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상인 회담』
“그럼 아무쪼록 좋은 말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배나온 중년 상인이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서 방을 나갔다.
“………….”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 같지만, 굴고드 상회는 어떠셨습니까?”
“안 돼, 안 돼. 저런 거랑 거래할 마음은 없어.”
나는 책상 위에 놓인 차를 전부 마시고서 난폭하게 컵을 내려놓았다.
아돌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지위가 있는 상인쯤 되면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남자가 대부분입니다. 그걸…….”
아돌프가 하는 말을 가로막았다.
“딱히 못생겼다느니 해서 그런 게 아니야. 그 얼굴을 보긴 했나? 아무리 봐도 부패한 탐욕 상인이잖아.”
“외견으로 판단하는 건 적절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만.”
“그럼 한 번 내기해 볼까? 저놈이 착한 놈인지 나쁜 놈인지. 나는 나쁜 놈, 너는 착한 놈에 걸어라.”
“그건……뭐, 상인들은 대개 욕심많은 자들이지요. 계약 조건만 엄수해 주면 문제없습니다.”
“그럼 처음부터 네가 결정하면 되잖아. 나는 놈을 못 믿겠거든. 그것뿐이야.”
끄응, 하고 아돌프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도 하고 싶은 말은 짜증이 날만큼 확실히 말하는 남자다.
지금 입을 다물고 있다는 건 그렇게 굳게 밀어붙일만큼 자신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물건을 계속 갖고 있어봤자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우리에게 보석은 아무 쓸데가 없고 금화가 필요한 상황이니까요.”
그게 머리 아픈 부분이란 말이지.
결국엔 누군가랑 계약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녀 상인이 몸을 대가로 거래해 주겠다고 얘기해 주지 않으려나.
그렇게 해주면 1할 정도 싸게 해줘도 문제없는데.
“다음은 필치 상회로군요. 지금까지 만나본 상가랑 비교해 보면 규모나 역사가 조금 뒤떨어지는 중견 상가지만, 그만큼 우리 쪽과 거래를 중요시할 거라 판단되네요. 지금 오고 있는 건……동부지대 담당자라고 하는군요.”
“동부지대? 사람도 몇 없는 시골 땅에 담당자를 둔다니.”
상인은 사람과 물자가 넘치는 땅에서 활성화되는 직업이다.
농촌과 거래를 하는 건 행상인만 해도 충분하니 일부러 담당자를 놔둘 필요도 없을 텐데.
“아마 새롭게 두각을 보인 신인……혹은 너무 쓸데가 없어서 좌천된 멍청이일 수도 있겠군요.”
“……이 녀석도 기대할만한 건 못될 것 같군.”
하지만 외견은 둘째 치더라도 우리쪽의 상상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일단 만나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입냄새 나는 남자만 아니라면 좋겠는데…….
하인을 내보내자마자 곧장 방문에 노크 소리가 울려퍼졌다.
반응이 빠른 건 좋은 일이지, 조금 인상이 좋아졌는데.
“필치 상회에서 온 사람입니다. 입실해도 괜찮겠습니까?”
오오, 여자 목소리다.
상당히 인상이 좋아졌는데.
“그래, 들어와라.”
“실례하겠습니다. 이번엔 저희 상점을 불러주셔서…….”
방 안으로 들어온, 상인으로 보이는 여자는 훌륭했다.
설마 정말로 젊은 여자, 그것도 미인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복장은 화려하지만 너무 과하지도 않고 동시에 기품 넘치는 색기가 풍기는 느낌이다.
몸통 부분은 확실히 감추면서도 갈라진 치맛단과 목부터 가슴께 쪽이 은근슬쩍 노출되어 있는 게 절묘하게 작용해서 천박하게 보이지 않게끔 조절된, 여자의 매력을 내비칠 수 있는 훌륭한 복장이다.
하지만 여자 상인은 문을 열고 얼굴에 활짝 넉살 좋은 미소를 지은 채 얼어붙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내 복장을 확인해 보았지만 딱히 물건도 꺼내놓지 않았고 발기해서 바지가 터지려고 하지도 않았다.
뭐 때문에 얼어붙은 거지?
“왜 그러시죠? 어서 들어오시죠.”
아돌프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재촉했다.
그때, 카라가 응접실 앞을 지나갔다.
문을 연 자세 그대로 멈춰서 있는 여자를 보고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다 금세 큰소리로 소리질렀다.
