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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에 이르는 길

왕국에 이르는 길 제333화『뒤처리』

제333화『뒤처리』

 
왕도 고르도니아
 
나는 논나를 데리고서 왕도에 있었다.
 
사건 이후, 우리는 중간에 개입한 왕국군의 지시를 따라 웨지니 남작령에서 후퇴했다.
그 길로 곧장 라펜으로 돌아가 군대를 해산시켰다.
 
거의 동시에 왕도에서 『사정 설명을 위해 궁정으로 오라』라는 연락이 들어왔다.
논나는 곧장 동요하며 짐까지 싸기 시작했지만 에이리히 측에서 『내가 보장할 테니 쓸데없는 걱정은 말아라』 라고 암살 우려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편지가 도착했다.
 
레오폴트와 트리스탄 모두 괜찮을 거라 말했는데 논나는 지금도 내 옆에서 후들후들 떨고 있었다.
 
“그렇게 무서우면 영지에 남아도 됐는데 말이지.”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영지에 남아있는 게 더 도망치기도 쉬울 거고.
 
“사죄가 필요한 거라면 정실인 저도 함께 있는 게 나을 거예요……그리고 에이길 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집안은 끝장이요. 또 모든 걸 잃고 내쫓길 바에는 에이길 님이랑 함께 저 세상으로 가겠어요.”
 
무서운 소리를.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같이 있는 세리아도 각오를 다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무서운 소리 좀 하지 마. 걱정 안 해도 된다니까.
 
 
“하드릿 경, 이쪽으로 들어오시지요.”
 
궁정에 도착하자마자 대기 중이던 기사가 나를 알현장과는 다른 위치로 안내해 주었다.
 
““…….””
 
논나와 세리아가 노골적으로 경계 중이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애초에 아직 검도 맡기지 않은 상태다.
듀얼 크레이터가 있으면 이런 기사가 10, 20쯤 튀어나온다 한들 썰어버릴 수 있다.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두 사람의 엉덩이를 쓰다듬어야겠군.
 
“꺄악!?” “흐익!?”
 
긴장하던 도중 갑자기 내가 엉덩이를 쓰다듬자 두 사람 모두 펄쩍 뛰었다.
 
“? 왜 그러십니까?”
 
앞을 나서던 기사가 이상하다는 듯이 뒤를 돌아봤다.
나는 기사한테서 보이지 않는 각도로 논나와 세리아의 엉덩이를 계속 쓰다듬었다.
 
“아, 아무것도……아니에요.”
“네, 넵! 문제없습니다.”
 
“예에…….”
 
기사가 다시 앞을 바라보자 세리아가 눈물을 글썽거렸고 논나는 내 팔을 꼬집었다.
아무리 근육을 단련해도 꼬집기의 통증은 변함이 없군.
 
안내받은 방은 어두컴컴한 지하실……이 아니라 에이리히의 집무실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기사는 예전에도 본 기억이 있군. 논나의 거유를 바라보고 있던 탓에 눈치 채는 게 늦었다.
 
“사모님과 종자 분은 이쪽으로 오시죠.”
 
기사가 논나와 세리아를 다른 방으로 안내한 뒤, 문이 닫힌 순간이었다.
 
“이 천하의 멍텅구리 같으니!!”
 
에이리히한테 혼나고 말았다.
덤으로 머리까지 얻어맞았다. 남자한테 머리를 얻어맞다니, 얼마만이지?
이마 위쪽을 상당히 세게 얻어맞았다. 혹이 생길 수도 있겠군.
 
“궁정은 너랑 질그레이 얘기로 한가득이다! 폐하께서 변하셨다는 사실도 가르쳐줬을 텐데 정말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는군! 네 생각이 짧은 행동에 대한 변명거리를 쥐어짜내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아나!?”
 
역시 궁정 귀족들은 웨지니 남작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는 모양이다.
 
뒤이어 설교가 시작됐다.
논나와 세리아를 별실로 들여보낸 건 내가 혼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함이리라.
에이리히는 내 체면을 챙겨주기 위해 여러모로 생각해 주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은 얌전히 혼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에이리히는 처음엔 큰 소리로 호통을 치다가 점점 설교로 바뀌더니, 끝내는 이번 일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놈이 먼저 이것저것 손을 댔단 말입니다. 마이라까지 다친 이상 가만 있을 순 없었습니다.”
“휴티어 경 말이지……뭐, 심정은 알겠군. 내가 너였어도 반격은 했을 거다.”
 
역시 에이리히는 이야기가 통한다니까.
 
“하지만 일에는 한도라는 게 있는 법이다. 수천명의 기병을 이끌고 날뛰는 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하잖아!”
 
에이리히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과자를 집어먹으려던 내 손을 때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아무것도 못 먹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술도 없군.
 
“멍청한 놈, 지금부터 폐하를 알현해야 할 놈이 술을 마시러 갈 수 있겠나? 정말로 교수형을 당할 거다.”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쉰 에이리히가 목소리 톤을 낮췄다.
 
“공적으로는 물길 분쟁이 과격해졌을 뿐이라 알려졌고 뒤쪽 사정도 거의 다 알고는 있다만, 질그레이 경 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게 대부분의 견해다. ……상무대신이 지금까진 은근슬쩍 질그레이를 돕는 게 눈에 보였는데 얼마 전부터 갑자기 소원해졌더군.”
 
궁정 사정은 잘 모르지만 레오폴트도 이것저것 생각해 뒀을 테니 어떻게든 됐으리라.
 
“폐하도 너를 배제할 생각은 없을 거다……하지만 체면 문제랑 벌금 정도는 각오해 두도록. 뭐, 3,4천 넘게 병력을 움직일만한 여유가 있는 걸 봐서 벌금 정도는 아프지도 않나?”
 
그렇지는 않다. 아돌프한테 또 변명하게 생겼군. 세리아한테 맡기고 나는 도망쳐야겠어.
 
에이리히는 자업자득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너는 여기서 내게 1시간 가까이 혼나고 얼굴까지 얻어맞았으니. 그런 셈이지.”
 
이건 무슨 소리야?
 
 
알현장.
 
“하드릿이여. 이번 사태로 인해 나는 크게 실망을 금치 못하겠구나. 그대에게 수많은 영지와 병력을 내어준 것은 국내에서 이익 분쟁을 일으키라고 준 것이 아니거늘.”
 
