 데려와라. 공격하지만 않는다면 우리도 손은 안 댈 테니.”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호위대 병력한테는 일부러 전투 태세를 유지하도록 시켰다.
내가 안내받은 곳은 집회장처럼 생긴 비교적 커다란 오두막이었다. 물론 그래봤자 10명 정도 들어갈 수 있을까 말까한 작은 오두막이다.
호위대를 입구에 놔두고서 안으로 들어가니 그 안에는 폭삭 늙은 노인이 앉아있었다.
얼굴은 검게 그을리고 한쪽눈은 뭉개졌다.
“내가 이곳 사람들을 관리하고 있는 [플라메]라고 하네.”
“에이길이다. 산 밑에서 영주를 하고 있지.”
어차피 말해봤자 제대로 이해도 못할 테니 소개는 적당히 해도 되겠지.
“미안하지만 다들 겁먹고 있네. 목적을 가르쳐 줄 수 있겠나?”
오두막이 보이길래 찾아왔을 뿐이지만, 그런 얘기로는 납득하지 못하리라.
“이 산에서는 철을 캘 수 있다 들었는데?”
“그래, 우리는 철을 재련하며 살아가고 있네.”
“그렇다더군. 우리도 철을 갖고 싶거든. 그러니까 여기서 철을 캐내려고 시찰을 나왔을 뿐이다.”
뜸들여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이 사람들을 괴롭게 만들 생각은 없지만 내가 먼저 꼬리를 내릴 이유도 없다.
“……우리를 내쫓을 셈인가?”
“아니, 방해하지 않는다면야 신경 쓰지 않을 거다. 너희야말로 우리가 채굴을 시작하면 방해하진 않겠지?”
나는 그때 문득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산의 민족과 평소부터 관계를 맺어왔다길래 분명 그들과 비슷한 일족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플라메라고 하는 남자는 나이가 많긴 해도 키는 180cm 정도 되는 편이다.
성인 남성이라 해도 대부분 나보다 머리통 크기 하나 정도는 작은 산의 민족 치고는 상당히 몸집이 크다.
“당신은 산의 민족이 아니로군.”
플라메는 눈을 감고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산의 민족이 아닐세. 벌써 40년도 더 전에 초원……나라 이름도 잊었네만, 전쟁 때문에 불타사라진 땅을 떠나 산적들에게 쫓기다 여기까지 도망쳤지. 그러다 쓰러진 걸 누가 구해줬다네.”
플라메는 자기가 먼저 나서서 집회장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보는 자들이 모여 있었다.
“나처럼 초원에서 온 자, 부족이 전쟁이나 병 때문에 사라진 산의 민족, 그리고 그들의 혼혈. 이곳은 그런 자들이 모인 곳일세.”
모여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니 확실히 키와 피부색 모두 차이가 심하다.
“호오……그거 재밌는데.”
산의 민족의 영역에 들어서면 오로지 죽음뿐인 줄 알았는데, 이런 별난 이야기도 있는 법이군.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인구가 적다.
기껏해야 4,50명 정도밖에 안 된다.
“방금 전 얘기로 따져보면 당신이 여기 와서 40년이라 했나? 상당히 예전부터 있던 부족인데 사람이 너무 적군.”
플라메가 웃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식량도 없네. 물도 나쁘지. 아기가 태어나봤자 8할은 살아남지 못한다네.”
플라메는 식량용으로 보이는 바구니 안에 들어있던 그것을 던져서 내게 주었다.
그것은 훈제로 익힌 커다란 생쥐였다.
“이런 게 여기선 제일 값비싼 음식일세. 벌레에 버섯에 이끼……초원에 살았을 적엔 상상도 못할 것들까지 파먹고 있지. 가끔씩 산의 민족이 철제 도구를 받아가는 대신 고기를 줬었네만, 요즘엔 전혀 오질 않게 되었다네.”
미안하군, 그건 아마 내가 대부분의 부족을 흡수한 다음 무기를 줘서 그런 거다.
성가셔질 것 같으니 말은 안 해야겠군.