“아아――――!! 그때 그 엉덩이 여자!”
“윽!!”
카라가 알고 있다고?
엉덩이 여자……, 오오! 생각났다!
한참 예전에 루시 말고 처음으로 엉덩이를 따먹었던 여자잖아.
“시리아인가!?”
“클레어예요!!”
맞아, 클레어다.
내가 놔줬을 때 스투레로 가겠다고 했었지.
더 이상 만날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세계는 참 좁은 법이군.
“지인이십니까?”
“그래, 옛날에 안았던 여자야.”
“…………저는 잠시 자리를 비키겠습니다.”
아돌프는 한숨을 내쉬고서 자리를 비웠다.
카라는 클레어의 어깨를 밀고서 방 안으로 들여보냈고, 내 맞은편 소파에 앉혔다.
클레어는 처음엔 겉치레로나마 예절을 지키려던 생각인지 앉지 않으려고 했지만, 자신을 억지로 이끄는 카라의 배가 불러 있는 걸 보고 저항할 수 없다 생각한 건지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클레어하고는 서로 사랑을 나누었던 사이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나를 미워하는 상태로 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래도 생판 모르는 아저씨랑 얘기를 하는 것보단 훨씬 기대된다.
“그 후에 서로 여러모로 있었던 것 같은데……엉덩이는 괜찮나?”
“질질 흘리고 다니는 거 아니지?”
“멀쩡해!!”
클레어는 한 순간 말투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한 듯했으나,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이미 회담도 끝이라 판단한 건지 존댓말을 쓰지 않게 되었다.
“하아……고르도니아의 신귀족, 그 중에서도 유망주가 부른다길래 기합을 넣고서 찾아왔더니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야…….”
클레어는 포기한 표정으로 책상 위에 놓인 홍차를 마셨다.
행동 자체는 예의 범절에 어긋날 테지만 동작은 세련된 기품이 느껴졌다.
“나도 네가 상인을 하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나도 옷을 느슨하게 풀고서 자세를 무너트렸다.
이상한 자세로 대응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간 위신이 떨어진다길래 딱딱한 복장을 갖추고 있었지만 옛 지인을 상대하고 있다면야 굳이 이럴 필요도 없다.
“그 후로 피를 토할 정도로 고생했다고……. 그때 돌려준 돈 덕분에 정말 끔찍한 일까지 당하진 않았어. 그건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할게.”
클레어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어떻게 상인이 된 거야?”
카라도 옛 지인의 출세 이야기에 흥미가 있는 듯했다.
좌천이니 뭐니 하긴 했지만 그래도 상회에서 담당 지역을 맡게 된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지역 내의 지점, 행상인과의 계약, 장인 고용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는 그녀의 재량과 자금력은 어중간한 개인 상점 따위 발밑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나와 헤어져서 고작 2년하고 조금 되는 세월만에 이 정도로 높은 위치에 있다는 건 확실히 자랑할만한 거리다.
“…………꼭 말해야 돼?”
“듣고 싶은데.”
클레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별로 달갑진 않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스투레라는 곳은 상인의 힘이 강해서 말이지, 별로 정부한테 힘이 없거든. 지난 아크랜드 전쟁에서도 상인이 이쪽 강에도 거점을 두고 싶다면서 정부에 압력을 가했단 말이야.”
오호라, 상인이 나라를 움직일 수 있단 말이지?
“그래서 여기서 성공하려면 상인이구나 싶었거든. 지금 상회의 지점장 쪽 밑으로 들어가서……아아, 그냥 말할게!! 창부가 돼서 가게에서 일했어! 이거면 되지!”
나는 계속하라고 재촉했고, 클레어는 차를 전부 마시고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일개 점원이긴 했지만 여러 수라장도 견뎌내고, 도박에서도 이겼어. 물론 노력도 했구. 상인에 대해선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으니까 말이야. 요즘 들어 제대로 자본 적도 없고, 책도 대체 몇백 권을 읽었는지 모르겠어.”
그러고 보니 클레어는 살짝 짙은 눈화장을 하고 있다.
눈 아래 생긴 눈그늘을 감추고 있는 모양이다.
“여자가 쓸 수 있는 무기도 썼지. 중요한 손님이나 권력자 위에 올라타기도 했고, 상회 안에서도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은 사람이 있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안겨서 여러모로 편의도 봐달라 부탁했어.”