“폐하의 마음을 심히 어지럽혀 드린 점, 진심으로 반성하겠나이다. 앞으로 이러한 일은 없게끔――.”
“남편의 우행을 막지 못한 점――.”
 
나와 논나가 함께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외운대로 사과한다.
방금 전 대기실에서 논나랑 몇 번이나 연습한 대사다.
 
“나 또한 그대를 아는 인물. 분명 여자 관련 문제가 생겨 크게 생각지 않고 행동했을 것이야. 하나 국경의 중요지를 맡긴 이상, 일개 지휘관이라면 웃어넘길만한 행동이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음이야. 앞으로 더욱 조심하라.”
 
왕은 날카롭게 쏘아붙이며 곁에서 대기 중이던 대신에게서 서문을 받았다.
아마 저 안에 내가 받을 벌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이리라.
『논나를 내놓아라』라는 말이 적혀 있으면 어쩌지? 이 자리에서 반역을 일으켜야만 할 텐데.
 
“이번 사태의 벌로 하드릿 변경백에게 벌금, 금화 2만닢. 또한 그에 맞는 기간 동안 감시역으로서 정보관을 저택에 상주시키도록 명한다. 알겠나?”
“예!”
 
2만이라, 뼈아프군.
질그레이 멍청한 자식이 쓸데없는 짓거리를 한 탓에 엄청난 지출이 생기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을 끝으로 여자들에게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참는 것 말고 달리 방도는 없다.
 
왕이 읽은 처벌장을 정중하게 받아들었다.
왕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표정을 풀었다.
 
“대신 중에는 좀 더 과중한 벌을 줘야 할 따름이라고 읍소하는 자들도 있었느니라. 내가 그리 하지 않았던 것은 그대의 충성심을 의심하지 않았던 것과……이미 군무총감에게서 벌을 받은 듯 보였기 때문이노라.”
 
왕의 시선 끝은 내 이마로 향해 있었다. 만져 보니 방금 전 에이리히한테 얻어맞은 부분이 역시 부어 있었다.
 
에이리히가 왕을 보면서 그럴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과 다른 중신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군무총감이 하드릿 경의 머리를 때렸단 말인가…….”
 
상당히 아팠지.
 
“확실히 변경백 정도 되는 자가 머리를 얻어맞은 데다가 이런 공적인 자리에서 그 사실을 밝히게 되다니 견디기 어려운 굴욕일 터……긍지를 중요시하는 귀족이라면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자까지 있으니……벌금보다 훨씬 더 뼈아플 테지.”
 
그렇지도 않은데. 머리 한, 두 방 얻어맞는 것보다 여기서 더 벌금이 늘어나는 게 더 뼈아프다.
아돌프한테 변명하기도 더 귀찮아지고 여자들에게 좋은 생활을 보장하기도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이유 없이 얻어맞았다간 그 녀석의 두개골을 함몰시켜 줄 테지만.
 
“그건 그렇고 전귀라 유명한 하드릿 경조차 군무총감에겐 힘을 못 쓰는 듯하군.”
“역시 정무총감보다는…….”
 
에이리히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중이다.
일부러 나를 때렸던 건 왕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던 모양이다.
 
같은 용병 출신인 에이리히는 내가 머리를 얻어맞는 것 정도로 개의치 않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의 위엄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도 있던 모양인데……그 부분은 뭐 쌤쌤이군.
 
“후우…….”
 
논나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 쓰러질 뻔하길래 지탱해 줄 겸 살짝 가슴을 주물렀다.
논나의 거유를 바라보는 놈들이 있군. 여긴 알현장이라고, 네놈들 좀 자중해라.
 
나와 논나는 뒤쪽으로 물러나게 되었고, 이번엔 질그레이가 앞으로 불려나왔다.
흠, 저런 얼굴이었나? 영 기억이 안 나는군.
 
“질그레이 경, 그대는 조금 사정이 다르구나.”
“예…….”
 
왕은 나를 상대했을 때보다 훨씬 더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먼저 시비를 걸어온 건 너다. 아주 흠씬 두들겨 맞기나 하시지.
 
“내가, 더 이상 왕국의 평화를 어지럽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경고하지 않았느냐?”
“예……면목도――.”
 
왕은 질그레이의 사죄를 자르며 말했다.
 
“거짓 편지에 속아 넘어가 근거 없는 허언! 수많은 귀족 자제들을 잃게 된 습격 사건! 동시에 일어난 화재! 그대 주변에는 문제가 한가득이지 않느냐!”
“그, 그것은 하드릿 경이…….”
 
왕의 시선과 주변의 시선이 내 쪽으로 쏠렸다.
 
“전혀 모르는 일이옵니다.”
 
나는 그렇게 말했다.
레오폴트가 습격에 관해선 무엇 하나 인정하지 말라고 말해둔 상태다.
완전히 의심 받는 상황일 테지만 증거는 없다.
 
왕은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쥐고 있던 유리잔을 질그레이에게 던졌다.
 
“그대가 보낸 보고서를 내가 읽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파테나의 화재는 모닥불에서 튄 불똥이고 습격은 반란분자들이 일으킨 것으로 이미 진압 완료, 사택에 일어난 화재는 한 하인의 꿍꿍이속으로 인한 것이라 네놈이 스스로 보고하지 않았느냐! 그러고도 아직 다른 자에게 책임을 물으려 하다니……그대의 그러한 태도가 이번 소란의 근간에 있는 것 아니겠느냐!?”
 
질그레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네가 먼저 시작한 일이다. 내 알 바 아니지.
 
“……이제 됐노라. 그대에게 기대했던 내가 어리석었던 듯하구나.”
 
주변 이들이 술렁였다.
 
“이건……총독직 해임인 건가?”
“아니, 이 정도로 심하게 질책하셨으니 거기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새파랗게 질린 질그레이 앞에 케네스가 걸어 나왔다.
 
“폐하, 이번 사태에 대해 항변할 여지는 없나이다, 하오나…….”
 
왕과 모든 이들의 시선이 케네스에게 쏠렸다.
 