“무엇보다 물, 산에서 흘러나오는 용천수는 마시면 독이 되더군. 알고는 있지만 달리 물이 없다보니 어떻게든 마시는 수밖에 없다네. 그리고 아기 같은 경우엔 그걸 버티지 못하지.”
상당히 불쌍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양이군.
인원 수만 따져보면 별로 많지도 않고 공격적이지도 않다.
그냥 내버려 둬도 문제는 없어보인다.
“좋아, 알겠군. 우리는 산을 파고 철을 만들 예정이다. 하지만 너희를 어떻게 하려는 마음은 없어……사철이라도 모아주면 식량이나 물이랑 교환해 줄 수도 있겠지.”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야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생각은 없다.
대장장이 집단으로 써먹을 수 없을까 하는 기대심이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산의 민족이 예전에 쓰고 있던 조잡한 검을 생각해 보면 이들에게 대장장이로서의 가치는 없다.
어디선가 대장장이를 모아오는 수밖에 없겠군.
“산을 파낸다면……그건 꽤 크게 싸우게 될 걸세.”
“뭐라고?”
플라메가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어두었던 대검을 뽑아들었다.
“이 자식!!”
세리아가 곧바로 검을 뽑아서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우리를 공격하려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건…….”
내 눈길을 끈 것은 바로 그 검, 어두운 실내에서도 확실히 느껴지는 번뜩임과 예리함. 왕도의 대장간에서도 쉽사리 보기 힘든 명품이다.
“당신이 만든 건가?”
“그래……그리고 두 번 다시 만들 수 없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한 번 더 대화를 나눌 가치는 있어 보인다.
“우리는 몇십년도 넘게 철을 두드려 왔고 대대손손 물려받은 제작법도 있네. 결코 조악한 물건밖에 만들지 못하던 게 아닐세.”
“그렇다면 왜 더 좋은 물건을 산의 민족한테 주지 않았지?”
귀중한 식량을 정기적으로 가져다주는 그들한테 일부러 안 좋은 물건을 줘야 할 이유가 없다.
“재료를 캘 수 없기 때문일세. 이곳에는 나무도 몇 없고, 산 표면에서 캘 수 있는 돌은 질이 나쁘지. 좀 더 좋은 연료와 질 좋은 철도 있기는 있다만…….”
“어디 있는 거지?”
“산 안쪽……조금만 파내면 바로 나온다네.”
“그럼 파내면 되는 거 아닌가? 얼간이도 아니고.”
하지만 플라메는 고개를 저었다.
“산을 파내면 놈들과 싸우게 된다네. 우리 쪽은 사람도 적고 기력도 부족하지. 도저히 다퉈서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닐세.”
“놈들?”
플라메가 한 박자 쉬고서 천천히 얘기하기 시작했다.
“산 안쪽에 사는 자들……아인들일세.”
촌락을 뒤로 한 나는 아돌프 일행이 떠들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아인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들었다.”
“뭐, 몇십 명 정도밖에 없는 촌락이야 우리한테 피해만 안 준다면 그냥 내버려 둬도 됩니다만……아인이라, 또 신기한 게 튀어나왔군요.”
“모처럼 잘 될 것 같은 상황에 방해받고 싶진 않은데 말이죠.”
아돌프와 클레어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인 같은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흡혈귀도 있겠다, 분명 있기야 하겠지.
“아인인지 마물인지 아니면 지하에 사는 평범한 인간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부러 찾아온 김에 어서 마무리를 짓고 싶단 말이지.”
“하지만 이 산 안쪽이라 말씀하셔도…….”
산은 대산맥과 비교하면 어린아이 같은 크기지만, 어린아이라 해도 거인은 여전히 거인이다.
몇백 명이서 탐색을 시작해도 몇 개월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저쪽에서 먼저 나와주면 좋을 텐데……산 안쪽이라 하면 동굴 같은 데 있으려나?”
시험 삼아 무수하게 많이 뚫려있는 동굴 중 한 개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쳐보았다.
“이 산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봐라!!”
“……아니, 나올 리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나중에 말하지 마.
나도 부끄러워지기 시작했으니까.