“엉덩이로?”
“앞으로 했거든! 엉덩이를 따먹으려고 한 사람은 당신들 정도밖에 없어!!”
클레어도 여러모로 고생한 결과 출세한 모양이다.
“매일밤 살찐 남자 위에서 허리를 흔들고, 남자가 잠든 후에도 아침해가 뜰 때까지 공부해서 겨우 한 지역을 맡는 데까지 올라온 거야.”
“이런 변경이긴 하지만 말이야.”
카라, 이럴 땐 클레어가 노력한 부분을 칭찬해 줘야 하는 법이라고.
“맞아! 그래도 난 만족했어. 지역 담당이 되면 권한이랑 재량 둘 다 늘어나니까. 여기서 성공하면 유력한 상가로서 독립하는 것도 꿈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
상인 쪽에는 그리 밝지 않지만 클레어는 최종적으로 자기 상가를 세우려는 생각인 모양이다.
“별다른 안건도 없는 이 지역에서 간신히 찾아낸 거물, 그것도 유력 귀족이랑 연줄을 만들 수 있겠다 싶어서 찾아온 건데…….”
“그거 미안하군.”
“하아……그럼 난 돌아갈게. 모르는 사이도 아니니까 몸을 썼다는 얘기나 옛날엔 도적이었다는 얘기는 입 밖에 내주지 말아줘.”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뜨려던 클레어를 막아세웠다.
“왜 돌아가는 거지? 아직 아무 얘기도 안 했잖아.”
“왜냐니……도적이었던 나랑 어떻게 돈을 두고 얘기할 수 있겠어?”
“상인이라는 건 손님의 말을 듣기도 전에 결론을 내려버리는 족속인가?”
“대부분의 경우엔 그렇긴 한데…….”
음, 앞으로 상인이랑 얘기를 할 땐 아돌프한테 맡겨둬야겠군.
아무튼 다시 말을 꺼냈다.
“나는 너랑 거래 안 한다고 한 적 없다만.”
클레어의 눈이 치켜뜨였다.
“하지만…….”
“출처로만 따지면 내가 귀족이라고 얘기하는 게 더 부자연스럽지 않나?”
도적이랑 노예 중 누가 더 지위가 높은지는 재밌는 토론거리가 될지도 모르겠군.
잘 됐다, 이번 기회에 클레어한테 내 출세 이야기라도 얘기해 볼까?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 건 늙었다는 증거라더라.”
카라의 변태 사건은 3배 정도 과장해서 얘기해 줘야겠어.
“그렇구나……그 사건의 뒷편에선 그런 일이 있었던 거였군요.”
클레어는 놀랍게도 고르도니아의 정변부터 아크랜드 전쟁까지 있던 대부분의 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상인한테 있어서 정치 이야기는 필수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내가 전쟁에서 활약한 이야기는 과장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판단한 모양이지만.
“애쉬가 일방적으로 당했으니까……. 강한 건 당연하시겠죠.”
클레어가 살짝 어두운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내가 그녀의 사랑하던 사람을 두 동강냈다는 사실은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미 그렇게 신경은 쓰고 있지 않아요. 그 사건 덕분에 저도 성공할 수 있었던 거고……수많은 남자를 물고 빤 제가 이미 애쉬의 복수 운운할 자격도 없거든요.”
고개를 숙인 클레어한테 다가가 어깨를 끌어안고 키스를 해주려고 했으나, 툭 하고 어깨가 밀쳐졌다.
“자, 서로 할 이야기도 끝냈겠다 회담 시작하시죠!”
안타깝게도 맛보게 해주진 않으려나 보군.
“매각품 목록은 이미 받으셨겠죠. 이제 남은 건 처음에 제시된 금액에서 어느 정도 수익성이 더 올라갈 수 있는가 하는 얘기뿐이군요.”
방으로 돌아온 아돌프가 클레어와 교섭을 시작하고, 카라는 배를 쓰다듬으면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아돌프가 클레어랑 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면서 머뭇머뭇 들어올 때엔 참 웃겼는데.
“실례되는 말씀이지만 본 상회는 고액의 요금을 청구하고 어떻게든 쥐어짜내는……그런 방식의 악덕 상매는 하지 않는답니다. 따라서 그때 제시했던 금액에서 더 드릴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인사치레 정도가 되겠네요.”