“질그레이 총독의 통치 덕분에 옛 마그라드 지역은 상당히 안정된 상황이고 세수가 흐트러졌던 일도 없사옵니다. 지난번 습격과 사택 화재의 원인이 무엇이든――.”
 
힐끔 나를 바라보는 케네스. 나는 시선을 피하고서 논나의 거유를 바라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독 교대는 반란 분자의 기를 북돋고 민중의 혼란도도 늘어날 것이라 아뢰옵니다.”
“나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느니라.”
 
왕이 그렇게 말하자 케네스가 겁에 질린 듯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주제 넘는 발언이었나이다…….”
 
왕도 다시 한 번 질그레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번엔 처벌장을 꺼내지 않았다.
 
“질그레이 변경백에게 벌금, 금화 10만닢을 명한다. 마그라드 총독부에겐 내가 임명한 부총독을 배치, 총독 권한의 일부를 분할, 이후 통치는 부총독과 잘 협의한 뒤에 시행하도록. 상세 사항은 정무총감을 통해 듣도록 하라.”
“……끅, 예, 예에. 알겠……나, 이다…….”
 
주변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금화 10만닢이라니……아무리 질그레이 경이라 해도 몇 년이나 걸릴는지.”
“아니, 그보다 부총독 쪽이 더 아프군. 양도되는 권한에 따라선 총독 직 자체의 의미도 사라질 테니까.”
 
“오늘은 상무대신께서 조용하시군. 질그레이 경과는 마치 형제와도 같은 사이라 공언하시던 분이셨건만.”
“듣자하니 매월 받고 있던 돈이 지난번 화재 때문에――.”
 
상무대신이라는 놈은 나몰라라 하는 표정이고 질그레이는 대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한편 케네스는 아무런 감정도 비치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있을 뿐이고, 에이리히는 영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 부근은 잘 모르겠다.
 
“됐군. 그럼 서로 더 이상 소동을 일으키지 않겠노라고 내 앞에서 맹세하라. 이후엔 그 어떠한 작은 사건이라 한들 상세히 조사한 뒤, 엄벌로 다스리겠노라. 물론 자작극을 통해 상대방을 욕보이려 한다 하여도 마찬가지이니라.”
 
““예!””
 
나와 질그레이는 화해의 증거로 모든 이들 앞에서 악수를 나누었다.
솔직히 열은 받지만 논나도 있으니 이 자리에서 뭐라 할 수는 없다.
 
“과거에 있던 일은 전부 잊으시지요.”
“폐하 앞에서 화해했음을 선언합니다.”
 
서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말하며 악수를 나누었다.
 
순간 질그레이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나를 붙잡은 손에 있는 힘껏 힘을 쥐었다.
몸집은 커다란 주제에 정말 쪼잔한 놈이군. 그게 작은 놈들이 늘 이렇지.
 
그에 답하려고 나도 있는 힘껏 힘을 실어주니 우득우득 메마른 소리가 들렸다.
 
“흐끄으윽…….”
 
질그레이가 작게 신음했지만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가며 참는 중이다.
놈도 늘 무용담을 자랑하던 놈이니 악수를 하던 도중 손가락이 부러졌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하, 이제 안심이로군요.”
“한데 질그레이 총독, 땀이 엄청나십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자, 이걸로 끝이다.
 
“그, 그럼 평안히…….”
“예, 몸조심 하시길.”
 
작별 인사를 해주니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제 그냥 질레드로 부르는 게 낫지 않나? 그게 더 강해 보이는데.
 
 
이걸로 끝인 줄 알았는데 또다시 다른 사람이 날 붙잡았다.
 
“마음에 안 드시나요?”
“아뇨, 전혀.”
 
진심이다. 오랜만에 레베카의 탄탄한 엉덩이를 바라볼 수 있는데 불만이 있을 리가 없지.
 
“……말해 두겠는데, 제 위에 올라탈 기회는 없거든요?”
“아니, 그런 상상을 했을 리가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스스로도 풀에 죽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레베카가 한숨을 내쉬며 얘기를 꺼냈다.
 
“하여간……저도 당신 때문에 상당히 고생 많이했거든요? 군무총감은 아니지만 한 방 때려주고 싶은 기분이네요.”
“그럼 때려 보시겠습니까? 당신한테 맞는 거라면 멀쩡한데요.”
 
기왕이면 머리를 때리기보단 성기를 밟히는 것도 괜찮지.
지난번에 마이라한테 밟도록 시켜봤는데 제법 괜찮았다. 이리지나는 상당히 아팠던 탓에 더 이상 시키지 않는다.
 
“하드릿 경의 성벽은 제쳐 두고요.”
 
무시당하고 말았다.
 
“폐하의 명령대로 정보관을 한 사람 감시역으로 저택에 상주시키게 될 겁니다.”
“오오!”
 
나도 모르게 레베카의 손을 붙잡고 말았다.
레베카가 내 저택으로 와주다니 아주 잘 됐군. 같은 집에 살다 보면 한 침대로 끌어들이는 것도 시간 문제이리라.
드디어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내 육봉이 박힐 때가 찾아온 것이다.
 
“아니거든요! 제가 관리직인데 그쪽에 상주할 리가 없잖아요……애초에 감시역이 가겠다고 말하는데 왜 그렇게 기뻐 보이는 거죠?”
 
뭐야, 안 와주는 거구만. 나는 다시 침울해진 채 차를 마셨다.
 
“이제 하드릿 가문의 속사정도 훤히……다 드러나면 곤란하단 말이죠. 저 혼자만 알고 있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지, 폐하한테까지 직통으로 들어갔다간 의미가 없죠.”
 
확실히 말하는군.
 
“그럼 저택에 상주하더라도 문제없을 만한 놈을 보내주시죠.”
 
그렇지만 단순히 멍청하기만 한 놈은 불쾌하니까…….
 
“명랑하면서 일에 관심은 없고, 매사 별 생각 없이 행동하면서 글자도 못 읽는 멍청이가 좋겠군요. 이왕이면 술을 좋아하는 놈이면 더더욱 좋죠.”
“그런 멍청이 중의 멍청이가 정보관이 될 수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저희가 하는 일이 대체 뭔 줄 아시는 거죠!?”
 
결국 레베카한테도 머리를 얻어맞았다.
 