부끄러움도 감출 겸 시굴용으로 갖고 있던 망치로 동굴 입구를 내리쳤다.
소리라도 울려퍼지면 좋을 텐데.
“위, 위험해요!!”
세리아의 목소리를 듣고서 뛰쳐나오니 갑자기 동굴 천장이 무너졌다.
내가 때린 충격 때문에 낙반이 일어났나 보군.
“망치로 산을 부수다니……정말로 사람 맞으세요?”
조금 무너진 것뿐이잖아.
뭘 그리 거창한 소리를.
이것 말고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그냥 어디를 도시로 정할지 고민이라도 해둘까 싶었던 그 순간, 무려 대답이 돌아왔다.
“이노오오오오오오오옴――! 입구를 부순 건 누구냐아아아아아아!”
“봐, 대답이 왔잖냐.”
“전원, 경계 태세!”
산 안쪽 동굴에서 차례차례 사람들이 튀어나와 순식간에 포위당하고 말았다.
손에는 도끼와 망치를 쥐고 있다.
“네놈들이냐! 입구를 파괴한 놈들은!”
“……화내고 있군요.”
“그야 현관을 망치로 박살내면 화가 나겠죠.”
세리아와 아돌프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무기를 손에 쥐고 있지만 살기보단 노기가 좀 더 강했다.
그 정도로 성격이 나빠 보이진 않는다.
“마침 잘 됐군. 너희랑 얘기를 나누고 싶었거든.”
뛰쳐나온 놈들의 키는 산의 민족들보다 훨씬 작다.
하지만 몸집이 작다기보단, 체격이 커다란 남자를 세로로 압축해 둔 듯한 엄청난 체형이다.
말도 통하고 마물도 아닌 걸 보아하니, 이게 바로 아인이라는 놈들이군.
“뭐라고? 얘기? 우리의 산을 때린 주제에…….”
“너무 화내지 말라고. 죽이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닐 거 아니야.”
“당연하지 않나! 우리는 야만적인 고블린 놈들하고는…….”
선두에 서서 노성을 내지르고 있던 남자의 망치를 한손으로 가볍게 들어올려 어깨에 짊어졌다.
제법 무거운데……내 창 정도 무게는 되겠는걸.
“내 망치를 한손으로!?” “뭐지, 이 녀석은.” “어, 어이, 먼저 가지 마!”
“우리도 너희를 죽일 생각은 없거든. 산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싶었을 뿐이야. 자, 얘기가 가능한 녀석이 있는 곳까지 안내해줬으면 하는데.”
내 마음대로 이 녀석들이 튀어나온 산의 구멍 안쪽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안쪽이 어두운 데다가 길이 복잡해서 잘 모르겠다.
심지어 길도 좁아서 머리가 부딪힐 것 같다.
“멍청이, 이쪽이다. 자기 맘대로 갔다간 못 돌아오게 될 거다.”
내가 망치를 빼앗았던 남자가 허둥지둥 앞으로 나오더니 횃불을 들고 앞쪽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착한 녀석이군, 망치는 돌려줘야지.
“던지지 마라 멍청아!! 대체 힘이 어떻게 돼먹은 건지……정말 인간이냐……?”
“에이길 님…….”
“하으으…….”
“여기까지 온 이상 각오를 다져야겠군요.”
세리아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중이다.
다른 남자들은 여자한테 흥미가 있는 건지 이리저리 주변을 돌아다니는 중이다.
“여자한테 손대지 마라. 손을 댔다간 싸워야하니까.”
“손을 대겠나! 게다가 이런 커다란 여자한테 관심없다.”
“크다고!?” “나도!?”
남자들을 냉정하게 관찰해 보면 대부분이 레아보다 작고, 세리아보다 큰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재밌는 놈들이군.
“너희는 인간인 거냐?”
“우리는 오랫동안 이곳에 살아온 드워프족이다. 우리가 보기엔 오히려 네가 사람처럼 안 보이는군. 연약한 초원의 민족이 어찌 나의 망치를 한손으로 들 수 있지?”
“어째 숨을 쉴 수 있느냐고 물어봐도 대답할 방법이 없군.”