“그랬다간 다른 상회가 자리를 꿰차게 될지도 모르겠는데요? 제법 큰 건이기도 하고 여러 군데에 갑자기 연락을 넣은지라.”
“어머, 그건 난처한데요. 하지만 이 가격보다 비싸게 사겠다는 상회 쪽은 정말 멀쩡한 곳인가요? 만에 하나라도 사기당하시지 않게끔 잘 확인하시는 편이 좋겠어요.”
교섭은 상당히 치열하게 진행되는 중이었다.
괜찮다면 홍차가 아니라 술이라도 마시면서 관전하고 싶은데.
“이것보다 값은 더 쳐드리기 힘들지만, 본 상회에서 무언가 상품을 구매해 주신다면 그 가격을 상쇄하는 걸로 값싸게 유통해드리죠.”
“그건 고마운 일이긴 합니다만 곡물 쪽에서 할인을 받을 순 없겠죠?”
“곡물은 지금 가격이 상당히 많이 치솟아서 본 상회에도 충분한 재고가 없다보니 어쩔 수 없답니다.”
그러고 보니 곡물 가격이 꽤 올라갔다고 들었다.
우리 쪽은 정가로 구매하고 있어서 크게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보니 겨울 즈음엔 부족해질지도 모른다.
“죄송하지만, 거래 희망 상품 중에는 무구나 군용품 같은 부피 큰 물건이 많아서 운송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답니다. 그것도 생각해 주시길 바랄게요.”
“우리 영지 안은 치안도 안정되어 있는 편이라 경비 쪽에 그렇게 많은 비용이 필요할 것 같지 않습니다만?”
“트리에아 왕국을 지날 수 없다보니 고르도니아에서 멀리 돌아가야 하지 않나요?”
나와 아돌프의 움직임이 멈췄다.
역시 시사 정보에 밝군. 저게 분쟁 때 약탈해 온 물건이라는 걸 확실히 파악하고 있던 모양이다.
저 짐을 트리에아 경유로 운송했다간 몰수당할 위험이 크다.
최단거리인 배를 타고 갈 수 없게 된다면 짐마차 경비도 늘어날 테고, 도적 혹은 마물 무리와 만나게 될 위험도도 높아진다.
“그럼 무구 쪽은 저희가 직접 옮겨드릴 테니 그만큼 값을 더 쳐서…….”
아돌프는 뛰어난 인재이긴 하지만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따져서 상대를 짜증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끈질기게 달라붙을 게 아니다.
“아돌프, 그쯤 해둬라. 미인한테 어느 정도는 양보해 줘야지.”
클레어하고는 앞으로도 신뢰할 수 있는 상대로서 상업을 이어나가고 싶다.
매번 거래할 때마다 이런 귀찮은 교섭을 하는 건 사양이다.
그리고 조금 양보해 주면 콩고물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가격은 이거면 돼. 단, 내 영지 내에서 강으로 가는 길목까지는 우리 쪽에서 호위를 붙여주지. 그 몫은 가격을 더 쳐주든지 말든지 원하는대로 해.”
이건 경비 절감 문제 하나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내 영지는 거의 안전하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에이리히 영지에서 점령지를 지날 때는 그렇지 않다.
이만큼 물건을 사들였는데 만에 하나라도 짐을 잃게 될 경우, 클레어는 끝장일 것이다.
경비만 따져보면 오히려 손해 쪽에 가까울지도 모르지만 행군 연습도 될 테니 딱 좋지.
“그리고 이 짐의 출처는 되도록이면 비밀로 해둬. 특히 고르도니아 관계자한테는 말이지.”
이미 상인들한테 몇 번이나 보여줬다보니 기밀이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떠벌리게 놔두고 싶진 않다.
“네, 물론 고객의 정보를 술술 털어놓는 경우는 없답니다.”
방금 전과 달리 말투도 귀족을 대할 때의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녀 나름대로 정해둔 규칙일지도 모른다.
“이건 다른 건인데, 피……페……펠라치 상회에서 방어구 제작을 하고 있는 게 있나?”
“필치 상회입니다.”
“제작은 하고 있지 않지만 장인 쪽은 많이 알고 있지요. 요청 사항이 있으시면 준비해 드릴게요.”
“합성궁이 필요해서 말이야. 숫자가 제법 많이 필요할 것 같거든. 만들 수 있을 것 같으면 가르쳐 줘.”