“사람은 제가 뽑도록 하죠. 일단 생각해 둔 게 있으니 평범하게 대해 주세요.”
 
레베카는 여기서 이야기는 끝이라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음, 운 좋으면 안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튼 평소처럼, 다른 사람을 대할 때처럼 대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레베카가 몇 번이나 되짚으며 말했다.
 
“아무튼 평소처럼, 평소처럼 하셔야 해요.”
“물론이지요. 안심하십시오.”
 
 
아, 이제야 돌아갈 수 있겠군.
궁정으로 나오니 두 대의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는 내가 왕도에 배치해 둔 소형 마차로 낯익은 물건이지만, 옆에 한 대 더 있었다.
 
“큭!”
“…….”
 
옆에 있던 건 무려 질그레이였다.
지금까지 부총독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던 모양이다.
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우연이군요.”
 
나한테 말 걸지 마.
 
“그건 그렇고 참 소박한 마차입니다. 이토록 청빈하시니 무예 출신으로서 참으로 훌륭하군요. 하나 서로 왕가에 녹을 바쳐야 하는 몸, 약간 걱정이 되는군요.”
 
질그레이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저택에서 궁정까지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대형 마차까지 타면서 와야 하는 건데.
 
“그보다 당신의 오른손이 걱정되는군요. 다치기라도 하셨습니까?”
 
놈의 표정이 분노로 물들었다.
후후후, 나도 이제 이 정도는 비꼴 줄 안다고.
 
“저어, 주인님? 출발 안 하시나요?”
 
꽤 오랫동안 마차를 타지 않는 내가 걱정됐는지 마차 밖으로 여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여자――아델라는 이번에 동행 중이었다.
지난번 봉사가 어중간하게 끝난 탓에 끝까지 해주고 싶다는 이유였다.
돌아간 뒤에 귀여워 해주겠다고 말해두긴 했지만 애인으로서 자존심이 있다며 물러서질 않길래 데리고 왔다.
 
“아.”
“아?”
 
아델라랑 질그레이의 시선이 맞았다.
 
“아, 아델라!? 너는 분명 죽었을 텐데!? 이, 이런 곳에서 하드릿이랑 무슨 짓을!”
“아, 아으……그게, 저는…….”
 
나는 아델라를 감추듯이 질그레이 앞에 나섰다.
 
“아델라를 알고 계십니까? 이 여자는 제가 영지 안에서 데리고 온 여자입니다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등 뒤에 숨었다.
 
“알고 있고 자시고 이 녀석은 내 정부였던 여자다! 이게 바로 네놈이 내 기사단을 습격했단 증거 아니냐!”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아델라는 몇 년 전부터 라펜에 살고 있었는데 말이지?”
 
아델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헛소리를! 이름과 얼굴까지 똑같은데 속일 수 있을 것 같나!”
 
쫑알쫑알 시끄럽군. 두들겨 패서 해결하고 싶어졌지만 화해 선언 직후 궁정 밖에서 주먹다짐을 벌이는 건 확실히 위험하다. 그 정도는 나도 안다.
 
“『아델라』는 딱히 보기 힘든 이름도 아니잖아. 동명이인이랑 착각한 거겠지.”
“착각할 리가 있나! 얼굴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단 말이다!”
 
나는 아델라를 바라봤다.
당연히 그녀는 고개를 휘저었다.
 
“모른다고 말하는 중인데?”
“이 거짓말쟁이년! 그렇게 내 예쁨을 받아놓고서 잊었을 리가 있나! 네이년, 하드릿 쪽에 빌붙어서……모든 음모가 네년의 꿍꿍이속이었구나!”
 
질그레이가 아델라의 멱살을 쥐려고 달려들었다.
키 180cm가 넘는 거구 남자가 살기를 내뿜자 아델라는 겁에 질려 눈을 감았다.
 
“적당히 하시지.”
 
나는 질그레이의 얼굴 코앞에 얼굴을 들이댔다. 궁정 병사도 보고 있는 상황이니 손을 대면 위험하지만 노려보는 것 정도는 문제 없으리라.
 
“아델라는 지금도 옛날도 내 여자다. 기사단을 습격한 증거라고? 그럼 지금 당장 돌아가서 폐하께 그렇게 설명해 보시지. “정부가 유괴당해 있던 걸 봐서 놈이 범인입니다.” 라고 말이야.”
 
가능할 리가 없다.
아내나 일족 인원이라면 모를까, 정부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 얘기를 왕 앞에서 얘기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본인이 부정하는 중이다.
트집을 잡으려다 더한 벌을 받게 되리란 게 눈에 선하다.
 
“으윽…….”
“이만 갑니다. 이상한 인연은 이 정도로 해 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엔 마음을 억눌러 존댓말을 쓴 다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떠났다.
 
이를 악무는 놈을 놔두고 아델라와 함께 마차 위에 올라탔다.
 
“저 자식, 뭐가 예뻐해 줬다야! 맨날 아프고 힘든 짓거리만 시켰던 주제에!”
 
아델라도 아델라 나름대로 화를 내는 중이었다.
 
그리고 내 얼굴을 바라보다 히죽 웃었다.
 
“맞다, 봉사하던 거, 지금 여기서 하시는 건 어떠세요?”
“여기서?”
 
마차 문이 닫혀 있긴 하지만 밀폐 가능한 물건도 아니기에 소리는 평범하게 다 새어나간다.
질그레이는 아직 출발하지 않은 상황이고 궁정 병사에게도 소리가 다 들릴 것이다.
 
“그 남자한테 들려주고 싶으니까!”
 
그런 거라면 뭐 괜찮을 수도. 일단 궁정 밖에 나와 있긴 하니까 괜찮겠지.
 
“그럼 너를 격렬하게 따먹으면 되나?”
“아뇨, 그랬다간 억지로 강간당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아델라는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한 뒤 내게 몸을 기대었다.
 
“무서웠어요 주인님……아델라를 달래 주세요.”
 
설탕 과자처럼 달콤한 목소리가 귀 안쪽을 자극한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만족하겠어?”
 
설탕 과자는 한층 더 달콤해졌다.
 
“그런 걸로는 부족하다구요옹. 좀 더 야한 걸루요~.”
 