“뭐, 됐다. 싸울 생각도 없는 것 같으니 [바르바노]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지.”
“바르바노? 그게 너희의 리더인가?”
“우리한테 리더는 없다. 다들 자유롭게 살고, 자유롭게 만든다. 바르바노는 가장 현명하고 힘도 세기 때문에 너와 대화를 나누는 데에 적임이다.”
교섭에 힘이 필요한 건가……?
뒤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다른 사람들을 둘러싸듯이 자칭 드워프족들이 걸어다니고 있지만, 위해를 가할 것 같진 않다.
세리아와 레아를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보다, 만지려던 순간 날카로운 시선에 깜짝 놀라 펄쩍 뛴다.
클레어는 너무 커서 그런지 조금 거리를 두고서 바라보는 중이다.
아돌프는 남자라 그런지 사양 않고 다가가는 중이군.
“왜, 왜 그러시죠들?”
“네 다리는 왜 그렇게 가느다란 거지? 부러지진 않나?”
“손도 가느다랗군. 바위를 들었다간 박살나지 않겠나?”
“호리호리하게 기다란 게 가벼워 보이는군. 들어봐도 되나?”
아돌프가 질문 공세에 당하는 걸 보고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너도 이걸 계기로 조금 단련해 보는 게 어떻겠냐?
어두운 갱도를 한동안 걸어가니 커다랗게 탁 트인 공간이 나왔다.
예전에 봤던 고블린 구멍을 방불케하는 공간이긴 하지만 주변에는 불빛이 밝혀져 있고, 살짝 검댕 냄새가 나긴 해도 고약하진 않다. 청결하게 유지되는 모양이다.
확실히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게 느껴졌다.
“바르바노! 입구에서 날뛰던 놈을 데리고 왔다. 얘기를 하고 싶다는 모양이다.”
선두에 서 있던 남자의 목소리가 구멍 안에 울려퍼지자 한 남자가 슬쩍 앞으로 걸어나왔다.
한쪽 손에는 커다란 금속제 컵을 쥐고 있고, 허리에는 무거워 보이는 망치가 매달려 있다.
두꺼운 손발에 길게 자란 수염, 주변 동족보다 상당히 커다란 몸뚱아리.
“아무리 봐도 우두머리군.”
천천히 걸어오던 바르바노라는 사내가 내 앞을 느릿느릿하게 가로막았다.
자, 과연 어떤 교섭을 하게 되려나?
◇◇◇◇◇◇◇◇◇◇◇◇◇◇◇◇◇◇◇◇◇◇◇◇
주인공: 에이길 하드릿 22살 겨울
지위: 고르도니아 왕국 백작 고르도니아 동부 일대 영주 산의 왕
휘하군: 사군 호위대 50명 재편성 중
재산: 금화 9100닢 (노역 100)빚 2만닢
무기: 듀얼 크레이터(대검) 거대창
가족: 논나(정실) 카라(측실) 멜(측실) 리타(메이드장) 카트린느(음란) 마이라(애첩) 레아(자칭 육노예) 요구리(니트) 케이시(요괴) 세바스찬(집사) 미티(애첩) 알마 크롤
따로 행동 중: 피피(종자) 루나(지휘관) 루비(루나 종자)
아이: 스우 미우 예카테리나(딸) 안토니오(아들) 쿠우 루우 로즈(의붓딸)
부하: 세리아(부관) 이리지나(지휘관) 레오폴트(참모 아돌프(내정관) 클레어&롤리(전용 상인) 슈바르츠(말)
경험 인수: 88명
자식: 9명
'왕국에 이르는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왕국에 이르는 길 제114화『성인식』 (1) | 2024.06.29 |
---|---|
왕국에 이르는 길 제113화『심연에서 오는 것』 (0) | 2024.06.28 |
왕국에 이르는 길 제111화『철광산을 향해서』 (0) | 2024.06.26 |
왕국에 이르는 길 제110화『돈이 부족하면 빌려야 하는 법』 (1) | 2024.06.25 |
왕국에 이르는 길 제109화『여자들의 문제』 (0) | 2024.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