현재 궁기병들한테는 여기저기서 모은 활을 지급하긴 했지만 사이즈나 구조가 다르다보니 사정거리도 조금씩 다르다.
한 군단으로 운용할 땐 역시 되도록 같은 장비를 지급해 주고 싶다.
흡수한 부족의 인원수까지 고려해 보면 5000 정도 되는 활이 필요할 텐데, 이 숫자는 나나 아돌프가 개인 상점 혹은 행상인한테서 사들인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활 말씀이시군요. 알겠습니다. 숫자에 따라선 본점에도 연락을 넣어야 할 테니 어느 정도 필요하신지 알려주실 수 있겠나요?”
“대략 5000개.”
“……본점 쪽으로 돌릴 수밖에 없겠네요. 하지만 최신형 합성궁은 가격도 비쌉니다. 아무리 할인을 해드린다고 해도 상당한 액수가 되겠군요.”
흠, 전리품을 팔아서 자금을 얻으려고 하는데 대량 구매를 해버렸다간 본말전도인가?
게다가 궁기병도 준비 훈련을 하고 있는 상태라 지금 당장 그들을 전장에 내보낼 것도 아니다.
“그래? 그럼 조금씩 간헐적으로 구매하는 형태로 하는 게 나으려나.”
그렇게 하면 다른 매각품도 준비할 수 있을 테고, 내년에는 수확이나 인두세 같은 수입도 있다.
“아주 그게 좋을 것 같네요.”
클레어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 입장에서도 본점 쪽으로 돌리는 것보단 조금씩이라도 자기 상권 안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게 더 수익성으로 연결되는 모양이다.
힐끔 아돌프 쪽을 바라보니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조건으로 나가도 문제없는 모양이다.
“정말, 하드릿 님께선 미인에 약하군요.”
아돌프는 상대방에게 유리한 조건인데 내가 양보하고 말았다라는 느낌으로 클레어에게 빚을 만들어 두려는 심산인 듯하다.
“하드릿 자작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클레어가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일부러 내 쪽에서 가슴 계곡이 훤히 보이도록 의도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물론 알고 있더라도 내 물건은 단단해지기 시작했지만.
“앞으로도 좋은 거래 상대가 될 거라 생각하니 혹여 괜찮다면 라펜에 가게를 설치할 걸 허락해 주실 수 있겠나요?”
그건 마침 잘 됐다.
지역 담당인 클레어가 항상 있는 건 아닐 테지만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럼 매월 내야할 세율은 “상관없어. 마음대로 해.” …………………….”
“!? 감사합니다. 특별한 배려, 감사드리겠습니다.”
클레어는 싱글싱글 웃으며 고맙다고 얘기했고, 아돌프는 날 노려봤다.
마지막에 무언가 저질러버린 모양이다.
정말이지 교섭이란 건 까탈스럽군.
두 가지 대조되는 시선을 받으면서 나는 클레어와 나의 서명이 작성된 계약서를 손에 집어들었다.
~~~~~~~~~~~~~~~~~~~~
매각
무구 매각품 금화 2000닢
보석류 금화 10000닢
장식품 금화 8000닢
구입
곡물 금화 2000닢
활(500개) 금화 2000닢
차액
금화 16000닢
~~~~~~~~~~~~~~~~~~~~
이거야 원.
◇◇◇◇◇◇◇◇◇◇◇◇◇◇◇◇◇◇◇◇◇◇◇◇
주인공: 에이길 하드릿 20살 늦가을(세는 나이)
지위: 고르도니아 왕국 자작 아크랜드 남동부 영주 산의 왕
휘하군: 동방독립군 2000 사군 2300 궁기병 약 1500 (훈련 중)
재산: 금화 18500닢 (군비 내정으로 지속 소비 -600) (매각 수익 16000)
무기: 듀얼 크레이터(대검) 거대창
가족: 논나(아내) 카라(측실 임신) 멜(측실 임신) 리타(메이드) 카트린느(음란) 세바스찬(집사) 요구리(식객) 루나 루비
아이: 스우(딸) 로즈(의붓딸) 쿠우 루우 안토니오(아들)
왕도: (멜리사 Love 마리아) 미티 알마 크롤
부하: 세리아(부관) 이리지나(사군 지휘관) 피피(산의 민족) 레오폴트(독립군 부사령관) 슈바르츠(변태 말) 아돌프(내정관)
경험 인수: 50명
자식: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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