아델라가 휙휙 옷을 벗어던졌다.
속옷이 마차 문 틈 사이로 빠져나가 밖으로 떨어진 건 아마 일부러 그런 거겠군.
 
“저택까지 못 기다리겠어? 음란하기는.”
“못 기다려오……여기서, 해주세요.”
 
마음까지 반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모양이다.
 
“야, 야아. 저거 시작하는 거 아니냐?”
“미쳤네……하드릿 경이 여자를 밝힌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엄청나구만.”
 
병사들의 목소리에도 아델라는 동요하지 않는다.
내 바지를 끌어내리고 성기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엄청나게 커다래, 팔뚝 정도 되겠어……누구랑은 다르게……하읍!”
 
인사 대신 핥짝 성기를 핥은 다음 단숨에 안쪽까지 삼키는 아델라.
붉은 립스틱이 발린 입술과 검은 육봉의 대비가 참 음란하다.
목소리는 새어나오지 않게 됐지만 정작 철퍽거리는 소리가 워낙 커다랗기 때문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뻔했다.
 
“아, 아델라…….”
 
질그레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 아델라는 너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다고.
 
“푸핫! 입은 이 정도로 해둘게요.”
 
2분 정도 되는 입봉사였지만 성기는 완전히 우뚝 솟아 있었다. 역시 대단한 기술이군.
 
“그럼 슬슬 제대로…….”
“잠깐만, 전희도 안 했잖아.”
 
그녀는 미소 짓고서 내 손을 자기 구멍 쪽으로 이끌었다.
만지자마자 끈적한 즙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미 충분히 젖어 있잖아.
 
“이런 걸 핥다보면 알아서 다 준비되는 법이죠.”
 
아델라는 앉아있던 내게 몸을 기대고 성기를 붙잡은 채 위치를 조절했다.
 
몇 번 정도 몸을 들썩이다 구멍의 입구와 내 성기가 입을 맞췄다.
아델라는 고개를 들고서 미소 짓다가 눈을 감고서 천천히 몸을 낮추기 시작했다.
 
“아앗, 들어와요! 두꺼운 주인님의 자지가 내 자궁까지……들어와!!
 
대면좌위로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그녀는 커다란 신음소리를 내지르면서도 자신의 허벅지를 부여잡고 체중을 실어 안쪽까지 육봉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나를 처음으로 받아들인 구멍은 찌직찌직 소리를 내며 벌어졌다.
 
“아으으, 너무 두꺼워! 구멍이 찢어질 것 같아요오!!”
 
최소한 덜 아프게 해주려고 아델라의 별로 없는 가슴을 쓰다듬고 쇄골 족에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도 자기도 모르게 글썽이던 눈물을 남긴 채 키스에 답해 주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내 어깨 위에 손을 짚고 단숨에 허리를 낮췄다.
육봉이 가장 안쪽까지 박히면서 푹, 하고 안쪽을 꿰뚫은 감촉이 느껴졌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내 어깨를 끌어안고서 큰 소리를 내지르는 아델라. 최소한 그녀의 몸에 번진 땀을 상냥하게 핥아주기로 했다.
 
“야, 지금 그거 무조건 박은 소리지? 마차도 흔들렸고.”
“비명 소리 한 번 장난 아니구만. 하드릿 경, 대체 얼마나 큰 거냐.”
 
당연히 병사들에게도 들렸던 모양이다.
 
“방금 전에 질그레이 경이랑 여자가 어떻느니 한바탕 싸웠지? 이게 혹시 네토라레라는 거냐?”
“그래, 심지어 여자 쪽에서 미친듯이 유혹해댔잖아. 저거 봐, 질그레이 경이 빠득빠득 이를 갈고 있는 모습을.”
“네토라레라……떠올리기도 싫구만.”
 
병사들이 수근대는 중인데 내게도 들리고 있는 걸 보아 질그레이한테도 들리는 중이리라.
마차가 출발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걸로 봐서 아직 남아 있을 게 분명하다.
 
“하아, 하아……주인님, 움직여도 되나요?”
“원하는대로 움직여.”
 
일부러 고압적으로 말했는데 꾹꾹 조이는 걸 봐서 그녀의 취향과도 잘 맞는 모양이다.
 
아델라는 내 어깨 위에 손을 짚어둔 채 허리를 움직였다.
격렬하게 흔들리는 동작이라기 보단, 꿈틀꿈틀 허리를 다른 생물처럼 움직이는 동작이다.
 
“앙! 아앙! 으응――!!”
“오오……잘하는데.”
 
허리를 들썩이면서 구멍 안쪽도 꿈틀댄다.
동시에 귓가에 들리는 달콤한 목소리와 목덜미 쪽에 퍼붓는 키스도 남자의 성욕을 자극한다.
 
확실히 대단한 기량이군. 질그레이가 정부로 삼고 있던 게 이해는 가지만 이제 내 여자다.
 
“우와, 엄청 흔들리는구만……완전 시작했는데.”
“저거 봐, 질그레이 경이 부들부들 떨고 있잖아. 듣기 싫은 거라면 돌아가면 될 텐데…….”
“이럴 땐 반대로 시선을 뗄 수가 없는 법이거든. 나도 예전에 집으로 돌아갔더니 아내가 형님이랑 하고 있었는데……끝날 때까지 기다리게 되더라.”
 
이대로도 충분히 사정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머리 위에서 깍지를 끼고 마냥 앉아만 있는 것도 재미가 없다.
 
“핥아라.”
 
나는 손가락을 두 개 아델라의 입가에 내밀었다.
그녀는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마치 성기를 빨아주는 듯 끈덕진 혀놀림을 보여주었다.
 
침으로 잔뜩 더러워진 손가락을 빼낸 다음 그대로 그녀의 엉덩이 쪽으로 손을 둘렀다.
 
“앗! 거기를!?”
 
동작만으로도 아델라가 눈치를 챈 모양이다.
 
“예상대로야.”
 
나는 작은 가슴과는 전혀 다른 풍만한 엉덩이를 움켜쥐고 그녀의 앙다문 항문 쪽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저항하듯 굳게 닫혀 있는 항문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뒤이어 상냥하게 주변을 쓰다듬어 주니 살짝 힘이 풀어지며 구멍이 느슨해졌다.
 
“얍.”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손가락을 쑤욱 항문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아델라의 구멍은 조금씩 움직이며 이물질에 저항했지만 들어가버린 이상 이미 늦었다.
 
“으으으응! 들어왔어…….”
 
엉덩이 구멍 안에 손가락이 들어왔음에도 아델라의 허리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손가락을 하나 더 밀어넣으니 이번엔 몸을 뒤로 젖히며 허리 놀림이 느려졌다.
 
“두, 두 개나 들어갔어! 엉덩이가 이상해질 것 같아…….”
 
“야……들었냐? 엉덩이 쪽에 손가락 넣은 것 같은데.”
“질그레이 경, 기절하기 직전이구만. 괜찮은 거 맞나……?”
“아내도 형님한테 똥구멍을 따먹히고 있었지……나조차 해 본 적이 없는데.”
 
“어때, 기분 좋아?”
“좋아요, 엄청나게! 엉덩이 파이면서 기분 좋아지다니……저 변태가 된 것 같아요오!”
 
아델라는 다시 격렬하게 허리를 놀리면서 얼굴에 키스를 해주었다.
동시에 입술이 맞닿자 그녀의 손이 내 뒷머리를 휘감으며 혀까지 섞기 시작했다.
 
“하아……하아……이제 못 참아요, 갈 것 같아.”
 
그녀는 엉덩이 구멍에서 내 손가락을 뽑아내고 체위를 배면좌위로 바꾸었다.
 
“후후, 마지막엔 그놈한테 네 신음소리를 잔뜩 들려줄 생각인가 보지?”
 
그것 때문에 일부러 배면좌위를 취한 거라 생각했는데, 아델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정말로 엄청나게 갈 것 같아서……이 자지 때문이라구요. 크기만 큰 게 아니라 울퉁불퉁해서……구멍 안쪽에 벅벅 쓸리면서 엄청 느껴진단 말이에요.”
 
내 육봉은 애초부터 핏줄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요즘 브륜힐데가 자주 깨물어서 더 심해졌단 말이지.
흉터는 안 남아도 그때마다 점차 형태가 흉악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창관에서 신입 여자애한테 보여줬더니 울음을 터트린 경우도 있을 정도다.
그 후에 평소에 알고 지내던 창부가 입술을 핥으면서 나오긴 했지만.
 
“그럼 이건 어떻지?”
 
복부에 힘을 줘서 성기의 크기를 키웠다.
이렇게 하면 힘줄이 한층 더 커져서 자극이 거세진다.
 
“그거 안 돼! 이, 이제 못 참아요!”
 
이제 질그레이한테 보여준다기보단 아델라를 만족시켜 주고 싶었다.
 
“나도 움직이마.”
 
뒤쪽에서 아델라의 허벅지를 붙잡아 허리를 박아넣었다.
 
“히이이익――! 격렬해! 이, 이런 거 몰라……아무것도 모르겠어어!”
 
아델라는 신음을 내지르면서 다리를 버둥거리다 실수하고 말았다.
 
“으히이이이이이익!”
 
그녀가 버둥대던 다리가 마차 문쪽과 맞닿으며 안쪽에서 발로 걷어차버린 것이다.
 
다행히 정면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전부 보이진 않았다.
질그레이와 병사들이 있는 장소에서 보이는 건 밖으로 튀어나온 아델라의 다리뿐이리라.
 
“우왓, 다리가 나왔잖아! 기, 기다랗고 아름다운 다리구만.”
“질그레이 경, 술을 마시려는 것 같은데……. 손이 떨려서 전부 다 옷에 흐르고 있구만.”
“모, 못 참겠군. 형님이랑 아내를 떠올리니까……잠깐 화장실 좀 갖다 와야겠다.”
 
바로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긴 한데 그것마저도 움직임이 아깝다.
 
“이제 가버려요! 깨물어줘! 빨아줘! 흔적을 남겨줘요!”
 
요청에 따라 아델라의 목덜미를 가볍게 깨물고서 강하게 빨아들였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구멍이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아, 아……아으으으으으으으! 가버려어어어엇――!!”
 
밖으로 삐져나간 다리가 버둥버둥 날뛴 뒤, 쭈욱 뻗어나와 잠시 동안 멈추다 천천히 힘을 잃으며 축 늘어졌다.
 
구멍이 꾹 조여오며 육봉도 경련을 시작했다.
 
“으윽!”
 
낮은 신음소리와 함께 정액을 토해냈다.
육봉이 격렬하게 떨리며 아델라의 질속에 울컥울컥 아기씨를 내뱉었다.
 
“끄, 끝났구만……이런, 가랑이가 아프네.”
“그러게……그보다 질그레이 경도 몸을 앞으로 숙였는데. 장난 아니네.”
“너희들 이제 그만 보고 경비 임무나 제대로 해. 직무 태만이라고.”
 
잔뜩 사정한 뒤에 나는 아델라를 마차 안쪽으로 다시 들였다.
 
“문을 닫아야죠…….”
 
아델라는 네 발 기는 자세로 문을 닫으려 했다.
 
그러다 이쪽을 응시 중이던 질그레이와 시선이 마주친 모양이다.
 
“이, 이 음란한 년이…….”
 
하지만 아델라는 이번엔 겁먹지 않았다.
 
“네, 저는 음란한 년, 하드릿 님의 자지밖에 모르는 변태랍니다.”
 
그녀는 침이 잔뜩 묻은 얼굴로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까 질그레이 님께서 찾고 계시는 아델라하고는 다른 사람이에요……저는 앞으로도.”
 
나는 네 발 기는 자세로 있던 아델라의 엉덩이에 장난을 쳤다.
 
“으히익! 하드릿 님의 장난감이라구요오!”
 
그것을 끝으로 문이 닫히고 마차가 출발했다.
놈이 마지막으로 본 아델라는 쾌락에 물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리라.
 
 
 
왕도 저택으로 돌아가니 도로테아가 아니라 세리아가 맞이해 주었다.
아델라는 금세 자리를 비켰다.
 
“얼굴에 온통 립스틱이 묻어 있습니다.”
 
세리아가 젖은 수건으로 닦아 주었다.
 
분명 세리아는 삐졌을 테니 어떻게 달래주면 좋을까 고민을 시작했으나, 정작 그녀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 정도로 화가 난 건가?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삐지고 있을만한 상황이 아닙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저택 거실에는 레오폴트와 트리스탄이 앉아 있었다.
아하, 논나한테서 벌금 얘기를 듣고 난리가 난 건가? 아니면 정보관 쪽이 위험한 건가?
 
“뭐, 못 갚을만한 액수도 아니고 레베카도 어떻게 해준다고 하니까 괜찮――.”
“그것은 나중에 말씀하시지요. 지금은 보다 긴급한 사태에 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트리스탄은 여전히 찻잔을 살랑이고 있지만 시선만큼은 똑똑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포르포 왕국이 알테일을 합병, 리버티스를 상대로 일방적 평화를 선언한 뒤 반드레아 쪽에 침공을 개시했습니다.”
“엉?”
 
사태가 잘 이해가지 않는다.
 
“알테일에서 정변이 일어나 정치 기구가 전복됐습니다. 새로운 통치자는 포르포 왕국의 여왕입니다. 그 국가――가칭으로 포르포/알테일 연합이라 호칭하겠습니다――가 리버티스/알테일 사이에서 계속되던 전쟁 종식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뒤 반드레아에 선전을 포고하여 침공을 개시했습니다.”
“아니 자세히 풀어서 설명해도 이해가 안 가.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알테일과 반드레아는 애초부터 불구대천의 적국이고 지금은 단순히 자연재해와 역병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전한 것에 불과하다.
그 상황이 얼추 마무리 되고 전쟁을 시작한 거라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 이전 부분, 포르포 운운하는 부분이 전혀 이해가 가질 않는다.
 
“포르포는 여기잖아? 그리고 알테일은 여기.”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작은 포르포와 커다란 알테일, 반대로 포르포가 합병당한 거라면 이해하긴 쉬운데.
 
“애초에 언제부터 전쟁을 벌이던 거지?”
“아니요, 전쟁은 없었습니다. 고작 하루 아침에 알테일이 전복된 것입니다.”
 
머리를 쥐어짜 봐도 이해가 안 간다.
어쩔 수 없어서 세리아의 뺨을 잡아당겨 보았다.
 
“흐아아! 진지한 얘기 중이라구요!”
 
“나도 무슨 소리인지 전혀 이해가 안 가. 하지만 행상인, 간첩, 난민, 모든 정보가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사실이겠지.”
 
트리스탄은 한숨을 내쉰 뒤에 먹칠로 지도에서 알테일 신국의 이름을 지웠다.
 
“질그레이와의 분쟁 도중 수많은 간첩을 사용했기에 남부 쪽 경계심이 취약해져 있었습니다. 그걸 제외하더라도 포르포 왕국은 거의 무경계 상태이긴 했습니다만.”
 
나도 그랬다. 애초에 어디 있는지 잊고 있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나라는 기억 못해도 여왕은 기억이 난다.
염두병 약을 팔았던 그 아름다운 여왕이다.
 
“맞아, 포르포/알테일 연합의 지도자는 빌헬미나 여왕이야.”
 
다들 조용해졌다.
 
“하, 하지만 반드레아하고는 한 번 싸우기도 했고 알테일도 얘기가 통할만한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둘 다 망한 다음 포르포가 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세리아가 그렇게 말하자 레오폴트는 표정 없이 바라봤고 트리스탄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테일을 탈취하고 곧장 이웃나라에 전쟁을 걸었다. 심지어 역병이 돌고 있는 도중인데 말이지. 그런 인물이 알테일/반드레아 두 국가로 만족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희망적 관측이다.”
 
레오폴트가 그렇게 설명하자 세리아가 침울해졌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금세 부활했다.
 
“무엇보다 무서운 부분은 전쟁 하나 없이 한 나라를 통째로 집어삼켰다는 점이야. 나라의 전복은 천재지변, 역병으로 인해 통치력이 약해진 틈을 탄 걸지도 모르지만, 반드레아한테 선전을 포고했다는 건 병합한 알테일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는 얘기야. 광신자들로 유명한 알테일을 이렇게 순식간에……대체 어떻게 한 건지 감도 안 와.”
 
트리스탄은 항복이라는 듯 두 손을 들었다.
 
“그리고 리버티스한테는 일방적으로 평화 선언을 했지. 분명 대통령 선거가 조만간일 테니까……그 나라는 이제 움직일 수 없게 됐어. 참 대단해.”
 
트리스탄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 여왕, 정말로 지금까지 안 알려졌던 인물이야? 갑자기 여왕이 됐던 거였나?”
“방금 막 심은 간첩에게서 보고가 들어왔다. 포르포의 후계 쟁탈 도중 그 여자를 제외한 계승권자 전원이 사망, 유일한 왕의 혈육이 된 그 여자가 여왕이 됐다는군.”
 
레오폴트가 대답하자 트리스탄이 두 손을 벌렸다.
 
“그 얘기는 역시…….”
 
세리아도 부르르 몸을 떨었다.
 
“우리는 엄청난 상대에게 힘을 빌려준 걸지도 모릅니다.”
 
여러모로 뒷꿍꿍이는 있어 보이지만 미인이니까. 나쁜 놈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군.
 
 
“저기, 에이길 님? 손님이 찾아오셨어요.”
 
심각한 분위기 속 논나가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정확히는 얼굴 약간과 가슴을 잔뜩 내밀었다.
 
“폐하께서 임명하신……그, 정보관이라고 하네요.”
 
기분 나쁜 표정으로 논나가 말했다.
뭐 우리를 감시하러 온 셈이니까. 기분이 좋을 리는 없겠지.
 
“남쪽에 대한 일은 너희들끼리 생각해 둬. 대책이 생기면 말하러 와라.”
 
레오폴트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이제 정보관과 마주할 차례다. 기분 나쁜 놈만 아니라면 좋을 텐데.
 
 
 
“밀쿨라 주임 정보관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딱 보기에도 엄격해 보이는,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눈매.
마치 레오폴트를 연상시키는 표정 없는 얼굴.
감정이 깃들지 않은 사무적인 말투.
 
“다른 명령이 올 때까지 라펜에 머무르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은 어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나는 정보관……그녀의 손을 단단히 붙잡았다.
 
세리아보다 작은, 150cm 정도 되는 키.
짧게 정리된 분홍빛 머리.
말할 때마다 입 사이로 엿보이는 덧니.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당당히 가슴을 쭉 편 당찬 여성이 그곳에 서 있었다.
 
“물론이지요, 언제까지고 사이 좋게 지내시죠!”
 
내가 진심으로 환영하는 기색을 보이자 귀여운 감시역은 당혹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
 
레베카와 친하게 지내길 정말 잘했군.
이렇게 귀여운 여자를 감시역으로 붙여주다니.
 
“자, 같이 식사 하시죠. 그 후엔 목욕이라도 어떠신지요?”
“아뇨, 오늘은 인사만 할 예정인지라……애초에 왜 환영해 주시는 건지…….”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날이었지만 마무리만 좋으면 만사 형통이다.
 
◇◇◇◇◇◇◇◇◇◇◇◇◇◇◇◇◇◇◇◇◇◇◇◇◇◇◇◇◇◇◇◇◇◇◇◇◇
정보관실
 
“후후후후후후…….”
 
방 안에서 레베카가 홀로 미소 지었다.
 
“밀쿨라 녀석, 함정에 걸려들었군요.”
 
레베카는 그녀의 자료를 살펴보았다.
 
현지 조사 능력, 정보 분석 능력, 부하의 통솔력, 모두 최고 평가가 붙어 있었다.
틀림없이 뛰어난 인재였다. 아마 레베카 자신보다도.
 
“심지어 내 지위를 탐욕스럽게 노리고 있죠. 이 여자는 위험해요.”
 
거기서 또다른 자료를 살펴보았다.
그것은 밀쿨라의 사적인 부분을 조사한 자료였다.
정보관은 사생활까지 모든 것이 조사 대상이다.
 
“과거에 교제한 남성은 다섯 명……20살치고는 많네요.”
 
남자의 신분에는 딱히 문제 없고 직업도 그냥저냥이었다.
 
“공통된 부분은 그곳의 크기…….”
 
여성 정보관에게 확인하도록 시켜본 결과, 모든 남자들이 다 상당한 크기였다고 한다.
 
“남자를 곧잘 갈아치우는 데다가 커다란 그걸 좋아한다니. 그런 여자가 하드릿 경한테 가면 어떻게 될지……후후후, 금세 무능한 색욕광이 될 게 뻔하지.”
 
뛰어난 부하는 유용하지만 지나치게 뛰어난 부하는 유해하다.
심지어 왕이 정보관조차 신용하지 않는 지금은 생각지 못한 데에서 발목을 잡히기 십상이다.
 
“폐하께서 직접 명한 이번 감시역 건, 출세 기회라 보고 나섰겠군요. 당신의 운은 거기서 끝났어요.”
 
레베카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창문으로 향했다.
 
“정보관은 수라의 세계, 위험을 직감하지 못한 자는 살아남지 못하는 법이죠. 밀쿨라.”
 
창가에 걸터앉으려던 레베카였으나 벌을 받았는지 책상 모서리에 정강이를 찧고 말았다.
 
“끄으으으으으윽……아으으으으으으……아파아파…….”
 
버둥대는 레베카를 달빛이 비추고 있었다.
 
 
 
여담
 
이후, 왕도에서 근거 없는 낭설이 몇 가지 퍼졌다.
 
하나는 이번 소동의 원인이 내가 놈의 정부를 빼앗았기에 생긴 것이라는 소문이다.
불명예스러운 일이라 생각했는지 질그레이 놈이 소문을 없애는 데에 급급한 모양이다.
 
또 하나는 내 육봉이 가시와 혹이 잔뜩 달린 흉기 같은 성기라는 소문이다.
그 이후, 도시 한복판에서 뭔가 가랑이 쪽으로 시선이 쏠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지막은 내가 궁정 마차 주차장에서 여자를 미친듯이 안았다는 소문이다.
사실 무근이라 부정했지만 에이리히도 그 광경을 목격했었는지 대략 1시간 정도 설교당한 뒤에 한 방 더 얻어맞는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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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에이길 하드릿   24살 여름
지위: 고르도니아 왕국 변경백, 동부 대영주 산의 왕 드워프의 친구 아레스 왕의 친구 용살의 영웅
엘프의 중개자 백도의 성왕
 
영주민 185500 난민 24000명
중요 도시: 라펜 32000명 린트브룸 5000명 반드레아 특별 개척지 지구 13000명
 
잔류군 8650명
보병 6000 기병 1000 궁병 900 궁기병 450 포병 350
대포 35문 대형포 20문 드워프포 16문 전차 27대
 
남부 출병 2200명
난민 경비(경보병) 2200
 
그 외
예비역 2000명 치안대 150명
 
가족
 
논나(안심) 카라(측실) 멜(맨들) 미티(측실) 마리아(공) 카트린느(수)
멜리사(애첩 임신) 쿠우(애첩) 루우(애첩) 밀레(애첩) 레아(애첩) 케이시(귀환) 리타(메이드장) 요구리(청탁) 피피(궁기?병) 앨리스(엉덩이 애첩)
말스린느(애첩) 딸 스테파니(애첩) 브리짓(애첩) 펠리시(애첩)
나티아(절호조) 소피아(애첩) 세크리트(황홀)
세바스찬(곤란) 도로테아(왕도 저택 관리) 클라우디아(폭식) 클라라(시녀) 
 
셀레스티나(여왕) 모니카(시녀) 아델라(프로 애인)
 
인외
브륜힐데(휴식) 라미(라미아) 알라우네(도시의 식물) 미루미(인어 배부름)
애완동물
멍멍이(거대 도마뱀) 메서 슈미트(똥개) 슈바르츠(교미)
 펠테리스(행방불명)
부하
세리아(개선 질투) 마이라(부상) 마타(시종)
이리지나(지휘관) 루나(지휘관) 루비(개선)
기드(개선 행복) 포르테(난민 담당관) 
레오폴트(심문 중) 트리스탄(참모) 아돌프(역병 대책)
클레어&롤리(상인)  릴리안느(여배우) 크롤(하인) 알마(하인)
 
밀쿨라(감시역)
 
재산: 금화 18000 벌금(20000) 간첩(50) 병사 일시금(500
경험 인수: 555명 자식: 66명+555마리